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Studio Surgical Scalpels

SF 슈터 '바운더리' 개발사 서지컬 스칼펠의 신작 슈터는 류츠신의 SF 소설 '유랑지구'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정식 명칭은 '유랑지구: 라스트 풀 문(The Wandering Earth: The Last Full Moon)'이다.

'유랑지구: 라스트 풀 문'은 선형 내러티브를 따라 진행하는 싱글플레이 3인칭 슈터다. 하드 SF와 전쟁을 주요 테마로 삼았으며, 서지컬 스칼펠이 게임의 설정과 개발을 담당하고 IP 홀더 '스태리 돔(Starry Dome)'이 퍼블리셔로 참여한다.

특히 이 게임은 영화 '유랑지구' 시리즈가 아니라 류츠신이 집필한 원작 소설을 직접 라이선스해 개발 중이다. 류츠신 역시 감수자로 참여해 개발 과정에서 주요 콘텐츠를 직접 확인하고 조언한다.

게임의 배경은 원작 '유랑지구'의 초기 시점인 '브레이킹 에라(Braking Era)'다. 인류는 미래에 닥칠 태양의 재앙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지구에 1만2,000기의 행성 엔진을 건설하고 약 2,500년에 걸쳐 지구 자체를 태양계 밖으로 이동시키는 '유랑지구 계획'을 시작한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저게 다 지구를 옮기는 행성 엔진이다 ©Studio Surgical Scalpels

이 거대한 계획의 첫 단계가 지구의 자전을 멈추는 브레이킹 에라다. 하지만 지구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문제가 남는다. 바로 달이다. 인류는 달을 지구의 영향권 밖으로 밀어내야 했고 '유랑지구: 라스트 풀 문'은 원작에서 비교적 짧게 다뤄졌던 이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게임의 시점은 브레이킹 에라 46년, 달을 지구 궤도에서 밀어내기 위한 계획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때다. 주인공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로, 달 인근에서 발생한 의문의 습격에 휘말리면서 사건의 중심에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생존 방식을 두고 약 300년간 이어진 '지구파'와 '우주선파'의 갈등도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제목에 포함된 '라스트 풀 문'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우선 달은 게임의 핵심 무대이며, '보름달'은 달을 밀어내는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작업 시점을 의미한다. 동시에 중국 문화에서 보름달은 재회와 완전함을 상징한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게임플레이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살리도록 설계됐다. 슈팅이 기본이지만 개발진은 전통적인 3인칭 슈터의 틀에만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적인 총기와 각종 장비, 우주용 탈것과 로봇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저중력과 무중력 등 우주 환경 자체도 플레이의 일부로 구현한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더욱 몰입감 있는 슈터 경험을 위해 다중 초점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Studio Surgical Scalpels

그중 하나가 개발 중인 '다중 조준점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슈터에서는 화면 중앙과 조준점,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이 대부분 하나로 묶여 있지만, '원더링 어스: 라스트 풀 문'에서는 이를 분리해 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려 한다.

외골격 형태의 로봇 팔도 주요 장비 중 하나다. 퍼즐을 해결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들기 어려운 물체나 무기를 다루는 등 기존 슈팅 경험을 확장하는 데 활용된다. 전투 이외에도 환경과 상호작용하거나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비전투 구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개발진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히 다른 게임과 달라 보이기 위한 장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드 SF라는 장르적 특성을 유지하되 조작 자체가 어려운 게임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며, 플레이어가 처음 조작하는 순간부터 손에 잡히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현재 개발 단계와 전작 '바운더리'와의 관계, 원작 이야기의 확장 범위, 류츠신과의 협업 과정 등을 물었다.


2024년부터 프로젝트를 논의했고 올해부터 개발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현재 어느 정도 단계인가?

= '유랑지구'처럼 중요한 IP인 만큼 협업을 시작하기 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2024년부터 곧바로 게임을 개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4년 당시에는 스태리돔 측에서 '유랑지구' 게임을 개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고, 이후 우리가 제안과 계획, 여러 아이디어를 전달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콘셉트를 만들고 일부 테스트도 진행했지만, 당시의 작업은 양측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 지난해 말쯤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고, 상업적·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정식 프로젝트로 출발한 시점은 올해 3월 정도다.

그래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것은 사실이다. 당장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존 프로젝트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기본적인 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는 버전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공포 요소를 제외한 '데드 스페이스'와 비슷한 방향으로도 보인다. 액션과 퍼즐을 함께 즐기는 게임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요소는 있다. 3인칭 슈터이고, 우주를 배경으로 하며,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데드 스페이스'가 우리가 직접적인 기준점으로 삼거나 참고한 작품은 아니다.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일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도다.


