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확장팩과 업데이트를 거치며 거대한 세계를 만들어왔다. 그만큼 지금의 WoW와 초창기 WoW 사이에는 게임의 구조부터 콘텐츠, 플레이 방식까지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클래식 서버가 과거의 특정 시점을 다시 경험하는 방법이었다면, 블리즈컨 2026에서 공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에버(World of Warcraft: Forever)'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포에버는 단순히 과거의 WoW를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04년 당시의 아제로스를 출발점으로 삼되, 당시의 게임이 다른 방향으로 계속 발전했다면 어떤 모습이 됐을지를 그려나간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텐츠와 이야기가 추가되고, 언데드 성기사와 드워프 주술사처럼 과거의 규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합도 등장한다. 익숙한 아제로스에서 출발하지만 기존 클래식과도, 현재 서비스 중인 WoW와도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블리즈컨 2026 현장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에버'의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나 레센데스와 만나 새로운 WoW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에버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부터 새로운 종족·직업 조합과 하이잘 산, 공격대와 그룹 찾기, 그리고 오랜 WoW 팬과 처음 아제로스를 찾는 플레이어를 어떻게 함께 품을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포에버'라는 이름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클래식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 '포에버'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아나 레센데스: 우리에게 '포에버'라는 이름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WoW라는 세계 자체가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세계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약속과도 같다.
동시에 2004년 당시의 WoW로 돌아가 그 시점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세계를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미 정해진 확장팩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세계를 기반으로 수평적으로 새로운 지역과 이야기,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좋아했던 당시 WoW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그 세계에서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에버'라는 이름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포에버에서 새롭게 등장한 종족 '스카이본'은 기존 WoW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다. 현재 WoW나 클래식과 연결되는 설정인가, 아니면 포에버만을 위해 만들어진 독자적인 요소인가?
아나 레센데스: 현재로서는 클래식이나 현재 서비스 중인 WoW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스카이본은 포에버를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으로서는 포에버에서만 등장할 예정이다.
물론 WoW의 여러 개발팀이 서로 완전히 단절된 채 일하는 것은 아니다. 팀끼리 서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보고 영감을 주고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카이본을 만들면서 사용했던 푸른색 계열의 색상 팔레트가 현재 WoW의 하우징 작업에 영감을 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WoW에 스카이본을 추가할 계획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일부 패키지나 수집 요소의 경우 현재 WoW와 포에버 양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탈것이나 수집품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클래식까지 확장하는 것은 앞으로 고려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스카이본이라는 존재 자체는 현재 포에버만을 위한 것이다.

포에버에는 언데드 성기사와 드워프 주술사처럼 기존 클래식에서는 선택할 수 없었던 종족과 직업 조합도 추가된다. 과거의 규칙을 바꾸면서까지 이런 조합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나 레센데스: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는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시 WoW에는 진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직업에 차이가 있었고, 그런 비대칭성이 게임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에버에서는 당시의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언데드 성기사나 드워프 주술사 같은 조합은 그런 방향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무작정 동일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가진 정체성이나 각각의 특징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과거의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포에버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떤 선택지가 플레이어들에게 더 재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보고 있다.

하이잘 산 역시 포에버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등장한다. 원래 클래식 WoW에도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당시에는 정식으로 완성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이런 장소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 설정과 현재 WoW의 설정 가운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나?
아나 레센데스: 우리가 내부에서 이야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비유 중 하나가 '발견된 사진(Found Photographs)'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찍힌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사진 속에는 당시 그 장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정보가 있지만, 사진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잘 산도 비슷하게 접근한다. 과거 WoW에 남아 있던 흔적과 당시 개발됐던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 완성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지금 존재하는 설정에 맞춰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기존 자료를 존중하면서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다. 필요하다면 창작적인 자유를 활용해 포에버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포에버가 기존 WoW의 역사를 그대로 다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에버의 이야기는 앞으로 현재 WoW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나?
아나 레센데스: 그럴 수 있다. 포에버는 2004년의 WoW를 출발점으로 하지만 이후의 역사를 반드시 기존 확장팩과 똑같이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당시의 세계를 바라보고 "이 시점에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에 존재했던 요소를 활용할 수도 있고, 당시에는 완성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도 있으며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설정을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기억하는 WoW의 세계와 분위기를 존중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기반 위에서 포에버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클래식 WoW에서 공격대는 게임의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였다. 포에버에서는 공격대 규모나 구성 방식에 변화가 있나?
아나 레센데스: 공격대는 10인과 20인 규모로 구성된다. 현재 WoW처럼 참여 인원에 따라 난이도나 규모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플렉스 방식은 지원하지 않는다. 정해진 인원으로 공격대를 구성하는 형태다.
포에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과 직접 관계를 만들고 함께 콘텐츠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격대 역시 단순히 시스템이 자동으로 사람들을 묶어주는 방식보다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사람을 찾고 그룹을 구성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WoW에서 사용하는 자동 그룹 찾기와 같은 기능도 포에버에서는 제한되는 것인가?
아나 레센데스: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대화하고 직접 그룹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WoW에서는 함께 던전이나 공격대를 갈 사람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플레이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만들었다.
물론 사람을 찾는 과정 자체가 지나치게 불편해져서는 안 된다. 플레이어가 필요한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은 제공할 수 있지만, 버튼 하나를 누르면 자동으로 그룹이 완성되고 곧바로 콘텐츠로 이동하는 형태와는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을 찾고 서로 이야기한 뒤 함께 모험을 떠나는 과정 자체가 포에버에서 우리가 되살리고 싶은 경험 중 하나다.

공격대가 등장한다면 커뮤니티에서는 자연스럽게 'Race to World First', 즉 세계 최초 처치 경쟁도 벌어질 것 같다. 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거나 별도의 경쟁 요소를 제공할 계획이 있나?
아나 레센데스: 공식적으로 지원할 계획은 없다. 다만 커뮤니티에서 최초 처치를 목표로 경쟁하는 사람들이 나와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공격대가 등장하면 누구보다 먼저 도전하고 공략하려는 플레이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새로운 공격대에 뛰어들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 역시 기대하고 있다.
포에버는 과거 WoW를 기억하는 이용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반면 WoW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신규 플레이어에게 2004년의 게임 디자인은 상당히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신규 이용자들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게임을 현대화할 계획인가?
아나 레센데스: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당시 WoW가 가지고 있던 경험을 유지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2004년에 존재했던 모든 불편함까지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편의 기능도 있고, 지금 처음 게임을 접하는 플레이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은 포에버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꿔도 되는지, 무엇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현대화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WoW가 특별했던 이유와 플레이어들이 기억하는 감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게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균형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WoW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포에버를 플레이했을 때 가장 먼저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나?
아나 레센데스: 무엇보다 '모험을 떠난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처음 세계에 들어왔을 때 모든 것이 이미 설명돼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답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바라보면서 직접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경험이다.
길을 가다가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를 발견하고,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만나 누군가와 함께하게 되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WoW를 오래 플레이한 사람에게는 과거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세계가 되고,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에게는 "이래서 사람들이 이 게임을 그렇게 오래 좋아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세계가 됐으면 한다. 그것이 포에버를 통해 만들고 싶은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