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6세대 콘솔 출시에 발맞춰 시장에 뛰어들면서, 콘솔 시장은 파란을 맞이했다. 가정용 콘솔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던 '세가'의 '드림캐스트', 그리고 소니의 역작 'PS2'와 닌텐도의 '게임큐브'까지, 'XBOX'는 콘솔 시장에서 명백한 후발주자였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곧 독자적인 팬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두 세대가 더 지나면서, 'XBOX'는 명실상부 콘솔계를 떠받드는 두 기둥(닌텐도는 워낙 그들만의 리그니 제쳐놓고서라도) 중 하나가 되었다. 재작년부터 해서 각종 게임쇼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콘솔 시장 주도권 경쟁이 주 소재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불꽃 튀는 경쟁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뜨거운 접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야심 차게 내놓은 XBOX One이 전 세대 기종인 XBOX360에 비해 영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북미에서는 소니의 'PS4'와 나름 치열한 대결을 벌였지만,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대참패. 결과적으로 전체 판매량에서는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추석을 조금 앞둔 9월, 2시간을 날아 도쿄에 도착했다. 일본 팬들을 위한 '팬 페스트' 참석차 도쿄에 나와 있는 XBOX 부사장 '쿠도 츠노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니 조금은 아이러니했다. 경쟁업체인 소니의 홈그라운드인 일본에서 진행되는 엑스박스 부사장과의 인터뷰. 그런데 일본식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니? 하지만 도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난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인상을 가진 사내였다. 큰 편에 속하는 나보다 족히 10cm는 더 커 보이는 키, 그리고 푸른 눈을 가진 그는 완벽한 '미국인' 이었다.

쿠도 츠노다 :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현재 엑스박스와 윈도우 익스피리언스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의 역할은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험'을 정의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성과들을 실질적으로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그는 총 16종의 XBOX 게임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홀로렌즈'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 '쿠도 츠노다(Kudo Tsunoda)' 'XBOX' 부사장

※ 정해진 인터뷰 시간이 길지 않아 충분한 질문을 하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다. 도쿄에 와서 XBOX의 인터뷰를 하게 될 줄 꿈에 몰랐다. 잘 부탁하며 좋은 답변을 부탁한다.

쿠도 츠노다 : 나 역시 만나서 반갑다. 혹시 나에 대해서 미리 들어 보았거나 내가 무슨 역할을 맡고 있는지 알고 있나?

물론이다. 당신의 바이오그라피를 미리 읽어 봤다. 보통 한국에 XBOX 관련 인물로 잘 알려진 사람은 '필 스펜서(MS 부사장, XBOX 부문 수장)' 정도이기에 미리 읽어볼 필요가 있었다.

▲ XBOX의 수장으로 잘 알려진 '필 스펜서(Phil Spencer)'

쿠도 츠노다 : 휴 그렇다면 다행이다. 오늘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인터뷰가 잡혀 있는데, 대부분의 기자들이 꼭 그걸 물어보더라. 또 말해야 될까봐 내심 겁먹고 있었다.

아마 그사람들도 알고 있는데 글로 쓰려다 보니 또 물어본 걸 테다.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을 해도 되겠는가?

쿠도 츠노다 : 물론이다. 난 준비가 되어 있다. 아! 혹시 윈도우 10을 사용중인가?

나오는 날 바로 업그레이드했다. 윈도우 7이나 8, 8.1보다 쓰기 편해서 잘 쓰고 있다.

쿠도 츠노다 : 하하 고맙다.

한국의 경우 다양한 부분의 메인 인프라가 아직 윈도우 10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민을 좀 하긴 했다. 하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쿠도 츠노다 : 음, 그렇다고 들은 것 같다.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거다.

사실 지금도 나쁘진 않다. 첫 질문은 한국 시장에 대한 내용이다. 국내에서 XBOX One을 산다는 것은,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쉽게 고르지 않는 선택지다. 기기 자체의 결함이나 성능의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그렇다. 이미 타사의 콘솔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쿠도 츠노다 : 올해 말을 기점으로 XBOX의 다양한 독점 타이틀이 시장에 풀린다. 간판 타이틀인 '헤일로5'를 포함해 기간 독점인 '라이즈오브더툼레이더', '포르자 모터스포츠 6'가 준비되어 있다.

더불어 전 세대 기종인 'XBOX360'당시 흥행했던 작품 100종의 호환 또한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말, 그리고 내년 초를 기점으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 기사 : [E3 2015] 헤일로, 홀로렌즈, 그리고 '기어즈 오브 워'... 'MS' 미디어 브리핑(종합)

확실히 경쟁 기종과 비교하면 아시아권에 어필할 '킬러 타이틀'이 부족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전 세대인 'XBOX360'에 비해 독점 타이틀의 무게감이 약간 덜한 느낌이다. 당시의 '기어즈오브워'나 '레드 데드 리뎀션'같은 타이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콘솔을 살 가치가 있었던 게임들이다. XBOX One의 이번 독점작 라인에 확실히 기대를 걸어도 되겠는가?

