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K-콘텐츠산업협의회는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재정 위원장 주최로 'K-컬처 400조·K-콘텐츠 220조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창립총회에서 회칙을 제정하고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우승현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회장을 초대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2025년 5월 발족한 임의 협의체가 정식 조직으로 출범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참여하며, 협의회 사무국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맡는다. 게임·영화·드라마·음악·웹툰·출판·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전 장르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산업 전체의 목표를 함께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협의회가 공개한 'K-콘텐츠 220조 2030 비전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목표는 매출 220조 원, 수출 270억 달러, 종사자 75만 명, 기업 14만 6천 개다. 2025년 매출 161조 5천억 원에서 연평균 6.4%, 수출은 149억 1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12.6% 성장해야 도달하는 수치다. 매출 목표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K-컬처 400조'의 55%에 해당한다.
협의회는 현재의 정책 기조로는 이 목표에 이르기 어렵다는 진단을 함께 내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진 정책연구센터장이 지난 6월 국회에서 발표한 중장기 전망모형에 따르면, 현 수준의 정책과 예산이 유지될 경우 2030년 매출은 205조 9천억 원, 수출은 187억 달러에 그친다. 예산을 매년 10%씩 늘리는 가정에서도 매출 215조 3천억 원, 수출 191억 8천만 달러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이날 비전을 발제한 김승욱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담당전무는 "매년 10%씩 늘려도 못 간다는 것은 재정 투입 확대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해법은 지금 하는 사업의 확대가 아니라 프레임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세제·금융·법제 세 축의 전환을 제안하고 이를 6대 공통과제로 구체화했다.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전면 확대 ▲모태펀드 고도화 등 정책금융 확충 ▲콘텐츠산업 특성을 반영한 유연근로제 개선 ▲AI 전환 지원과 저작권 프레임워크 구축 ▲문화바우처를 2,7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는 수요 진작 ▲대통령 직속 K-콘텐츠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다.
게임업계와 가장 직접 맞닿는 항목은 제작비 세액공제다. 협의회는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2개국 이상이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25~40% 수준의 세액공제를 시행하는 반면, 한국은 공제 대상이 영상콘텐츠와 웹툰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자료 기준으로 게임은 콘텐츠 수출의 57.7%를 담당하지만 공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김 전무는 "경쟁국이 지원을 강화하는 동안, 음악도 출판도 게임도 지원 대상 밖에 있다"고 말했다.
유연근로제 개선도 게임업계 현안과 겹친다. 조영기 협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게임 개발직군의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게임 수출 세제 지원을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으로 꼽은 바 있다. 게임업계가 개별 업종 현안으로 제기해 온 세제와 근로시간 문제가 이번에는 콘텐츠 전 장르의 공통과제로 묶여 국회에 전달된 셈이다.

이재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각 협회가 가지고 있는 현안들이 공통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각자 고생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살아오기 바빠, 이뤄내기 바빠서 각자의 목소리로만 갇혀 있었던 것들이 이제 소통되면서 함께 뜻을 모으는 시간을 비로소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국회가 시작되고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여러분이 국회를 찾아 선포식을 하게 된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 역할에 대해 "듣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하지만 단순히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겠다"며 "그것들이 실질적으로 우리 산업의 역량이 되고 K-컬처의 기초가 돼 제대로 뿌리내리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국회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부족하지만 국회가 반보 뒤에서 따라가겠으니 여러분께서 먼저 이끌어 달라"고 덧붙였다.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내년도 예산의 국회 단계 증액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 차관은 "요즘 같은 예산 시기에 정부도 국회 단계에서 필요한 예산을 증액해 보려고 한다"며 "정부 예산안에서 22%가 늘어 올해 7조 8천억 원대에서 내년 9조 6천억 원대로 편성은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콘텐츠 업계의 갈급함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의회 출범을 두고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문체부에서만 봤는데 이런 모임이 없었다. 오늘 세 분 공동회장을 모시고 총회도 열고 정식 출범하셔서 굉장히 든든한 느낌"이라며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저희가 현장을 정말 모르는 부분이 있고, 현장에 계신 분들께 들으려고 계속 노력하지만 미진한 부분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화려한 K-콘텐츠의 이면에는 구조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같이 해소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은 9조 6,345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7조 8,555억 원보다 22.6% 늘었다. 다만 분야별로는 문화·예술이 44.6% 증가한 반면 콘텐츠는 9.5% 늘어난 1조 7,719억 원에 그친다. 협의회가 제시한 전망모형이 매년 10% 증액을 가정해도 목표에 닿지 못한다고 본 만큼, 재정 증액과 별개로 세제·금융·법제 설계를 요구한 이날 선언의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축사에 나선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문체위 여당 간사)은 "11개 단체가 각각 이해관계도 다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겠지만 한자리에 모여 협의회를 구성한 만큼, 국회에서도 입법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일과 예산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을 함께하겠다"며 "이 구호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전 발제에 이어 김태헌·조영기·우승현 공동대표 3인은 참석자와 함께 'K-컬처 400조·K-콘텐츠 220조 비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대외적 위상과 달리 산업의 성장은 3년 연속 2%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하고 "문제는 얼마를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며 제도와 정책의 재설계를 요청했다.
또 "인공지능 시대에 콘텐츠산업은 학습데이터의 권리자이자 새로운 제작 도구의 이용자"라며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대립하는 요구가 아니라 한 산업의 두 얼굴"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가승인통계를 기준으로 매년 상반기에 전년도 실적을 점검해 'K-콘텐츠 220조 이행 점검 보고서'를 협의회 명의로 공표하기로 했다. 조직은 사단법인 대신 회원 단체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네트워크형 협의체로 운영되며, 감사에는 김남희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이날 오전에는 이재정 위원장과 회원 협·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문체위원장 정책간담회도 열렸다. 2030 비전에 대한 국회 협력, 2027년도 콘텐츠 예산, AI 전환과 창작자 보호, 콘텐츠 세제지원 확대 등 4개 의제가 논의됐다. 협의회는 올해 하반기 콘텐츠산업 규제개혁 건의와 한중 콘텐츠산업 교류회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