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4 Diavlo IV
©INVEN

게임을 즐기는 건 저마다 다른 방식일 겁니다. 커다란 TV 화면에 게임을 띄워놓고 QTE 버튼 딸깍딸깍 하면서 영화와도 같은 시네마틱 신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키보드에 마우스 모두 활용하며 상세한 조작과 수많은 키입력이 동시에 필요한 긴장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그래픽이 뭐가 중요한디, 나는 그저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 그게 나야, 나e오, 나요, 접니다. 당연히 멋진 오픈월드 세계를 담아낸 어드벤처를 할 때도 있고, 또 수많은 정보가 나와 마우스 조작 없이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시뮬레이션도 있지만, 역시 소파에 편히 누워 AAA급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가 많거든요.

닌텐도 스위치2는 그래서 꽤 좋은 선택지입니다. 스팀덱을 위시한 휴대용 게이밍 PC는 많지만, 일단 너무 무거워서 조금만 들고 플레이하면 팔이 저려오거든요. 또 게임하다 졸리면 스스륵 잠드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 게임기 얼굴에라도 떨어트리는 날에는 '아, 내 앞니는 치아가 아니라 우수수 떨어지는 강냉이였구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으니까요.

사실 닌텐도 스위치2 역시 이전 세대 게임기와 비교하면 휴대성이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 크기와 무게입니다만, 여전히 휴대용의 마지노선이라는 느낌은 있는 두께와 무게입니다.

디아블로4 Diavlo IV
디아블로5보다, 새 콘텐츠보다 이게 더 블리즈콘에서 끌린 발표였다면 믿어줄래? ©Blizzard



장소의 제약이 사라진 디아블로4어디서나 완성되는 게임플레이


이쯤 이야기했으면 왜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나 싶은데, 사실 이번 연휴 이래저래 많이 이동하게 될 경우 함께 했던 게임이 바로 디아블로4였기 때문입니다. 스팀덱으로도 충분히 돌아가는 게임이지 않나 싶고, 또 실제로도 오래 즐기긴 했습니다만...역시 고속버스에서, 혹은 차 뒷자리에서 가볍게 꺼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왜 디아블로4냐 하면, 악마 때려잡는 건 이 스위치 쪽이 더 유서가 깊은 게 그 이유죠. 개인적으로도 닌텐도 스위치1으로 구동이 가능했던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사실상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로 수백 시간을 즐겼습니다. 이 정도로 많이 플레이한 줄은 몰랐는데, 사실 디아블로 같은 그라인딩 게임. 그러니까 일명 '파밍' 게임에 더 적합한 게 바로 휴대용 게임기기이기도 하고요.

디아블로4 Diavlo IV
사실 PC로 주로 했는데, 스위치에서도 이정도로 했는지는 몰랐던 디아2, 그만큼 스위치 버전은 틈날 때 하기 좋다 ©INVEN

그라인딩 게임은 한 번에 오래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사실 파밍을 반복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짧게 OO런 한 번을 도는 플레이들이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어디서나 가볍게 꺼내 파밍을 하다, 운 좋게 원하던 장비를 얻는다면, 그 쾌감이 또 쉽게 말할 수 없는 그런 거 아니겠나요? 그렇다고 조작의 중요성이 아예 배제된 게임인 것도 아니니, 스마트폰 같은 터치 패널만으로는 충분히 그 감각을 즐기기 어렵고요.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 디아블로4 스위치2 버전은 여러모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 그리고 만족할 게임플레이, 그리고 스위치2에서도 구현하지 못한 시스템적 아쉬움도 함께 전한 게임이었습니다.



아쉬운 화려함, 만족스러운 부드러움스위치2 디아블로4, 옵션 하나로 갈리는 체감


닌텐도 스위치2를 통한 게임플레이에 있어서 그래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시각적으로 만족도 높은 그래픽을 유지했느냐, 아니면 그래픽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프레임의 플레이를 구현하느냐로 말이죠.

초창기 스위치2 게임들은 이 그래픽 유연도가 꽤 낮았습니다. 사이버펑크2077처럼 여러 멀티 플랫폼 이식 경험에 높은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기존 콘솔, PC 게임의 에셋을 그대로 가져와 저사양화하는 식으로 활용해 연출은 비슷한데, 기기 성능 한계로 제대로 된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수준이었던 거죠.

