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 파티에 합류하는 등 이제는 '믿고 사는 게임사' 대열에 합류한 인섬니악 게임즈가 신작 '마블 울버린'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1년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마블 울버린'은 게이머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연타석 홈런을 친 인섬니악 게임즈의 신작이라는 점부터 클로를 빼드는 로건의 시니컬한 태도, 그리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비주얼까지. 짧은 티저였지만 게이머들을 빠져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후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이었던 '마블 울버린'은 2025년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를 공개하면서 마침내 게임에 대한 베일을 벗었다. 그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원작 만화 속 로건이 그대로 뛰쳐나온 듯한 외모는 물론, 클로로 적을 찢어발기는 유혈낭자한 액션까지 게이머들이 바라던 로건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마블 울버린'이건만, 직접 플레이해본 감상은 여러모로 미묘했다. 비주얼은 나무랄 데 없고 액션도 분명 화끈하다.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플레이를 이어가다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분명 잘 만든 게임인데, 생각보다 너무 무난했다. 기대했던 만큼의 무언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오히려 이런 무난함이 낯설게 느껴졌다. 언제나 소니의 든든한 소방수 역할을 해온 인섬니악 게임즈의 신작 '마블 울버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액션을 더욱 가까이에서, 밀도 높게


'마블 울버린'의 전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잠시 인섬니악 게임즈의 전작인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떠올려보자.

게임 속 스파이더맨은 자유로웠다. 도심을 돌아다닐 때는 웹스윙으로 자유롭게 빌딩숲을 누비며 제집 앞마당처럼 돌아다녔다. 이러한 자유로움은 전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분명 기본적인 전투는 적에게 가까이 붙어 주먹질을 하는 근접전을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거리를 벌린 채 싸우거나 아예 땅에 발을 붙이지 않고 전투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벌처 보스전의 경우에는 사실상 공중전으로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여기에 아크로바틱하게 사방을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전투 스타일에 맞춘 시점 설계도 빼놓을 수 없다. 캐릭터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를 제법 벌려 한눈에 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철저하게 근접전 위주로 흘러가는 '마블 울버린'의 전투 ©INVEN

그렇기에 처음 '마블 울버린'을 플레이하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파이더맨과 비교하면 움직임에서부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적을 향해 십수 미터를 뛰어들거나 클로를 벽 등에 박아 넣고 오르는 등 뮤턴트로서의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딱 그 정도다. 땅과 공중을 자유롭게 누비는 스파이더맨과 비교하면 로건은 결국 지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에 더해 공중 콤보와 웹슈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던 스파이더맨과 달리, 로건의 무기는 양손의 클로뿐이다. 자연스럽게 전투도 근접 공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해금하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전투의 기본적인 형태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에 특화된 스킬부터 주변의 다수의 적을 공격하는 스킬까지 여러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결국 근접전이라는 틀 안에 머문다. 스파이더맨과 비교하면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움직임과 선택지가 제한적인 만큼, 처음에는 이러한 전투 디자인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너무 가까운 카메라는 자칫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INVEN

카메라 구도는 이런 감각을 더욱 부채질한다. '마블 울버린'의 카메라는 여타 액션 게임과 비교해도 캐릭터와 상당히 가깝다. 몇몇 연출이나 전투 상황에서는 로건의 등 뒤에 거의 붙어 있는 듯한 거리감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꽤나 갑갑하게 느껴지는 구도인데, 실제 플레이에서도 그 답답함이 체감된다. 특히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이면 시야가 제한돼 한눈에 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다만 이러한 근접전 중심의 전투 메커니즘과 카메라 구도, 즉 이 '갑갑함'을 단순히 불편한 요소로 받아들이기보다 '마블 울버린'이 의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각도 사뭇 달라진다.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역시 몰입감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캐릭터와 거리가 떨어질수록 실제 몰입감 역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많은 호러 게임이 캐릭터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리를 좁힐수록 몰입감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거리를 좁힌 1인칭 시점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공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유혈이 낭자한 '마블 울버린'의 액션은 화끈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IN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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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게이지를 3단계까지 채우면 말 그대로 한마리의 짐승처럼 변할 정도 ©INVEN

'마블 울버린'이 전투를 근접전 위주로 설계하고 카메라와 로건의 거리를 좁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대한 플레이어가 로건에게 몰입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투 시스템과 카메라 역시 각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엇보다 적을 베고, 찢고, 가르는 유혈낭자한 액션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로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만큼 공격의 위력과 타격감도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전투에 몰입한 로건의 분노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액션을 보여주는 덕분에 단순히 로건을 조작한다는 것을 넘어, 마치 그가 되어 싸우는 듯한 감각까지 안겨주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단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도된 디자인이라고 해도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안 그래도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일부 적은 원거리 공격까지 해오는 상황에서 일일이 공격을 패링하고 피하면서 적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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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가깝다는 건 적의 공격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NVEN

