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아블로 3'의 베타 버전 체험시간이 왔다. 내 생전에 기자들이 그렇게 빨리 착석을 해서 그렇게 빨리 게임에 몰입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뒤에서 바라보면 마치 토익 시험장이 생각날 정도의 엄숙함과 긴장감.


베타 체험에 주어진 시간은 3시간. 하지만, 블리자드 직원에게 베타 보스인 해골 왕(skeleton king)을 쓰러뜨리고 엔딩을 보기까지 혼자서 플레이하면 4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무척이나 서둘러야 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기자들과 바로 4인 파티를 맺고 일단 보스까지 쉬지 않고 달리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직업은 '몽크'. 몽크 2인, 악마 사냥꾼 1인, 마법사 1인 조합으로 퀘스트를 시작했다. 전작보다 파티플레이가 무척이나 향상되어 아무나 퀘스트를 수락하고 완료해도 자동으로 완료됐다. 또한, 어디에 있든 파티원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 ▲ 아쉽게도 현장 풍경 사진 외에 어떤 스크린샷 및 영상 촬영도 금지됐다. ]




퀘스트와 스토리는 일단 제쳐놓고 핵앤러쉬 스타일의 전투만 하고 싶은 유저들에게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야기. 퀘스트 중간마다 발생하는 NPC와의 상호작용과 서브퀘스트 및 무작위 던전은 액션 RPG를 바라보는 콘텐츠 부족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날려주었다.


중요한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특정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진행 상황이 '자동으로 저장'되고, 파티원이 아이템 혹은 기술을 세팅하고 있을 때 해당 파티원의 머리에 '모래시계'가 표시되어 다른 파티원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리고 'Z'키를 입력하면 화면이 확대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는 기능 등에서 블리자드가 전작을 뛰어넘은 '디아블로 3'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왔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종종 봤던 주위 사물을 이용해서 적을 물리치는 하복 물리엔진 특유의 연출과 풀 보이스를 지원하는 컷 신 영상의 뛰어난 퀄리티는 몰입감을 마구마구 증가시켰다. 몬스터로부터 파티원 각자의 아이템이 드랍되기 때문에 아이템을 줍기 위해 피를 토하며 경쟁할 필요도 없다. 골드는 주변만 지나가면 자동으로 획득되는 방식.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각자 자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고 아이템과 기술을 적절하게 세팅하면서 플레이에 가속이 붙었다. 수없이 들이닥치는 악마 부대를 4인의 파티원이 한데 모여 시원시원한 기술로 쓸어버릴 때의 쾌감. 무리수를 두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적에게 둘러싸이지만, 다른 파티원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나는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은 우리를 '디아블로 2'에 열광하던 10년 전 그때로 완전히 돌려보냈다.






자신의 캐릭터가 한 번의 전투에서 많은 적을 물리칠수록 WoW 업적처럼 화면 중앙에 신기록을 세웠다는 메시지가 뜨며 추가 경험치를 준다. 플레이 중에 이 메시지를 띄우는 맛이 상당하기 때문에 몇 번의 죽음으로 각자 머릿속에 각인된 '안전한 진행에 대한 욕망'은 금세 잊히곤 했다.


결국, 파티를 맺은 지 1시간 여 만에 베타 보스인 '해골 왕'을 무찌를 수 있었고, 기자는 체험회에서 전설급 아이템을 획득하는 행운도 거머쥔다. 아이템의 이름은 '그리스월드의 사슬'로 DPS는 9.1, 피해는 2~5, 초당 공격 회수는 1.40, 그리고 번개 피해가 2~4만큼 추가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베타 보스 '해골 왕'은 '디아블로 1'에서 등장했던 '레오릭 왕'이 부활한 몬스터로, 공격을 퍼붓다가 자신의 몸을 투명화시키며 주위에 광역피해를 주는 기술을 반복해서 사용한다. 특정 주기마다 주위에서 여러 마리의 해골 보스를 소환하기 때문에 파티원 전체의 화력을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공략의 포인트.



[ ▲ 중간에 거대한 도검을 들고 있는 몬스터가 '해골왕', 베타의 보스 몬스터다. ]




다시 캐릭터 선택 화면으로 돌아가 이제부터는 캐릭터 능력치와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다시 선택한 직업은 부두술사. '디아블로 3'에서는 총 4가지 스탯이 있는데, 공격력, 정밀도, 방어력, 활력이 그것이다. 전작처럼 포인트를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WoW 처럼 레벨업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증가하는 형태다. '디아블로 3'에서는 특성 시스템도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서 한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캐릭터 간 개성이 너무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였다.


'디아블로 3'에서는 레벨업을 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자동으로 배울 수 있다. 6, 12, 18, 24레벨마다 기술 슬롯이 하나씩 해제되는데 전체 사용 가능한 기술 중에 몇 개를 선택해 기술 슬롯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베타에서 한 직업당 구현된 기술은 대략 24개. 전체 기술 슬롯은 6개이기에 24개의 기술 중에 자신이 선호하는 6개의 기술을 선택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패시브 기술 슬롯도 3개가 있다. 마나 증가, 마나 회복 증가, 체력 증가, 소환수 공격력 증가 등의 패시브 기술을 10, 20, 30레벨마다 하나씩 장착하게 되는 방식.


처음에는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에 상당히 어리둥절하고 어색해했지만, 레벨업을 하면서 기술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세팅할 때마다 완전히 다른 직업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났다. 같은 야만용사라도 기술 장착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의 야만용사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베타 체험 때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기술을 또 한 번 튜닝할 수 있는 '룬'까지 더해진다면 '디아블로 3'에서 즐길 수 있는 직업 스타일은 거의 무한에 가깝게 된다.






게다가, 각 기술 간의 상호 관계, 재사용 대기시간 등 기술 사용의 밸런스까지 적절하게 맞춰져 있었다. 일반 기술로 '마나', '분노'를 모은 후 주력 기술을 사용하면서 소모하는 형태기 때문에 비록 저 레벨인데도, 마나 훔치기 반지 같은 아이템이 전혀 없어도 화려하고 빠른 액션성을 유지하면서 전투를 이어갈 수 있었으며, 이것이 기자가 이번 베타 체험에서 발견한 '디아블로 3'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일취월장한 디아블로 특유의 타격감은 보너스.


3시간의 베타 체험 시간이 끝났지만, 기자들의 요청으로 플레이 시간이 1시간 정도 연장되기도 했다. 기자가 'WoW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최초 공개 때도 본사를 방문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모 매체 기자는 베타 체험이 끝나고 난 뒤 저녁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아직도 '디아블로 3'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 이제 곧 북미 지역을 필두로 '디아블로 3'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될 전망이다. 무수히 출시됐던 디아블로류 액션 RPG도 아니고, 디아블로에 FPS를 접목한 그 어떤 게임도 아니다. 블리자드가 직접 만든 디아블로 시리즈의 정통 후계작이다. 기자는 이번 본사 취재를 통해 '디아블로 3'에 '악마의 검은 피'가 여전히 솟구치고 있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 땅의 게이머들이여, 부디 새겨들어라.

기대감에 부풀어 컴퓨터를 새로 맞출 때가 아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디아블로 3 월페이퍼를 까는 순진함은 버려라. 기다림에 지쳐 '디아블로 2'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고? 즉시 삭제하길 바란다.

과거 디아블로에 한번이라도 영혼을 뺏긴 적이 있다면 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도망쳐라. '무서운 악마'가 곧 온다. 그리고 이번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