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그립습니다. 빛지모토님...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오랜 게임 생활을 즐기면서 자주 들어왔던 IP였다. 하지만 노가다나 몬스터 헌터 특유의 불편함도 익히 들었기에 입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몬스터 헌터: 월드 발매일 날 집 앞에 있던 게임 매장에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것을 보고 '아, 이것은 일단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구나'하고 부랴부랴 줄을 따라 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몬스터 헌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몬스터 헌터: 월드(이하 월드)는 그동안 영화 같은 연출과 화려한 그래픽을 뽐내기 바쁜 AAA급 게임에 절인 뇌를 짜릿하게 할 만큼 엄청난 충격과 신선함의 향연인 게임이었다. 주인공을 한없이 초라하고 약해 보이게 만드는 괴물과 몇십 분 동안 사투를 벌여야 하는 독보적인 게임 스타일 때문에 처음에는 답답하고 뭔 이런 게임이 다 있냐며 6.5만 원을 날렸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몬스터 헌터만의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월드에 이어 확장팩 아이스본도 너무 재밌게 즐겨 자연스레 후속작을 기대하게 되었고, 몬스터 헌터 라이즈(이하 라이즈)의 발매 소식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예약 구매 버튼을 눌러버렸다. 월드를 처음 했을 때와 같은 경험을 또 느낄 수 있으리라, 내구성이 조악한 조이콘이 부러지도록 진득하게 즐길만한 게임이 마침내 나온다는 기대감에 발매일만을 꼬박 기다렸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라이즈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큼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오히려 금방 질려 20시간 만에 라이브러리의 한쪽 구석에 박히고 말았다. 월드도 PS4로는 200시간을, PC로는 2배가 넘는 400시간을 넘게 즐겼었기 때문에 라이즈도 NS가 아닌 PC로 나오면 재밌게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그리고 그 위로를 껴안으며 다시 한번 라이즈를 맞이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썩 만족스럽진 못했다.

100시간을 넘도록 해도 새로움이 가득했던 월드와 달리 라이즈에서는 마지막 몬스터 발파루크를 잡고 멍하니 서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 70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단순히 밤 새도록 달려 번아웃이 온 것도 아니고, 팀원들이 사이좋게 수레를 타고 퀘스트가 터져서 현자 타임이 온 것도 아니다. 라이즈는 월드보다 오래 붙잡고 싶다는 욕구가 들지 않고 엔딩 이후 콘텐츠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즈가 왜 이렇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지, 월드보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고민하며 글을 써본다.

※ 월드의 확장팩인 '아이스본'의 콘텐츠는 제외한 본편의 콘텐츠만 비교했다.

▲ 월드는 아직 마랭 400도 못 찍은 몬린이다.

▲ 라이즈는 발파를 잡고 노가다 콘텐츠만 남아 천천히 즐기고 있다.



■ 축제 없는 집회소

월드는 최대 16인이 같은 집회소에 모여 임무를 시작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라이즈는 최대 4인만 모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집회소의 규모나 콘텐츠가 많이 축소된 모습을 보인다. 우선 소소한 즐길 거리가 없어졌다. 수렵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손가락 풀기용으로 자주 애용했던 팔씨름이 없어졌다. 또한 테이블에서 취할 수 있는 액션이 변경되었는데, 월드에서는 맥주를 마시거나 신나게 잔을 흔들거나, 맥주를 많이 마시면 취기가 올라 쓰러지는 등 재미있는 액션이 있었는데, 라이즈에서는 조용히 차만 홀짝이며 월드와 같은 즐거운 맛은 다소 없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월드 집회소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해당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나 컨셉에 걸맞게 꾸며져 분위기가 한껏 살아 몰입하기 좋았다. 하지만 라이즈는 계절이나 특별한 날과 관련된 축제가 열리지 않아 항상 똑같은 모습만 보여 게임에 몰입할만한 즐거움이 하나 사라졌다.