더욱이 로건은 무적이 아니다. 설정상으로는 불사신에 가까운 힐링 팩터 능력을 지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설정상의 이야기다. 게임에서는 당연히 죽을 수 있고, 적의 공격에 맞으면 모션이 끊기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연속 공격을 그대로 맞고 쓰러질 수도 있는 만큼, 전투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는 별개로, 불편한 건 결국 불편한 법이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전투의 흐름 자체가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체로 비슷하게 이어진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블 울버린'의 전투는 처음 접했을 때 상당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적의 공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수단도 마련돼 있어 단순히 적을 향해 클로를 휘두르는 게 전부인 게임도 아니다. 적의 근접 공격을 패링하면 빈틈이 생기고, 이때를 노려 강력한 일격을 먹일 수 있다. 적의 가드는 발차기로 무너뜨릴 수 있으며, 발차기를 활용해 적을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거나 주변 오브젝트를 이용해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거리 공격을 상대로는 가드가 아닌 회피가 요구되는 등 나름대로 대응법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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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공격을 패링하고, 원거리 공격은 피하고, 가드는 발차기로 부수고, 이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INVEN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처음부터 후반부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스토리를 진행하고 레벨을 올리면서 새로운 스킬이 하나둘 해금되고, 버튼을 눌러 발동하는 스킬부터 일종의 커맨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킬까지 선택지도 점차 늘어난다. 새로운 스킬을 얻는 과정 자체는 분명 반갑지만, 실제 전투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전투의 기본적인 흐름이 달라지지 않는 데다, 새롭게 얻은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나 기존 전투 방식을 뒤흔들 만한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의 호쾌한 경험이, 감각이 후반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전투에서 느꼈던 강렬함이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되기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패턴의 반복으로 변해버린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처음에는 그렇게 시원했던 로건의 액션이 조금씩 지겹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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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N


괜찮았던 연출, 단조로운 스토리와 콘텐츠


전투와 카메라 구도가 이처럼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엇갈린다면, 게임을 이어가게 만드는 또 다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와 콘텐츠는 솔직히 말해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연출적인 부분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성우들의 열연은 물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연출 요소 역시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대표적으로 너새니얼을 들 수 있다. 마블 코믹스에 익숙하다면 본명보다는 미스터 시니스터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캐릭터다. 다만 작중 등장하는 너새니얼은 정작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빌런으로서의 미스터 시니스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초반에는 뮤턴트를 위해 헌신하는 프로페서 X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원작의 미스터 시니스터를 생각하면 꽤나 흥미로운 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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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은 뮤턴트의 구원자에서 ©INVEN

게임을 시작한 직후, 모종의 이유로 기억을 잃고 거의 짐승처럼 변해버린 로건을 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특히 등 뒤로 내리쬐는 태양이 후광처럼 비치는 모습은 얼핏 너새니얼을 뮤턴트들의 구원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묘사는 오래가지 않는다. 붙잡힌 너새니얼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피부는 창백하게 변하고, 심지어 눈동자마저 붉게 물든다. 여전히 뮤턴트를 위해 헌신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지만, 이러한 외형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꿔놓는다. 뮤턴트의 구원자였던 그가 순식간에 뮤턴트의 복수자로 변모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결국 인상적인 부분이 이런 연출에 그친다는 데 있다. 연출이 좋다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연출만으로 스토리까지 흥미롭게 만들 수는 없다. 이야기를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없던 재미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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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뮤턴트의 갈등, '마블 울버린'도 여기서 시작한다 ©INVEN

'마블 울버린'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분명 괜찮은 재료는 많았다. 엑스맨을 통해 지겹도록 소비됐지만 여전히 먹히는 인간과 뮤턴트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소재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더 파고든다면 인간과 뮤턴트의 갈등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뮤턴트 내부에서도 인간과의 공존을 택하는 쪽과 인간을 배척하는 쪽의 갈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박해받는 존재로 묘사되는 뮤턴트를 뒤틀어, 평범한 인간들이 이들을 박해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전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 그동안 코믹스나 영화 등을 통해 적으로 등장했던 세이버투스, 미스틱, 그리고 미스터 시니스터가 동료로 등장한다는 점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설정만 놓고 보면 '마블 울버린'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기대하게 만들 만한 요소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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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마블 울버린'을 기대한 게이머들의 생각 역시 이렇지 않았을까 ©INVEN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마블 울버린'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단조롭게 흘러간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일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갈등만 해도 인간과 뮤턴트의 대립부터 팀 X 동료들 사이의 갈등, 각자가 품고 있는 정의관의 충돌까지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낼 여지는 많았다.

