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꽤 설득력 있는 시작이다. 저 거대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밥은 먹을 테고, 도시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우선 내 생활비부터 마련해야 한다. 니발리스 나이트는 그렇게 화려한 풍경 한가운데에 소박한 생계 문제를 내려놓는다. 구경하고 싶은 도시는 이렇게 넓은데, 우선 내 밥그릇부터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미래 도시의 라멘집 사장님테이블 하나 옮기다 시작된 자영업자의 야망
초반에는 이 작고 구체적인 목표가 게임의 중심을 잡아준다. 라멘 노점을 넘겨받고, 내부를 둘러보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으며 영업할 공간을 준비한다. 점원과 손님의 동선을 생각하다 보면 테이블 하나 배치하는 것도 제법 진지한 일이 된다. 예쁜 가게를 만들고 싶은 마음과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벌써부터 협상을 시작한다.
이 출발점이 좋은 이유는 앞으로의 성장을 상상하기 쉽다는 데 있다. 처음부터 번듯한 사업장을 던져주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반면 작은 가게에서는 공간 하나, 소품 하나를 손보는 일에도 의미가 생긴다. 지금은 소박하지만 언젠가는 그럴듯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경영 게임을 켰을 때 가장 위험한 생각, "이것만 조금 더 해놓고 자야지"가 들어서기 좋은 자리다.

돈은 벌어야겠고, 취미 생활도 해야겠고가게 밖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초중반의 흐름을 바라보면 도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처음에는 내 라멘집이 세상의 전부였지만, 점차 이 도시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가 눈에 들어온다.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도 있고, 주민들을 알아가며 친분을 쌓거나, 집을 꾸미고 취미에 시간을 쓰는 방향도 있다. 라멘집을 중심으로 시작된 생활이지만 슬슬 일정표가 복잡해질 기미가 보인다. 돈도 벌고 싶고, 집도 꾸미고 싶고, 사람도 만나고 싶다. 하루가 딱 12시간만 늘어나면 좋겠는데, 그런 기술은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래에도 힘든 모양이다.
경영 쪽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식재료를 구매하거나 직접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성된 가게의 외형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게를 유지하는 모든 과정에 플레이어가 직접 개입하게 되며, 몰입도가 한층 올라간다. 작은 노점에서 시작해 레스토랑이나 나이트클럽으로 사업을 넓혀가도 되고, 가게 규모는 소박하게 유지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어들이고 다른 활동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 게임에는 사장님의 집중력을 흔들 만한 것들이 가게 밖에도 많이 있다. 보트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거나 낚시를 하고, 집을 꾸미고, 주민들과 관계를 쌓는 활동들이다. 경영 게임에서 옆길로 새는 일은 대체로 수익에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생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 옆길이 오히려 기억에 남기도 한다. 오늘 얼마나 벌었는지보다 내가 돌아갈 집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즐거운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려고 돈 버는 거니까.

이웃은 반갑고, 밤길은 무섭고정붙일 만해지니 눈에 들어오는 동네 사정
주민들과의 관계 역시 재밌는 부분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는 아무리 멋져도 조금 차갑다. 반대로 아는 얼굴이 생기면 같은 장소의 느낌도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르는 곳, 가게 일과 별개로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긴다면 니발리스는 훨씬 생활감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초중반에는 이런 관계가 경영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겠다.

물론 도시 분위기가 마냥 느긋한 것은 아니다. 니발리스에는 코프섹(CorpSec)의 강경한 단속과 통행금지가 있고, 밤에는 의문의 연쇄 살인마가 도시를 활보한다는 설정도 깔려 있다. 국수 팔고 집 꾸미면서 코지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동네 사정이다. 집이나 가게를 계약하기 전에는 동네 치안도 빼먹지 말고 확인하도록 하자. 무튼, 이런 배경은 편안한 생활 콘텐츠에 긴장감을 더한다. 내 가게 안에서 계획하는 하루와 도시가 허락하는 하루가 항상 같지는 않다.

니발리스 나이트가 내세우는 생활에는 분명 끌리는 구석이 있다. 거대한 미래 도시 속에서 내 몫의 공간을 마련하고, 장사가 끝나면 돌아갈 집을 꾸미고, 조금씩 아는 얼굴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도시 전체를 손에 넣는 야망도 좋지만, 처음에는 괜찮은 가게 하나와 마음에 드는 집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그럴듯한 목표가 된다.
문제는 그 '하나만'이 오래 유지될 리 없다는 점이다. 가게가 자리를 잡으면 조금 더 키우고 싶고, 집을 꾸미면 다른 물건도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내일 할 일을 자꾸 만들어주는 생활이라면, 니발리스에서의 정착은 꽤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장사부터 잘해보자. 미래 도시에서도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