▲ 월드에 접속하니 마침 축제 중이었다. 보기만 해도 축제임이 느껴지는 분위기는 반가웠다.

▲ 간만에 친구와 자존심을 건 대결을 하니 재밌구만.

▲ 라이즈는 집회소에 따로 축제가 열리지 않아 아쉽기도 하고 심심했다.



■ 강제적인 백룡야행

백룡야행은 라이즈의 큰 스토리인 몬스터의 마을 침입을 막는 것을 응용한 디펜스 장르의 콘텐츠다. 월드에서도 조라-마그다라오스가 등장하는 비슷한 느낌의 미션이 있긴 하지만 진행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월드의 조라-마그다라오스는 몬스터의 경로를 바꾸면서 새로운 몬스터 네르기간테를 만나게 되는 스토리라인의 중심 중 하나라고 느껴지지만 백룡야행은 몬스터 헌터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 느꼈다. 백룡야행은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도 준수하고 디펜스 장르를 몬스터 헌터와 잘 버무린 임무라고 생각하지만 접근 방식이 아쉽다고 느꼈다.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의 본질이 무엇일까. 거대한 몬스터의 매서운 공격을 피하면서 특정 부위를 계속 공략해 부위를 파괴하며 사냥하는 쾌감을 즐기는 게임이다. 그런 몬스터 헌터를 즐기려 온 사람에게 갑작스레 발리스타와 대포를 쏴 몰려오는 몬스터를 잡으라면 상당히 이질감이 들 수 있다. 특히 백룡야행은 스토리를 완료하기 위해선 2~3회는 강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억지로 임무를 진행해야 하니 시간만 잡아먹는 재미없는 콘텐츠라는 이미지가 박힐 위험이 크다.

물론 반격의 봉화라는 것을 통해 직접 무기를 들고 싸워 단순한 디펜스 패턴에 변화를 가한다던가, 부가 임무를 클리어해 요새를 강화하고 새로운 무기와 동료를 해금하는 등 기존의 디펜스에서 백룡야행만의 차별점을 추가하는 노력의 흔적은 보인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억지로 하려면 누가 재미있어 하겠는가. 차라리 조라-마그다라오스처럼 한 번 맛보기로만 즐길 수 있게 한 후, 원할 때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부가 콘텐츠로 했으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솔직히 하다 보면 재미있긴 하다. 강제로 시켜서 거부감이 강하게 들 뿐이다.



■ 왠지 속은 기분이 드는 없데이트

현재 여러 커뮤니티에서 제일 문제를 꼽는 부분은 빈약한 콘텐츠로, 특히 월드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업데이트가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월드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와 라이즈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를 비교하면 라이즈가 공략할 몬스터가 조금 더 많다. 그럼 왜 유저들은 월드보다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업데이트 추가 몬스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의 추가 몬스터는 5마리며 라이즈의 업데이트 추가 몬스터는 9마리이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면 두 배 가까운 몬스터가 추가되었지만 이건 단순히 숫자 놀이에 불과하다. 월드에서도 등장했던 바젤기우스와 고룡 크샬다오라, 테오-테스카토르가 추가 몬스터에 포함되어 있고 본편에 있는 리오레우스, 디아블로스, 진오우거의 주인 이름이 붙은 몬스터 3종, 패턴이 변경된 나루하타타히메까지 생각하면 월드의 추가 몬스터의 종류에 비하면 우리가 원했던 추가 몬스터와는 너무 다른 라인업이다.

월드의 추가 몬스터 얘기를 꺼내 보자면, 미친 피클이라 불리며 몬린이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이블조, 집회소의 모든 인원이 힘을 합쳐 수렵한다는 독특한 수렵 방식을 선보인 맘-타로트, 강력한 위엄을 내뿜는 나나-테스카토리, 파이널 판타지 콜라보 몬스터 베히모스, 위쳐 3 콜라보 몬스터 레셴이 있다. 테오-테스카토르와 비슷한 나나-테스카토리를 제외하더라도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강력한 몬스터가 4종이나 추가되었다.

