마비노기는 무려 20년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입니다.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게임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당장 1년 전만 해도 서로 기억하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아마 모두가 다 다를 겁니다. 그리고 마비노기는 정확히 그런 게임입니다. 기억하는 추억과 게임의 모습이,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게임의 분위기라던가 그래픽으로 인한 느낌, BGM 같은 것들이겠죠. 게임을 했던 유저들이 마음에 들었거나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그렇게 감성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마비노기 이터니티는 그 부분은 정확하게 포착하고, 감성을 제대로 살려놓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언리얼 엔진으로! 원작 감성을 추구한 그래픽과 분위기


마비노기
©NEXON

일단 시작부터 좀 어리둥절하긴 했습니다. 분명 초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옆에 엘프와 자이언트가 튀어나왔고 눈 감고 “들리나요?”하고 속삭이던 여신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울스트림에서 밀레시안을 반겨주는 나오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죠.

그래픽은 당연히 최신 엔진으로 교체한 만큼 확실히 다르고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마비노기가 추구해온 그래픽 개성은 최신 엔진을 써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확실히 개선되었지만, 환골탈태한 수준으로 전혀 다른 게임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느꼈습니다.

색감은 본편보다 훨씬 더 화사한 느낌을 보여주는데, 게임 자체의 분위기를 해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뿌옇게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픽 설정으로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크게 걸리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분위기는 합격점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
일러스트와 모델링간의 간극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NEXON

사실 연출이나 컷신 등은 아직 판단할 단계는 아니겠지만, 알파 빌드에서 보여준 연출 컷신들은 딱히 거부감이 들 정도로 부자연스럽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NPC들도 추억 느낌이 잘 나는 일러스트들과 함께 보이는데, 모델링이 나아져서 괴리감이 크게 줄어든 느낌이라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더 나아진 부분도 있죠. 캐릭터의 손가락이 따로 움직이고, 옷의 오브젝트들이 따로 움직이고 덩어리진 머리카락도 엄청 세분화되면서 부드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생동감이나 옷의 느낌이 훨씬 나아졌다고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그래픽과 분위기는, 과거의 구식 엔진에서 어려웠던 한계들을 최신 엔진을 도입하면서 나름대로 해결했는데, 그렇다고 최신 엔진의 신기술들을 뽐낼 수 있는 표현들은 자제한 느낌입니다.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밀레시안이 좋아하는 감성들은 고스란히 담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여전한 전투 방식과 성장 시스템, 나름대로 개선도…?


몽환의 라비 던전

전투는 솔직히 말해서 이번 빌드로 판단하는 건 100% 무리입니다. 우선 알파 빌드 보너스로 전체 경직 저항이 둘러져 있기에, 모션이 끊기거나 늑대가 달라붙어 앙하고 무는 스매시를 걸어도 내 캐릭터가 넘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고전 마비노기의 모습처럼 가위바위보식의 전투를 느끼는 건 무리죠. 성장도 매우 빨라서, 환생 후 한두 시간 정도만 하면 레벨 상한인 200 근처에 쉽게 다다릅니다.

그럼에도 성장 시스템 자체는 과거 마비노기 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마법 위주로 플레이를 했는데, 볼트류 마법과 아이스 스피어, 썬더, 파이어볼과 추후에 배우는 메테오 스트라이크 정도를 써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원작의 감성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조작감 자체도 크게 변화된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파이어볼이 슉-하고 날아가서 스스스슥 떨어지고 “쾅”하는 느낌이나, 썬더의 벼락이 내리치는 느낌도 다 비슷했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건 대시가 있다는 겁니다. 스페이스를 눌러서 빠르게 긴급 회피 겸 돌진을 할 수 있는데, 이 타이밍에는 약간의 무적 시간이 있는 듯했습니다. 제법 전투에서 활용도가 쓸 만했고, 모든 재능에서 다 쓸 수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던전에서 만날 수 있는 몬스터까지 그래픽이 개선이 된 편이고, 테스트 서버라서 그런지 가장 고난도 던전도 어렵지 않게 솔로 플레이로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마련됐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전투의 성향과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이런 느낌이다”라고만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긴 합니다.

마비노기
그래도 전투 이펙트가 심심한 편은 아니긴 했습니다. ©NEXON

추가로 몬스터의 어그로가 누구한테 끌렸는지 타겟팅을 하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돼서, 파티 플레이에서 꽤 유용하게 사용할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몽환의 서큐버스도 쉬운 패턴으로만 구성되어 있던 편이고 나오의 부활도 있어서 패턴을 아예 몰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전투 난도는 판단이 안 됩니다.

스킬의 랭크 업 역시 일정 수련을 필요로 하는데, 수련치는 아무래도 테스트다 보니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AP를 사용해서 올리는 형태고요. 재능도 마찬가지로 체험해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던전 안에서 펫은 소환이 불가능하며, 윈드밀로 미믹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내 전투력에 따른 몬스터의 등급도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아이콘과 색 정도로 보여주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  여전한 ‘생활노기’, 나름대로 편의성은 챙기려고 한 것 같지만…?


