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브시스터즈 이은지 / 조길현 디렉터

  • 주제: 감정을 움직이는 사랑받는 게임 만들기 - 쿠키런 킹덤 4년, 게임 개발 분투기
  • 강연자 : 조길현 / 이은지 - 데브시스터즈 / Devsisters
  • 발표분야 : 프로덕션&운영 / 게임기획 / 비주얼아트&사운드 / 사업마케팅&경영관리
  • 권장 대상 : '쿠키런: 킹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강연 주제] 2021년 1월 21일 정식 출시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은 쿠키런: 킹덤', 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고 끝없는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4년여에 걸친 '쿠키런: 킹덤' 프로젝트의 게임 개발 분투기를 통해 게임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사랑받고 존중받는 느낌,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넘어서 함께 즐거운 순간들을 공유하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관계, 그런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들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이 필요했는지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기업은 더 큰 이윤을 내기 위해 일종의 성공 공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를 따른다. 특정 장르에 대한 기호를 파악해 이에 맞는 전략을 짜고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서로 다른 사업을 전개해나가기도 한다.

    쿠키런 킹덤 역시 이런 기존의 업계 공식의 잣대로 평가됐다. 장르가 어떻고, 타깃층이 어떻고, 과한 디테일에 개발 비용에 대한 우려가 개발팀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오늘날 유저들과 함께하는 쿠키런 킹덤은 이런 여러 고민과 우려에 먹혀들지 않았다. 북극성처럼 밝게 빛나는 목표를 두고 이를 따라 지난 4년간 개발에 매진했다.

    쿠키런 킹덤의 이은지, 조길현 공동 PD는 그 목표를 유저가 몰입할 수 있는 게임,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두었다.




    ■ 우리 게임을 사랑할 수 있도록

    쿠키런 킹덤은 쿠키런 IP의 최신작으로 마녀로부터 먹히지 않기 위해 탈출한 쿠키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이다. 주요 마켓 인기 순위 1위, 앱스토어와 원스토어 최고 매출 1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 등 캐주얼 성향의 게임이 달성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이고 독특한 일이라고 반응했다. 장르, 그래픽, 게임 성향 등 일반적인 오늘날 게임 시장 전반에서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요소들을 가지고 큰 성과를 냈다. 이은지PD는 쑥쓰럽지만 업계에 새로움을 전한 게임이라고 자부하며 좋은 게임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 중 한 가지를 전하는 것을 오늘 강연의 목표로 꼽았다.


    소설, 애니메이션 등 종류를 막론하고 좋은 콘텐츠는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창작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게 콘텐츠 제작자의 가장 큰 욕구이기도 하다. 개발진은 쿠키런 킹덤을 통해 전하고, 유저들을 움직이고자 한 감정으로 사랑을 꼽았다.

    사랑은 보편의 가치이고 영감의 원천이자 일견 거대한 무언가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무언가에 푹 빠지기 위해서는 이런 사랑의 감정이 작용하게 된다. 개발진은 쿠키런 킹덤을 사랑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쿠키런 킹덤을 만든 개발자 자신들 역시 오랜 기간 데브시스터즈에서 쿠키런 IP와 함께하며 쿠키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은지, 조길현 두 PD 모두 20대 초반부터 약 10년 동안 관련 게임을 개발해오며 쿠키런 IP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높았다.

    이 10년간 쿠키런 IP의 이야기는 '이대로 먹힐 수 없다'는 쿠키들의 생존기였다. 이은지 PD는 쿠키런의 세계는 굉장히 귀엽고 달콤하지만, 그것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이 정도로 애정을 쏟지는 않았으리라 회고했다. 그는 '먹히고 싶지 않아 오븐을 탈출하는 용감한 쿠키'라는 간단한 시놉시스 뒤에 의미 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판단했다.


    개발진은 쿠키는 먹히기 위해 만들어지는 존재다. 먹힌다는 당연한 운명을 거부하고 오븐 밖으로 뛰쳐나와 탈출을 시도한 용감한 쿠키의 이야기. 이는 섭리나 순리라는 이름의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쿠키는 거대한 세계에서의 인간이고 먹혀버리고 마는 운명을 거부하고 오븐을 뛰쳐나온다는 서사는 인간의 용기에 대한 찬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은지 PD는 이런 내용이 자신들의 10년을 바칠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쿠키런의 세계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실재하는 가치로 만들고자 했다.