라이즈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몬스터를 제외하면 오나즈치와 발파루크 단 2종뿐이며 이로 인해 콘텐츠 부족, 추가 몬스터의 부족을 느끼지 않는가 생각한다. 좋게 말하자면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콘텐츠를 뽑아낸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뻔히 보이는 눈속임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기존에 개발 중이던 몬스터를 잘라내어 추가 몬스터라고 홍보하는 듯한 기분 나쁜 찝찝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어중간하게 끝맺는 스토리 영상을 보면 더욱더 그런 의심이 커지기만 했다.

▲ 월드의 추가 업데이트는 하나 하나가 완성도 높았다.

▲ 라이즈의 추가 업데이트 로드맵. 솔직히 오나즈치와 발파루크를 제외하면 원래 있었어야 할 것들이다.



■ 무성의한 이식과 후속 조치

위의 업데이트 얘기를 하니 생각난 것이 있다. 월드의 경우 초기 라이트 보우의 참렬탄이 밸런스 문제로 수정되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다른 무기들의 밸런스도 세세하게 수정되면서 무기별로 차이가 크지 않도록 패치되었다. 물론 밸런스라는 게 잡기 힘든 만큼 완전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특정 무기가 사기라고 할 순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고루 잡혔다. 그에 비해 라이즈의 경우 초반부터 사기 무기라거나 특정 무기가 성능이 너무 나쁘다는 말이 나오고 있음에도 특별한 밸런스 패치는 없었다.

또한 이식에서도 불만인 부분이 있었는데, 라이즈의 경우 식사나 몬스터 소개 영상 등 모든 컷 신이 30 FPS로 재생된다. PC의 성능에 상관없이 컷 신은 30 FPS로 고정되어 있으며 옵션에서 변경할 수 없다. 아마 NS 버전의 영상을 그대로 이식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도 못 해주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월드에서는 모든 컷 신이 옵션으로 설정한 게임 FPS대로 멀쩡히 재생된다.

이로 인해 라이즈의 후속 조치와 이식 수준은 무성의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곧 발매될 확장팩 '선브레이크'부터는 다른 감독이 담당한다고 하니 그때부터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거나 추가로 발생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행복회로를 불태워 본다.

▲ 친구가 월드 때는 조X곤만 쓰더니 왜 쌍검으로 갈아탔냐고 묻더라. 피리 들고 그런 질문을 하다니.



■ 심심한 콜라보 이벤트

월드에서는 다양한 콜라보 이벤트가 열렸었다. 캡콤 자사의 다른 IP 게임 콜라보는 물론 타 사의 유명 IP 게임과 콜라보를 해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위쳐 3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다. 콜라보를 통해 덧입기 뿐만 아니라 무기, 해당 게임의 대표 몬스터가 추가되었으며 해당 임무를 진행하면 UI나 진행방식이 바뀌는 등의 엄청난 디테일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라이즈는 어떨까. 라이즈도 물론 콜라보 이벤트는 있다. 다만 월드보다 빈약하고 수도 적어 지적 요소로 뽑혔을 뿐이다. 자사 캡콤의 콜라보로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고우키 덧입기, 오오카미의 아마테라스 덧입기, 마계촌이 있으며 타사의 IP 콜라보로는 세가의 소닉 콜라보가 전부이다. 비교적 수가 빈약하다고 느껴지는데 임무의 퀄리티에서도 아쉬움이 묻어 나온다.