마비노기
그럼 그렇지 채광노기가 어딜 가나...(2배속) ©NEXON

마비노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생활이고, 이터니티에서도 생활은 살짝 맛보기 정도로 체험이 가능합니다. 일단 거의 모든 생활 스킬은 1랭크로 주어집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고난도 던전을 가기 위해선 생활을 필수로 하고 제작을 해야 했으므로 하기 싫어도 좀 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 가지 채집류는 스킬 랭크가 올라가면 획득량과 획득 속도가 빨라지는 이점이 있었고, 제련과 방직 등의 재료 제작은 한 번에 만들거나 자동으로 여러 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가완성을 한 이후에 마감을 하는 방식까지 똑같지만, 마감 프로세스는 이번에 자동으로만 진행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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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의 스탯은 없고, 채집은 랭크를 올리면 좀 빨라지고 많이 얻는다 정도...©NEXON

전체적으로 생활과 관련해서 지루한 반복 플레이가 많은 구간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나름대로 편의 기능을 제공해서 최소화하려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생활로 인한 보너스 스탯은 없었는데, 생활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키트를 착용해야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뀐 가방 UI와 맞물리면서, 찾기가 좀 힘든 상태였습니다. 음영 처리를 다르게 했으면 좀 더 찾기 편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고요.

인벤토리 시스템도 바뀌어서 각 아이템이 한 칸만 차지합니다. 옛날 마비노기를 하신 분들이라면 인벤토리 안에 가방을 잔뜩 넣어 다니셨을 텐데, 이제는 그게 없어지고 무게가 생겼어요. 테스트에서 무게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보자마자 좀 크게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작 장비는 지금은 운에 맡겨야 하지만 등급별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높은 품질은 마스터 등급이고, 테스트 버전에서는 낮은 등급을 제작하더라도 토큰을 통해 교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완됐고요. 실제로 같은 아이템이더라도, 등급 간의 격차가 생각보다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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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은 일단 RGB값을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NEXON

염색 시스템도 간소하게 체험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필요한 색상을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RGB 값을 외우고 다니시는 밀레시안 분들이라면 바로 자신의 지향색을 입력하고 염색을 시도할 수 있었겠죠. 다만 5개 중 1개 혹은 최대로 많이 잡는 건 여전히 미니게임을 직접 하셔야 합니다. 테스트 버전에서는 실크나 금속 등 재질에 상관없이 천옷 파레트로 염색도 가능했죠.

생활 부분에서도 마비노기의 감성은 살리되, 나름대로 편의 기능을 도입해서 불편함을 좀 줄여보고자 하는 시도가 보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 생활 부분은 아마도 유저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간략하게 보여준 모습으로 가늠이 어렵겠지만, 다른 테스트에서는 많은 피드백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하나 더 여담을 해보자면, 시몬의 어깨 웨이브가 없어졌습니다.

🌱  20년 전 추억과 낭만, 앞으로 지켜봐야할 게임


마비노기
©NEXON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번 ‘알파’ 테스트는 전통적인 테스트에 가까웠습니다. 최근의 대부분의 게임들은 테스트가 프로모션의 성격으로 좀 변질된 면이 있습니다. 과거 알파-클로즈 베타-오픈 베타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는데, 마비노기 이터니티는 정말로 전통적인 알파 테스트에 가까운 개념이었다는 점에서, 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당장 2일차인 오늘도 어제 없던 것들이 몇 가지는 새로 생겼고, 수정되는 모습도 보였으며, 첫날부터 개발자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으로 유저들과 이야기하면서 개발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테스터들이 제공하는 의견과 플레이 데이터가 중요하겠죠. 이를 개발팀이 직접 확인하고, 개발의 방향성과 흐름을 다잡는 시기에 온 거겠죠.

마비노기
하루만에 다들 수다노기로 전환하니, 던바튼이 북적해졌습니다. ©NEXON

이 게임은 개인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마비노기를 생각하고, 그 감성을 살린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타이틀이라고 보는 시점과, 현 시점에 새로운 엔진으로 만든 완전 신작 게임으로 판단하는 시선이겠죠.

일단 후자의 시선으로 평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의 탄생 의도와 프로젝트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런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좀 어불성설이기도 하고요. 다만 최적화는 살짝 지금 테스트 버전에서도 아쉽긴 합니다. 9800X3D, 4080s, 32GB RAM 사양에 최고 사양 그래픽으로 4K 해상도로 플레이를 했을 때 크게 부담은 없지만, 60프레임 방어 자체는 살짝 안되는 느낌입니다.

반면에 전자라면 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제 개발팀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고 그걸 검증하는 테스트 빌드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순수하게 게임이 좋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테스트 빌드를 지금 시점에 이 정도의 볼륨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주 좋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보려는데 어때요?”하는 질문을 던진 거죠. 마비노기의 감성 자체는 잘 살아있지만, 현대적으로 시스템들을 재해석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유저들의 목소리와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게임은 낭만적인 시도를 하는 게임입니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복잡하고 오히려 안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밀레시안들이 바라는 그래픽 개선을 위해서, 새로운 엔진으로 그 감성과 플레이를 재현하겠다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일단 이번 알파 테스트는 마비노기의 감성 자체는 충분히 잘 살아있다고 느꼈고, 심지어 게임의 BGM까지 과거의 클래식 버전으로 만들 수 있어서 더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로 잘 마련했다고 봅니다.

이번 테스트를 바탕으로, 부디 마비노기 이터니티가 밀레시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프로젝트로 완성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