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강세가 줄곧 이어져 오고 있는 국내 게임 시장.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규모 게임들이 시장성을 증명하며 인디 게임 시장은 발 디딜 틈 없는 모바일 시장을 떠나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5명이 시작한 '발하임'은 1,000만 장 판매 단계를 밟았고 '어몽어스'는 인기 역주행과 함께 '인싸놀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중견 게임사들이 이 새로운 시장에 하나둘 발을 디디는 와중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인디 게임 시장의 문을 두드린 회사가 있다. 이미 '스컬'로 국내 인디 게임의 글로벌 흥행을 밀어주고 여러 인디 게임 서비스 계약을 맺은 네오위즈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불협화음은 들리지 않는다. 투자를 통한 공격적 인수 대신 개발사의 제작 의도를 살린단다. 게임 외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으면서도 게임에 준 의견은 듣지 않아도 좋단다. 네오위즈는 왜 인디 개발사들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원하는 걸까? 한국의 디볼버 디지털. 나아가 인디 게임 퍼블리셔의 글로벌 플레이어를 꿈꾸는 네오위즈 S2사업실 고성진 실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반갑다. 우선 S2사업실이 네오위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먼저 네오위즈의 고성진이라고 한다. 현재는 S2사업실 조직을 맡고 있고 S2사업실은 스팀에 인디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팀, 모바일 사업 팀,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블레스 언리쉬드 PC를 담당하는 팀 세 부분으로 운영 중이다.


그 셋 중에서도 국내 중견 게임 기업이 인디 게임의 퍼블리싱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두는 게 팬들에 화제가 됐다.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하고 있나.

1년 반 전에 신사업을 위해 3명이 TF팀을 만들었다. 그때 처음 계약한 게임이 '스컬(Skul)'이었고 이후 꾸준히 사업 규모가 커졌다. 팀의 규모는 작게 유지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 7명 정도의 코어 팀이 있고 그 외 팀을 지원하는 조직들이 따로 있다. 인디 게임이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회사의 프로젝트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핵심 팀 인원 자체는 적은 편인 것 같은데 그럼 서비스 게임의 결정이나 부서 방향성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나.

지금 팀 인원들은 사업 초기부터 같이 있었던 이들이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방향이나 게임 선택 기준에 합의된 상태다. 그래서 특별하게 어떤 게임을 하자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게임 선택할 때의 내 투표권도 없앴다. 팀 인원들이 직접 게임을 정하게 했는데 팀원이 7명이니 3:3, 4:4 이런 식으로 반반이 안 나온다. 어떤 결과든 한쪽은 과반수가 되어 결정이 나는 거다(웃음).

이건 디볼버 디지털이라는 인디 게임사를 보고 생각했다. 디볼버는 게임을 선택할 때 만장일치로 결과를 냈을 때만 퍼블리싱 한다고 한다. 대신 우리는 모두가 찬성하는 결과를 얻기까지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팀원의 반 이상이 원하는 게임을 하자'고 생각했고 반대하는 나머지를 설득할 수 있는 게임을 퍼블리싱하자고 이야기했다.

▲ 디볼버 디지털은 글로벌 인디 전문 배급사로 독자 컨퍼런스를 진행할 수준의 대형 퍼블리셔기도 하다


결정권을 팀원들에게 전부 맡긴 셈이다.

그렇다. 대신 이것 하나는 따로 확인한다. 결정된 게임이 현재 시장에 있는 어떤 게임과 비슷한지 묻는다. 그리고 그 게임보다 좋은지, 더 하고 싶은지를 팀원들이 생각하도록 물어본다.



완성은 개발사가, 지원은 우리가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 것

인디 게임 사업에 뛰어들며 지금까지의 '중견기업 네오위즈'와는 다르게 인식하는 팬들도 많다. 이런 인식 변화를 체감하고 있나.

정말 많이 체감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했기에 다른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네오위즈 내부에서도 저나 인디 사업과 관련 없는 업무를 하는 분들이 좋게 이야기해주시더라. 매체에서도 인디 게임에 대한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본 기사를 여럿 써줬다. 우리 일과 관련됐으니 댓글도 당연히 읽는데 이용자 분들께서 좋은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고 여러모로 응원해 주시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해외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다.


개발자들의 시선도 달라졌을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전자의 입장이라고 할 만한데 국내 개발사든 해외 개발사든 처음보다는 우리에게 먼저 연락해주시는 일이 많아졌다.


해외에서는 앞서 말한 디볼버처럼 인디 게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퍼블리셔도 있지만, EA처럼 대기업이 인디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대형 퍼블리셔가 인디 개발사의 자유를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이 남아있다. 네오위즈가 게임사를 만날 때도 이런 부분에 힘들지는 않았나.

