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게임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답변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불혹을 목전에 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이거 때문에 학사경고를 세 번이나 먹고 게임 기자가 되어버렸으니까. 비슷하게 많이 받은 질문으로 바꿔보자, 인생을 바꾼 게임이 아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인가?

당연히 '귀무자'다. 환마계 최강의 검사와의 세번에 걸친 결전, 그리고 아버지의 난입, "이놈새끼는 맨날 게임이나 하고"라는 일갈, 부서지는 듀얼쇼크, 절망한 나, 한 달 밀린 고간단테스와의 승부. 잊을 수 있을리가.

그렇게, 1편 2편을 박살내고 3편까지 야무지게 햝아먹었지만(신귀무자는 패스...), 소년이 중년이 되어버린 시점까지도 후속작의 소식은 없었다. '귀무자: 웨이 오브 더 소드(이하 검의 길)'이 등장하기 전 까지 말이다. 그런고로, 오늘 리뷰는 너무나 큰 애정과 감동, 그리고 집착이 담길 예정이다.

※ 본 기사에는 '귀무자: 검의 길'의 스토리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됩니다

귀무자: Way of the Sword Onimusha: Way of the Sword

'검극(劍劇)', 캡콤 액션의 고점이 여기에 있다


'귀무자'라는 게임의 플롯을 아주 짧고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지옥에는 한때 인류를 수호하는 '귀신'과 기괴한 악의 세력 '환마'가 있었으며, 귀신은 환마에게 밀려 멸망했다. 환마는 현세의 권력자를 꼬드겨 계속해서 현세를 침공하려 하고, 이를 귀신이 멸망하기 전 남긴 완갑의 선택을 받은 무사, '귀무자'가 막아낸다는 이야기다. 이게 이전 귀무자 시리즈의 기본적인 흐름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모두 주인공의 칼 끝에서 이뤄진다. 1,3편의 주인공인 '아케치 사마노스케', 그리고 2편의 주인공인 '야규 쥬베이' 모두 검의 달인이며, 게임 내에 등장하는 온갖 환마들을 검 한 자루로 죄다 토막낸다. 채찍과 총으로 일섬을 쓰는 장 르노같은 서양 전사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검극', 검으로 벌이는 활극이라는 용어가 곧 귀무자라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귀무자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하겠다는 개발진의 각오처럼, 이번 작품은 정말 개발진의 혼이 담긴 검술 액션이 담겨 있다.

귀무자: Way of the Sword Onimusha: Way of the Sword
칼과 칼을 맞대는 싸움 ©INVEN

액션 게임의 기본은 숙련, 그리고 대응이다. 기술의 효과와 활용처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숙련하고, 전투 중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게 액션 게임의 기본적인 합이다.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전투 기술, 그리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은 액션 게임의 금기다.

'귀무자: 검의 길'은 이 대원칙 아래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어 두었다. 기본이 되는 일반 공격과 강공격, 적의 방어를 뚫는 팔각성, 사용해야 하는 상황과 효능이 모두 다른 6종의 귀신 무기와 활까지 모든 기술들이 제각각 용도를 지니고 있다.

'대응'의 측면으로 가면 더 많아진다. '귀무자: 검의 길'에는 기본적인 방어와 회피 외에도 총 다섯 가지 반격 수단이 있다. 타이밍에 맞춰 방어를 누르면 발동하는 받아내기, 방어 중 적의 공격에 맞춰 추가 버튼을 누르는 튕겨내기, 간결한 움직임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간파 회피', 적의 잡기를 받아치는 '잡기 방어', 그리고 가장 쓰기 어렵지만, 그만큼 강력한 귀무자 시리즈의 아이덴티티 '일섬'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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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긴 어렵지만 쾌감은 최고인 '일섬'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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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공격도 일섬이 된다는 것... ©INVEN

재미있는 건, 이 모든 방어 기술들의 용처가 다르다. 받아내기는 적의 자세를 무너뜨려 빈틈을 만들고 피해량을 늘리는 '기염' 게이지를 주지만, 적의 무기 공격이 아니면 효과가 크지 않다. 간파 회피는 적의 빠른 체술 공격을 효과적으로 피하며, '간파 연참'을 쓸 수 있는 게이지를 주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리턴이 그리 크지 않다. '튕겨내기'는 적의 역동(체간과 같은 시스템)을 크게 깎아내고 원거리 공격을 되돌리지만 모든 패턴에 유효하진 않다. 잡기 방어는 잡기에만 발동된다. 그리고, '일섬'은 가장 강력하지만, 가장 쓰기 어려우며 실패 시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계산해 사용하는 건 언뜻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캡콤이 지금껏 만들어 온 수많은 액션 게임에서 쌓아 온 노하우가 빛나듯, 게임은 점진적으로 복잡해지며 게이머가 적응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며, 종래에는 모든 기술들을 물 흐르듯 사용할 수 있게 숙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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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무기도 적재적소에 써 줘야 한다 ©INVEN

