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의혹 규명을 위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연대 서명'을 위해 수백 명의 유저가 29일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다.

가장 먼저 도한 유저는 오전 10시부터 기다렸다. 이날 서명은 원래 오후 1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워낙 많은 유저가 모여 40분 일찍인 오후 12시 20분 서명이 시작됐다.

오후 12시 20분 기준, 이미 250여 명의 유저가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저는 계속해 모여 오후 1시 10분 기준 대기 줄은 700미터 이상으로 길어졌다. 대기 줄은 국회대로를 지나 좌측 여의서로, 국회박물관으로 향했다. 오후 2시경 유저의 줄은 국회 본관으로 이어졌고, 국회도서관 앞까지도 갔다. 서명대에서 대기 줄 끝까지 가는 데 걸어서 13분 정도 걸렸다. 최소 1.3km 이상의 줄이었다.



감사원 감사 청구 조건인 국민 300명의 서명은 이미 1시 40분경에 충족했다. 많은 유저가 감사 청구서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기다렸다. 대기 줄이 워낙 길어진 탓에 되돌아가는 유저도 일부 있었다. 이상헌 의원실은 의지가 있는 유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서명대를 유지했다.

이상헌 의원실의 이도경 보좌관은 서명에 참여한 유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도경 보좌관은 수백의 유저가 서명을 위해 모여든 것에 "그동안 쌓인 우리나라 게임물 등급분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나타나는 거 같다"라며 "확실하게 개편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도경 보좌관은 감사원 청구를 시작으로, 검찰 수사 의뢰까지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상헌 의원실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보좌관은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개발 업체와 위원회 간 문제 의혹 △위원회 내부의 여러 의혹 두 가지를 꼽았다. 일부 의혹은 자료를 통해 확인이 되었고, 다른 의혹은 감사원 감사 또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길 기대했다.

▲ 김태현 씨가 감사 청구 연명부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김태현(28세, 성남) 씨는 자신이 하는 '블루아카이브'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잘못된 잣대로 청소년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공정하지 않아 서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고, 게임위가 앞으로 횡포를 계속할 거 같다는 위협을 받아 이를 막기 위해 서명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게임은 게임으로 즐기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게임위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단순히 돈을 유용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쓰인 일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 서명 이후 블루아카이브를 즐기는 장씨

용인에서 온 장 모 씨(닉네임 shiro, 페이트/그랜드 오더와 블루아카이브 유저)는 "내가 게임에 대한 등급 규정에 만족하지 않아 관련 제도를 찾아봤으나, 파헤쳐볼수록 이상했다"라며 "최근 나와선 안 될 비위 의혹, 50억 원 횡령 의혹들이 나오고 있어 서명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장씨는 "게임위 자체 규정을 보더라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나온다"라며 "이를 반영해 현재 포괄적인 등급분류 규정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개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기관 주도의 등급분류제도를 폐지하고, 민간협회 중심의 자율등급분류 제도를 제안했다.

한편, 게임위 비위 의혹은 세금 50억 원이 쓰인 '게임물 등급 통합 관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17년 '게임물 등급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해 2019년 완료했다. 이후 2020년 말 시스템이 부실하단 지적을 받았다. 의원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2019년 말 게임위는 준공 검사에서 합격 판정하고 제품을 납품 받았다. 문제는 감리 결과 제품에 오류가 있고, 미완성이란 지적이 뒤늦게 확인됐다. 감리 보고서에는 제품의 16% 정도는 완료되지 않았고, 8% 정도는 오류가 발생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적시됐다.

지난 10월 24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의원은 사업 현황을 확인했고,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은 "통합 시스템이 지금 완벽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상헌 의원은 "이 문제를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라며 "국정감사가 종료된다고 안심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라"고 당부한 바 있다.

▲ 12시 10분, 유저를 기다리고 있는 서명대

▲ 서명을 위해 기다리는 유저, 가장 먼저 도착한 김태현 씨는 오전 10시부터 기다렸다

▲ 아픈 몸을 이끌고 서명하러 온 유저도 있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각성하라!"

▲ 공부하며 기다리는 유저




▲ 많은 유저가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를 표출했다
"우리는 노예가 되지 않는다!!"

▲ 오후 1시 20분, 정말 많은 유저가 모여 국회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 결국 국회 안까지 들어 선 대기 줄, 건너편에 국회의사당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