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0년이 흘렀다. PS4와 Xbox One 세대에 출시됐던 게임은 2022년 차세대 업그레이드로 그래픽과 여러 현대 기술을 도입해 한 차례 개선을 거쳤다. 할인도 수없이 진행돼, 해볼 사람은 다 해봤을 만한 게임이다. 그럼에도 CDPR은 한 번 더 다음 단계를 구현하고 있다. 바로 리마스터다.

CDPR은 위쳐3 10주년인 올해 9월 29일 위쳐3 리마스터를 출시한다. 리메이크나 완전 신작이 아닌 '리마스터'라는 이름 그대로, 이번 작품이 위쳐3의 경험 자체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는다.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 제한적이고, 리마스터 이전 버전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 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한 게임 디자인과, 이를 오늘날에도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변화가 함께 담겨 있다.
위쳐3 리마스터는 새롭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현세대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빛과 디테일의 재정비이미 높았던 기준선 위에서, 나란히 놓아야 보이는 변화
위쳐3 리마스터의 가장 큰 변화는 비주얼 향상이다. 동시에 이 향상은 플레이어가 곧장 체감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 위쳐3는 2022년 PS5, XSX 시대에 맞춰 차세대 업그레이드를 제공했고, PC까지 포함한 이 업그레이드로 눈에 보이는 부분은 이미 큰 개선을 거쳤다.
차세대 업그레이드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현세대 업그레이드다. 같은 세대 안에서의 그래픽 개선이 눈에 확 들어오기 어려운 건 그만큼 당시 그래픽 수준이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이트레이싱 옵션까지 세부적으로 마련돼 있었으니,RT 개념을 추가하는 식으로 그래픽의 차이를 내기도 어려웠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리마스터 이전과 리마스터를 최고 사양 기준으로 양 옆에 두고서 그래픽을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광원과 디테일이다. 리마스터의 그래픽은 단순히 어두운 부분을 어둡게, 밝은 부분을 밝게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광원을 중심으로 더 정확히 주변 오브젝트의 굴곡이나 빛반사 구간을 구분해, 빛이 닿는 구간에서는 조금 더 밝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더 짙게 만들어 광량의 대비를 더욱 높인다. 단순히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어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빛이 세밀하게 나뉜 물체의 그림자와 반사광까지 묘사한다.
그리고 이건 기본적인 오브젝트 품질의 향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기존 위쳐3가 피사계심도를 강하게 올려 원경이 흐릿하게 보여지는 느낌이었다면, 리마스터에서는 디테일 하나하나를 좀 더 살린 느낌으로 나아갔다. 바닥에 있는 돌, 멀리 보이는 나무, 인물 얼굴의 주름까지, 보다 디테일하게 오브젝트를 살려 거기에 맞는 빛 효과까지 함께 담아낼 수 있게 됐다.
위쳐3는 원래 인물 중심으로 심도를 얕게 연출해 배경을 흐리는 방식을 자주 쓴다. 리마스터도 이 연출의 뼈대는 유지한다. 달라진 건 흐려지는 영역 안에 남는 정보량이다. 같은 얕은 심도에서도 실루엣과 오브젝트가 살아 있어, 위쳐3 특유의 연출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간 정보를 더 온전히 전달한다.

일부 구간, 혹은 포토 모드 등에서 배경을 또렷하게 표현하면 피사체와 배경이 동시 강조로 보다 사실적인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지나치게 짙어진 색감은 원작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조금은 덜어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분명 그래픽적으로 나아졌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지만.
검무는 그대로, 시야는 넓게전투 뼈대는 유지한 채 카메라와 스킬 트리로 다듬은 플레이
위쳐3는 큰 사랑을 받았지만, 춤을 추듯 펼치는 전투는 근래 액션 RPG와 결이 달라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로 꼽혀왔다. 액션 중심 게임과 비교하면 타격감과 반응이 아쉽고, 레벨에 따른 밸런스도 고르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리마스터는 이 전투의 뼈대, 즉 핵심 메카닉은 건드리지 않았다.

게임 속 게롤트의 검술은 단순한 액션의 구현이 아니라, 소설의 그 모습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제 노력이 깊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원작을 게임에 맞게 풀어내면서도 검무를 보는 듯한 미려함을 살리려 했던 만큼, 전투 방식 자체를 바꾸려면 원작을 해석하는 접근부터 달리해야 했을 것이다.
리마스터에서는 이러한 전투 메카닉의 변화 대신, 전투를 플레이어가 보다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데 집중했다.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카메라 구도다. 플레이어 시야를 중심으로 굉장히 타이트하게 게롤트를 잡아내던 카메라는 몇 발자국은 더 멀리서 전투 장면을 표현한다.
위쳐3에는 기본적으로 록 온 기능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적을 자석처럼 찍어내는 매끄러운 프리플로우 전투가 구현된 것도 아니고, 또 여러 명의 적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방식은 분명 역동적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바로 옆에서 달려드는 적에게도 빈틈을 내주는 일이 허다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구도는 더 넓은 시야에서, 적을 더 쉽게 잡아내고, 공격해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역시 일부 변화가 느껴진다. 게롤트의 공격은 적을 훑고 지나가고, 이후에 적의 반응이 덧붙여진듯한 오묘한 애니메이션이 존재했다. 이제는 확실하게 공격 방향에 따라 반응하고, 그에 따라 생동감, 정확히는 적을 썰어나가는 감각이 더 살아나게 됐다.
이러한 기존 틀 안에서의 변화 중 하나는 스킬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전투, 표식 등 인자를 최대 4개까지 선택하고, 거기에 맞춰서 퍽을 올려 능력치를 강화하는 위쳐3만의 캐릭터 강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퍽 역시 인자 하나당 3개씩 최대 12개의 올려둬야 발동하는 부분 역시 같다.
다만 퍽 습득 방식은 스킬 트리 형태로 더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한 줄에 일정 수 이상의 퍽을 찍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불필요한 퍽에 포인트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이전 단계 퍽 하나만 찍어도 다음 퍽을 습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 포인트 낭비가 줄어든 만큼 전투, 표식, 연금술 등 필요한 퍽을 원하는 대로 골라 넣을 수 있어 빌드의 다양성이 넓어졌다.

