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제스트-버즈-마코-알비-스택스'

에임과 샷이 중요한 FPS 장르 게임에서도 한국팀이 잘할 수 있을까. 오버워치와 같은 하이퍼 FPS 장르에선 한국인들이 남다른 합과 기량으로 세계를 제패했지만, 여전히 카운터 스트라이크-레인보우 식스와 같은 택티컬 슈터류에선 미지수였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처럼 에임이 중요한 발로란트 역시 해외팀들이 우승을 휩쓸곤 했다.

아무리 게임과 e스포츠에 능한 한국이라도 정통 FPS 장르에선 힘을 못 쓴다는 생각이 자리 잡을 때 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 2022 발로란트 챔피언스 이스탄불에서 DRX는 세계 4강권에 들면서 색다른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6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대표팀 DRX가 3위로 올라서며 세계 무대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그렇다.

내년부터 발로란트 파트너쉽이 도입되고, 더 많은 자본과 해외팀들이 리그에 합류하는 만큼 기대는 더 커지고 있었다. 국내 무대를 제패한 DRX 발로란트팀 역시 올해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화려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Q. 한 시즌을 대표하는 챔피언스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스택스' 김구택 : 시즌이 마무리됐는데, 더 바쁘게 지내는 느낌입니다. 'BTS' 스케줄 간접 체험을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이벤트전이나 대회 등 준비할 게 여전히 많아요.

'마코' 김명관 : 챔피언스를 다녀오고 휴가 때 발로란트를 안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재미가 붙어서 다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발로란트는 저에게 일이었는데, 최근 더 재미있더라고요.


Q. 세계 대회에서 처음으로 3위라는 성적을 거두고 왔습니다. 챔피언스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제스트' 김기석 : 이전 대회에서는 후회하면서 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후회 없는 경기를 했어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알비' 구상민 : 그래도 결승까지는 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옵틱 게이밍을 상대로 마지막에서 패배하니까 좀 아쉬웠어요.


Q. 국내 무대는 연이은 우승으로 확실히 장악했다고 볼 수 있어요. 국내와 국제무대의 경기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다른가요.

'제스트' 김기석 : 국제대회는 확실히 이제 모든 지역들의 1등에서 한 2등 정도 팀들이 모인 곳이라서 한국 대회보다 확실히 수준이 높아요.

'스택스' 김구택 : 국내 대회보다 국외 대회에 강한 선수-팀이 많은데, 피지컬 차이가 느껴집니다.



Q. 타 종목은 한국 최강이 세계 최강인 경우도 있잖아요. 어떤 점이 달라져야 국내와 국제 무대의 기량 차이가 좁혀질까요.

'마코' 김명관 : LoL로 비교해볼게요. LoL은 대한민국 국민 게임이잖아요. 피시방 점유율도 60%가 나온 적이 있었죠. 그런 차이점이 있다 보니까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거겠죠. 한국에 게이머들이 더 많아지면, 그만큼 수준이 높아지고 경쟁력도 생길 것 같아요. 그 차이라고 봅니다.


Q. 요즘 발로란트의 피시방 점유율 순위가 올라갔다고 들었어요. 인기를 좀 체감하나요.

'마코' 김명관 : 이번 휴가 때 피시방에 한 번 들렸는데요. 이전까지 피시방을 가도 발로란트를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많이 하더라고요.


Q. 내년에 발로란트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되고 다양한 나라의 팀과 대결합니다. 어떤 기대감이 드나요.

'제스트' 김기석 : 솔직히 한국 대회는 저희가 우승할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대회가 더 커져서 세계 팀들의 합류가 기대됩니다.

'알비' 구상민 : 새로운 리그를 하게 돼 정말 기쁩니다. 국내를 넘어서 아시아 리그로 변화하잖아요. 스크림에서 만났던 상대들을 이제 대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더 좋아요.