쿠도 츠노다 : 앞서 말했듯, 연말을 기점으로 등장할 라인업은 그간의 XBOX 라인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지나고 나면 '퀀텀 브레이크'와 '스케일바운드'도 등장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리코어'나 '크랙다운3'까지, 내 생각에 이 타이틀들은 결코 과거의 라인업에 모자라지 않으며, 'XBOX360'의 독점 라인업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2016년을 준비중인 '차차기' 주자들


기자 : '홀로렌즈'에 대해 좀 물어보고 싶다. 지난 'E3'당시, '마인크래프트'를 소재로 한 홀로렌즈 시연은 환상적이었다. 다만 'HMD VR' 시장도 그렇듯, 기기가 소화해 낼 소프트웨어는 충분히 준비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쿠도 츠노다 : 어떤 영역의 소프트웨어를 말하는지 알려줄 수 있나? 게임을 말하는 건가?

당연히 게임을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넓은 영역에 적용되는 것 같다.

쿠도 츠노다 : 지금까지 공개한 홀로렌즈의 시연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홀로그램'은 좋은 비주얼 수단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혹시 '헤일로'를 홀로렌즈로 시연해 본 적 있는가?

아쉽게도 헤일로를 홀로렌즈로 시연해본적은 없다.

쿠도 츠노다 : '헤일로'를 홀로렌즈를 끼고 플레이하면 훨씬 더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화면에 나오는 정보 외에도 다양한 시각적 정보들을 홀로그램을 통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도 홀로그램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가령 '나사'를 필두로 한 우주 공학 분야라던가, 청사진이 필요한 건축, 그리고 교육이나 의료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의학 대학원(Medical School)에서는 홀로그램을 이용해 약학을 교육하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또한 홀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화상 통화(Skype)의 경우 보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일종의 3D 가상 조형물을 만들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준비 중이다. 홀로그램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유용할 것이다.


듣다 보니 놀랍다. 물론 아직 개발 단계이겠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 보인다.

쿠도 츠노다 : 홀로렌즈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미래로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홀로그램'이라는 말 자체가 알 수 없는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출근하다 보면 가끔은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실로 굉장한 경험이다.

▲ E3 당시 선보인 '홀로렌즈'의 시연은 놀라웠다.


말만 들어도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XBOX의 차기 정책에 대해 좀 묻고 싶다. XBOX One 런칭 초기에, XBOX는 '하드웨어'를 강조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굉장히 민감한 음성 인식 센서가 달린 키넥트라던가, XBOX 자체의 성능, 그리고 OS가 되는 소프트웨어까지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 XBOX의 주요 어필 포인트는 '게임'이 되었다. 다양한 독점작들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의 기대감을 쌓아가고 있는데, 이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독점작들을 간격 없이 꾸준히 내놓을 순 없는 노릇이고, 충분한 타이틀이 확보되고 나면 다음 스텝이 있을 것 같은데?


쿠도 츠노다 : '연결(Connect)'이다. 새로운 OS인 '윈도우 10'을 런칭한 이후, XBOX 유저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자유로운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정보의 동기화, 그리고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게임 환경은 XBOX만의 독창적인 '게임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PC'와 'XBOX'간의 '크로스 플레이'도 멋진 기능이다. 혹시 본 적 있는가?


'페이블 레전드'의 크로스 플레이를 본 적이 있다.

쿠도 츠노다 : 맞다. 바로 그거다. '크로스 플레이'는 PC냐 콘솔이냐를 가리지 않고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준다. 뿐만 아니라 모든 플레이 정보는 어디에서 플레이하든 저장되며, 동기화된다. PC로 게임을 즐기다가 마음이 내키는 대로 콘솔을 켜고 그대로 이어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우리는 이번에 발표한 독점 타이틀 외에도, 이런 'XBOX'만의 게임 환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을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올해 초 시연을 선보인 'XBOX One'과 PC의 크로스 플레이

결국 마지막엔, 게이머가 원하는 하드웨어를 그 때마다 선택할 수 있는, 기기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게임 환경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굉장히 인상깊은 이야기다. 별로 길게 질문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마무리 시간이 다 되어 간다. 한국의 XBOX 게이머들, 그리고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

쿠도 츠노다 : 한국 게이머들은 항상 우리를 놀라게 한다. 게임에 대한 강력한 집념과 집중력, 그리고 승부욕과 열정은 감탄할 수밖에 없다. 기기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각종 피드백과 의견은 항상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영감'을 주며, 동시에 의욕을 고양해준다. 덕분에 우리 또한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항상 한국 게이머들이 품고 있는 '게임을 향한 열정'에 존경(Respect)을 표하고 싶다.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