월드의 콜라보 중 파이널 판타지의 베히모스와 위쳐 3의 레셴을 기억하는가? 베히모스는 상위 몬스터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강력한 공격과 신선한 파훼법으로 전 세계 헌터들의 도전 욕구를 불태웠다. 그리고 위쳐 3의 레셴 미션을 해보면 느끼겠지만 위쳐 3의 진행 방식을 흡사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NPC와의 대화, 선택지, 위쳐 센스 등 여러모로 공들인 티가 많이 나서 위쳐 3를 재밌게 즐긴 팬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라이즈의 콜라보 임무를 비교하면 조금 성의 없이 만들었다고밖에 느껴지질 않는다. 캡콤 자사 IP 콜라보 이벤트 임무의 경우 월드에서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타사 IP 콜라보 이벤트 임무의 완성도는 비교하면 아쉽다. 소닉하면 생각나는 경쾌한 분위기의 BGM과 링을 수집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 외의 오브젝트라던지, 구역이나 UI의 변화는 없어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콜라보 임무의 수가 적어 더 미워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 그래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고우키 덧입기는 퀄리티가 상당히 좋으니 꼭 해보길 바란다!

▲ 월드의 콜라보는 수도 많았지만 '이왕 콜라보한거 제대로 해보죠!' 라는 느낌이 좋았다.

▲ 라이즈의 소닉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임무도 나쁘진 않은데... 위의 콜라보에 비하면 빈약하다.



■ 사라진 뽕 맛

게임에서 말하는 뽕 맛이란 것은 참 여러모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가령 FPS나 액션 게임의 타격감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영화같은 연출 등으로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 헌터에서도 이 뽕 맛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나 시스템이 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 얘기하자면 타임 어택(0분 침), 갈무리 때 나오는 보옥이나 역린, 광물이나 뼈 무덤 채집 시 등장하는 희귀 소재, 몬스터가 강력한 공격을 하기 직전 기절이나 상처를 입혀 패턴을 막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수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0분 침은 월드부터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자세하게 클리어 타임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타임 어택의 개념을 강화해 여러 헌터들의 도전 욕구를 충족시켰다. 보상으로 역린이나 보옥 같은 희귀한 소재가 나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잘린 꼬리나 사체 갈무리 도중 캐릭터가 갑자기 깜짝 놀라면서 희귀한 소재를 번쩍 들어 올리면 수렵 때 사용한 아이템이 아깝지 않다. 희귀한 광석이나 소재를 채취할 때도 캐릭터가 놀라면서 부랴부랴 채집하는 모습을 보면 웬만한 가챠 게임보다 쫄깃한 손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뽕 맛이 라이즈에서는 조금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것 중에서 두 개나 사라졌다. 무엇인지 알아챘는가? 바로 갈무리나 광석, 뼈 무덤에서 채취 도중 희귀한 소재가 나왔을 때의 특별한 모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렵 도중 희귀한 소재를 획득하는 그 두근거리는 뽕 맛을 느낀 사람이 있다면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라이즈에서는 광석 채집 시 한 번에 3개의 소재를 모두 획득하도록 간소화되면서 삭제한 것이라 어느 정도 짐작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디테일함에서 재미의 차이점이 쌓인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아쉬움만 들 뿐이다.

▲ 희귀한 보옥이 두 번이나 떴지만 손맛이 심심해 쾌감은 덜 하다. 생각 외로 삭제된 모션이 꽤 있더라.



■ 호불호가 갈릴 요소

월드와 라이즈는 지향하는 게임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차이점이 보인다. 그중에서 월드로 입문한 유저라면 이질감을 느끼거나 호불호가 갈릴 요소를 다뤄볼까 한다. 우선 지형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겠다. 물론 오브젝트의 구성이나 밀집도 같은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내용은 고이 접어두겠다. 이건 PS4와 NS의 성능에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비교하긴 애매하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다른 부분은 언급할 만하다. 바로 지형의 상호작용이다.