여기에, '연출'이 더해진다. '귀무자: 검의 길'의 액션 연출은 훌륭한 수준을 넘어 초월적인 수준에 다다르는데, 단적으로 말하면 '비교를 할 수 있는 다른 게임'이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액션 게임이 있고, 각각의 게임에서 추구하는 액션의 방향도 모두 다르지만, 적어도 검을 다룬다는 개념 안에서 '귀무자: 검의 길'은 다른 모든 게임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퀄리티의 액션 연출을 보여준다. 적과 같은 공격을 나눴을 때의 수싸움, 무기와 무기가 부딪히면서 시작되는 불꽃 튀는 코등이 싸움, 적의 공격을 흘려내고 아군을 공격하게 만드는 반격 연출과 보스 전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기믹까지 흠 잡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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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GOAT 코등이 싸움 ©INVEN

이 모든 게 합쳐져 '재미'가 된다.

게임이 흥하고 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액션 게임'은 일단 기본적으로 액션, 즉 싸움 그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수없이 싸워야 하는 액션 게임에서 싸움이 곧 지루함이 된다면, 그만한 재앙이 없다. '귀무자: 검의 길'의 싸움은 너무나 즐겁다. 오죽하면, 이미 다 깨버리고 얻을 것 하나 없는 보스전 재전을 그냥 '재미있어서' 다시 하고 싶게 만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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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전의 연출과 대사 하나하나가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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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무나 훌륭하다 ©INVEN


얼굴로 말하는 주인공 '미야모토 무사시'


앞서 길게 설명한 '액션'이 게임의 골조라면, '귀무자: 검의 길'의 근육과 피부를 담당하는 부분이 있다.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와 그 주변 인물들이 바로 그 요소다. 캡콤은 이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주인공을 정말 무서울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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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수없이 보게 될 무사시의 '기본 표정' ©INVEN

게임 내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아직 젊은이이며,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교토 인근을 돌아다니는 떠돌이 무사다. 오로지 검을 통해 강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검의 길'을 따르는 그는 느닷없이 환마 무리와 마주쳐 죽음을 맞이한 후, 귀신의 완갑을 얻고 두 번째 기회를 얻으며 게임이 시작된다.

캡콤이 그려낸 '미야모토 무사시'는 정말 싸움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존 스노우보다도 무식하다. 사람을 돌보거나 밥을 하는 법도 모르며, 하다 못해 배를 움직이려면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역사도 당연히 모르기에 완갑 속 귀신이 본명을 밝힐 때나, 절에 머무는 작가가 본인의 이름을 말할 때, 최종 보스의 정체가 밝혀질 때도 남들은 다 놀라는데 혼자만 '그게 누군데?' 하고 벙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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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는 걸 모르는 무사시 ©INVEN

하지만, 싸움에 있어서는 정말 귀신(비유적 표현)이 따로 없으며, 절대 적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힘에 대한 철학도 나름 확고하다.

이 뚜렷한 성격을 캡콤은 게임 내에서 정말 여과 없이 보여준다. 수틀리면 곧장 욕부터 뱉고 보지만, 사람은 잘 죽이지 않고 승부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 매사에 건성인 것 같고 투덜거리면서도 해야 할 일은 하는 모습, 강자와의 대결에 앞서 흥분하는 모습, 당황을 숨기지 않고 환마의 패악질에 진심으로 분노하는 모습, 퉁명스럽게 대했으나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이들과 이별하면서 비통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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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틀리면 일단 욕부터 나가지만 ©INVEN

이렇듯, 게임은 비교적 초월적 존재인 '귀신'과 '환마'라는 배경 사이에서 언뜻 가볍게 다뤄지기 쉬운 '주인공의 인간성'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이 연출 덕분에 게임은 굉장한 몰입감과 설득력을 지닌다.

