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식 레드덕 사운드 디렉터


25일, 레드덕의 장규식 사운드 디렉터는 '아바(AVA)의 트레일러, 협업을 위한 사운드 스토리텔링'이라는 제목의 KGC 2013 강연에서 트레일러 스토리텔링과 사운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간 관계로 미학이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힘들다며 양해를 먼저 구한 장규식 디렉터는, 트레일러를 '게임을 잘 알리기 위한 도구인 동시에 마케팅 수단'이라고 정의했다. GDC 사례에서 발견한 트레일러의 형태를 살펴보고, 트레일러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면서 강연이 시작되었다.

트레일러는 결국 마케팅 도구의 시작이고, 유저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기 위한 무기이다. 그리고 최종 목적은 유저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게임 스크린샷을 캡처하듯 유저의 마음을 캡처하는 것이라고 장규식 디렉터는 말했다.

어떻게 하면 유저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까? 영상의 5초에서 10초까지가 가장 결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이 영상을 끝까지 볼지 결정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 구간이다. 최근 음악들이 도입부에 '꽂히는' 멜로디를 넣어 주목을 받으려 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영상이 끝난 뒤에는 '즐거운 콘텐츠를 보았다'는 느낌을 남겨야 한다. 유저의 마음에서 이해가 되는 트레일러가 아니라면 정보 전달에 문제가 생긴다.



강연에서는 트레일러를 구성하는 요소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번째는 비주얼, 두번째는 뮤직, 세번째는 사운드스케이프(음향)였다.

비주얼 부분에서는 '이것이 무슨 게임인가'라는 정보가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콘셉트에 치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면 정보 전달이 약해진다. 빠르게 일어나는 각 PC의 상황을 영상으로 재구성해서 나열해 정보를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영상과 함께 하는 트레일러의 음악은 예외가 될 수 있다. 악기의 특성이 불분명하면 보통 국경이 없는 음악이고, 국경이 있는 음악은 명확한 악기를 사용한다. 가야금을 연주한다면 그 음악은 한국 국적을 가져서 한국 고유의 정서를 전달할 수 있다.

어떤 음악을 사용할지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헐리우드 대작의 영화는 대개 음악의 국경이 모호하다. 그래야 전세계적 퍼블리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경을 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이슬람 사원에서 교전을 벌이는데 라틴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은 사운드스케이프다. 영상의 프레임 내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기본이다. 저가 헤드폰을 쓰는 경우도 많지만, 고급 사운드 장비를 갖춘 이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하기 마련이다. 게임 개발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나오는 시점은 의외로 중요하다. 새로운 음악이 등장하는 것은 어떤 일의 발생을 암시한다. 영화 '죠스'에서 위급한 순간마다 나오는 유명한 음악이 이런 효과를 최대한 사용한 예다.



트레일러는 그 성격상 선행 미디어인 영화나 광고와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광고는 그 대상의 사실을 전달하려 하고, 영화는 스토리를 주로 전달한다. 게임은 신규 업데이트 내용을 트레일러에 어떻게 담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새로운 내용을 바탕으로 트레일러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장수하고 있는 제품 중에 '포카리스웨트'가 있다. 1년에 한 번씩 마케팅 비용을 대거 들이면서 광고에 힘을 썼는데, 우리 모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테마음악이다. 장규식 디렉터는 그동안 있었던 해당 광고 영상 몇 개를 보여주면서 말을 이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공통적인 것은 블루와 화이트의 색채, 그리고 음악이다"라면서 "그런 것이 바로 테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주얼이 갖춰지지 않으면 청각적으로도 그것을 메우기 어렵다. 트레일러에서 음악을 만드는 이들도 비주얼 담당과 교류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부 제작과 외부 제작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가 고민거리로 떠오르곤 한다.

두 가지 방식은 장단점이 있다. 내부 제작은 비용이 절감되는 동시에 가까이서 일하므로 일정과 교류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 게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 작업하므로 원하는 콘셉트를 바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단점은 시중에서 통용되는 퀄리티의 기준을 잘 모른다는 것. 연령층이 낮은 편이라 기술도 부족하며, 장비 역시 떨어진다. 경험을 보완하기도 어렵다. 외부 제작은 그런 단점이 해소되지만 결과물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나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저의 관심은 초기 내용 전개를 셋업(set-up)으로 보고 점차 그 긴장도가 높아지며 클라이막스를 지나 하강한다. 가장 격정적인 순간에 게임 플레이 모습을 담는다. 이런 과정을 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프로덕션은 영상을 만들고, 음악을 입힌 뒤 효과음을 추가하는 순서를 택하는데 이런 방식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영상 1차 가편집이 왔는데 음악을 만들려 하니 템포와 마디의 문제가 있어 영상 재편집할 문제가 수시로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파트를 담당한 쪽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도 하다.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것 자체가 거대한 마케팅이기도 하다.

강연 말미에는 '아바'의 트레일러 중 나쁜 사례와 괜찮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당 영상을 직접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협업이 잘 되지 않은 버전은 일직선의 음악 분위기에 영상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협업 구조가 개선되고 난 뒤 제작된 트레일러는 음악에 기승전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생동감 면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시각적인 영상미, 음악적인 청각의 미를 살려야 한다. 그것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어떤 게임의 트레일러든 그것을 연출하는 힘은 바로 스토리에 있다"는 말과 함께 강연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