    이런 비전과 철학은 쿠키런 for Kakao를 서비스하며 본격적으로 다져졌다. 조길현 PD는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은 기존 쿠키런 게임들을 통해 팬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해외에서 라인을 통해 쿠키런을 서비스하고 오늘날까지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는 데브시스터즈 자체 플랫폼 기반의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등이 출시됐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를 더 넓은 곳에,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꾸준히 런 게임 형태로 선보였다.


    이은지, 조길현 PD는 동시에 쿠키런 IP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가능성이 있음을 확신했고 기존 게임의 형식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다. 그리고 쿠키런 캐릭터들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쿠키런 킹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무엇을 봤을 때 쿠키런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될까

    쿠키런 킹덤 프로젝트는 2016년경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런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던 시기 IP의 도약을 꿈꾸며 초기 멤버들이 모였고 다른 것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가 2박 3일간 합숙 회의를 진행했다.

    밥 먹는 시간을 빼면 쉬지 않고 이어진 합숙 회의에서 무엇을 만들지 정했다. 핵심은 '쿠키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을까, 뭘 보면 쿠키런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될까'였다. 오랫동안 쿠키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개발진 역시 탈출 이후 정착해서 살아가는 쿠키의 이야기나 더 세세한 세계 속 쿠키의 이야기 등 보고싶어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개발 방향 설정과는 달랐다. 게임 장르나 타깃 설정 등 사업적인 관점은 제쳐놓고 유저가 접했을 때 기뻐하고, 즐거움을 느낄 장면을 상상하는 데서 회의가 시작됐다. 자유롭게 쏟아지는 상상들과 아이디어를 제주도 회의에서 정리했는데 이때 쿠키런 킹덤이라는 타이틀부터 내러티브, 화면 구성, UI 등 현재 쿠키런 킹덤의 모습과 유사한 초기 설계가 잡혔다.

    킹덤이라는 타이틀 설정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은지 PD는 배경을 그냥 마을로 할 수도 있었지만, 좀 더 흥미진진한 모험과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는 공간을 바랐다. 그리고 이름만으로 두근거리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은 왕국, 킹덤을 제목으로 정했다. 여기에 과거 쿠키런에 한 스테이지인 '멸망한 쿠키 왕국'이 게임 콘셉트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

    이 킹덤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힘과 상상력은 긴 개발 기간 게임의 확실한 목적지가 됐다. 여기에 종합적인 경험을 설계하고 상상해 정리하고 나니 최종적으로 쿠키 왕국을 건설하고 모험을 떠나는 오늘날 쿠키런 킹덤의 기획이 완성됐다. 그리고 여기서 뻗어 나가 실제 개발과 출시가 이어졌다.

    기획 등 중심축이 빠르게 잡히며 프로토 타입과 시스템 구축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프로토타입으로 쿠키 왕국이 발전해나가는 모습, 쿠키 성, 쿠키 하우스 등 기본적인 모습과 플레이어를 불러 퀘스트트를 주는 쿠키들의 모습도 이때 이미 포함됐다.



    전투 프로토타입도 빠르게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기존 런 게임의 애니메이션 리소스를 활용해 횡스크롤 형태로 그려졌다. 이후 기존 게임과의 차별성과 쿠키 왕국과의 통일성을 위해 쿼터뷰로 변경했다.

    2달 만에 게임의 핵심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진 셈이다. 매력적인 콘셉트도 있었고 역량 있는 팀이 뭉쳤다고도 자부했다. 출시는 금세 이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출시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조길현 PD는 이 시기를 마치 끝없는 논쟁과 고난의 행군이었다고 표현했다.



    ■ 사업적인 관점을 넘어 유저 기준에서 생각하는 게임

    쿠키 세계에 몰입하면 할수록, 완성도를 높일수록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와 난관이 쏟아졌다. 흔히 말해 검증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프로젝트 안과 밖에서 게임의 성공을 의심했고 이들, 그리고 자신까지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게 디렉터들의 일이었다.

    개발 당시 나온 주요 의문은 이랬다.

