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다는 것은, 항상 용기가 수반된다. 면접관이 세 명의 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먼저 얘기해 보실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와 적극성을 시험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교사가 칠판에 문제를 쓰고 "풀 수 있는 사람, 손들어"라고 얘기했을 때, 분명 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들지 않는 까닭은 겸연쩍기 때문이다. 먼저 하는 사람은 나머지의 주목을 받는다. 이정표가 될 만한 앞선 사람의 발자국이나 흔적도 없이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걸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용기의 양은 상황이 결정한다. 학교 발표 시간에 먼저 발표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까지 필요하진 않다. 천 명 앞에서 처음으로 연설하는 것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 독주로 무대의 시작을 알려야 할 피아니스트도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21년 2월과 3월의 우리나라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민감했다. 일일 확진자 수가 3월에 급상승해 600명을 넘기도 했다.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은 금지, 결혼식은 100명 미만의 인원만 참석 가능했다. 종교 활동이나 공연 등의 문화, 종교 활동도 일정 부분 제한됐다. 7개월 전에도 시국은 여전히 민감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펍지는 2021년 2월 5일부터 3월 28일까지 7주 동안 배틀그라운드 국제 대회인 PGI.S를 개최했다. 올해 초 대부분의 스포츠 이벤트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연기, 단축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결과를 알고 있지만, 도쿄에서 열릴 올림픽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역시 뜨거운 토론이 오가던 상황이었다. 그 누구도 "지금 시국에도, 우리는 이런 것을 하겠다"라고 얘기하지 못하던 와중에, 펍지가 '먼저' 7주간의 국제 오프라인 e스포츠 대회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7주. 오프라인. 해외 선수. 단어 하나하나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데, 한꺼번에 얘기했다.

펍지 내부에선 대회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나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펍지의 성규헌 e스포츠 PM 팀장은 "방역에 대한 모든 지침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준비를 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도 여러 개 준비했다"고 말했다. 펍지는 많은 노력과 준비라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부담감과 업무량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선수들의 입국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대회 중간에 확진자가 나올 경우, 대회 취소는 물론이고 신중하지 못한 회사와 e스포츠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나올 것이 뻔하지 않나.

다행히도 한 명의 확진자 없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는 펍지의 신중한 대회 운영과 방역 당국의 도움, 선수들과 관계자들 스스로 조심했기 때문이다. 성규헌 팀장은 유럽과 북미,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직접 입국해야 하는 상황에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얘기했다.


대회 운영진들은 대회 운영뿐만이 아니라 선수 및 스태프의 안전까지 생각해야 하는 집중력이 필요했다. 한 가지도, 일 초라도 방심하면 대회의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을 7주간 계속했던 것이다. 선수들은 입국 시부터 대회 종료까지 최소 네 번 이상의 PCR 검사를 받았다. 한국 선수단 및 제작 스태프들도 최소 2회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외에 현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사전에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될 때만 입장이 가능했다. 모든 선수단은 대회 기간 중 체온 패치를 부착해 체온을 스스로 감시했다. 경기장의 동선은 관리됐고, 매일 경기장 전체를 소독했다.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도 대비해 방역 프로토콜까지 준비했다.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 대회보다 어떤 것을 더 해야 했는지, 일부만 정리했을 뿐인데도 복잡하다. 'PGI.S가 7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라는 간단한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에만 엄청난 인력과 비용, 시간, 용기, 신중함이 필요했다. 그런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