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퀘스트2로 시장 성장을 주도하며 점유율 늘리는 메타. 메타가 그리는 다음 단계의 VR은 인간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세계다.


메타는 20일 마크 저커버그 CEO와 마이클 앰브라시 수석 과학자의 인사이드 더 랩 오프닝 영상을 공개하며 VR 비전 다음 세대를 이야기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시각적 튜링 테스트와 이를 통과할 기술, 그리고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토타입 홀로케이크2(Holocake2), 버터스카치(Butterscotch), 스타버스트(Starburst) 등을 공개했다.

저커버그 대표는 홀로케이크2가 그간 메타가 만든 VR 헤드셋 중 가장 얇고 가볍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헤드셋 구현 비밀은 렌즈 형태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기술 구현에 있다.


VR 헤드셋 이용자들은 알겠지만, 눈앞에 영상물이 표현되는 렌즈와 실제 디스플레이는 간격이 존재한다. 기존의 굴절렌즈의 경우 두꺼운 곡면 렌즈가 보내온 빛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고 그보다 얇은 팬케이크 렌즈는 두 개의 곡면 렌즈를 통해 빛을 반사시켜 나온 상을 보는 형식이었다. 홀로케이크 렌즈는 팬케이크 렌즈와 동일한 편광 기반 광학 기술을 사용하지만, 플랫 렌즈를 겹쳐두고 빛이 이 평평한 면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눈 사이의 거리를 좁혀 더욱 얇은 전면부 구현이 가능해졌다.

홀로케이크 렌즈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VR 헤드셋에 쓰이는 LED와는 다른 특수 레이저를 통해 올바른 소스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앰브라시는 현재는 안전하면서 저비용의 소비자용 레이저를 얻기 위해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신 해당 광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선글라스와 같은 VR 디스플레이 구현 역시 가능할 것으로 앰브라시는 내다봤다.

한편, 홀로케이크2에 대해 저커버그 대표는 기존의 PC VR 타이틀 역시 모두 실행할 수 있다며 모바일 기기의 HMD 정도로 그 가능성을 한정하지는 않았다.


홀로케이크2와 달리 버터스카치는 겉 모습은 기존 메타의 VR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외형적인 기기 구현에 있어 변화를 그리는 홀로케이크2와 달리 버터스카치는 실제 인간 시야에 가까운 해상도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이다.

메타가 대중에 처음 공개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VR인 버터스카치는 55PPD(Pixel-Per-Degree)의 픽셀 밀도를 가진다. 이를 통해 아이차트 20/20 수준을 묘사할 수 있다. 이는 시력 1.0 수준의 해상도 구현을 의미한다. 기존 메타 퀘스트2의 경우 20/60(0.33) 묘사가 가능한 수준으로 버터스카치가 20PPD를 가진 메타 퀘스트2보다 2.5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지는 셈이다.

▲ 기존 헤드셋과 유사한 형태지만 향상된 해상도를 제공하는 버터스카치

두 개의 팬, 손잡이와 함께 거대한 부피를 자랑한 스타버스트는 프로토타입 HDR 헤드셋이다. 앰브라시는 일찌감치 HDR 기술 도입에 TV가 진전을 보여왔지만, VR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최대 밝기가 100 니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반면, 스타버스트는 20,000 니트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야간 환경이나 실내 조명에서의 환경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버스트는 유선 모델에 두 개의 손잡이로 들고 이용해야 하는 프로토타입으로 시판용 제품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커버그 대표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해당 기기가 주는 경험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가 연구가 추후 공개될 VR 기기에 긍정적인 진화를 가져올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 메타의 첫 HDR 헤드셋 스타버스트

메타 측은 HDR, 인간 망막 시력 수준의 해상도 외에도 가변 초점과 렌즈 왜곡 보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기존 VR을 통해 구현된 세계는 인간이 눈으로 보는 실제 세계와 달리 고정된 초점면 하나를 표현했다. 인간의 눈은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볼 때 수정체의 모양, 두께를 '조절'하고 두 눈이 하나의 상을 만들어내는 '수렴'이 동시에 일어난다. VR 기기의 경우에는 초점면이 하나이기에 현실 세계와 달리 수렴 거리와 조절 거리가 달라지는 '수렴 조절 불일치(Vergence-Accommodation-Conflict)'가 발생한다.

이러한 '수렴 조절 불일치'는 VR 기기 착용 시 발생하는 어지럼증과 눈의 피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메타는 VR 착용자의 시선을 추적해 고정된 초점 대신 가변 초점 구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5년 하프 돔(Half Dome)이라는 프로토타입의 내부 연구를 계속하며 꾸준히 기능을 개선한 메타는 이용자의 시선을 추적해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볼 때 먼 거리가 흐려지거나 반대의 경우를 구현하는 등 초점 변화를 실현하고자 했다. 저커버그는 이를 통해 현실과 같은 세계 구현과 편안한 VR 이용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해당 기능이 적용된 새로운 프로토타입 기기 모습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저커버그는 빛의 굴절로 생기는 왜곡 문제 해결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앰브라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왜곡 문제를 해결한 메타 퀘스트2가 비교적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왜곡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를 시뮬레이션하고 보정하는 기기 개발을 이야기했다.

메타 측은 AI의 우수성을 시험하는 튜링 테스트처럼 시각적 튜링 테스트를 통해 현실과 VR 속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기준을 언급했다. 망막 시야 수준의 고해상도 구현, HDR, 시선 추적을 통한 가변 초점, 왜곡 문제 해결 등이 시각적 튜링 테스트의 기본 속성이며 이를 제대로 구현한다면 새로운 세대의 비주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저커버그는 이야기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세계 인지에 필요한 기술 진전이 새롭게 공개된 프로토타입과 콘셉트를 통해 설명된 셈이다.

미러 레이크(Mirror Lake)라는 개념도 새롭게 공개됐다. 메타는 홀로케이크 렌즈를 통한 가볍고 얇은 폼팩터와 시선 추적, 처방 도수 측정으로 제공된 렌즈 등을 통해 시각적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차세대 VR 기기 개념으로 미러 레이크를 설명했다. 앰브라시는 미러 레이크가 지금은 콘셉트 단계이지만, 그것이 실현된다면 VR 경험의 분명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공개된 시제품과 기술 적용이 근시일 내 모두 이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타는 차세대 컨슈머 VR/AR 헤드셋이 될 것으로 프로젝트 캠브리아(Project Cambria)를 준비 중이다. 해당 기기는 한층 개선된 증강 현실과 함께 팬케이크 렌즈를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