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인피니트'는 성공적이었다. 평단의 호평과 게이머들의 호응을 받았고, 2021년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낸 3대 슈터 중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며 연말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단편적인 성공도 아니다. 헤일로 인피니트의 성과는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작이던 5편의 참패로 속만 끓이던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고, 점점 삼천포로 빠지던 스토리라인을 급하게나마 정돈했으며, 게임 디자인에서도 '오픈월드'라는 도전적인 시도를 행함과 동시에 기존의 요소들을 잘 살려냈다. 1년의 연기가 있었지만, 최초 공개 당시의 우려를 해소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사전 플레이가 진행되고, 리뷰가 올라갈 즈음 MS측의 연락이 닿았다.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 인터뷰이로는 폴 크로커(Paul Crocker) 총괄 디렉터와 스티브 다이크(Steve Dyck) 캐릭터 디렉터가 답변을 해주기로 했다. 마침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여러 사정 상 많은 질문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핵심에 가까운 질문을 꾸려 보았다.

※ 본 인터뷰는 해외 매체와의 단체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Q. 헤일로 시리즈의 여섯 번째 정규 작품이 출시되었다. 전작 이후 시간이 오래 흐른 만큼 소감도 남다를 텐데 어떤가?

폴 크로커: 6년이라는 기간 동안 계속 이번 신작 준비만 한 건 아니고, 헤일로 5 업데이트 등 다른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약 4년 전부터 신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준비해 이번에 헤일로 프랜차이즈의 여섯 번째 시리즈인 헤일로 인피니트를 드디어 선보이게 됐다.

6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아니 2년 전만 비교하더라도 게임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게임 패스 등으로 인해 다양한 게임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헤일로 인피니트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전작에 대한 지식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게임에 소개하되 헤일로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헤일로의 정신적 리부트(spiritual reboot)를 통해 20년 전, 10년 전, 1년 전 헤일로를 플레이했을 때의 그 느낌들을 재현해 보고자 했다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기대된다. 헤일로 팬들은 규모도 클뿐더러 매우 열성적이고 주저 없이 의견을 공유한다. 물론, 긍정적·부정적 의견 모두 있기 때문에 이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의견이 소중하고 의미 있다.

스티브 다이크: 그동안 343 스튜디오에서 피와 땀을 쏟은 결과물이 이번 주에 팬들의 손에 전달된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쁘다. 긴 여정이었고, 결과물에 대해 만족한다. 팬들이 아주 멋진 헤일로 경험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스튜디오에서는 정말, 다른 게임이 아닌 헤일로에만 집중해왔다. 항상 ‘어떻게 최고의 헤일로 게임을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해왔고, 그 과정에서 팬들의 피드백도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 헤일로 5때 부족했던 부분들을 이번 작에서 보완하고자 했고 팬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 5편의 부족했던 부분들의 보강에 집중하며 개발해왔다.


Q. 헤일로 인피니트에 오픈 월드 디자인을 추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했는가?

폴 크로커: 헤일로 인피니트는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Halo: Combat Evolved)의 정신적 리부트(spiritual reboot) 혹은 계승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만약 컴뱃 이볼브드가 오늘날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게이머들이 헤일로를 처음 플레이 했을 때 느꼈던 감정, 헤일로와 어떻게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나 이런 부분들을 고려했다. 게이머들이 처음 도착한 미스터리한 링월드의 공간은 무한한 공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벽이란 경계없이 얼마나 큰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오픈 월드 장르의 헤일로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플레이어들이 마스터 치프가 되어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는 넓고 열린 헤일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더 가까웠다. 플레이어들이 우주 최강 솔저인 마스터 치프가 되어, 그 막강한 힘을 느낄 수 있게 하고싶었다.

스티브 다이크: 자동차, 무기, AI 등 헤일로 샌드박스의 모든 구성요소는 슈팅 게임으로서 최고의 수준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함에 있어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공간을 더 넓게 열면 그런 선택권이 늘어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과거에도 게임 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열려있는 공간에서 자동차나 배, 무기 등을 자유롭게 투입시킬 수 있었던 적은 많지 않았다. 공간이 개방되면 마스터 치프의 아이템들이 가진 잠재력 또한 무한히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 성공적으로 도입된 오픈 월드


Q. 그간 헤일로는 선형적인 플레이 위주의 서사 중심 게임이었는데, 오픈 월드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사이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고자 했나.

폴 크로커: 과거에는 항상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스토리가 펼쳐졌다. 시나리오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스토리 미션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중요한 행동이나 감정을 유도하는 부분들, 예를 들어 던전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부분에서는 스토리 미션을 조금 더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그러한 지점들에서도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전개시키는 데 방해받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와 장비를 가지고 해당 장소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등등 말이다.

스토리에 따라 모든 것이 진행되도록 하지 않는게 필요했다. 스토리만 맹목적으로 쫒지 않아도 오디오 로그와 플레이어 로그가 있어서, 다른 캐릭터들이 마스터 치프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지를 들어보면 빈 공간이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 치프는 게임 내에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행동과 플레이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해군이나 적이 주인공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위에 오디오 로그가 한 층의 더 백그라운드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면, 잠시 액션을 멈추고 산 정상 위에 앉아 오디오 로그를 듣는 것도 추천한다. 또한, 주인공인 마스터 치프, 무기 및 파일럿으로 구성된 마스터 팀의 관계를 헤일로 프랜차이즈의 역사를 바탕으로 구축했고, 이런 관계를 중심으로 마스터 팀으로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집중했다.

▲ 게임 내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게이머가 직접 탐구하게끔 설계했다.