하지만 엔비디아 Arm 칩셋을 통한 DLSS의 활용, 게임 엔진에서의 개발 최적화, 그리고 단순한 플랫폼 변경을 넘어 여러 오브젝트를 줄이고 깎아내는 방식의 최적화를 통해 AAA급 오픈월드 게임도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가는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무리 프레임 사이에 추가 프레임을 생성해 게임을 부드럽게 만드는 보간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없던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출력 타이밍에서 발생하는 입력 지연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죠.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핵심은 게임 자체에서 프레임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뽑아내야 수월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디아블로4는 그 그래픽 부분을 꽤 간단하게 구분했습니다. 그래픽-성능 옵션에서 향상된 시각 효과를 켜냐, 혹은 끄냐로 말이죠.

디아블로4 Diavlo IV
시각 효과 향상 옵션 켠 상태(좌)와 끈 상태 ©INVEN

디아블로4 Diavlo IV
품질이 낮은 휴대 모드 캡처 화면을 400% 확대한 이미지, 여기서도 옵션을 켠 쪽(좌)과 비교하면 라이팅부터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다르다 ©INVEN

기본적으로 켜져 있는 향상된 시각 효과는 레이트레이싱 그림자 및 반사 효과, 머리카락이나 털 같은 세부 디테일을 향상시키는 대신, 프레임은 30fps를 목표로 합니다. 30fps가 고사양 AAA 게임 일부에서 콘솔 대응 프레임이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뇌이징'까지 더해지면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고요. 자체 품질도 라이팅에 더해 스위치2의 낮은 소비 전력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죠.

하지만 해당 옵션을 켜면 간혹 발생하는 프레임 드롭까지 더해지며, 분명 매끄러운 플레이 자체는 어렵습니다. 낮은 프레임 타임에서 생기는 느린 입력 반응도 아쉽죠.

반대로 해당 옵션을 끄면 꽤 안정적인 40fps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40fps는 30fps보다 초당 10프레임이 더 높지만, 프레임 타임 기준 30fps와 60fps 사이로, 그 부드러움은 분명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또 휴대 모드 중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작은 화면에서 플레이하기에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디아블로4 Diavlo IV
어차피 휴대용 기기에서의 시인성은 어느 정도 잡혀있으니, 그래픽 좋은 것보다 당장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더 중요해진다©INVEN

디아블로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사망 패널티가 적어져가고 있지만, 어쨌든 작은 실수 한 번으로 죽을 수 있는 건 고난이도에서 똑같습니다. 그만큼 부드러운 프레임과 낮은 입력 지연은 중요하고요. 단 한 번의 실수로 캐릭터가 사망하는 하드코어 모드야 말할 것도 없죠.

물론 기준이 PC는 물론 PS5, XSX이라면 낮은 해상도, 업스케일링을 통한 디테일 아쉬움 등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드디어 디아블로를 잡을 수 있게 됐다시즌15가 슬쩍 얹어준 30주년의 향수


어쨌든 디아블로를 하는데, 알다시피 디아블로가 없었습니다. 이번 작품의 큰 줄기는 이른바 '증오의 시대(Age of Hatred)'였습니다. 즉, 증오의 군주로 불리는 대악마 메피스토가 아카라트를 숙주삼아 부활하고, 주인공 일행에 의해 추방당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본편 스토리에서는 결국 디아블로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까지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되는게 바로 시즌15 '지옥의 유산'입니다.

디아블로4 Diavlo IV
케인 할부지가 대악마놈들과 함께 옴 ©INVEN

사망한 데커드 케인이 영혼으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시즌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고, 아이단, 탈 라샤 등 대악마들의 숙주였던 인물과 과거 여러 NPC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동시에 시리즈 대표 악마들과의 대결 역시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라기보다는, 디아블로 30주년에 맞춘 일종의 기념 콘텐츠에 가깝긴 합니다.

하지만 세계석 성채에서 바알을 만나고, 그리스월드 등 이미 사망한 NPC들이 살아있는 트리스트럼을 방문했을 때는 왠지 모르게 디아블로1을 즐겼던 초등학생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실상 메피스토4로 끝난 스토리를,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들로 채워주고 있는 점은 콘텐츠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이고요.

