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Vampire: the Masquerade)', 이하 VtM은 90년대 초 시작된 TRPG 시리즈인 '월드 오브 다크니스'의 간판으로 오랜 기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리고 TRPG의 얼굴마담인 D&D가 그러했듯, 비디오 게임으로도 두 차례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TRPG 게이머들에게야 여전히 좋은 작품이고, 최근까지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디오 게임으로서 VtM은 솔직히 말해 '모르는' 브랜드에 가깝다. 꽤 경력이 쌓인 올드 게이머들도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은데?'정도의 인지도만 겨우 유지해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월드오브다크니스'의 30주년인 올 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VtM: 블러드 헌트(이하 블러드 헌트)'는 다소 뜬금없이 다가오긴 했다.

'블러드 헌트'는 기본적으로 '배틀로얄'이다. 하지만 기존의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등장인물들이 범인의 한계를 벗어난 뱀파이어들인만큼, 건물을 수평으로 달려 올라가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다. 그런 와중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을 흡혈해 힘을 키우고, 다른 뱀파이어를 제거하며 어둠에 뒤덮인 프라하의 절대자로 우뚝 서는 것이 '블러드 헌트' 한 판의 줄기다.

이능과 총기를 활용하는 빠른 페이스의 배틀로얄. 여기까지만 읽어 보면 꽤 괜찮은 기획이다. 이미 성공을 거둔 '에이펙스 레전드'나 요즘은 잘 안 들리지만 어쨌거나 출시는 되었던 '하이퍼스케이프'가 비슷한 컨셉의 게임이었으니까. 하지만, VtM 원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뭐지?' 싶다. 서사를 강조하고, 느린 페이스로 진행되는 TRPG와는 전혀 다른, 어쩌면 완전 반대되는 구성이니까.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블러드 헌트'의 핸즈온이 끝난 후, 핵심 개발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잡았다. 어쩌다 이 밤의 귀족들이 '배틀로얄'이라는 급박한 전장에 나오게 된 걸까? 개발사인 '샤크몹'의 IP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마틴 헐트버그', PD인 '데이빗 서랜더', 그리고 게임 디렉터 '크레이그 허바드'와 블러드 헌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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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VtM은 완성도 높은 TRPG이며, 한국에서도 TRPG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다만, TRPG외 비디오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유명한 IP가 아닌데, 이를 활용한 이유가 있는가?

마틴 헐트버그: 스튜디오가 설립된 2017년부터 우린 어떤 게임을 개발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액션 슈팅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샤크몹과 패러독스의 의견이 일치했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VtM의 세계관을 고려하게 되었다. VtM은 굉장히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완성도 높은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허바드: '뱀파이어'는 굉장히 오랜 기간동안 일종의 문화적 코드로 쓰이면서 많은 인기를 끈 캐릭터다. 인간을 초월한 힘과 능력을 지녔고, 오랜 기간 여러 미디어에서 쓰여 왔다는 점이 많은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뱀파이어'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인 요소


Q. 이능과 총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몇몇 게임들과 비슷한 면을 보이는데, 타 게임들과 차별화된 요소로 무엇을 말할 수 있나?

크레이그 허바드: 테스트 과정에서 우리도 비슷한 논의를 자주 나누었다. 동종 장르 게임과의 차별화는 꼭 필요한 요소이고,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우리는 캐릭터 자체가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력했다.

블러드 헌트의 캐릭터들은 움직임의 제약이 거의 없다. 지형 극복을 위해 먼 거리를 우회할 필요 없이 건물을 뛰어 올라갈 수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지붕을 끼고 싸워야 하는 등 자유롭고 빠른 이동을 활용해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Q.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에 비해 맵이 좁아 긴장이 항상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감이 있다. 게임 소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피로도가 상당하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는 의도된 것인가?

크레이그 허바드: 게임 특성 상 의도된 부분이다. 우리는 블러드 헌트가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이동 경로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적들의 등장을 예상하기 어렵고, 예상이 어려운 만큼 국지적 전술 수립도 어렵다.

VtM의 전투 양상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불규칙하게 만들어지며, 만들어진 상황 자체도 또 빠르게 변화한다. 게임 플레이어들에게는 다소 도전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런 불규칙함과 혼돈성이 게이머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 지형 지물, 심지어 벽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승패에 영향을 준다


Q. 타 배틀로얄에 비하면 색적이 굉장히 쉬운 편이다. 때문에 숨어 다니며 전투를 회피하는 스타일의 플레이어들은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위장에 용이한 아키타입이 강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또한 의도된 부분인가?

크레이그 허바드: 게임 내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은 꽤 많고, 반대로 상대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도 적지 않다. 다른 게임에 비해 색적이 쉬운 것은 확실히 맞지만, 블러드 헌트 특유의 수직적 이동 활용과 개인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은신과 위장 위주의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갈 수 있다.

