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말하는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제작의 모든 것
©Blizzard Entertainment

게임 업계에서 트레일러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잘 만든 트레일러는 단 몇 분짜리 영상만으로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게임사들이 작품의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일러에 그야말로 혼을 실은 듯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렇다고 실제 게임과의 괴리가 커서도 곤란하다. 자칫하면 '트레일러 사기'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과의 차이는 최대한 줄이면서도, 영상을 본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게임플레이 트레일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블리자드는 자타공인 트레일러 명가로 꼽힌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각종 확장팩은 물론 '오버워치', 최신작인 '디아블로4'에 이르기까지,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강렬한 트레일러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블리즈컨 2026에서는 이러한 블리자드의 트레일러 제작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트레일러크래프트(TrailerCraft)' 세션이 마련됐다. 블리자드 비디오 소속 프로젝트 디렉터와 게임 캡처 아티스트들은 실제 제작에 사용하는 툴과 작업 방식을 소개하며, 하나의 게임플레이 트레일러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했다.


게임처럼 보이면서도 게임보다 더 멋지게


블리자드가 말하는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제작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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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비디오는 약 50명의 아티스트로 구성된 조직이다.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를 비롯해 스트리밍, 콘솔, 소셜 미디어, 게임 내 영상 등 다양한 플랫폼과 용도에 맞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게임플레이 트레일러'와 일반적인 시네마틱 영상의 차이다.

사전에 제작된 3D 모델과 세트를 활용하는 렌더링 시네마틱이나 게임 내 컷씬과 달리,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는 기본적으로 실제 게임에 존재하는 에셋을 활용한다. 캐릭터와 환경, 애니메이션, 대사, 사운드 등 실제 게임에서 사용되는 요소를 가져와 이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결국 목표는 '게임처럼 보이고 게임처럼 느껴지면서도 실제 게임보다 더욱 인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처음 실행했을 때 마주하게 될 모습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짧은 영상 안에 작품의 매력과 특징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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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작업이 게임이 완성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리자드 비디오의 캡처 아티스트들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게임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회색 블록으로만 구성된 환경이나 임시 애니메이션, 미완성된 이펙트와 텍스처를 마주하는 일도 흔하다.

때문에 게임 캡처 아티스트에게는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지역과 캐릭터, 능력을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동시에 영화적인 관점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까지 찾아야 한다.

실제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카메라와 UI가 트레일러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전투 상황을 쉽게 파악하도록 돕는 카메라 대신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공격을 강조하는 시점이 필요할 수 있고, 게임플레이에 필요한 UI 역시 깔끔한 화면을 위해 제거해야 할 때가 있다.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내부 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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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블리자드는 다양한 내부 툴을 활용한다. 비행 및 고스트 모드부터 무적과 무한 자원, 캐릭터와 아이템을 자유롭게 불러오는 기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인 플레이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로 이동하거나 특정 상황을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다.

'하스스톤'에서는 마나와 카드를 원하는 대로 조절해 특정 상황을 재현할 수 있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원하는 캐릭터와 크리처를 특정 위치에 배치하고 스킨이나 장비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슬로 모션 기능 역시 유용하게 쓰인다. 아직 최적화가 끝나지 않은 개발 빌드에서 복잡한 전투 장면을 느린 속도로 촬영한 뒤, 편집 과정에서 원하는 속도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불안정한 개발 환경에서도 보다 정교한 액션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게임 내부를 직접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명이다. 플레이어가 장시간 게임을 즐기는 환경에서는 자연스러운 조명이 중요하지만, 트레일러에서는 특정 캐릭터를 배경에서 분리하거나 중요한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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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맵 에디터를 활용해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나 오브젝트를 만들기도 한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일부 트레일러에서는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레슬링 링이나 헬리콥터 같은 요소를 게임팀과 협업해 별도로 제작하고, 기존 에셋들을 조합해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없는 것을 만드는 능력'보다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가깝다. 실제 게임에 존재하는 에셋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고 필요한 요소만 새롭게 제작함으로써,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3명의 아티스트가 8시간 걸리던 장면을 한 명이


블리자드가 말하는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제작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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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캐릭터가 동시에 등장하는 '오버워치'에서는 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화면에 등장하는 영웅을 각각 별도의 캡처 아티스트가 조작했다. 한 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전체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했고, 실제로 2018년 '오버워치'의 한 6 대 6 장면에는 13명의 아티스트와 8시간이 소요됐다.

블리자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디션 엔티티(Audition Entity)'라는 툴을 개발했다. 한 명의 캡처 아티스트가 각 영웅의 행동을 순차적으로 녹화해 하나의 장면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첫 번째 영웅의 행동을 녹화한 뒤 두 번째 영웅이 그 움직임에 맞춰 행동하고, 다시 세 번째 영웅의 움직임을 추가하는 식으로 장면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면은 '시퀀서(Sequencer)'를 통해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진다. 캐릭터의 애니메이션부터 카메라 이동, 이펙트와 타이밍까지 조정할 수 있으며, 동일한 장면을 언제든 정확하게 다시 재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활용하면 실제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게임에 존재하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과 카메라 연출을 가져온 뒤 서로 다른 장면을 이어 붙이고, 캐릭터의 움직임과 카메라를 새롭게 조합하는 식이다. 게임에 이미 존재하는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액션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후반 작업을 위한 데이터 추출 역시 중요한 과정이다. 블리자드는 깊이 패스(Depth Pass) 등을 활용해 캐릭터와 배경을 분리하고, 피사계 심도나 각종 시각 효과를 추가한다. 이렇게 추출한 여러 레이어는 그래픽 팀의 작업을 거쳐 최종적인 트레일러 장면으로 완성된다.


러프한 스케치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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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서는 실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트레일러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공개됐다. 새로운 레이드 보스 울로텍을 거대한 괴수처럼 보여주기 위해 먼저 간단한 스케치에서 출발한 뒤, 적절한 배경과 카메라 움직임을 구성했다.

이후 장면이 비어 보인다는 피드백에 따라 주변에 적과 환경 요소를 추가하고, 여러 신체 부위로 구성된 울로텍을 각각 조작해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처럼 만들어냈다. 여러 애니메이션을 조합해 기존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을 구현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여러 개의 깊이 패스와 캐릭터 및 배경 레이어를 추출한 뒤 그래픽 팀의 후반 작업을 거쳐 최종 장면을 완성했다. 처음 공개된 러프한 스케치와 실제 트레일러에 사용된 장면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는데, 그만큼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수정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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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장면만큼 중요한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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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가 이날 강조한 또 하나의 요소는 '진정성'이다. 아무리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더라도 실제 게임과 지나치게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는 결국 플레이어가 실제로 경험하게 될 게임을 보여주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작업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강연에서는 트레일러에 실제 게임과 다른 무기나 장비가 등장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요소가 포함되면서 커뮤니티에서 각종 추측이 나온 사례를 농담 섞어 소개하기도 했다. 게임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수까지도 게이머들의 눈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셈이다.

결국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는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녹화 버튼을 누르는 작업과는 거리가 멀다. 개발 중인 게임을 직접 이해하고, 게임 내부의 다양한 요소를 원하는 대로 제어하며, 영화적인 시선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필요하다면 게임 자체를 수정하면서까지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끌어내기도 한다.

블리자드 비디오가 말하는 게임 캡처의 핵심은 게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게임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있다. 수많은 개발 툴과 캡처 기술,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감각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한다. 트레일러를 본 플레이어가 "저 게임을 직접 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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