명백히 게임은 사건이 먼저 다가오고, 무사시가 그에 행동하는 '스토리 드리븐' 게임이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무사시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라는 감정이 든다. 다소 귀찮게 다가오는 서브퀘스트를 남김 없이 깨면서도, 무사시라면 투덜대면서도 사람들 부탁은 다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행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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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INVEN

그런가 하면, 무사시 주변의 인물들도 단순히 특정 역할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사시와 함께 극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 된다. 환마들에게 동료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지만 그만한 힘은 갖지 못한 '이즈모노 오쿠니', 무사시의 완갑에 깃들어 그의 행보를 돕고, 조언을 건네는 '시즈카 고젠' 모두 입체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쁨과 슬픔, 분노를 쏟아낸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게임 내에서 구현된 이 모든 감정 연출의 근간이 '인물의 표정'에 있다는 것이다.

'귀무자: 검의 길'은 수도 없이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이 상황에서 각 인물들은 다소 과장되어 보일 정도로 격하게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며, 이 격정적인 연출은 곧 게임의 또 다른 플레이 동력이 된다. 너무도 노골적이기에 인물들의 감정은 여과 없이 게이머에게 전달되며, 게이머 또한 그 상황에 공감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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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노한 시즈카 ©INVEN

그리고 여기에 앞서 말한 '액션'이 만난다. 적과 대립하기 전 쌓이는 연출을 통한 감정의 빌드업은 플레이어의 감정에도 그대로 묻어 이어지는 전투로 펼쳐지며, 보스전의 플레이 동력이 된다. 일부 보스들은 꽤나 유쾌하게 싸움을 걸어오고, 정말 단순히 '강함'을 겨루기 위해 무사시 앞에 등장하는데, 이 경우 플레이어의 마음도 가볍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도 이들과의 전투는 유쾌하게 이어지며, 반대로 감정적 빌드업이 강한 보스는 보다 처절하고 진득한 보스전이 된다.

교토는 오늘도 흐림



'귀무자: 검의 길'을 이루는 두 핵심 축인 '액션', 그리고 '인물 묘사'를 보았으니, 이제 다른 부분을 살펴볼 차례다. '귀무자: 검의 길'이 이전의 귀무자 시리즈와 다른 가장 큰 부분은 '레벨 디자인'인데, 일단 이전의 귀무자는 적을 베고 앞으로 전진하는 선형적이면서도 아케이드적인 요소를 갖춘 게임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러 공간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 '교토 동부'라는 오픈 월드가 끼어 있다.

그리고 이 '교토 동부'는, 이 게임에서 드물게 아쉬운 부분이다. 교토 동부에는 '타생지연'과 '교토기담'이라는 이름의 여러 서브 퀘스트가 존재하고, 다양한 제작 및 업그레이드 재료들이 등장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교토 동부의 활동은 사실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점점 강해지는 적들의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새로운 기술 습득은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고, 선형적 진행 구간에서만 얻는 재료만으로는 이 필요량을 따라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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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 정도 크기 ©INVEN

문제는, 이 '교토 동부'가 모순적이게도 좁으면서 쓸데없이 넓다.

오픈월드 치고는 정말 좁다. 하지만, 무사시가 두 발로 뛰어다닌다는 걸 생각하면 이동하기가 정말 귀찮다. 곳곳에 '파마경'이 있어 이 파마경을 기준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긴 하지만, 파마경이 없는 곳에 서브퀘스트가 있으면 이를 악물고 뛰어서 돌아와야 한다.

오픈 월드 곳곳에서 이뤄지는 전투는 전투 자체가 재미있는 만큼 못할 게 없지만, 적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게임은 또 아니다 보니 늘 비슷비슷한 전투가 펼쳐진다. 나중에 가면 기술 세 개로 쓱쓱 쓸어버리고 갈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곳곳에 숨겨진 보물이나 퀘스트 지역 등은 좀 요상할 정도로 길이 복잡한 경우도 있다 보니 길 찾기 자체가 벽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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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신기한데 보다 보면 좀 지겨운 시키부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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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는 그나마 귀엽다 ©INVEN

이 오픈월드의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좀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업그레이드를 안 할 수도 없으니 같은 지역을 계속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업그레이드'다소 심심하다. 역석이나 귀석을 활용하는 '기술 업그레이드'는 새로운 기능이 계속 열리기에 즐겁게 느껴지지만, 의복과 무기, 귀갑은 정말 단순히 수치만 오른다. 거의 40단계에 이르는 업그레이드를 하면서도 외형적 변화나 새로운 기능은 커녕 공격력 3%, 체력 20 정도의 수치 변화만 있을 뿐이다. 후반부 적을 상대하려면 안 할 수는 없지만, 기술 업그레이드의 일부를 여기에 넣거나, 외형적인 어떤 변화를 주었다면 업그레이드에 좀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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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재미없는 업그레이드 ©INVEN

또 하나,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본작의 메인 빌런이자 최종 보스인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의 조형이다. 작중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는 귀신 일족을 죄다 몰살시키고 환마계를 손에 얻은 상태로, 지옥문을 열기 위해 혼을 모으고 있다. 타락하기 이전에는 전대 귀무자였다는 설정인데, 이 인물이 왜 타락했고, 왜 악당이 되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없다.

