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019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선 각각 IG와 펀플러스 피닉스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2020 롤드컵에선 탑 e스포츠가 4강, 쑤닝이 준우승을 기록했다. 또한 2021 MSI에선 RNG가 우승하는 등 LPL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그동안 LPL의 가장 큰 강점은 선을 넘은 공격성이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매 시즌 협곡의 전령과 포탑 골드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며 빠른 경기 템포를 의도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싸움을 거는 LPL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와 제대로 어울렸다. LCK가 계속해서 운영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LPL은 화끈한 다이브와 이니시에이팅, 거침없는 오브젝트 싸움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도 맹활약했다.

그런데 2021 롤드컵에서의 LPL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수준 높은 경기력을 뽐냈던 LPL팀들은 롤드컵 무대에서 기존의 강점인 교전 능력을 모조리 잃은 듯했다. 대신 운영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는데, 오히려 LCK가 보다 날카로운 교전 설계를 자랑하며 LPL을 비롯한 다른 지역 팀들을 무너뜨렸다.

결국 이번 롤드컵에서 LPL은 자존심을 완전히 구겼다. LCK와 함께 4개 시드를 받았지만, 4강에 생존한 LPL팀은 EDG 단 하나뿐이다. 더군다나 그 EDG조차 RNG와의 8강 LPL 내전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며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낮췄다. EDG는 모든 선수의 기복으로 인해 매우 낮은 저점을 보였으며,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크게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EDG가 약팀인 것은 결코 아니다. T1과의 그룹 스테이지 1R 경기에서, 8강 5세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EDG의 고점은 무시무시했다. 단단한 라인전과 감정적인 움직임이 배제된 기계 같은 운영은 그야말로 철벽이었고, 한국인 용병 듀오 '스카웃-바이퍼'의 파괴력은 명불허전이었다. 하체에서 본 이득을 상체로 연결하는 부드러운 스노우볼은 알고도 막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EDG에게 있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4강 상대가 젠지라는 것이다. 젠지 역시 EDG와 마찬가지로 롤드컵 무대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진 않다. EDG가 초반 라인전 체급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담원 기아나 T1을 상대하는 것에 비해 승산이 꽤 높겠다. LPL의 유일한 희망이 된 EDG는 과연 고점 경기력만을 선보이며 결승에 오를 수 있을까.


■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4강 일정

1경기 담원 기아 vs T1 - 30일 오후 9시
2경기 EDG vs 젠지 - 31일 오후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