    A: RPG+SNG는 타깃이 너무 다르고 성공 사례가 없다.
    ► 사업적 관점이 아니라 종합적인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개발


    조길현 PD는 장르나 타깃 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종합적으로 유저에게 어떤 부분을 제공할 것인지 집중해 앞선 과제를 해소했다. 유저 입장에서 게임을 장르 관점에서 접근하고 즐기지 않는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업적으로 게임플레이에 접근하는 이들은 장르나 타깃층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대한 정답을 요구한다. 하지만 조길현 PD는 스스로의 게임 경험을 떠올리며 통계 데이터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인 내가 과연 장르나 타깃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게임을 즐기는지 되돌아봤다.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는 20대 남성이니까 카트라이더를 즐긴다든가 재미있어 보이는 게임이 내 연령대나 성별에 일치하지 않는 요소가 들어있다며 게임을 밀어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쿠키런 킹덤 개발진은 플레이어가 장르나 타깃이 아니라 어떤 경험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종합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즐긴다고 판단했다.

    이은지 PD 역시 리니지를 해본 40대 남성이 과거에는 프린세스 메이커를 해봤으리라 생각한다며 일반적인 타깃 분류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쿠킹덤 역시 이런 관점에서 단순히 쿠키런 IP로 RPG+SNG 게임을 만든다는 형식이 아니라 '쿠키런 세계라는 세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쿠키런 세계에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을 만든다'를 핵심 미션으로 잡고 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통해 쿠키런 킹덤이 기존 업계 공식을 깨고 다양한 유저층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B: 고려할 게 너무 많고 복잡해서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 경험이 주는 '감정'을 개발과정의 핵심 목표로 삼기


    이는 개발진 내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의문이었다. 답은 '경험을 통해 어떠한 감정을 주는 일'을 목표로 삼는 것이었다. 전투 콘텐츠 제작 당시 목표는 속도감과 리듬감이 있는 말초적 재미 전달이었다.

    비슷한 다른 게임에서는 적과 만나 승과 패가 결정되는 선에서 끝나지만, 쿠키런 킹덤은 쿠키런 IP가 가진 런게임 특유의 시원함을 접목하고자 했고 전투에서 그런 리듬감을 느끼는 점을 상위 목표로 삼았다. 감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개발 방식이었다.


    이렇게 우선 목표로 둔 감정은 팀원들의 상상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은지 PD는 감정이 모두가 아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그 당시를 떠올렸다.

    예를 들어 쿠키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게임 내에서 만들어야 할 때는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정이 들고 사랑스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식으로 디렉팅했다. 여기에 그 감정을 잡아내기 위한 세부적인 기획과 디테일을 잡아나갔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다루다 보니 또 다른 의구심도 생겼다.



    C: 스토리와 세계관에 불필요하게 비용을 많이 쓰는 것 아닐까?
    ► 우리가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세계여야 유저도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다


    쿠키런 킹덤의 키워드는 사랑이고 게임 속 세계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핵심 요소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스토리나 세계관에 공을 많이 들였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이게 4년의 개발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으면서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은지 PD는 한 팀원이 '쿠키 왕국 누가 세웠고 왜 멸망했어?'라고 질문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당연한 답이었다.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개발진은 이를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세계는 다른 의미로 납득 할 수 있는 세계기도 하다. '과자로 만든 왕국이 있었다'라는 이야기로 끝날 수 있지만, 당위성과 생명력을 넣기 위해서는 역사서와 백과사전이 존재할 정도의 세계를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 팀은 모든 개발을 멈추고 한 달여를 쿠키 세계의 구체적인 모양을 그려나가는 데 매진했다.



    역사랑 구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진행될수록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태초에 4개의 쿠키 영웅이 있었고 쿠키 영웅이 5명 있다는 등 왕국의 건국 신화와 역사가 상세하게 기록됐고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킹덤 세계의 형상이 뚜렷해졌다.

    세계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지도였다. 세계관을 설정하기로 한 후 바로 전지를 펼치고 쿠키 세계를 그려나갔다. 그림 그리는 내가 스스로 쿠키가 되어 미지의 세계, 대륙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나가는 느낌을 담았다. 이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를 모티브로 한 5대양 4대륙 세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건국 신화, 위치, 자연환경, 식생, 산업, 국민성, 음식 문화 등 진짜 있을 것만 같은 설정들도 더해졌다. '사랑할 수 있는 세계는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디테일에 있다'라고 다시 강조한 이은지 PD는 반지의 제왕 등 톨킨의 세계관에 엘프의 언어 체계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쿠키런 킹덤 세계 안에 체계와 구성, 납득할 수 있는 세계와 설득력 있는 디테일을 살렸다.