애초에 인성이 별로였다는 역사적 고증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조금 부족한 부분. 게임 중에서도 요시츠네는 본인이 왜 그렇게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빨갛게'를 외치며 춤만 추며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최종 보스인 만큼 보스전에서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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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빨간색 좋아 중년... 사상이 의심된다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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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너무 좋아!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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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니 그냥 정신이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INVEN


무사시, 그리고 게이머가 함께 걷는 '검의 길'


정리하자면, '귀무자: 검의 길'은 비교할 곳이 없는 액션, 그리고 매력적인 인물과 감정 묘사라는 두 마리 말이 끌고 달리는 쌍두마차다.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왕도적인 클리셰를 따름에도 잘 깎아낸 인물상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동기 부여가 게이머의 등을 떠밀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싸움' 그 자체의 굉장한 재미가 속도를 붙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의 길'이라는 부제의 의미도 살아난다.

작품 내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계속해서 '검의 길'을 걷고자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하는 '검의 길'은 힘의 증명, 곧 이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수단은 다소 경직되어 있다. 무사시가 생각하는 '힘의 증명'은 스스로의 강함과 검 한 자루로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넘기는 길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손에 넣게 된 '귀신의 힘'을 좋아하지 않으며, 완갑을 벗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를 때는 칼을 써 가면서 완갑을 벗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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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면 그만이지만 검과 내 몸만 써야해 ©INVEN

하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조금씩 성장하고, 검의 길도 조금씩 달라진다. 귀신의 힘이 스스로 원한 힘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원했던 힘이라는 것, 그리고 함께 하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 그 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이기면 그만이라는 최초의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빌려서라도 동시에 이 힘이 스스로의 힘이 아닌, 그저 잠시 맡아두고 있는 빌려온 힘이라는 것도 명확하게 구분한다.

반면, 주인공의 라이벌 포지션이자 게임 중 수차례 맞이하게 되는 '사사키 간류'는 똑같이 완갑을 손에 넣었음에도 힘 그 자체에 집착해 선을 넘어 버린다. 이 두 인물의 대립을 통해, 게임은 '힘'을 수단으로 보는 견해와 목적으로 보는 견해를 구분한다.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잠시 맡아둔 힘을 쓰는 무사시는 결국 완갑을 벗고 자유를 되찾으며, 힘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둔 간류는 온몸이 찢어지면서도 완갑과 혼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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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거친 친구다 ©INVEN

서사적 측면에서 '검의 길'은 달라진다. 최초의 무사시는 순수한 인간의 육체와 검 한 자루만을 사용하는 것이 검의 길이라 보지만 귀신의 힘이 누구에게는 필요하지만 없는 힘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이를 받아들인다. 두 자루 검을 쓰는 '이천일류'의 창시자로 유명한 무사시이지만, 게임 내에서 무사시는 보통 한 자루의 검만을 쓴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마지막 적의 숨을 끊을 때가 되어서야 무사시는 자신의 모든 힘과 귀신의 힘까지 끌어내 두 자루 검을 쥐고 요시츠네를 벤다.

이천일류를 50세가 다 되어 창시했다는 고증도 있겠지만, 의미를 되새겨 보면 환마와의 거대한 싸움을 끝낸 무사시가 빌려온 힘이 아닌 자신이 고수하던 검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다. 이후, 무사시는 무너지는 환마의 성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영혼을 흡수하고 마침내 완갑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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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상징을 들고 승리하는 무사시 ©INVEN

게임적 관점에서, 게이머는 수많은 기술을 배우지만, 결국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와의 검투다. 수없이 베이고, 베면서 게이머는 캡콤식 액션이 늘 그러하듯 계속해서 실력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일섬을 쓰는 본인을 보게 된다. 무사시는 검의 길에서 잠시 벗어나 귀신의 길을 걷다 검의 길로 돌아오지만, 게이머는 수많은 공방과 격전을 겪으며 자신만의 '검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다. 무사시가 그렇게 느끼듯 말이다.

귀무자: Way of the Sword Onimusha: Way of the Sword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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