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그땐 그랬지 네 번째 시간의 주제는 카드입니다. 현재 카드는 수집 콘텐츠 중 하나로, 도감 및 장착 효과를 통해 캐릭터의 성능을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다만 카드가 원래부터 캐릭터 스펙의 일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카드를 수집하는 것 자체는 동일했지만, 수집한 카드를 통해 NPC와 카드 배틀이 가능했습니다. 이를 통해 성향 증가 물약이나 부활의 깃털, 호감도 아이템, 카드, 낡은 금열쇠, 선원 등의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죠.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카드덱을 조금씩 강력하게 만들고 어려운 NPC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미니 CCG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초창기에는 다양한 덱도 등장했고요. 다만 깊이가 깊었던 것은 아니고 실링도 많이 필요했기에 덱의 획일화를 막지 못했으며, 추가적인 업데이트가 없어 자연스럽게 사장되어버렸습니다.


▲ 초창기 카드는 카드 배틀이었습니다



■ 태초에 카드가 있었다! 카드 배틀이란?

카드를 얻는 방식은 현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습니다. 각종 업적이나 퀘스트, 호감도 보상, 카드 배틀 보상, 떠돌이 상인 구매 등 고정적인 형태로 카드들을 얻을 수 있었죠. 업적이나 호감도 보상과 같은 방식은 원정대 당 1회였으나, 카드 배틀이나 퀘스트 등을 통한 카드 수급은 서브 캐릭터로도 중복 획득이 가능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카드 팩이 없었다는 점인데요. 대신 보물 인양이나 수중 탐사 등의 항해 활동으로 다양한 카드를 획득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카드는 거래도 가능했기에 인기 있는 카드들은 비싼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죠.

이런 카드들을 최소 5장 이상 모아 덱을 구성하고 카드 배틀이 가능한 NPC에게 카드 배틀을 신청하면 카드 배틀이 진행되었습니다. 카드마다 공격력과 체력, 코스트, 속성, 스킬이 존재했기에 상대하는 NPC에 따라 조금씩 조합을 바꿔가면서 카드 배틀을 진행해야 했죠.

이후는 간단했습니다. 카드 배틀을 신청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동으로 전투가 진행되었기에 개인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거든요. 간혹 나오는 치명타나 회피 등이 나오길 빌면서 제발 이기길 기도하는 정도였습니다. 초반에는 이것도 재미있긴 했었지만, 추후에는 너무 긴 시간 때문에 루즈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부활의 깃털이나 성향 증가 물약을 획득 가능했던 카드 배틀

▲ 항해 등의 활동으로 카드를 모아 덱을 완성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물론 전투가 재미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뿐이거든요



■ 초반 깡패 타나토스! 실리안 4단계를 첫 목표로

처음에 주어지는 카드들로는 사실 어지간한 NPC에게도 이기기 어려웠습니다. NPC들은 모험가들과 달리 카드에 체력 보정이 높게 들어갔거든요. 따라서 카드 각성 등의 방법으로 성장시켜야만 제대로 된 전투가 가능한데, 각성 난도도 높고 얻는 스킬이 무엇인지 미리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죠.

이 때 주목받은 카드가 타나토스였습니다. 실리안 4단계에 승리하면 업적을 통해 획득이 가능한 카드였죠. 실리안 4단계까지는 카드 각성을 진행하지 않아도 속성만 맞춰서 전투를 진행하면 어찌어찌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획득 난도는 낮았습니다.


▲ 초창기 깡패이자 후반까지 두루 사용된 타나토스


타나토스는 체력이 24로 낮긴 하지만 3코스트에 8의 공격력을 지닌 암속성 영웅 카드입니다. 1각성 스킬로 전투 시작 시 상대에게 피해 2를 주는 기습과 2각성 스킬로 나와 양 옆 카드의 코스트가 홀수라면 세 카드 모두 치명타 적중률 6% 상승하는 통솔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3각성을 완료하면 상대의 공격력이 나보다 작다면 공격불가와 회피율 5% 감소 2턴을 부여하는 기절 스킬이 있었죠.

타나토스의 공격력은 여타 카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였습니다. NPC들의 카드여도 대부분 기절이 걸렸으며, 이는 일방적으로 3연속 공격을 가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타나토스 카드 하나로 어지간한 전투는 승리할 수 있었죠. 당시로는 풀 각성에 20만 실링이라는 거금이 들어갔습니다만 투자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라하르트 등 유사한 카드도 상당히 많았죠.