디아블로4 각 시즌마다 강조된 시즌별 특화 콘텐츠에 더해, 과거 시리즈의 핵심 콘텐츠들도 다수 더해졌습니다. 디아블로, 바알, 메피스토의 능력을 가지고 이를 게임 중 다양하게 발동하는 악의 가시가 그것이죠.

디아블로4 Diavlo IV
삼바바한테 얻어 맏기도 하고 ©INVEN

디아블로4 Diavlo IV
트리스트럼 대성당 앞에서 도살자 잡아달라는 병사 퀘스트는 진짜 추억이다 ©INVEN

여기에 잠행, 수수께끼 등 디아블로2 유저라면 반길 룬어 아이템이 여럿 추가되고, 조던링이 더 익숙한 요르단의 반지 등 과거에 익숙한 내용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애니참이나 횃불퀘에 대악마 셋을 잡아 파밍하는 시스템은 바알런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메인 스토리의 진행 과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디아블로를 잡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분명 의미를 가지는 시즌일 겁니다.



온라인 필수요휴대용에서도 버리지 못한 인터넷 연결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닌텐도 스위치2의 기기 성능에서 오는 흐린 화면 한계는 어쩔 수 없습니다. 뿌연 화면에 해외에서는 디아블러(Blur)라는 표현이 있기도 한데, 이 부분은 스위치2를 거치형 기기 특성상 생기는 차이일 겁니다. 실제로 해상도가 높아지는 독 모드에서는 꽤 깔끔하게 떨어지는 그래픽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문제는 균일하지 못한 프레임이 있지만요.

디아블로4 Diavlo IV
사실 해상도가 높은 독 모드 기준으로 보면 그래픽이 또 마냥 나쁜 건 아닌데... ©INVEN

어쨌든 스위치2의 가치는 단순히 독 모드에서만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리모트 없이도 거치 형태든 휴대 형태든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데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한 부분은 디아블로4 자체의 시스템 한계에서 나오는 아쉬움인데, 바로 오프라인 모드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스위치2가 Wi-Fi6를 지원해 휴대용으로 충분한 속도를 받을 수 있고, 또 테더링 정도로도 온라인 플레이가 나쁘지 않아 이동 중에도 분명 유연하게 게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접속이 필수인 점은, 해외 이동 중 비행기 안 같은 장소에서는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니까요.

PC 같은 거치 기기야 문제가 덜하겠지만, 어쨌든 휴대용 기기라는 점에서 그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외부에서 키우던 캐릭터를 그대로 독 모드로 즐기거나, 집에서는 고사양 기기로 플레이하는 유연한 크로스플랫폼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오프라인 모드에서는 인터넷 접속 제약 없는 플레이로 별도의 게임 경험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그랬고요.

디아블로4 Diavlo IV
온라인 필수요 ©INVEN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슬립 모드에 들어가도 당장 연결이 끊기지 않는 부분입니다. 엘든 링만 해도 온라인 연결 모드에서는 슬립 모드에 들어가면 바로 게임이 끊겨 버리니 말이죠. 물론 어느 정도 입력이 없으면 캐릭터 접속이 끊기는 건 다른 버전과 같고요.



디아블로4로 남은 3년앞으로가 더 중요한 블리자드


디아블로4는 팬에게는 분명 꽤 아쉽게 마무리된 게임이 될 겁니다. 새로운 방향성에 맞춰 파밍과 게임 콘텐츠의 핵심을 꾸준히 가다듬는 모습을 보여주는 와중에, 그 다음 이야기가 2029년 디아블로5로 넘어가게 됐으니 말이죠. 성역의 몰락이 이미 예고된 상태에서, 디아블로4가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나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도 가질 수 없는 상태고요.

다만 닌텐도 스위치2 확장과 시즌15 정도의 콘텐츠, 나아가 아마존의 추가 등 보여준 것과, 보여줄 것이 남아있긴 합니다. 그리고 그걸 꾸준히 이어가는 게 디아블로 개발진, 그리고 블리자드의 몫이겠고요.

뭐 아직은 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누워서 악마놈들 더 때려 잡고 생각하려고요.

디아블로4 Diavlo IV
그러니까 이거 전에 얼마나 후속 대응이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IN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