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스마트폰과 전자기기에 쓰이는 충전 포트를 USB-C로 통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법안 통과 시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는 아이폰을 포함해 2년 안에는 모든 제조사 전자기기가 충전 포트를 USB-C로 변경해야 한다.


EU의 집행 기관인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는 현지 시각으로 23일 공식 성명을 통해 전자 장치용 공통 충전 표준 포트를 USB-C로 의무화하는 제안서를 공개했다. EC는 수정된 무선 장비 지침에 따라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카메라, 헤드폰, 휴대용 스피커 및 휴대용 비디오 게임 콘솔의 충전 포트 표준이 USB-C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C의 이번 결정 배경은 독립 충전 포트에 따른 이용자 불편과 늘어나는 전자 폐기물 발생에 있다.

EC는 2020년 EU에 약 4억 2천만 대의 휴대전화 및 기타 휴대용 전자기기가 판매되었으며 소비자가 평균 3개의 휴대전화 충전기를 소유하고 있지만, 38%는 사용 가능한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EC는 서로 다른 규격 탓에 새로운 기기 구입 시 새 충전기와 케이블이 제공된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연간 24억 유로(한화 약 3.3조 원)이 소비자의 충전기 지출에 쓰이고 폐충전기로 인한 전자 폐기물은 매년 최대 1.1만 톤에 이른다고 전했다.


EC는 USB-C를 공통 포트로 통일하게 되면 여러 충전기를 챙길 필요 없이 하나의 충전기로 모든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해지며 생산자가 충전 속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역시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새로운 충전기 생산 감소를 통한 폐기물 감소는 물론 충전기 구매 없이 전자기기만 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EU는 유럽 내 휴대전화 절반은 USB-B 마이크로를 사용하며 약 29%가 USB-C, 21%가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USB-B 마이크로를 사용하는 일부 저가형 모델을 제외하면 USB-C 포트를 도입하는 추세로 안드로이드 진영의 포트 통일은 어렵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하는 아이폰의 경우 통일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24일 로이터 통신에 성명을 통해 '한가지 유형의 커넥터만 요구하는 것은 혁신을 방해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애플은 2020년 1월 EU가 충전기 표준 채택에 대한 투표를 시작했을 당시에도 포트 통일이 라이트닝 액세서리를 버리도록 강요해 전자 폐기물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앞서 애플은 환경 보호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충전기나 이어폰을 아이폰 박스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수정된 무선 장비 지침이 유럽 의회 투표를 통과해 채택될 경우 전자기기 제조업체는 24개월의 과도 기간을 거쳐 통일 포트를 기기에 채택해야 한다. 2022년 법안이 채택되면 2024년 안에는 포트를 통일해야하는 셈이다.

이미 애플이 아이패드 제품군에 USB-C를 적용한 사례를 들어 포트 통일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이미 수많은 라이트닝 액세서리를 판매해온 만큼 USB-C 도입 시 독자 규격 액세서리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애플은 무선 충전 및 모듈 시스템인 맥세이프를 아이폰12에 도입했다. 이에 추후 USB-C 포트가 강제되는 유선 케이블을 없애고 맥세이프만을 통한 무선 충전만을 지원하리라는 관측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