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해외 리그 오브 레전드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내게 여전히 LoL을 플레이하고 있는지 물었다. 기사도 써야 하고, 메타나 흐름도 알아야 하니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관계자는 예상외라는 반응이었다. 10년이 넘은 이 게임을 여전히 ‘재미있게’ 하냐면서 자기 주변에는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은 이들이 많다고 했다.

오랜만에 미팅을 한 국내 관계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려줬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다 성장했다는 뜻이다. 그의 게임단은 후원사를 찾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또한, 높아진 프로게이머 연봉의 대처 방안으로 아카데미 시스템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프로게임단이 이런 추세로 전환할 거로 예상했다.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입지는 여전하다. 리서치 회사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지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20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오버워치나 배틀 그라운드 같은 강력한 도전자가 몇 번 등장했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아성을 건드리진 못했다.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전히 ‘1등 갓겜’이다.

그러나 e스포츠로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장은 분명 더뎌지고 있다.

2020년 스프링 LCK의 가장 높은 순간 시청자 기록은 100만 명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30% 증가한 수치다. LCK의 순간 시청자 기록은 2021년에도 30%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LCK 2022 스프링의 순간 시청자 기록은 작년과 비슷하다. 131만 명에서 137만 명으로 6만 명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시점을 세계로 돌리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향한 시선은 더 많이 달라진다.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LCS는 최근 저조한 시청률로 고민에 빠졌다. LCS 시청률은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감소세를 보인다. 온라인 e스포츠 시청자 조사 사이트인 e스포츠 차트(https://escharts.com/)에 따르면 2022 LCS 서머 스플릿의 평균 시청자 수는 9만 명, 최고 시청자 1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이다.

LEC, LPL의 시청률도 감소하는 추세다. LEC는 2020년 서머와 2021년 스프링에 순간 시청자 기록과 누적 시청 시간 기록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세 시즌 동안 기록이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다. LPL의 시청 집계는 국가 특성상 정확하지 않아 참고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LoL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LPL의 성장세도 둔화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성장이 멈추는 사이에 눈에 띄게 성장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발로란트이다.

발로란트는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부터 올해 2022년까지 줄곧 4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지난해 최고 시청자 기록을 경신했다. 대부분의 중요 대회가 하반기에 집중되는 e스포츠 특성상, 발로란트는 더 높은 순간 시청자를 기록할 거로 보인다.

발로란트는 게임 전문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앞섰다. 2020년 현재 발로란트의 트위치 시청자 기록은 18.2만 명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16.1만 명)보다 약 2만 명이 많다.

북미의 한 게임 매체는 2021년 6월 한 달 동안 발로란트에 1,400만 명이 접속했다고 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8년 3월에 월간 3,200만 명의 활성 유저를 기록했다. 두 기록은 조사한 시기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게임의 출시 일자를 비교하면, 발로란트의 성장이 가파르다는 걸 가늠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e스포츠는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 천하다. 한국에서 LoL만큼의 시청자를 모으거나, LoL만큼의 규모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종목은 없다.

그러나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장막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글로벌의 시각으로 보면 LoL의 성장은 더뎌지고 있다. 반면, 발로란트는 눈에 띄게 커지는 중이다. e스포츠 업계의 지각이 달라지는 중이다. 해외서 벌어지는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