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대표 김강안)는 게임업계 내에서 독특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2015년 10월 설립된 111%는 첫 게임 '비비탄'으로 게임업계에 인상을 남겼다. 이후 111%는 빠르게 게임을 내놓고, 또 많이 접었다. 지금까지 111%가 내놓은 게임 수는 150여 개. 일반적으로 게임사가 하나의 게임 개발에 공 들이고 내놓는 것과는 비교되는 속도다.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111%는 자신들만의 게임 개발 스타일로 지난해 1,300% 이상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111%는 빠르게 게임을 만들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히 접는다. 이는 김강안 대표 창업 경험에서 비롯됐다. 111% 창업 전 세 개의 서비스를 선보인 김강안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뒤처지지 않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순간에 맞는 앱을 낸다'를 성공 노하우로 삼게 된다. 111% 주요 매출원이 된 '랜덤 다이스'도 이 성공 노하우에서 탄생했다.

111%가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한다. 모집 직군은 개발, 디자인, 기술, 사업, 기획 등이다.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개발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요즘, 111%는 회사를 알아보는 개발자에게 '경고장'을 보낸다. 안정과 안락함보다는 도전과 성취를 더 중요시하는 개발자를 원한다는 것. 111%는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을 지향하는 게임사라고 강조한다.

▲ 자료 제공: 111%

111%가 밝힌 지난해 매출액은 1,500억 원 이상이다. 전년 대비 1,342% 올랐다. 111%는 창사 이래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스타트업으로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111% 채용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지혜 인사총괄로부터 들었다.


111%, 다섯 가지 '필수템' 가진 사람 원한다
"게임 개발의 A to Z를 알아야"

▲ 이지혜 111% 인사총괄

111%가 창업 이후 가장 큰 규모로 경력직을 뽑는다. 몇 명 정도 채용할 계획인가?

= 현재 111% 임직원 수는 110여 명, 평균 나이 29세의 젊은 회사다. 작년 이맘 때쯤 임직원 수가 30여 명이었으니 짧은 기간 빠르게 늘었다.

채용에 인원 수는 제한하지 않는다. 111%가 대형 게임사는 아니다 보니 몇백 명 규모의 채용은 아니지만, 우리는 많은 인재보다는 '인재 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좋은 사람을 뽑고자 한다. 일반적인 대규모 채용과는 결이 다르다.


111%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 대체할 수 없는 인재, 시장에서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다섯 가지 핵심 가치로 살핀다. 이를 우리끼리는 '필수템'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필수템은 △본질 △열정 △빠르게 △다르게 △소통이다. 이 필수템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


스타트업이니 채용 기준을 타회사에서 참고할 거 같은데, 롤모델로 삼는 회사가 있나?

=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 문화를 벤치마킹했고, 인사 시스템을 가져왔다. 넷플릭스는 창의적인 조직이다. 우리 역시 창의적인 조직을 지향해서 넷플릭스 같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다. 넷플릭스 조직 문화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인재 밀도를 높이고, 인재가 자율 문화 안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수시로 게임업계 연봉을 체크하고, 최고의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넷플릭스 인사 시스템은 쉬운 해고로 일부 비판을 받는데.

= 회사와 직원이 서로 맞지 않으면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는데, 우리도 그렇다. 아름다운 이별에 오해가 있는 것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해고하는 게 아니다. 회사는 직원과 같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시로 피드백을 한다. 넷플릭스 조직 문화를 담은 '규칙 없음'에 나와 있듯이 피드백을 했는데도 변하려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줄 때에는 서로를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한다. 서로 맞지 않는데도 회사에 남아있는 것은 직원으로서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

▲ 111%는 넷플릭스 조직 문화를 롤 모델로 삼는다

아직 111% 사내 문화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 젊고 에너지틱하다. 수평적으로 소통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또 권장한다. 그중에서도 서로에게 피드백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입 사원도 우리 대표인 토니(tony), 일반 회사의 C-레벨에게도 편히 찾아가서 자신의 생각을 편히 말한다. 회사 대표 의견이라도 아니면 아니라고 한다. 이게 우리 회사의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피드백을 권장하기 위해 '프레젠티'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얘기가 필요할 때 "커피 한잔 할래요?"라고 말하듯, 사내 카페에서 샤넬백보다 예쁜 상자에 담은 커피를 내밀며 "프레젠티 한잔 하실래요?"라고 한다. 회사 대표도 "토니 님, 프레젠티 한잔 하실래요?"라고 하면 따라 나온다.


