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제 '컨트롤'의 두 번째 작품이 세상에 등장한다.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딱 7년 뒤. 후속작이 출시되는 데 걸린 시간과 동일하다. 이번 주인공은 신임 국장 제시 페이든이 아닌, 전작 완결 이후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딜런 페이든'이다.
주인공 설정에서도 알 수 있듯, '컨트롤 레조넌트'는 완전한 후속작이지만 전작과 여러모로 반대되는 특징을 가진다. 전작이 FBC의 본부 안을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그 바깥을 탐구하고, 국장 전용 무기인 '서비스 웨폰'이 총의 형태를 했던 것과 달리 딜런의 무기 '변형체'는 근접 무기의 형상을 취한다.
분명한 것은, 레메디가 약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이 게임에는 어떤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없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호일지, 불호일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을지라도.

7년 후, 올디스트 하우스 밖으로

전작이자 원작인 '컨트롤'과 마찬가지로, '컨트롤 레조넌트' 또한 과거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제시와 딜런 남매가 어린 시절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슬라이드 프로젝터가 있다. 2002년 메인주 오디너리에서 발생한 '오디너리 AWE(변성 세계 사건)'의 발단이 된 물건이다. 이날 남매가 찾은 프로젝터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고, 남매의 운명 또한 엇갈리게 됐다.
원작을 경험했다면 익히 알 수 있듯, 그날 이후 딜런은 10살의 나이에 올디스트 하우스에 감금당했고, 차기 국장 후보가 되기 위한 훈련과 실험을 강제로 받아야만 했다. 누나 제시가 딜런을 구출하기 위해 올디스트 하우스에 들어온 건 그로부터 17년 뒤, 그것이 원작 '컨트롤'의 시점이다.

딜런이 어쩌다 이후 7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는지는 원작을 플레이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딜런은 '히스'라는 나쁜 존재에게 잠식당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새로 FBC의 국장으로 취직한 누나가 히스를 혼내줬고, 그 이후 딜런은 쭉 혼수상태였다. 이 정도만 알아도 후속작을 플레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컨트롤 레조넌트'가 시작하는 시점은 곧 주인공 딜런이 7년 동안 계속된 혼수상태에서 눈을 뜬 시점이다.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며 올디스트 하우스의 봉쇄가 풀렸고, 그 위협은 대단히 막강한 힘으로 맨해튼 전체를 고립시킨다. 국장 제시는 그보다 더 큰 위협을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전작을 해본 사람이든, 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컨트롤 레조넌트'를 플레이할 때는 주인공 딜런과 똑같은 눈높이일 수밖에 없다. 열 살에 감금된 딜런은 어느덧 서른네 살이 됐다. 그리고 우리도 올디스트 하우스 바깥에 펼쳐진 맨해튼을 본 적이 없다.

게임의 무대가 맨해튼으로 확장되면서, 선형적인 게임플레이를 가졌던 원작에 비해 탐험할 공간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오픈 월드'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라 그런지, 개발진도 '오픈 엔디드(Open-ended) 월드'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맨해튼과 통제국을 위험에 빠뜨린 새로운 존재는 게임 속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이들은 현실과 사물에 알 수 없는 공명 현상을 일으켜 '패턴화'라는 상태로 쪼개버리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화에 잠식된 보스급 개체들을 게임에서는 '레조넌트'라고 부른다.
레조넌트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여전히 세계를 위협하는 '히스'에게 엄청난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것. 때문에 맨해튼을 통제 중인 FBC 요원들은 이들의 존재가 히스 사건을 해결할 또 다른 실마리가 아닌지 조사 중이다.
24년 만에 세상에 나온 딜런은 행방불명된 누나를 찾기 위해, 그리고 패턴화로 인해 기괴하게 변모한 맨해튼을 구하기 위해 FBC와 손을 잡게 된다.

빌런에서 영웅으로, 딜런 페이든과 '변형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딜런의 유년기(라고 할 것이 없다. FBC에 계속 감금당해 있었으니까)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그의 처지에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그렇다고 전작에서 딜런이 저지른 만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히스에게 잠식당한 전작의 빌런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 된 만큼, 딜런을 향한 FBC 요원들의 대우가 달라지는 점도 이 게임의 주목 포인트다.
사실 통제국 사람들에게 있어 딜런은 살갑게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가 히스의 힘을 방출했을 때 올디스트 하우스에서는 하루에만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언제 다시 그가 FBC를 향해 힘을 사용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게임 내내 딜런은 뒤통수에 '휴대용 격리 장치'라는 물건을 달고 임무를 수행한다.