월드 고대수의 숲에서 사냥하던 때를 잠깐 떠올려보자. 고대수의 숲 특정 장소에서는 바닥이 넝쿨 줄기로 이루어져 있어 몬스터에게 강력한 충격을 가하면 몬스터가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종의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또한 고대수의 꼭대기에 있는 알둥지 근처에는 입구가 막혀있는 폭포를 기억할 것이다. 리오레우스의 공격이나 폭탄으로 막힌 입구를 터뜨리면 고여 있던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리오레우스는 물론 캐릭터도 전부 휩쓸어 떠내려가는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이런 상호작용은 고대수의 숲뿐만 아니라 각 지형의 특징에 맞게 독 구름에 특정 슬링어 탄을 쏴 독 구름을 태운다던가, 들끓는 마그마가 몬스터를 덮쳐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는 등 여러 상호작용이 구성되어 있었다.

라이즈도 이런 지형별 상호작용이 있지만 다양성과 연출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지형별로 터뜨릴 수 있는 댐이 존재한다. 댐에 용 조종 중인 몬스터로 충돌하거나, 폭탄으로 강력한 충격을 가하면 물이나 마그마가 쏟아져 나오며 몬스터에 큰 피해를 준다. 월드의 알둥지 폭포와 비슷한 기믹이지만 연출력 면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게다가 그 외의 상호작용으로는 모래 평원의 바닥이 꺼지는 것 정도이며 월드보다 상호작용 수가 많이 줄었다.

그럼 이 부분도 라이즈가 하위 호환인 것 아니냐? 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대신 라이즈는 환경생물을 통해 전투의 재미를 보충해 이 단점을 보완했다. 라이즈의 필드에는 캐릭터의 전투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상승시키거나, 전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환경생물이 존재한다.

월드의 지형 상호작용은 정해진 위치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몬스터가 해당 지점으로 가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연출이 매우 좋아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있다. 반면 라이즈의 경우 지형보다는 환경생물과의 상호작용을 중점적으로 되어 있어 지형의 상호작용 연출은 다소 밋밋하지만, 환경생물을 습득해 자신을 강화하거나 전투 도중 언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전투의 호쾌한 맛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 월드는 지형의 상호작용 연출이 훌륭하다.

▲ 라이즈는 환경생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월드의 편의성과 라이즈의 편의성은 서로 없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월드에서는 특정 타깃이나 소재를 마크하면 안내 벌레가 길을 안내해줘 길을 잃을 일이 없다. 그와 반대로 라이즈에서는 이 안내 벌레라는 시스템이 없어 초행길이나 복잡한 길로 다닐 때는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신 밧줄 벌레라는 게 생겼는데, 이 밧줄 벌레를 이용해 원래라면 오를 수 없는 높이의 언덕을 오르거나,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등 이동의 자유성을 높였다.

그뿐만 아니라 헌터의 영원한 동료 아이루와 함께 가루크라는 동반자가 시리즈 최초로 추가되었는데, 이 가루크를 타면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고, 타고 이동하는 상태에서 숫돌 질, 물약 복용 등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 월드의 아이스본에서는 소형 몬스터를 불러내어 타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점과 높은 지형을 점프하며 다닐 수 있다는 점은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편의성의 차이가 크다.

이것은 월드와 라이즈만의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월드냐 라이즈냐'가 갈릴 것이다.

▲ 길치다 보니 안내 벌레가 있는 월드가 더 즐기기 편했던 것 같다. 이건 취향 차이다.



■ 결론

정리하자면 라이즈는 휴대용 기기에 걸맞게 가볍고 빠르고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고, 월드는 거치형에 걸맞도록 무겁지만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넣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몬스터 헌터라는 IP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게임성을 보이며 월드와 라이즈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무슨 스타일이 더 맞는가 하는 호불호의 영역이다. 월드로 입문했다가 '몬스터 헌터는 이런 게임이구나.'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느껴지는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스타일의 몬스터 헌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은 게임이다. 다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름에 발매 예정인 선브레이크에서는 위와 같은 아쉬운 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 그래도 아이보 대신 예쁜 누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