▲ 3각성 시 획득 가능한 기절은 매우 좋은 스킬이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각종 버프 카드가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삭월의 경우 고작 고급 카드라 스펙도 낮고 각성도 1각성만 가능했지만, 각성을 진행하고나면 나와 양옆 카드의 코스트가 홀수라면 세 카드 모두 공격력이 1 증가하는 공명 스킬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타나토스 좌우에 삭월을 놔두면 타나토스의 공격력이 10이 된거죠.

삭월 카드는 실리안 2단계를 승리하면 획득 가능했으며, 서브 캐릭터로도 획득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카드 배틀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서브 캐릭터를 육성하여 실리안과 카드 배틀을 벌이는 것이 정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1번 카드의 공격력을 증가시켜주는 바투루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홀수덱, 짝수덱이라는 개념도 잡히기 시작합니다. 덱에 코스트가 홀수인 카드들만 있을 경우 버프를 주거나, 짝수인 카드들만 있을 경우 버프를 주는 스킬들이 상당히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타나토스와 같은 주력 딜러가 홀수인 경우가 많아 홀수덱이 훨씬 강세였지만요.


▲ 타나토스를 보조해 줄 삭월, 바투루 등이 인기였습니다



■ 기본 스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계승을 통한 특화덱의 등장

다만 기본 스킬 카드들로 아무리 조합을 잘 하더라도 모든 NPC의 모든 단계를 클리어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확정 클리어라봐야 4단계 정도였으며 5단계 이상은 버거웠죠. 베아트리스나 측백도사와 같은 최상위권 NPC는 그 이하 단계도 클리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습니다.

결국 모든 단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스킬 계승을 통한 특화 카드를 만들 필요가 생겼습니다. 스킬 계승은 양쪽 모두 카드 각성이 필요하고 하나의 스킬만 계승이 가능한데다가 골드는 물론 운이 나쁘면 크리스탈도 소모되었죠.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이왕 성장시킨 타나토스를 더 강하게 만들자였습니다. 타나토스 자체의 스킬도 변경시켜주는 것은 물론 주변의 버프를 잔뜩 챙기는 방식이죠. 타나토스가 2장 이상 사용되는 것은 흔했으며 많게는 5장까지도 사용되었습니다. 좋은 버프를 지닌 삭월 카드도 5장이 필요했고요. 다만 완성을 위해서는 너무 많은 노력과 재화가 필요한데다가, 베아트리스의 기절 저항을 이겨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킬 계승을 이용하면 굳이 타나토스와 같은 영웅 카드가 필요 없다는 점에 착안해 희귀 이하 등급들을 계승한 덱들이 유행을 탔습니다. 코스트가 7인 수령도사에 자신보다 코스트가 낮으면 2턴간 공격 불가를 부여하는 수신 아포라스의 동결을 계승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던 와중 덱을 구성하는 카드의 속성이 같다면 모두 회피율이 12% 증가하는 합일 스킬을 이용한 회피덱이 발견되었습니다. 극한으로 올리면 회피율이 100%를 넘겼죠. 타르실라와 자베른, 세리아나 에라스모, 브레아레오스 등 희귀 이하 카드들로만 구성이 가능한데다가 별다른 상성 없이 모든 NPC에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빼고요.


▲ 7코스트인 수령도사에

▲ 수신 아포라스의 멸시 스킬을 계승하는 것이 핵심

▲ 원하는 스킬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재화가 필요했습니다

▲ 타르실라를 이용한 수속성 회피덱, 가성비가 좋은 종결급 덱이었죠



■ 버려진 비운의 콘텐츠, 카드 배틀의 몰락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카드 배틀은 좋은 평가를 받는 콘텐츠는 아니었습니다. 밸런스도 잘 맞춰지지 않았음은 물론, 덱을 짠 이후의 배틀 자체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투자 금액은 적지 않게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인지 로헨델 대륙이 추가되었을 때도 카드 배틀 NPC는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섬이나 욘, 페이튼 등은 물론이고요. 결국 자연스럽게 카드 배틀은 존재의의를 잃어갔으며, 시즌2 이후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깊이가 얕았고 보상도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삭제되어도 납득이 되는 콘텐츠긴 했습니다만, 덱빌딩 자체는 나름의 재미를 주었으므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스타 트레일러 당시의 카드 배틀 콘텐츠가 그대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 카드 배틀이 이정도 퀄리티로 나와줬다면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