새로운 캐릭터 '조이 드 베라'는 딜런이 가진 독특한 서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동료이며, 동시에 게임플레이가 지루해지지 않게 틈틈이 말을 걸어주는 감초 역할을 맡는다. 24년 동안 인간적인 유대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는 딜런에게도 매우 중요한 인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취향이 진짜 대박.
딜런은 무기로 '변형체(Aberrant)'를 사용한다. 누나 제시가 실종되기 전 딜런의 가슴팍에 선물(?)해 주고 간 것이다. 외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쇠막대기처럼 생겼지만,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모습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컨트롤 레조넌트' 전투의 핵심은 바로 이 변형체, 그리고 딜런이 레조넌트 보스를 쓰러뜨리며 얻는 전투 능력이다.
변형체는 '주요 형태'와 '보조 형태', '콤보 마무리'로 총 세 가지 변신을 하나의 세트로 구성할 수 있다. 주요 형태에는 세 가지 모습이 있으며, 보조 형태에도 마찬가지로 세 개의 유형이 존재한다. 콤보 마무리는 무려 6개나 되기에 이들을 조합해 세트를 구성할 경우의 수가 상당하다.
게다가 레조넌트 보스를 하나 처치할 때마다 딜런은 두 개의 능력 중 하나를 선택해 획득할 수 있다. 딜런이 퀵슬롯에 장비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 개수가 6개인 점과 변형체 조합의 경우의 수까지 감안하면 똑같은 무기와 능력으로 게임을 하는 친구를 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딜런은 괴물들을 처치하는 것만으로 레벨업을 하거나 강해지지 않는다. 딜런의 스탯과 능력의 효과는 변형체와 능력을 얼마만큼 강화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하나의 무기 형태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사용해 다른 무기 트리도 같이 해금해야 전체적인 변형체 성능이 올라가는 구조다.
업그레이드 자원을 구하기 위해서는 맵을 꼼꼼히 돌아다니는 것이 필수고, 맵마다 위치한 상인에게서 재료를 수급하는 것이 때로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컨트롤 레조넌트'는 필드 탐험이 캐릭터 육성으로 이어지도록 독려하고 있다.
워낙 무기와 능력 종류가 많아 한 회차로 모든 빌드를 탐구할 수 없었지만, 모든 전투에서는 '상태 이상 효과'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딜런의 공격은 기본적인 대미지와 함께 적에게 '비틀거림' 수치를 쌓으며, 비틀거림 수치가 최대가 된 적은 남은 HP와 상관없이 한 번에 '처형'할 수 있다. 그리고 적을 처형하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기본 공격이 강해지는 버프를 받는다. 이 '처형과 공격의 순환'은 너무도 중요한데, 초반에는 이를 몰라 죽는 일도 허다했을 정도였다.
그 밖에도 곰팡이 적에게 불 속성 공격을 누적시켜 폭발을 유도한다든지, 다양한 상태 이상을 노리는 빌드가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전투를 플레이를 통해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도 '컨트롤 레조넌트'의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선택지가 다양한 전투도 꽤나 흥미로운 부분이었지만, 맵 디자인이야말로 '컨트롤 레조넌트'가 내세우는 진정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다가 어느 지점에 멈춰 서서 스크린샷을 찍어도 예술 작품이 탄생해 버리고 만다. (근데 왜 포토 모드가 없을까?)
개발진이 '오픈 엔디드 월드'라고 정의한 맨해튼은 싱크홀을 포함해 크게 8개 구역 정도로 나뉘며, 저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올디스트 하우스에서 탈출한 곰팡이가 잠식한 구역, 히스가 지배해버린 대피 공간, 패턴화가 진행된 싱크홀 등등 모두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뽐낸다.
특히 패턴화가 많이 진행된 서쪽 지역이나 싱크홀, 맨 마지막에 도달하게 되는 '미확인 구역' 등은 레메디가 그간 쌓아온 예술성이 최고점을 찍는 부분이나 다름없었다. 위가 아래가 되고, 벽이 바닥이 되었다가, 또다시 아래가 위가 되는 식이다. 영화 '인셉션'에서 잠깐 보고 말았던 것 같은 장면이 모두 상호작용 가능한 맵 디자인 위에 우뚝 섰다.