서지컬 스칼펠의 전작 '바운더리' 역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슈터였다. 두 작품 사이에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까?

= 설정이나 IP 자체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다만 우리가 '바운더리'를 개발하며 축적한 우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바운더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운더리'가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라는 소재는 우리가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은 분야다. 서지컬 스칼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가진 '슈팅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우주든 군사 장비든, 그 경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라면 계속 시도하고 싶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서지컬 스칼펠의 전작 바운더리(Boundary) ©Studio Surgical Scalpels

원작에서는 달을 지구에서 밀어내는 사건이 비교적 짧게 등장한다. 게임은 원작을 확장하는 작품인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인가?

= 원작 세계관 안에 있는 특정 사건을 잘라내 확장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달을 밀어내는 사건이다.

원작에서 구체적으로 설정된 부분은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를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조직이나 인물, 사건 등 많은 부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 기억하기로 원작 소설은 약 2만 3,000자 분량의 단편이다. 거대한 세계관을 압축해서 설명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를 게임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하다. 원작에서 아주 짧게 언급된 사건을 게임의 주된 이야기로 확장했다고 보면 된다.


거대한 구조물이나 각종 장비의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 어떤 아트 디렉션을 추구하고 있나?

= 우리만의 시각적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확실하게 '하드 SF'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SF처럼 보이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실제로 구현될 법한 디자인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면 행성 엔진이나 달의 엔진처럼 '유랑지구'를 대표하는 요소들이 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산업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차가운 공업적인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는 순간 '인류의 기술 수준이라면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판타지적으로 만들어진 미래 기술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지구를 옮기기 전, 달을 지구 영향권에서 탈출시키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 ©Studio Surgical Scalpels

멀티플레이 요소도 계획하고 있나?

= 현재 이 게임 자체에 멀티플레이를 넣을 계획은 없다. 향후 DLC 등을 통해 멀티플레이 요소를 추가할지에 대해서는 IP 홀더와 논의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정해진 내용은 없다.

우선은 싱글플레이 게임이라는 형태가 우리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은 경험을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로봇 팔이 달린 장비가 인상적이었다. 슈팅 파트를 희생시키면서 다양한 플레이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

= 로봇 팔의 존재가 슈팅을 약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슈팅은 게임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총을 쏘는 것만으로 구성된 싱글플레이 게임이 좋은 설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투 사이에는 비전투 임무나 환경을 활용하는 구간 등 여러 종류의 경험이 들어간다.

기계팔 역시 슈팅과 별개로 존재하는 장비가 아니라 슈팅 경험을 확장하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확장해 평범하게는 들 수 없는 장비나 무기를 다룰 수도 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재미를 느끼느냐다. 마우스 버튼이나 컨트롤러를 처음 눌렀을 때부터 '내가 원했던 조작이 이런 것이었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

= '유랑지구'는 2,500년에 걸친 계획을 다루는 세계다. 지금보다 수백 년 뒤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런 상상력을 이용해 예상하지 못한, 때로는 조금 장난스럽더라도 재미있는 경험을 계속 만들어내고 싶다. 다만 슈팅은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핵심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Studio Surgical Scalpels

앞서 다중 조준점 시스템을 소개했다.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지 설명해달라.

= 화면상으로는 두 개의 조준점이 보이고, 세 번째 요소는 조준점이라기보다 화면 또는 시점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1인칭 또는 3인칭 슈터는 대부분 조준점과 화면의 중심을 강하게 묶어 놓는다. 우리는 이 부분을 분리함으로써 캐릭터가 화면 안에서 조금 더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우주라는 배경도 중요하다. 저중력이나 무중력 환경에서는 관성과 질량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물리적인 느낌까지 조작과 연결하려 한다.

그렇다고 조작하기 불편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다. '하드 SF'를 표현한다고 해서 '하드코어한 조작'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대화를 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손에 든 마이크가 향하는 방향은 항상 같지 않다. 마이크 대신 총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내가 보고 있는 곳과 총구가 향하는 곳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 아직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부분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직접 플레이했을 때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자 류츠신과 '유랑지구' 게임 개발을 논의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말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나?

=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류츠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각색하는 데 굉장히 개방적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작품에 상당히 큰 변화가 생기는 것에도 열려 있었다.

그의 생각을 요약하면 '각색한 결과가 좋은 작품이라면 만족한다'는 것이었다.

=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굉장히 존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과 다른 사람이 전문성을 가진 영역의 경계를 명확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전문적인 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신중하지만, 한번 그 팀과 함께하기로 결정하면 그들의 전문성을 크게 신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IP 안에서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 결과 좋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구를 옮기는 스케일, 게임으로 탄생하는 ‘유랑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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