Q. 일본팀과 앞으로 만날 일이 더 많아졌어요. 디토네이션은 서울에 게이밍 하우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본 팀 스타일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알비' 구상민 : 일본 팀은 저희랑 좀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해요. 다른 건 주로 천천히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보기에 소심한 플레이를 많이 하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다 같이 움직이는 스타일 같아요.


Q. 먼저 새롭게 T1-젠지가 새롭게 한국 프랜차이즈로 합류하는데요. 다른 종목에서도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강자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발로란트에도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나요.

'스택스' 김구택 : 기업이 게임을 하는 게 아니죠. 선수가 게임을 하니까요.

'마코' 김명관 : 거대 자본만으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서 성적을 내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Q. 10월 3일에 발로란트 한일전을 노셉션과 대결할 예정이다. 이벤트 전이지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제스트' 김기석 : 해당 경기만 준비하고 있지는 않아요. 저희가 휴가 중이지만, 감은 잃지 않으려고 스크림을 계속하고 있어요.

'마코' 김명관 : 휴가가 아닌 느낌. 편하게 쉬진 못하고 있어요. 저희는 휴가 기간이 되면 이런 경기나 스크림이 잡히는 것 같아요.

'스택스' 김구택 : 쉴 때 확실히 쉬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알비' 구상민 : 리그 자체가 길게 잡혀서 저희가 쉬는 시기가 애매했어요.


Q. 이번 챔피언스에서 처음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국제 대회까지 매번 4강권을 넘지 못했는데, 이번에 넘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코' 김명관 : 저는 팀 분위기가 이전에 참가한 모든 국제 대회를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고 생각해요. 분위기를 잘 타면서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일단, 팀원들이 실수하더라도 그냥 좋게 잘 넘어가고, 웃음을 잃지 않았고요. 현장에서 관객이나 팀원이 모두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버즈' 유병철 : 저희가 그동안 마스터즈에서 쌓아온 경험치가 있잖아요. 감독-코치진분들이 그런 경험을 잘 살려줬죠. 상대에 맞게 조합을 잘 준비하고, 플레이도 좋아서 3등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Q. 프나틱전에서 가장 극적인 역전승이 나왔어요. 0:1에 2세트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버즈' 유병철 : 솔직히 저희가 극복을 너무 많이 해서 잘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래도 저희가 밀리더라도 그냥 스코어보드 신경 안 쓰고 그냥 게임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까 따라와 있고, 또 역전하고 그런 느낌이었어요.


Q. 특히, '버즈' 선수가 2세트에서 상대 집중 공략에 흔들리는 장면도 나왔는데, 3세트에서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어떤 특별한 오더나 작전 변경, 피드백이 있었나요.

'버즈' 유병철 : 딱히 특별한 변화는 없었어요. 그냥 하던 대로 했던 것 같아요.


Q. 상대 프나틱의 '더크'가 홀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해외팀 에이스는 어떤 장점이 가장 뚜렷하다고 평가하나요.

'버즈' 유병철 : '더크' 선수가 첫 세트에서는 잘했는데, 2-3세트에서 흔들리더라고요. 첫 세트에서 너무 잘해서 그런지 오히려 잘 안 보였어요.



Q. DRX가 극적으로 승리할 때마다 '스택스'의 세레모니가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레모니겠지만, 어떤 느낌을 받아서 그런 모습이 나오는지 알고 싶어요.

'스택스' 김구택 : 상대 방이 보라고 하는 것도 있어요.

'버즈' 유병철 : 막상 상대가 도발하면 저희는 잘 못 보긴 해요(웃음).

'스택스' 김구택 : 그리고 발로란트는 제 개인 플레이도 중요해요. 개인 플레이의 긴장감이 대단하죠. LoL 같은 게임은 킬 없이도 운영만으로 역전이 가능하잖아요. 그리고 발로란트는 1라운드를 가져가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벌어져서 그럴 수 있어요.


