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정겨운 모습을 담아낸 따뜻한 분위기의 게임이 2022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바로 인디 개발팀 '안티 앨리어싱'에서 개발 중인 신작, 'KIN:D 바라빈 탐험단(이하 카인드)'입니다.

카인드는 개교기념일에 시골 할머니 집을 방문한 소년과 강낭콩 탐험가 '바라빈'의 우연한 만남이 점차 우정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낸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한국의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지역 '한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년과 바라빈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죠.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예상치 못한 시련들을 이겨내는 스토리는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데요. 실제로 초기의 '카인드'는 게임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개발될 수도 있었던 작품입니다.

아포칼립스나 다크 판타지 같은 어두운 세계관을 배경으로 자극적인 액션을 강조하는 여러 인디 게임들 사이에서, 마치 봄바람처럼 포근한 기분을 선사해주는 신작 '바라빈 탐험단'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안티 앨리어싱 팀의 김민호 디렉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안티 앨리어싱 김민호 디렉터


반갑습니다. 먼저 인디 개발팀, '안티 앨리어싱'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팀 이름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 안녕하세요! 안티 앨리어싱 팀의 디렉터 김민호라고 합니다. 저희는 스토리텔링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고 있는 5인 구성의 소규모 인디 개발팀입니다. '안티 앨리어싱'은 주로 3D 그래픽에서 나타나는 계단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색의 구분을 무디게 하는 비주얼 기법인데요. 스토리로서의 게임, 그리고 플레이하는 놀이로서의 게임이라는 두 개의 가치에서 중간점을 찾고, 균형을 이루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팀 이름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꽤 심오한 의미가 담겼네요. 그런데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은 2D 게임인 것 같은데요?

- 그렇죠. 픽셀 기반의 게임에서 안티 앨리어싱을 하면 화면이 뭉게져서 좋을 것이 없는데 말이죠(웃음). 팀 이름을 이렇게 정하면 뭔가 역설적인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지은 부분도 있습니다.


팀 이름의 유래를 들으니, 개발 중인 작품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카인드', 어떤 게임인가요?

- 카인드는 제목 그대로 '카인드'라는 가상의 종족이 존재하는 가상의 한국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게임 속 카인드는 인간과 다른 여러 가지 모습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간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게임 설정상 '서울' 정도에 해당하는 지역에 살다가 개교기념일을 맞아 할머니 집에 놀러 가게 되고, 여기서 놀라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시골 할머니집에서 시작했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게 확장됩니다. 이 속에서 다양한 카인드들을 친구로 사귀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되죠. 일련의 과정에서 피어나는 인간과 카인드 사이의 우정을 그려낸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가상의 종족, '카인드'


독특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카인드' 같은 가상의 존재와 공간이 등장해서인지, 어떤 모습의 게임일지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 그래서 누구나 '카인드'의 초반부를 플레이하며 게임의 세계관이나 설정을 익히실 수 있도록, 약 한 시간 분량의 데모를 공개했습니다. 지금도 텀블벅 페이지 등에서 다운받을 수 있어요. 게임이 궁금하시다면, 공개된 데모를 플레이해보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데모 빌드의 분량이 상당하네요. 이렇게 공개해도 괜찮은가요?

- 게임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았거든요. 한 시간의 초반 빌드는 정말 극히 일부이고, 추후 공개할 정식 버전의 전체 플레이 타임은 약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가 될 예정입니다.

▲ "1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이 보장되는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이 될 것"


게임의 타이틀이기도 한 강낭콩을 닮은 카인드, '바라빈'은 어떻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요? '강낭콩'의 형상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카인드를 처음 기획할 때는, '포켓몬' 게임처럼 여러 친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모습이었어요. 이때 풀 계열의 강아지를 닮은, 소동물 같은 귀여운 캐릭터로 떠올린 것이 '바라빈'이었죠. 이후 스토리를 강화하다보니 캐릭터 바리에이션을 넓히지 않는 쪽으로 개발 방향을 결정하게 됐어요. '바라빈'은 포켓몬과 달리 소년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캐릭터다 보니까, 선택지를 늘리면 그만큼 대사나 각 캐릭터의 특성까지 전부 신경 써야 했거든요. 결국 '바라빈'하나에 집중하게 됐고, 자신을 탐험가라고 자랑스럽게 지칭하지만 하찮은 매력이 있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 강낭콩을 닮은 귀여운 카인드, '바라빈'의 컨셉 이미지

▲ 안티 앨리어싱 부스에서는 귀여운 바라빈 인형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카인드'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020년, '방구석 인디 게임쇼' 행사에서 였어요. 당시에도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비주얼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지금의 빌드는 많이 달라졌나요?

- 당시 빌드는 약 30% 정도만 개발된 상태였죠. 지금은 전체의 80% 정도가 완성됐습니다. 앞에서부터 확인하면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들을 수정하고, 다시금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어요.


어느 인디 게임 개발자가 안 그러겠느냐마는,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게임 볼륨이 처음 기획 때보다 커지다보니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에 1~2년 정도를 예상하고 참여했던 팀원들이 팀원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서 일정에 변화가 생겼고, 개발 작업 역시 다소 지연됐어요. 이때 텀블벅에서 진행한 펀딩이 실패해서 자금 문제까지 겹쳤죠. 환경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고, 미흡한 점이 있었기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재도전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엔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카인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당초 애니메이션으로 계획된 기획이라는 점이에요. 전달 방식을 '게임'이라는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바꾸는 과정도 난관이었을 것 같아요.