원작 '컨트롤'에서는 재떨이 미로(Ashtray Maze)라고 알려진 파트에서 개발진이 창의성을 한껏 뽐냈던 적이 있다. 청소부 아티가 빌려준 음악을 들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미로를 돌파하던 그 짜릿함이, '컨트롤 레조넌트'에서는 곱절은 더 커진 규모로 돌아왔다고 보면 된다.
물론, 그만큼 길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원작 '컨트롤'도 출시 당시 길 찾기가 힘들어 포기했다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로 난해한 게임이었고, 개발진 또한 당시의 쓰라린(?) 기억을 발판 삼아 이번 작품의 지도 시스템에 크게 공들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지도 자체는 꽤 잘 다듬어진 느낌이다. 미니맵에서도 주변에 위치한 상호작용 요소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일단 생각보다 맵의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 지도를 보고 가보지 않은 곳을 파악하는 것도 꽤 수월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도가 아니라, 화면에 보이는 저 공간에 어떻게 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 구역이나 곰팡이 구역 같은 초반 지역에서는 맵 디자인이 그래도 평평한 편이라 이런 불편함이 덜하지만, 후반 지역으로 갈수록 사방이 패턴화되는 탓에 내가 어디서 왔는지조차 까먹는 경우가 발생한다. 개인의 방향 감각에 따라서 이 부분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마이너한 불편 사항을 꼽자면, 탐험을 마칠 때마다 근처 빠른 이동 포인트까지 '되돌아오는 것'을 강제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다른 구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꼭 빠른 이동 포인트인 '문'까지 가야 한다. 지도를 열고 가고 싶은 곳을 누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싱크홀 끝에 도달했든, 아스트랄 플레인에서 레조넌트를 잡았든 무조건 다시 문까지 돌아오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파워 코어'를 중심으로 설계된 퍼즐 구조도 피로감을 준다. 전기가 통하고 있는 파워 코어에서 전기를 가져다 꺼져 있는 파워 코어로 옮기는 퍼즐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중간에 전기가 초기화되기 일쑤다. 결국, 이 또한 플레이어의 방향 감각을 토대로 최단 거리 루트를 뛰게 만드는 장치인 셈이다. 역시나 길 찾기에 소질이 없다면 오히려 절망감만 얻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 '컨트롤' 프랜차이즈

'컨트롤 레조넌트'는 여러모로 레메디의 도전적인 시도가 빛을 발한 작품이다. 오디너리 사건의 반쪽이라고 할 수 있는 딜런 페이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작에서 누나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그의 과거를 더욱 깊이 들여다본다. 여기에 맨해튼까지 넓어진 사건의 범위와 새로운 위협이 더해지면서, 올디스트 하우스 안에서 시작한 '컨트롤'의 세계관도 한 단계 더 넓어졌다.
근접 무기를 중심으로 달라진 전투는 빠른 템포와 다양한 선택지 덕분에 경쾌하고,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쥐고 싸운다는 느낌도 강하다. 적을 처형해 공격을 강화하고, 무기와 능력을 조합해 자신에게 맞는 전투 방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직접 사용해 본 '포자-화염' 연계기는 너무 강력해서 다른 선택지가 굳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한 회차로 모든 빌드를 살펴보지는 못한 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실제로 얼마나 고르게 제 몫을 하는지는 조금 더 탐구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투 난이도는 생각보다 어려운 편에 속하지만, 옵션 속 '지원 모드'가 굉장히 디테일하게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지원 모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불이익은 받지 않으며, 적이 가하는 대미지 계수, 내가 가하는 대미지 계수 등을 상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 원하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너무 지루한 플레이어는 난도를 더 높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중에 다시 이 게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기괴하게 뒤틀린 맨해튼의 풍경일 것이다. 맵과 보스 디자인은 요 근래 본 어떤 게임과도 비교하기 힘든 매력이 있고, 재떨이 미로에서 느꼈던 짜릿함을 더 큰 규모로 펼쳐 보이는 레메디의 상상력도 여전하다.
한 번 돌파한 공간에서 길을 다시 찾아 나오는 일이 종종 피곤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스터리와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면 맵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레메디가 '컨트롤'의 세계관을 더 넓힐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번처럼 계속 놀라움을 줄 수 있다면, 늘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