Q.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꾸준히 잘해주더라고요. 기복이 큰 선수들도 있는데, 본인들은 어떻게 침착함을 유지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코' 김명관 : 평소에도 저는 별말이 없어요. 조용히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해요. 게임도 그냥 '아 그랬구나' 이런 식으로 잘 넘어가는 편입니다.

'알비' 구상민 : 게임을 하다 보면 조용하는 성격인 것도 있고 제가 개인 생각을 좀 많이 해요. 그렇게 해서 가끔 말린 적도 가끔 있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어요. 이번 챔피언스에서 2:4를 극복하는 헤이븐 명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마코' 김명관 : 사람이 급하면 거기에 말려 들어가서 게임도 더 급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급해질 때도 있죠. '뇌 정지'라고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안 죽는 방법을 알면서 플레이해서 여유 있게 하려고 해요.


Q. 반대로 팀에서 에임이나 기량의 기복이 큰 선수는 누구인가요.

'마코' 김명관 : '버즈' 선수가 정말 잘 쏴요. 제가 게임에서 죽고 나서 '버즈' 선수 화면을 보면 엄청 잘하더라고요. 저렇게 플레이하면 상대방이 아무도 신경 못 쓸 것 같아요. 어디까지 움직였는지 예상을 못 할 것 같습니다. 에임에 장점이 집중된 선수죠. 그만큼 다른 것을 신경 쓰지 못하다가 끊기는 경우도 있고... 신은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버즈' 유병철 : 저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챔피언스에서 마스터스 코펜하겐 우승팀인 FPX에게 두 번이나 2:0으로 이겼어요. 상성이란 게 있을까요.

'스택스' 김구택 : 매너가 정말 없었어요. 주먹 인사할 때 힘을 실어서 때려요.

'알비' 구상민 : 상대가 오더에만 너무 집중하는 팀이었어요. 힘은 없고 커뮤니케이션만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은 느낌이었어요.


Q. 결승전을 앞두고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옵틱 게이밍과 라우드라는 세계 2강 팀에겐 확실히 다른 점이 있을까요.

'알비' 구상민 : 잘했어요. 꾸준히 계속 열심히 해서 잘하는 팀이였어요.


Q. DRX가 다른 세계 팀들보다 전체적인 선수 밸런수가 잘 맞는다는 말이 나와요.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현 로스터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마코' 김명관 : 팀원들이 모두 개인마다 뚜렷한 장점이 있어요.

'알비' 구상민 :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다고 봅니다.



Q. 팀에서 편선호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경기 중에는 어떤 도움이 가장 크게 와 닿는지 궁금합니다.

'알비' 구상민 : 감독님 한 명이 저희를 모두 지시하기 힘들잖아요. 한 명이 내용을 전달했을 때 1시간이 걸린다면, 코치님들 포함해서 총 세 명이 이야기를 하면 20-30분 정도에 끝낼 수 있죠.

'버즈' 유병철 : 코치-감독님이 상대팀 분석할 때 훨씬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서로 이야기도 잘해서 장점이 잘 드러납니다.


Q. 경기 중에 코치진이 들어와서 작전을 전달할 수 있잖아요. 그때 해준 말이 승부에 영향이 큰가요.

'스택스' 김구택 : 그렇습니다. 뒤에서 보는 것과 플레이하는 느낌이 다르니까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제스트' 김기석 : 다음 시즌도 똑같이 열심히 해서 1위 자리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대회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버즈' 유병철 : 이번에 이제 리그가 아예 바뀐 만큼 다시 처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화이팅!

'마코' 김명관 : 이제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도 알고 있어요.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비' 구상민 : 이번 연도 마스터즈 대회에선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도 이번 챔피언스 때 저희가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잖아요. 다음 시즌에서도 그런 모습을 이어가 더 성장해 우승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택스' 김구택 : 다양한 나라들이 모이던데, 맛있게 이겨주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