스위치2가 선택한 충실도정지 화면의 디테일, 그리고 모드 지원
이처럼 리마스터는 그래픽 향상이라는 핵심을 두고, 전체적인 개선이라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그리고 그건 정확하게 닌텐도 스위치2 버전에서도 작동한다.
스위치2의 성능상 위쳐3 리마스터의 외형은 PC 버전과 크게 다르다. PC 버전이 PS5, XSX 등 현세대 콘솔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스위치2 버전은 얼핏 이전 세대 콘솔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실시간 연산이 필요한 RT 지원이 크게 부족해, 어두운 실내에서도 광원에 따른 빛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세부 디테일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브젝트와 풍경 묘사는 정지 화면에서 매우 선명하다. 기존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기기의 한계 속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오픈 월드를 구현했지만, 그 대가로 해상도와 오브젝트 크기를 크게 줄여야 했다. 그렇게 타협하고도 안정적인 프레임은 확보하지 못했다. 스위치2 리마스터는 프레임과 시각적 충실도 중 충실도를 택했다.

스위치2 출시 이후 기기에 맞는 개발 노하우가 쌓이고, DLSS와 함께 훨씬 적은 전력 소모로 스팀 덱급 휴대용 게이밍 PC에 버금가는 연출을 보여주는 게임도 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스타워즈 아웃로, 엘든 링 등등이 그렇다. 위쳐3는 그중에서도 오브젝트 구현력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편이다. 다만 스위치2의 소규모 DLSS 특성상 정지 화면에서는 선명하지만 움직이면 블러 처리된 듯 흐려지는 모습은 여전하다. 간혹 프레임이 밀리는 구간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이 많은 도심에서 프레임을 유지하는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최적화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닌텐도 스위치2만의 콘솔 기능도 여럿 포함됐다. 자이로 센서, 모션 조작, 조이콘을 활용한 마우스 조작,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기능이 담긴다. 조이콘의 움직임으로 카메라를 조작하는 자이로 센서, 조이콘을 상황에 맞춰 움직여 말을 부르고 표식을 쓰는 등의 모션 조작은 게임에 따라서는 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쪽은 위쳐3에 딱 맞는 조작이라기보다는, 사이버펑크2077에서처럼 '이런 것도 가능하다'라고 보여주는 느낌에 가깝다. 반면 메뉴 화면에 여러 구획으로 나눠져있는 게임 특성상 마우스 조작과 터치 스크린은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스위치2에서 또 눈여겨볼 부분은 모드 지원이다. 특히 베데스다 게임 등 자사 공식 모드 지원 기능이 존재함에도 스위치에 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들이 많아 닌텐도의 까다로운 내부 조건 탓에 모드를 쓰는게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위쳐3 리마스터는 3GB의 저장 공간을 활용한 모드 지원이 이루어졌다. 공식 출시 전인 만큼, 모드 숫자 자체는 적었지만, 이를 손쉽게 구독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스위치2에서도 보다 자유롭게 확장된 콘텐츠 체험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정직한 리마스터, 훌륭한 선택무료 업데이트, 그리고 '송즈 오브 더 패스트'로 가는 발판
위쳐3 리마스터는 말 그대로 리마스터다. 매우 훌륭한 비주얼 향상과 여러 시스템 개선이 플레이를 더 유려하게 만들지만, 기본 틀은 같다. 반대로 말하면 이 기본 틀만으로도 게임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고, 그래픽과 시스템의 일부 개선만으로 현세대 게임처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번 리마스터는 단순한 리마스터로 끝나지 않는다. 내년 출시 예정인 확장팩 '송즈 오브 더 패스트'는 블러드 앤 와인 이후 11년 만의 확장팩이다. 리마스터가 이를 위한 훌륭한 발판이라고 보면 시각이 달라진다.
이미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수많은 할인 행사까지 거친 기존 위쳐3 이용자들에게도 무료 업데이트로 제공되는 만큼, 단순한 상용 판매 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아가 아직 위쳐를 해보지 않았거나 '송즈 오브 더 패스트'를 앞두고 위쳐3의 이야기를 다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현세대 게임다운' 위쳐3를 다시 돌아보게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래서 위쳐3 리마스터는 정직한 리마스터이면서, 꽤 좋은 선물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