스티브 다이크: 마스터 팀 메인 캐릭터들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게임의 정도(golden path)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길만 따라가고자 한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달라졌냐고 한다면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깊이 있는 스토리가 시작되면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요소들, 배니시드나 UNSC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등 플레이어가 탐험할 수 있는 부가적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를 이끄는 강력한 서사를 따라, 기존 헤일로 게임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폴 크로커: 이번 작품에서 오픈월드와 선형구조를 결합하며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했던 사항은 모든 지점에서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주되, 이를 꼭 실행해야 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단 것이다. 스토리가 다음 스텝을 강요하거나 플레이어가 강제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플레이어가 원할 경우 주변 환경을 우선 모두 둘러볼 수 있고, 아니면 그냥 스토리에 따라 A에서 B, 그 다음에 C, 이런 식의 진행도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마다 게임 진행 속도 역시 굉장히 다를 것이다.

▲ 어떤 순서대로 게임을 풀어가도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졌다.


Q. 이전의 헤일로 시리즈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전술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레벨 디자인을 높게 평가받아왔다. 세미 오픈월드로 캠페인을 구성하면서 레벨 디자인상의 어려운 점은 없었나?

폴 크로커: 어떤 앵글에서 게임을 접근하든 동일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 과거에는 플레이어들이 특정 장소로 향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반면, 오픈 월드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그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마음대로 순서를 결정할 수 있으며 와스프(wasp)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그 경험을 최대한 재미있는 수준으로 이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레벨 디자인은 물론 게임 곳곳에 심어둔 사물에 AI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각기 다른 구성요소의 다양한 경험을 다각도로 접근해 구현하고자 했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가 어떤 접근법을 취하든 항상 이를 가능케하는 ‘올웨이즈 예스(Always Yes)’ 철학을 가지고 작업했다. 즉, 어떤 상황에서 플레이가 생각하는 최선의 접근법이나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에서 스나이핑을 한다면, AI가 무기고에서 사정거리가 긴 총을 제공한다든지 등 말이다.

스티브 다이크: 게임 설계 측면에서 개발자가 상황을 제어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모든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컨트롤을 플레이어에게 넘겨주고, 그로 인해 게임 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포용하고자 했다. 샌드박스 형태로 플레이어에게 즐길 거리를 계속 제공하는 셈이다.

때론 사물이나 적의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게 때문에 큐레이션이 덜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식대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재미로 이어지리라 생각하며,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새로 유입되는 신규 플레이어들에게 게임 접근성을 더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 플레이 스타일을 어떻게 해도 언제나 옳게끔(Always Yes) 디자인한 것이 포인트


Q. 헤일로 인피니트의 미션 중, 특히 시퀀스 (The Sequence, 네 개의 타워를 순서대로 공략해야 하는 스토리 미션) 같은 미션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폴 크로커: 스토리 미션이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그 이야기를 분석해서 이를 뒷받침할 공간들을 만들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스토리를 이야기하기에 최적의 장소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도 했다.

그래서 때론 장소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기도 하고 시나리오에서 착안하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을 흥미로운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갈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동시에 중간 부분을 완전히 건너 뛸 수 있게도 만들었다. 건너 뛰더라도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스티브 다이크: 시퀀스 미션에는 네 개의 타워가 등장하는데 각 타워마다 테마가 존재한다. 각 타워(비컨 beacon)별로 등장하는 적과 적을 저지할 전략이 다를 수 있다. 헌터들이 등장하는 구간도 있고 탱크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 곳의 테마는 고스트 차량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며, 그곳에 스키머가 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게이머는 그래플링 훅을 이용해 타워를 오른 후 레이스(wraith)를 탈취하거나 하는 등 자유로운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또한, 스페이스 B 라는 넓은 열린 공간이 언덕 위에 있는데, 언덕을 올라가면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래서 거기에선 스콜피온 전차를 이용해 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폴 크로커: 이런 언덕은 밴시(banshee)를 타고 날아올라갈 수 있다. 이런 경험들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강제하진 않는다. 미션에 도달했을 즈음에는 플레이어가 이미 많은 파워를 가졌을 때므로 장비, 이동수단, 전진기지(FOB) 등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 플레이할 지 선택권이 많은 시점이다.


▲ The Sequence 미션은 여러 플레이 스타일을 시험해볼 수 있는 미션이다.


Q. 전작 이후 게이밍 환경이 변했고, 이번작은 특히 PC 유저들을 배려하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기존에 시리즈에 관심 없었던 게이머들도 헤일로 시리즈를 접할 가능성이 늘었다. 다만, 그간 쌓인 서사적 배경과 세계관 등의 디테일이 간단하지 않아 신규 유저들이 어렵게 느낄 여지가 적지 않은데, 기존 팬층과 신규 유저층을 모두 잡기 위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가?

폴 크로커: 자주 듣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지속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전작에서 나왔던 세부적 내용을 신작에 얼마나 반영할지, 어느 정도 선에서 끊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게임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오려 노력했다. 신규 플레이어의 경우 마스터 치프가 누군지만 알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너무 많은 설명을 제공하는 것보다 역으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듯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나가는 구도로 게임을 설계했다. 마스터치프 외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파일럿이 마스터치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마스터치프와 코타나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 이런 점들을 배워가면서,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플레이할 수 있도록 이번 작을 만들었다. 의문점들을 풀어나가는 여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스티브 다이크: 헤일로는 이런 미스터리 요소가 필요한 게임이라 생각한다. 또한, 미리 캐릭터 간의 관계를 알고 게임을 하기보다는 플레이어와 캐릭터가 그 관계들에 대해 동시에 알아가는 식으로, 플레이어 중심의 게임을 선보이고자 했다.

▲ 기존 서사의 전달은 개발진도 많이 고민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