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모종의 이유로 2주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갇혀있어야 했던 집에는 데스크탑이 없었으며, 인터넷이나 간신히 가능한 10년 된 노트북 하나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디에서도 로스트아크를 즐길 수 있기 위해 모바일 원격 프로그램을 세팅해 두었지만, 원격 부팅인 WOL 설정을 해두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일일 콘텐츠는 물론 아브렐슈드를 2주나 날려야 한다는 공포감을 느끼던 와중, 최근에 로스트아크 지원을 시작한 지포스 나우가 떠올랐다. 별도의 호스트 플랫폼을 세팅하지 않더라도 클라우드 게이밍이 가능한, 일종의 원격 게임 서비스다.


▲ 8월 25일부터 시작된 로스트아크 X 지포스 나우


지포스 나우는 비록 1시간 접속 제한이 있긴 하지만 별도로 요금을 내지 않아도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 아무리 클라우드 게이밍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조차 느린 노트북으로는 구동을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 무료 플레이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다. 무료 플레이로는 사용자가 많아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시도를 하다 보면 접속이 되려나 싶어 재접속을 반복했지만 어느 순간 500명의 대기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기열이 너무 많아 대기열조차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500명의 대기열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약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30명 정도가 빠졌을 뿐이었다. 다음 날이나 되어야 플레이가 가능해 보일 법한 속도를 보니 무료 체험은 포기하고 일단 결제부터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특정 서버는 지포스 나우를 이용하면 이중으로 대기열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특정 통신사를 이용 중이라면 한 달에 6,450원으로 이용이 가능했지만,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보니 17,900원을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결제 후 쾌적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도 잠시, 다시 접속해보니 여전히 대기열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대기열의 수가 100여 명으로 적고, 줄어드는 속도도 비교적 빨랐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볼 수 있었다.

약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니 드디어 로그인이 가능해졌다. 접속 후 테스트를 해보니 살짝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소의 화질 저하가 있긴 했으나, 입력 지연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원격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안되며, 같은 게임 스트리밍 프로그램인 Parsec이나 Moonlight와 비견될 정도의 퀄리티였다.

따라서 카오스 던전과 같은 일일 콘텐츠는 물론, 발탄이나 비아키스와 군단장 레이드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10년 된 노트북으로도 이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동영상이 끊기지 않을 정도의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로스트아크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양이나 발열 등의 이유로 기존에 그래픽 설정을 낮춰서 즐기고 있었다면, 다소의 화질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지포스 나우를 이용해 최고 사양으로 로스트아크를 즐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일간 콘텐츠는 물론 주간 콘텐츠도 진행 가능할 정도로 지연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물론 지포스 나우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연시간 문제였다. 지연시간이 거의 없다고 상술했었으나, 이따금 지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심할 때는 입력 후 1초가 지난 다음에야 행동하는 일도 생겼다.

지연시간이 길어질 타이밍에는 고난이도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를 대비하지 못한 상태로 진행했던 아브렐슈드의 경우 1관문에서는 첫 카운터 외에는 다른 카운터가 불가능했으며, 2관문 내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4관문에서는 바닥을 예측하면서 피하기 바빴으며, 6관문은 결국 눕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여 이를 아마도 이해해줄 지인 파티를 꾸린 후 진행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멈춤 문제도 있었다. 종종 간헐적 연결 끊김이 발생하면서 1초씩 멈춰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잠시 후 화질이 저하되면서 끊김 현상은 알아서 해결되었으나, 당분간 저화질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부분은 개인 인터넷이나 너무 노후되었던 노트북 문제였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랜선 직접 연결이 아닌 와이파이 환경이라면 해당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며, 지포스 나우 이용 시도 시 경고 문구가 나오기도 한다.

외적으로는 6시간 제한 및 튕김 문제가 있었다. 유료 결제를 하더라도 6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접속이 종료된다. 물론 다시 접속하면 해결되지만, 대기열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정 콘텐츠에서 리트라이가 나게 되면 초조해질 수밖에 없으며, 6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면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재접속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튕겼을 경우에도 대기열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소 불편한 점으로는 스크린샷을 찍더라도 호스트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스크린샷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프린트스크린키로 한장 한장 별도 저장을 해야 했다. 21:9 모니터 환경에서 지포스 나우를 이용할 일은 거의 없긴 하겠지만, 지포스 나우는 21:9 모니터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좌우가 비어서 나오는 문제도 있다.


▲ 아 제가 눕클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요...


다만 상술했던 단점들은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의 일이며, 위의 단점들은 대부분 개선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료 회원 기준으로 피크 시간에도 대기열이 없거나 거의 없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튕김, 6시간 이후 재접속 등의 문제가 다소의 불편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즉 인터넷은 가능하지만 게임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로스트아크를 즐기고 싶다면 지포스 나우는 충분히 좋은 선택일 것이다.

물론 이는 지포스 나우의 유료 회원 가입 불가 정책으로 인한 일시적 해결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지포스 나우의 서버 증설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기존 회원이 아닌 이상 지포스 나우 유료 회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체험을 해보고 싶어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서버 증설이 언제 완료될지에 대해서도 기약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료 회원의 대기열도 다소 줄어들었기 때문에 접속 시간을 인내할 수 있다면 일일 콘텐츠 정도는 결제를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다만 1시간마다 재접속을 해야 하고 그때마다 대기열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간 콘텐츠를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유료 회원이 필수에 가깝다. 제대로 된 지포스 나우 사용을 위해서는 유료 회원 가입 및 대기열 이슈가 빠르게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 서버 증설 작업이 완료 된다면, 저사양 PC나 노트북으로도 쾌적한 로스트아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