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아시안게임 LoL 국가대표팀 최우범 감독

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팀의 감독들이 2월 중에 선발될 예정이다. 감독들은 종목별 소위원회와 함께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며, 선수단의 훈련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감독은 대표팀의 전반적인 틀과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한체육회의 공개채용의 원칙에 따라 선별한다. 작년 11월에 한국e스포츠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성-도덕성-지도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상임위원회의 면접을 통해 최종 선정된다. 이미 공개채용 지원서를 접수하는 기간이 끝난 상태로 후보들의 면접 및 최종 승인 절차만 남았다.

▲ 출처 : 한국e스포츠협회 국가대표 선발 계획안

ㅇ 국가대표팀 감독 역할 주요내용
- 국가대표 경기력향상위원회 종목별 소위원회 참여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 구성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 훈련 계획 수립 및 관리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지역예선 및 결선 출전



리더십 - '한팀' 만드는 과정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국가대표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답변을 2018 자카르트-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LoL 팀 사령탑을 맡았던 최우범 감독에게서 들어볼 수 있었다. 최우범 감독은 "아무래도 국가대표로 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하나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험이 많고, 리더쉽이 뛰어나며, 선수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춘 감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선 경험자로서 답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은 프로팀 중심의 기존 대회와 형태가 많이 다르다. 각기 다른 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뭉쳐 단기간에 합을 맞춰야 한다. 최우범 감독은 2018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경험을 어색해하거나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에 부담을 느끼는 선수도 있었다. 그래서 첫 만남 때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 위주의 시간을 가졌다"며 국가대표팀이 합류 초반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감독의 리더십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데 더 필요하다. 팀과 선수마다 지금까지 활동해온 배경이 다르다. 자연스럽게 선수 간 게임 내외적 성향도 다를 수 있다. 감독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잘 조율해나가야 한다. 누구 한 명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감독은 그중 최선의 방향이 어디일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감독, 게임 내적인 이해도

▲ 출처 : LCK 공식 플리커

국가대표팀 선수단은 감독 외에도 코치와 트레이너도 채용한다. 게임 내적인 부분은 코치와 선수들이 전담할 수도 있다. 최근 코치를 중심으로 픽밴을 구성하는 팀도 많아지면서 감독의 게임 이해도의 중요성이 점차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수단과 확실한 소통을 위해서 감독 역시 게임 내용을 알아야 한다. 특히나 팀 게임인 LoL은 더 그렇다. 게임 내에서 팀원 모두가 빛날 순 없다. 특정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이를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도 생길 수 있다. 기본적인 라인전 상성과 정글러의 동선만 보더라도 팀에서 어느 라인에 힘을 실어줬는지 알 수 있다.

게임 내적인 부분이 팀 분위기와 같은 게임 외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팀에서 일어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감독 역시 게임 내적인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캐리를 맡은 선수가 명확히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게다가, LoL은 메타에 따라 핵심 라인, 픽밴, 라인전 상성까지 많은 것이 바뀐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로스터가 고정된 국가대표팀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메타에 따라 어떤 선수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최소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선수들의 멘탈-기량 역시 자신의 주력 챔피언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는 감독이 선수단과 소통하고 팀의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겠다.



공개 채용 변화, 경력 조건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맞춰 2022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감독 선발은 공개채용으로 이뤄진다. 과거 다른 전통 스포츠 종목은 아시안게임 감독의 선수 선발과 관련해 잡음이 많았는데, 올해는 최대한 투명하게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18년만 하더라도 상위 위원회에서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곤 했다. 당시 LoL 종목은 라이엇게임즈-LCK 참가팀 사무국이 참가하는 기술위원회가 국내외 리그 성적, 경력, 감독직 수행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삼성 갤럭시의 2017 롤드컵 우승을 이끈 최우범 감독이 LoL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공개채용은 자발적으로 국가대표 감독 역할을 할 사람을 선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등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감독 역할을 할 사람을 찾는 것이다. 프로팀 감독들에게 지원 조건의 진입 장벽은 그렇게 높진 않다. '최근 2년 이내 종목사 및 협회 공인 대회에서 일정 이상 성적을 거둔 자'로 아래와 같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지역 리그(LCK, LPL 등)의 정규 스플릿 플레이오프 진출 경력이 있으면 지원 가능했다.

ㅇ 아시안게임 LoL 국가대표팀 감독 지원 자격

※ 최근 2년 이내 종목사 및 협회 공인 대회에서 일정 이상 성적을 거둔 자
※ 2군 리그는 b)의 기준에 포함되지 않음

a) Worlds, MSI : 대회 참가 경력
b) 지역리그 (LCK, LPL 등) :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경력
c) 한중일 e스포츠 대회 : 우승 기록
d) 2020 KeSPA Cup : 4강 진출 경력


▲ 출처 : LoL e스포츠 공식 트위터

이는 당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한 김정균 감독을 보면 알 수 있다. SKT T1 시절, 높은 커리어를 쌓은 '뱅-울프'는 "김정균 감독님은 우리가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분이다. 게임 내외적으로 내 자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움을 받았다. 항상 배울 점이 있고, 아직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높게 평가했다.

2021 롤드컵을 떠올린 '쇼메이커' 허수 역시 "김정균 총감독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확실히 능력 있는 분이다. 지금까지 커리어만 보더라도 전 세계 1등이지 않나. 경력에서 나오는 경험들이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대회에 나가면, 프로게이머들도 다들 긴장해서 연습하는 것만큼 기량이 안 나온다. 그런데 김정균 총감독님은 경험이 많다 보니까 그런 상황에서 방법을 많이 알려줄 수 있다"며 감독의 역할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최고의 선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 담원 기아의 김정균 총감독의 예를 들었지만, 팀에서 자신만이 가능한 역량을 발휘하는 다른 감독들도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그동안 가려진 본인의 능력을 선수단과 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KeSPA에 따르면, 종목 소위원회의 감독 선발의 구체적인 기준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면접 및 선발을 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말이다. 국가대표라는 빛나는 타이틀을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이들이 결정되는 데, 그중 많은 무게를 짊어진 국가대표 감독들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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