데이빗 서랜드: 블러드 헌트 또한 대부분의 다른 게임이 그렇듯, 게임을 많이 할수록 여러 종류의 전술과 전략을 고도화할 수 있다. 다른 액션 슈팅 게임에서 활용하는 대부분의 전략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 내에 산재한 민간인으로 위장한다거나,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도주 경로를 짜는 등 숙달될수록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


Q.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니 제한이 적은 움직임과 빠른 이동속도 등이 합쳐져 '슈팅 실력'이 좋은 게이머들이 굉장히 유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위 '피지컬게임'이 되어버릴 경우 많은 수의 게이머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크레이그 허바드: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블러드 헌트 또한 결국은 '실력'이 중요한 게임이다. 실력에 상관 없이 승패가 가려진다면 굳이 게이머들이 실력을 상향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 단순히 빠른 반사신경과 공간 지각력을 위시한 '슈팅 실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블러드 헌트의 실력은 지형지물과 각 아키타입의 특성에 대한 숙달, 상대의 무장과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생각해내는 두뇌 회전, 은신과 전투 강행을 결정하는 판단력 등 말 그대로 '게임에 대한 실력'이다. 실제로 나는 슈팅 실력이 썩 좋다고 볼 수 없지만 테스트에 참여한 프로급 실력자들과의 승부에서도 심심찮게 승리를 따내곤 했다.

▲ 슈팅 실력 외에도 '프라하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실력의 척도


Q.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뱀파이어 클랜은 총 셋이며, 6종의 아키타입이 존재한다. 원작의 등장 클랜은 13종이며, 블러드라인까지 치면 훨씬 종류가 많아지는데, 출시 시점에서는 몇 종의 클랜을 마련할 예정인가?

데이빗 서랜드: 출시 시점에서는 현재와 같은 숫자의 클랜과 아키타입이 유지될 것이다. 이후 균형을 잡고 나서 추후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할 예정이다. 당연히 업데이트 과정에 따라 새로운 클랜과 아키타입이 등장할 여지는 있지만, 일단 출시 시점에서는 현재와 같은 3종의 클랜, 6종의 아키타입으로 출시될 것이다.


Q. 게임 시스템에 대해 몇 가지 더 묻자면, NPC를 잡아먹고 얻는 디시플린이 쿨다운 감소 10%나 데미지 상승 10% 등 수치 조절로 구현되어 있던데, 특정 디시플린이 한계에 이르면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던가 하는 형태는 고려해본 적이 없는가?

크레이그 허바드: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다. 블러드 헌트는 아직 개발이 완료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늘 남아 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게임 시스템을 조금씩 바꿔 왔고, 이 개선 방향을 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게임을 플레이해본 이들의 피드백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되면, 보다 많은 피드백이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에 보다 나은 방향으로 게임이 발전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타 배틀로얄과 달리 피를 흡수해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시스템을 가진 블러드 헌트


Q. 게임은 여러 클랜들이 엮여 싸우는 배틀로얄로 구현되어 있지만 VtM의 배경은 카마릴라, 사바트라는 두 파벌(Sect)의 대립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대립을 게임 내에 어떤 형태로 만들 계획은 없는가?

데이빗 서랜드: 먼저 말하자면, 아직 게임이 출시 이전인 만큼 출시 이후 단계에 대한 계획은 솔직히 아직 없다. 다만, 어떤 가능성이든 가지고 있다는 건 말해줄 수 있다. 어떤 모드를 추가한다거나,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덧붙이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게임에 계속해서 내러티브를 결합하는 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Q. 배틀로얄 뿐만 아니라 모든 경쟁적 게임 장르의 궁극적 발전상은 'e스포츠'이다. 블러드 헌트의 e스포츠화도 계획에 있는가?

데이빗 서랜드: 물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e스포츠화는 우리가 하겠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 이전에 유저 단에서의 유기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경기에 대한 니즈가 생기는 등 기본적인 베이스가 깔리고 나서야 e스포츠화가 될 여지가 생긴다. 우리는 e스포츠화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의도해 만드는 것 보단 커뮤니티의 요구가 응집될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 기본적으로 개인전 외에도 3인 팀전을 지원한다


Q. 과금 구조는 오늘날 많은 온라인 게임이 활용하는 배틀패스를 포함한 부분 유료화 게임인가? 아니면 게임을 구매하고 DLC를 판매하는 형태가 되는가?

데이빗 서랜드: 말한 대로 배틀패스를 중심으로 한 F2P형태의 게임을 고려하고 있다. 내적으로 몇몇 소액 결제 요소가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프리 배틀패스와 프리미엄 배틀 패스가 나뉘어지는 일반적인 형태의 과금 구조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와 같은 과금 요소들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Q. 앞으로 몇 번의 테스트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테스트 일정에 대해 가능한 만큼 말해줄 수 있는가?

데이빗 서랜드: 7월 2일부터 첫 번째 클로즈 알파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테스트에 신청한 인원 중 일정 수를 선정해 진행할 예정이다. 알파 테스트와 관련된 더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블러드 헌트'를 기다리는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데이빗 서랜드: 아직 게임 출시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에 감사를 표하고 호응에 보답하겠다 말하긴 민망하지만, 이렇게나마 한국 게이머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어 매우 행복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한국 게이머들이 경쟁적 게임에서 보이는 강력한 모습에 늘 감탄해왔으며, 블러드 헌트에서도 한국 게이머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많은 분들과 함께 하진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한국 게이머분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크레이그 허바드: 차후 진행될 테스트에서, 한국 게이머분들의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피드백에 매우 목말라 있으며, 오랜 기간 e스포츠와 게임 씬에서 실력으로 인정 받아온 게이머들의 피드백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부디 앞으로도 블러드 헌트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양질의 피드백을 주시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