    ▲ 클릭 시 확대

    ▲ 클릭 시 확대

    그래야만 플레이어가 이 세계있에 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사실 캐주얼 모바일 게임 안에서는 도전하기 힘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쿠키런 킹덤에만 있는 세계였기에 개발진과 유저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게임 속 세계가 됐다.

    이렇게 쿠키런 킹덤은 스토리와 세계관에 쿠키 설정, 애니메이션, 목소리 등 작은 부분까지 챙겼다. 하지만 하나하나 공을 들여 작업하다 보니 우려도 있었다.


    D: 디테일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
    ► '실재감'이 있어야 애정을 가질 수 있다


    조길현 PD는 게임에서 느끼기 힘든 신선한 경험도 함께 전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작은 부분에 신경 쓰는 게 나만의 쿠키 왕국이라는 공간, 내가 함께하는 쿠키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고 믿었다. 여기에 게임 안에서 따듯한, 위로, 존중 같은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쿠키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이 쿠키들을 살아 숨쉬게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했다. 쿠키마다 서로 다른 표정, 동작, 리액션, 상호 작용을 가지고 스킬도 각각의 개성을 나타내게 구성했다. 하나하나 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를 게임에 어울리게 구현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고민해 왕국에서 빗자루질하는 행위 하나에까지 캐릭터적 특성을 담아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과정은 많은 고민과 노력,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PD는 이게 쿠키런 IP의 매력을 한층 더 높이고 나아가 사랑받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왕국이라는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그런 모습들도 다양하고 매력적으로 풀려 했고 대사나 장면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실력 있는 성우들과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도 하며 쿠키들의 매력을 더 깊이 있고 실재감 있게 구현할 수 있었다.



    ■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다른 누군가도 사랑해 줄 것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갔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과연 우리 게임이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어졌다. 그럴수록 '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이렇게 사랑스러우니 누군가도 이 게임을 우리와 함께 사랑해줄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은지 PD는 여러 질문과 의심이 제품에 확신을 주는 과정이었다며 4년간 서서히 팀 안팎의 불안이 사라지고 제품에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이후 점차 완성도를 높여나갔고 1월 21일. 글로벌 정식 출시와 함께 쿠키런 킹덤에 게임 팬들을 찾았다.

    ▲ 여러 적들에게 위협받는 용사맛 쿠키의 스케치
    이은지 PD는 힘들었던 개발 당시를 떠올리면 용사맛 쿠키에 이입된다고 이야기했다

    게임은 두 달 만에 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게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시 이후 점차 이용자가 감소하는 일반적인 케이스와 다르게 유저가 점점 증가했고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많은 사용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런칭 4개월을 넘어서면서도 이용자 수는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연합 길드 업데이트 당시에는 SNS 트렌트 1위부터 30위까지 거의 모든 내용이 쿠키런 관련 내용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개발진은 자신들의 의도와 가치를 꿋꿋이 담아낸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특히 다양한 팬아트 등은 개발진에게 유저들이 자신 만큼 쿠키와 쿠키들의 세계에 몰입하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 개발자와 팬이 공유하는 하나의 세계

    이날 강연을 마치며 이은지, 조길현 PD는 '사랑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되짚었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고민과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오늘 강연에서 하고 싶은 말이자 전하고자 하는 말이었다고 다시 이야기했다.

    조길현 PD는 인쇄된 문서처럼 깔끔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투박하고 서툴더라도 진심을 담아 한자씩 적어 내린 손편지처럼 아름다운 게임, 마음을 울리는 게임을 꿈꾸며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세계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콘텐츠 제공자와 소비자를 넘어 게임을 함께 발전시켜나가기도 한다. 팬들이 게임에서는 보이지 않는 쿠키들의 디테일한 생활상까지 상상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개발팀은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은 어러운 일이다. 특히 감성과 이성,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는 종합 예술이기도 하다. 이은지 PD는 게임 개발자는 이 어려운 일을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되물으며 게임 개발자와 팬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인생을 공유하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되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