-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사실 아직도 조금 남아있어요. 제가 원래 영상을 전공으로 했고, 그쪽 작품들을 만들던 사람이거든요. 처음엔 갈래가 많아질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게임'이 되면서 표현하기 어려워지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많았죠.


영상으로는 가능한데, 게임에서는 어려운 표현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죠?

- 예를 들어 화면은 3인칭이지만,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게임이다보니 '반전' 같은 요소를 담아낼 때 어려움이 많았어요. 영상이라면 관객들만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식의 연출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지만, 게임은 이게 쉽지 않더라고요. 대사도 처음엔 구어체로 넣었는데, 게임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고, 지금은 문어체로 교정한 상태입니다. 물론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는 것으로 생각해요.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은 이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상태입니다.


▲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되었던 흔적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임 속 배경인 '한동'이 한국의 90년대를 담아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모티브가 된 지역이 있나요?

- 경기도 구리가 '한동'의 모티브에요. 구리시에 사무실이 있었거든요. 팀원들끼리 같이 산도 오르고, 호수 공원도 방문하고, 사진 촬영도 하면서 답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리에서 나고 자란 팀원도 있어서, 팀원들의 어린 시절의 기억도 게임 속에 반영하고, 그런 식으로 꾸며서 만들었습니다.


구리가 배경이었군요. 실제로 카인드를 플레이해본 뒤, 구리시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도 가능할까요?

- 게임 속에 아차산의 옛 이름인 '아단산'이라던가, 구리의 옛 이름인 '구지'가 지명으로 등장하거나 합니다. 이렇게 실제로 따온 것들이 많이 있기는 한데, 이야기를 만들면서 각색하고 새롭게 꾸민 부분이 많다 보니 실제랑은 많이 다를 거에요(웃음).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게임 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 실제 모습을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어요.


▲ 게임 속 '구지'는 90년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정겨운 시골마을로 등장합니다


한국적인 배경이 등장한다는 점 외에도 '카인드'가 다른 어드벤처 게임들과 차별될 수 있는 포인트가 더 있을까요?

- 게임 내에서 계속 장르를 비트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전체 플레이 방식은 유사하지만, 갑자기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 된다거나, 리듬 게임 요소가 등장하기도 하고, 레이싱 게임이 되기도 하죠. 단순히 퍼즐게임 같은 플레이가 10시간 이상 반복되면 지루하기 마련이니까, 계속 변주를 주고 있는 셈이죠. 미니게임이 계속 새롭게 등장하니, 쉽게 질리는 일 없이 게임을 플레이하실 수 있을 거에요.


OST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공식 유튜브에서도 여러 음원을 공개하셨는데, 자랑 좀 해주세요.

- 대부분 인디 게임을 개발할 때 사운드는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감사하게도 팀원 중에 사운드를 담당하는 팀원이 있어요. 덕분에 '카인드'에 들어간 오리지널 곡은 약 30곡에 달합니다. 리메리크 곡을 더하면 50곡 정도고요. 이러한 오리지널 음원을 듣는 것도 카인드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질문이 꽤 멀리 돌아왔네요. 2022 플레이엑스포에 참가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주세요.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가능한 많은 유저분들을 만나 뵙고 싶어서 참가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인디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소개할 방법은 한정되어 있었고, 직접 홍보할 수 있는 어떤 창구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반 소비자분들께 더 많이 게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고,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플레이엑스포도 무산됐었기 때문에, 올해 행사를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엑스포 현장에 직접 방문한 유저 분들이 '안티 앨리어싱' 부스에서는 어떤 것들을 만나볼 수 있죠?

- 오직 이번 현장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시연 빌드를 플레이해보실 수 있습니다. 플레이엑스포를 위해 약 10분 분량으로 압축해서 준비한 빌드고, '카인드'가 어떤 게임인지 대략 감을 잡으실 수 있을거에요. 이외에도 부스에 방문해주신 유저들에게 카인드 캐릭터가 들어간 엽서를 선물로 드릴 계획입니다.

▲ 안티 앨리어싱 부스에서는 플레이엑스포 전용 데모 빌드를 위한 시연 공간,

▲ 그리고 엽서 형태의 카인드 굿즈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카인드의 정식 출시 일정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네요. 언제쯤 유저분들이 정식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 늦어도 12월. 그러니까 올해 안에는 꼭 출시할 계획입니다. 출시 플랫폼은 스팀이 될 예정이에요. 퍼블리셔와 협의를 진행 중인 내용이긴 한데, 해외판과 콘솔 버전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카인드도 출시되기 전이지만, 생각하고 있는 '후속작' 관련 계획도 있나요?

- 물론 올해에는 '카인드'의 완성에 집중할 것 같아요. 하지만 후속작 관련 계획도 있습니다. 카인드에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주인공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동 지방의 친구들을 만나러 떠나고, 1편에서 친구가 되었던 기존의 캐릭터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후속작의 재미 포인트가 될 예정이에요. 물론, '카인드'의 판매량과 유저 호응에 영향을 받겠지만 말이죠. 아예 다른 게임이 될 수도 있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카인드를 기다려왔을 팬들, 그리고 이번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카인드를 처음 알게된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이 남아있지만, 메인 줄기가 되는 스토리 외에도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추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게임이 어떻게 완성될 것인지, 계속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유저분들께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물론 완성도도 중요하니, 완전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