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궨트: 방랑 마법사
장르명: 덱빌딩/로그라이크
출시일: 2022. 7. 7.
리뷰판: 1.0.0.1_8400
개발사: CD프로젝트 RED
서비스: CD프로젝트 RED
플랫폼: PC/모바일
플레이: iOS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마이트 앤 매직은 넓은 오픈 필드와 다양한 퀘스트로 RPG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물론 그 본편도 정말 재밌지만, 초등학생 시절 처음 접한 게임에 본편보다 미니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무작위로 드로우되는 카드를 가지고 성벽 쌓고, 상대 타워를 부수는 미니게임 '아코메이지'는 괴물 잡고 비밀 파헤치는 것 이상의 재미를 줬다. 그리고 퀘스트보다 이 미니게임이 열리는 여관 곳곳을 돌아다니기 바빴다.

▲ 마이트앤매직8의 아코메이지(RoksGames)

2000년대 초반 이야기니 와닿는 이들은 썩 없겠지만, 콘텐츠 많이 담아내는 요즘 오픈 월드 게임에 이런 미니게임쯤은 하나 이상씩 담기는 모양새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는 장기와 비슷한 기계 스트라이크라는 보드 게임이 있고 어새신 크리드 발할라의 주사위 게임 올로그는 실물 보드게임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쪽 장르, 그러니까 게임 속 미니게임의 대표작은 역시 궨트다.

게임 속 퀘스트나 이야기를 통해 카드 수집의 개념을 담으면서도 매직 더 개더링 식의 공격과 방어 대신 세 줄의 카드 수치 합으로 승패가 가리는 게임은 깊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래서 수많은 올해의 게임을 수상한 본편 위쳐3보다 미니게임 궨트가 더 재밌다는 게 마냥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던 말이었다.

그런데 '궨트 해보셨어요?'라고 묻는 게 이제는 꽤 어색한 말이 됐다. 더 정확히는 어떤 궨트를 해봤느냐고 물어야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니 말이다.

'위쳐3: 와일드 헌트'의 미니게임 궨트, 독립작으로 출시된 온라인 PvP 게임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온라인 궨트), 그 궨트의 초창기 버전을 기준으로 덱 빌딩 전투를 그린 싱글 게임 '쓰론브레이커: 더 위쳐 테일즈', 여기에 최근 온라인 궨트의 싱글플레이 확장팩인 '궨트: 방랑 마법사(방랑 마법사)'까지 출시됐다. 이들 궨트는 룰이나 카드 특성도 조금씩 다르고 플레이 방식도 다르다. 당연히 플레이 대상도 저마다 다른데 이상하게도 가장 최신작인, 7월 7일 출시된 방랑 마법사만은 누굴 대상으로 했는지 영 알 수 없는 타이틀이다.

방랑 마법사는 로그라이트 형식을 도입한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준비된 덱으로 매번 새롭게 스테이지를 시작하고 마치 슬레이 더 스파이어처럼 거미줄 형태로 진행된다. 그래도 전투 자체는 궨트의 그 덱빌딩 카드 대전 형식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정확히는 형식만 유지했다.

▲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유사한 지역 선택 이동에

▲ 승리 시 랜덤으로 카드를 얻거나 빼 무작위성을 더했다

궨트의 핵심은 전략적인 패배다. 카드 특성도, 형태도 다르지만, 잘 지는 건 승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수 중 하나였다. 게임의 룰이 그랬다.

플레이어는 최초 10장의 카드를 드로우하고 1턴에 1장의 카드를 무조건 꺼내야 한다. 모든 손패를 사용하거나 턴을 패스하면 그 플레이어의 라운드가 끝난다. 그리고 새 라운드마다 3장의 카드를 새로 드로우한다. 총 3개 라운드 중 2개 라운드를 이겨야 하는 게임에서 내가 질 라운드에서 패를 적게 꺼내고 상대 패는 많이 꺼내게 만들면 게임 승리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방랑 마법사는 빠르게 회차를 돌리는 로그라이트 방식이다. 한 바퀴의 게임이 끝나야 레벨이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회차 시작 시 얻을 새로운 특수 효과나 새 카드가 해금된다. 즉, 게임 시간이 길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게임의 근본 룰인 라운드제를 없애고 단판제로 바꿨다. 당연히 궨트만의 전략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온라인 궨트를 즐겨온 유저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콘텐츠 분량도 짧아 온라인 궨트의 이벤트 정도로 추가할 수 있을 법하다 여길 수도 있는 양이다.

▲ 궨트는 능력을 제외하면 카드끼리 직접 싸우지 않는다. 카드 많이 남기고 점수 많이 쌓는 게 이기는 길이다

반대로 이러한 룰의 간소화는 입문자에게 궨트가 어떤 게임인지 알리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을 보면 궨트 입문자에게 방랑 마법사를 선뜻 추천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궨트는 카드가 서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수 합산 방식이라 선공의 장점은 기존 덱빌딩 게임만 못하다. 직접 공격은 못하지만 카드에 명령 기능이 아군 카드를 강화하거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또 라운드 종료한 상대보다 종합 점수 1이라도 높은 카드를 나중에 꺼낼 수 있어 후공의 유리함은 대단히 크다. 이걸 그간 궨트에서는 라운드제로 상쇄했는데 단판제라 후공의 강점은 더 커졌다.

그런데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무조건 선공을 집는다. 당연히 전투 내에서의 불합리함은 배가된다. 넉넉한 점수 차이를 내고 라운드를 끝냈는데 상대가 마지막에 이 점수차를 뒤집을 카드를 꺼내고 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초심자를 위한 배려가 충실한 것도 아니다. 온라인으로 바뀐 궨트를 처음 접한 유저가 게임을 익힐 정도의 튜토리얼도 없고, 특별한 마법 쓸 때 필요한 기력을 제공하는 대마법사 모드도 게임 난이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쓰론 브레이커나 궨트는 어디까지나 게임으로 인기를 끈 위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게임이나 소설보다 과거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 '위쳐: 늑대의 악몽'도 베스미어라는 위쳐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다. 반면 방랑마법사의 알주르는 위쳐 탄생 이전의 인물로 위쳐를 즐긴 이들이 감정을 쉬이 이입하기 어려운 궨트 속 인물이다. 이 역시 궨트를 하지 않은 위쳐 플레이어를 끌어들이는 데 영 적합하지 않은 스토리라는 의미 되겠다.

▲ 카드 다 남기고 7점 앞서있지만, 수십 점 차이도 후공에서 뒤집는 게 궨트다

▲ 처음 이미지 공개 당시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기사인 줄 알았다. 위쳐 색은 약한 편

위쳐와 궨트라는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하면 방랑 마법사라는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로그라이트를 기반으로 한 런과 반복 플레이, 수준 높은 카드 게임 룰, 훌륭한 사운드,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고 새로운 카드로 매번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는 게임플레이 등은 재미가 없을 수 없다. 그리고 가격 역시 스팀에서 9,900원, 모바일에서는 12,000원으로 많은 인디 로그라이트 게임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중요한 건 이제 방랑 마법사가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더 빠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궨트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과 연출 퀄리티를 향상할지. 아니면 궨트의 새로운 입문서로서 튜토리얼과 이야기를 강화하고 게임의 기본 반복 플레이 깊이를 더할지.

지금의 '궨트: 방랑 마법사'는 마법사 알주르처럼 강력한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명확한 목표 사이에서 제목처럼 방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