문제는 이처럼 흥미로운 갈등과 설정을 '마블 울버린'이 단순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스토리에 깊이를 더하고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 만한 주제가 곳곳에 마련돼 있음에도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결국 이야기는 익히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와 갈등이 지닌 잠재력 역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셈이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오메가 레드가 배신한 이유: 가족 같았던 팀 X가 '고작' 다른 뮤턴트 생명력 빨아먹는 거 보고 쫓아내서 ©INVEN

더 심각한 건 뻔한 스토리와는 별개로 일부 대사의 전달력은 물론, 캐릭터들의 행동 동기 역시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사가 단순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대화가 한창 난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적들을 찢어발기는 와중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까지 듣고 있자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문제는 작중 캐릭터들이 갈등을 빚게 된 이유를 들여다볼 때 그야말로 극에 달한다. 캐릭터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따라가다 보면 그 동기가 지나치게 단순해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었어?'라는 생각이 들거나, 때로는 '이게 무슨 소리야?' 싶을 정도다. 캐릭터 간의 갈등을 통해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정작 그 행동을 이끄는 동기가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으면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마저 떨어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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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의 비밀까지, 잘 살릴 수 있는 재료는 분명 많았다 ©INVEN

이러니 미션 기반의 선형적인 구조 역시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오픈월드와 비교했을 때 선형적인 구조가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밀도 높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플레이어가 정해진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스토리가 단조롭게 흘러가면서 선형적인 구조 특유의 강점마저 제대로 살리지 못한 모습이다.

여기에 게임 플레이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줄 콘텐츠 역시 여러모로 빈약하다. 기본적으로 '마블 울버린'에서는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전투를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필드를 돌아다니며 모을 수 있는 위스키나 의상 해금에 쓰이는 재료 상자 정도가 수집 요소의 전부인데,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찾아다닐 만한 동기를 주지는 못한다. 성장 연계형 도전 콘텐츠인 '악몽의 시련'이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1~2분 남짓한 짧은 스테이지에서 최대한 빠르게 출구까지 달려가거나 몰려드는 적을 처치하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미션 기반의 선형적인 구조인 만큼 소위 서브 퀘스트로 대표되는 다양한 콘텐츠가 부족할 수밖에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픈월드처럼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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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전도 적을 뿐더러 피통만 많다 ©INVEN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보스라도 많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애초에 선형적인 구조인데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쉴 새 없이 도륙하는 것이 '마블 울버린'이 추구하는 액션인 만큼, 다채로운 적과 보스가 등장해 싸우는 맛이라도 제대로 살렸다면 이런 아쉬움도 어느 정도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이른바 체력 게이지가 별도로 표시되는 보스전이라고 할 만한 전투는 고작 서너 번 정도에 그친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전면에 내세운 액션의 강점마저 충분히 살리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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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작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옆머리를 포마드로 정리하니 훨씬 보기 좋긴 하다 ©INVEN

'마블 울버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대급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수작에 머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비주얼과 연출, 캐릭터 디자인은 분명 좋았다. 물론 로건의 경우 특유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라든가 머리카락과 구레나룻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다소 원숭이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에 가깝다. 헤어스타일 등이 달라지는 일부 의상에서는 꽤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카메라 거리부터 전투 시스템, 그리고 선형적인 구조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액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게임을 목표로 했음에도, 막상 플레이해보면 그 의도가 그리 강하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물론 초반 몇 시간 동안에는 화끈한 액션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진다. 액션에 깊이를 더하기보다는 기존 전투의 옆으로 살짝 확장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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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특유의 손맛과 화끈한 연출만큼은 분명하다. 내가 이 게임을 아쉽다고 평가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기대한 것보다 못했다는 것이지, 말도 안 될 정도로 실망스러운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재미있고 완성도 역시 갖췄다. 다만 그만큼의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결국 '마블 울버린'은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까지는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게임의 완성도를 낮게 평가할 생각은 없다. 분명 잘 만든 부분이 많고, 플레이하는 동안 재미를 느끼는 순간도 적지 않다. 다만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던 만큼, 결국 남는 인상은 '잘 만든 게임'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제법 괜찮은 액션 게임.
그저 그뿐이다.

마블 울버린 Marvel’s Wolve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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