아무래도 채용 스펙에 대해 궁금하다.

= 일반적으로 스펙이라 불리는 대학교, 어학 점수 등은 전혀 안 본다. 현재 경력직 채용은 경험을 중요하게 살핀다. 111%의 개발자는 특정 팀에 속해 그 일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셀' 구조로 작은 게임을 만든다. 그 점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한 명의 개발자가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는지다. 예를 들어 로그인 구조, 상점 활성화, 인벤토리 UI 등을 만들 수 있고, 실제 서비스까지 해본 사람을 선호한다. 현재 선호하는 개발자는 실시간 대전 서비스를 해본 사람들이다.

회사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작고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혹 우리의 개발 스타일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3년간 개발하고 출시도 못한 채 드랍하는 것보다, 6개월 내로 빠르게 만든 뒤 출시까지 해 유저 반응을 살펴보길 원하는 개발자를 선호한다. 개발자 손끝으로 게임을 출시까지 하는 경험을 하고, 유저 반응을 보고, 게임을 고도화하길 바란다.

111%는 주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한다. 유니티 엔진을 화려하게 다루는 것보다, 소소하더라도 하나의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하나의 셀은 개발자 2명, 디자이너 2명으로 구성된다. 즉, 개발자와 디자이너 모두 게임 개발 과정의 A to Z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셀 단위로 개발이 이뤄지면, 인센티브 제도가 따로 있을까?

= 셀에서 대박을 내 고도화를 해야 할 거 같다면, 그 셀을 승격해 '슈퍼셀'로 만든다. 슈퍼셀이 되면 개발 공간을 회사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내준다.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따로 인센티브 제도는 만들지 않았다. 111%는 창의적인 조직이고 도전을 많이 한다. 도전이 실패했어도, 우리는 않고 경험이라고 여긴다. 만약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면 그 돈을 받기 위해 항상 성공하는 프로젝트에만 매달릴 것이다. 그러면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인센티브 제도가 동기부여나 창의성 면에서 크게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연봉 제도로 보답하는 편이다.

'랜덤 다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이 크게 성공했지만, 111% 임직원 모두가 성공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의 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보다 111% 임직원 모두의 연봉을 50% 인상했다.


비개발자 직군에선 무엇을 중요하게 보나?

= 해당 직군의 경험이 있는지와 앞서 말한 다섯 가지 필수템을 갖췄는지를 본다. 자세히 살피면 본질이 중요하다. 토니가 피드백 때마다 말하는 게 "그래서 이 일의 본질이 뭔가요?"이다. 그 일을 왜 하고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을 원한다.

요약하면 "속도는 실력이고, 퀄리티는 자존심이다"라고 정리된다. 남들이 당연히 하는 것이니 우리도 한다는 생각은 안 된다. 우리만의 차별화, 어떻게 다르게 할까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는 사람이길 원한다.

111%는 열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의 성장을 나의 성장으로 동일시하고 동기화하는 사람인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채용 절차를 소개한다면?

= 직무마다 다르다. 개발자는 코딩 테스트와 실무 면접이 있다. 면접 때는 내가 핵심 가치 위주로 면접을 진행한다.

코딩 테스트는 CTO가 직접 문제를 만든다. 200점 만점인 테스트로, 0점이라고 해서 코딩을 못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과정을 본다. 문제에 대한 답은 틀려도, 접근 방식이나 논리를 구현하려는 모습을 본다. 실제 낮은 점수였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채용된 케이스도 있다.


채용 면접에서 어떤 지원자가 인상 깊던가?

= 면접을 진행하면 이 지원자가 정말 자기 일에 몰입해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보통은 '워라밸'이라고 해서 일과 나를 분리해 생각한다. 반면, 어떤 지원자는 일하는 시간이 내 성장과 관련 있어 너무 좋고, 일하는 시간 외에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다른 것을 배우려고 한다. 그때 일에 몰입된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런 지원자를 보면 채용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먼저 회사에 다닌 입장에서 111%는 어떤지 궁금한데.

