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영상을 볼 때 언제부터인가 건너뛰기 할 수 없는 6초 길이의 광고 영상이 연달아 두 번 나오는 것이 당연시되기 시작했다. 어떨 땐 15초 이상의 광고 영상 하나를 통째로 시청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상 시작 전, 그리고 영상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 영상은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사용자들은 1초 단위로 서서히 늘어가는 광고에 익숙해지거나, 혹은 '프리미엄'과 같은 월정액 서비스 사용을 강요받고 있다. 유튜브를 대신할만한 뚜렷한 대체재 없이, 독점에 가까운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VR 시장은 영상 플랫폼 내에서 유튜브가 보여주는 영향력처럼, 오큘러스 퀘스트를 필두로 내세운 '페이스북'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시장 확대와 사용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부담 없는 헤드셋 가격을 무기로, 이미 스팀 플랫폼 내 VR 헤드셋 점유율의 반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5월 스팀 하드웨어 설문조사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2와 퀘스트,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셋은 도합 5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침체되어있는 VR 시장을 활성화하고 그 규모를 키워나가는 페이스북의 행보 자체는 마땅히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특별한 대항마 없이 'VR 시장 독점'을 향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페이스북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뜻 모를 걱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기업들의 지난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지 이미 수많은 전례를 통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걱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새로운 내부 정책을 밝히고 나섰다. 바로 '헤드셋 내부 VR 광고'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정식 적용에 앞서 진행되는 테스트 차원으로 현재는 VR 슈팅 게임 앱인 'Blaston'에만 시범적으로 적용되지만, 향후엔 더욱 넓은 범위로 VR 광고가 적용될 예정이다.


오큘러스는 VR 앱 개발자들이 만드는 다양한 앱들을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VR 광고를 적용하게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게임 속에 노출되는 광고가 보기 싫다면 바로 끌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는 등, 몇 가지 편의 기능도 동시에 적용됐다.

페이스북이 소개하는 광고의 취지는 얼핏 들어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나, 유저들은 게임 속에 적용된 광고들이 심화하면 결국 게임의 몰입감을 헤치고, 나아가 피로감을 선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을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의 선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앱에 이어 VR 게임 콘텐츠 내부에까지 광고를 시작하게 된다는 소식이 마냥 반가울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광고 자체를 '악'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광고를 통해 개발자들은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오큘러스 플랫폼 역시 VR 앱이나 콘텐츠 유형을 더욱 다양하게 갖출 수 있게 된다. VR이 '주류 플랫폼'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현재로선 우려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페이스북이 어떤 방침을 정하든, 유저들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와 같은 양상이 이어진다면 페이스북이 VR 시장 전체에 끼칠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고, 말 그대로 '독점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면 지금의 유튜브처럼 광고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오큘러스 프리미엄'을 구매해야만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행히도 현재의 페이스북은 VR 앱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가능한 유저 반감이 덜한 광고 방식을 찾기 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광고'를 연구하는 등 여러 투자와 피드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VR 광고가 앞서 여러 매체를 통해 시행된 광고들의 나쁜 요소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VR 개발자들은 물론, VR 사용자들에게도 득이 되는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