= 지원자가 열정이 있어도, 다른 회사에선 뽑아놓고 지원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원자 입장에선 직급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받아주느냐 아니냐는 중요하다. 111%는 그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알리는 건 커뮤니케이션팀 업무다. 그런데 개발자도 회사를 알릴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가 있다. 이때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해보라고 한다. 무엇이든 일단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111%의 가장 큰 특징 같다.

퇴직률로 그 회사가 어떨지 판단할 수 있다. 111%는 초창기 멤버 4명이 모두 남아있다. 또 1년 전 111% 임직원 수는 30명이었다. 현재도 그 30명의 대부분이 남아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회사의 재정상태다. 111%는 창업 이래 적자가 없고, 작년에는 매출이 15배 늘었다. 회사 지분도 토니가 100% 갖고 있어 외압으로 인해 틀어지는 일이 없다. 매출 대비 인건비 지출이 높고, 월급 밀릴 걱정이 없는 매우 탄탄한 회사라 자랑할 수 있다.

최근 입사 사례에서도 먼저 온 직원이 기존 회사 동료를 끌어오는 일이 있다. 그건 111%가 정말 좋은 회사라는 걸 반증한다. 3N에 다니다 오고, 기존 3N 동료에게 111%에서 함께 하자고 추천하는 사례가 많다.


복지를 보니 무제한 휴가가 인상적이다.

= 우리의 인사 문화와 관련이 있다. 111% 직원은 시간에 따라 정해진 업무만 하지 않는다. 좋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업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측면에서, 회사가 해줄 수 있는 복지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에게 무제한 휴가를 주고 있다. 일반 회사 연차 제한이 111%에는 없다. 실제로 최근에 2주 휴가를 다녀온 직원이 있다.

사실, 무제한 휴가를 처음 도입했을 때 걱정했다. 갑자기 모든 직원이 휴가를 써버리면 어떡하지 같은. 그래서 무제한 휴가 도입을 설명할 때 자유로운 대신 서로 맥락을 맞추자고 했다. 서로 휴가를 가되, 내 일에 책임을 지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는 게 규칙이다.

현재까지 무제한 휴가의 단점은 찾지 못했다. 대부분 전날 야근을 했으면, 다음날 휴가를 쓰는 식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게임을 만드니 종종 일주일씩 달리는 크런치 모드가 있다. 크런치 모드가 끝난 셀은 일주일씩 휴가를 다녀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무제한 휴가에 대해 개발자 만족도가 높다. 개발이라는 게 집중할 때 집중하고, 쉴 때 쉬는 게 중요하더라. 그러다보니 무제한 휴가로 인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성과도 따라오는 거 같다.


개발자 연봉 테이블은 어떻게 되나?

= 5년 차 연봉이 6천만 원 정도다. 올해 초 모든 직원 연봉을 50% 올린 사례가 있다. 인사팀은 계속해 시장을 조사하며 연봉 테이블을 맞춰나가고 있다. 물론, 전 직장 연봉에 비례해 맞춰드리려 노력한다.


111%의 인사 평가 시스템이 궁금하다.

= 핵심 가치에 따른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 정해진 업무만 놓고 SABC 등급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수시로 피드백하기 때문에, 피드백에 따른 변화와 개선을 중요하게 본다. 만약 개선이 안 되면 앞서 말한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시스템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성장을 위해 하고 있다.


111%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면접 안내 문구에 나오는 말이다. 단순히 회사를 지원하고 이직하는 게 아니다. 인생을 바꾸는 것이라고 여겨달라. '내가 111%에 가 삶을 바꾸고, 뭔가를 이루겠다'는 사람이 지원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회사도 감사히 생각해 서로 인생을 걸며 성장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11%는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

=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4천억 원이다. 토니 목표는 오목처럼 전 세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모두가 즐기는 것이다. 전 세계인 누구나 자신의 핸드폰에 111% 게임 하나쯤은 설치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다. 그리고 게임에서 나아가 디즈니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 회사로 발돋움하겠다.


회사 전경


▲ 역삼 파이낸스센터 33층에 입주한 111%

▲ 들어서면 가장 먼저 사내 카페를 마주한다

▲ 강남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 111%의 사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 사무실 우측에 배치된 개발실

▲ 3천만 불 수출탑이 보인다

▲ 개발실 전경


▲ 한편에 마련된 안마 의자



▲ '랜덤 다이스' 팀이 있는 슈퍼셀 실

▲ 111%가 빈자리 주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