(게임사가) 당연히 그런 우려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콘셉트를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잡았다. 개발은 개발사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고 네오위즈는 게임 개발 이외에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스컬'을 만든 박상우 대표에게도 2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대로 완성은 해달라. 우리는 의견을 주지만, 그 결정은 대표님이 다 해주시면 된다. 우리가 준 의견이 게임과 맞지 않으면 하지 않으셔도 상관없다'라고. 게임 개발 외에 지원할 수 있는 건 어떤 일이 됐든 우리가 전부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인디 게임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스컬'의 사우스포게임즈는 물론 다른 게임사에도 일관되게 이를 지켜오려고 노력했다. 이게 정말 잘 지켜졌는지는 개발사 분들에게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말이다(웃음).

가장 중요한 점은 게임 개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머리를 바꿔 끼우는 로그라이트 액션 '스컬'의 출시로 네오위즈 인디 사업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앞서 소개한 스컬이 정식 출시되며 게임 서비스에 돌입하는데 성과는 어떤가?

일단 작년 초 얼리 액세스 시작 후 올해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았나. 얼리 액세스 시작 후 지금까지 50만 장 이상을 팔았고, 개발사에서도 계속 업데이트를 하는 쪽으로 이야기했기에 더 판매될 거라고 보고 있다.

콘솔 플랫폼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Xbox, 닌텐도 스위치.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닌텐도 스위치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유저들의 출시 문의가 가장 많이 왔던 플랫폼이다. 우리나 개발사가 보기에도 닌텐도 스위치에 잘 맞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닌텐도 본사와도 관련해서 미팅하며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


플랫폼 사와의 업무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시차 문제도 있고 자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통해 소통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많이 드는 편이다. 그중 스팀의 밸브는 함께 일한 지 3~4년 정도 됐고 다른 피드백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고마운 마음도 있다. 작년 가을에는 스팀 메인에 노출되는 단독 퍼블리셔 할인을 진행하는 등 여러모로 지원을 받고 있다.


스팀 게임 대축제에도 참여했었다.

맞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참여할 생각이다. 또 3월에는 단독 퍼블리셔 할인을 하기로 결정됐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

▲ 국내 게임사로는 이례적으로 스팀 메인페이지에서 진행된 배급사 할인. 효과도 컸다고



게임사에 좀 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면
온라인으로 열린 방구석 인디 게임쇼 다음은 어떻게

여러 행사가 온라인으로 변경되는 세계적 상황에서 일찌감치 온라인 인디 게임 행사 '방구석 인디 게임쇼'를 진행했다.

일단 방구석 인디 게임쇼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말씀드려야 할 거 같다.

원래는 2020년 3월 초에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쇼 PAX EAST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부스도 만들었고 우리 게임 알릴 생각에 준비도 착착 진행됐는데 떠나기 이틀 전에 출장이 취소됐다. 알다시피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심해진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북미 법인에서 부스를 대신 운영해 위기는 넘겼다.

▲ 코로나19 탓에 국내 팀이 직접 미국으로 가지는 못했던 PAX EAST 네오위즈 부스


오프라인 게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엄청난 상황이었다.

우리도 오프라인 행사에 많이 나가 인디 게임을 찾는 팬들에게 서비스할 게임을 알릴 생각이었는데 이게 다 취소됐으니 계획이 전부 틀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때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팀원들과 고민을 하던 중 '우리가 온라인으로 해볼까요?'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게 시작이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행사이다 보니 잘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가만히 있느니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개발사에서 참여 신청을 해줬다.

참여 게임사가 대략 250개 정도? 생각지도 못한 숫자라 너무 놀랐다. 이 정도 숫자를 감당할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이니 가지고 있는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행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준비한 것 이상의 게임사가 함께하며 수적으로는 풍성했지만, 개선할 과제도 함께 드러났을 텐데.

긴 준비 기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에 맞는 비용을 들인 것도 아니어서 아쉬운 점이 여럿 있었다. 그중에서도 크게 아쉬운 점은 2가지였다. 우선 참여해주신 개발사에 실질적인 혜택을 많이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혜택이라면?

인디 게임 개발사에 가장 필요한 건 사실 개발비 아니겠나. 아니면 서버 운용에 들어가는 AWS 지원이나 클라우드 크레딧 같이 비용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들. 행사가 끝나고 나니 그런 것들이 생각나더라.

또 다른 아쉬움은 게임을 더 많이 알려줬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뜻을 같이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좀 더 시간을 들여 행사에 참여하는 게임을 알릴 방법을 더 준비하지 못한 부분을 생각했다.

그래도 관심은 확실히 확인한 만큼 다음을 더 깊게 고민하는 단계다.



그럼 제2회 방구석 인디 게임쇼는 열린다고 생각하면 될까?

그렇다. 단,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는 앞서 말한 대로 고민하는 중이다. 실질적인 지원과 게임을 더 잘 알릴 그런 방법에 맞게 말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는 정리되지 않아 언제 행사가 열릴지는 쉽게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후원이나 협찬에 관한 연락도 여럿 있었고 뜻을 함께해 행사를 진행해보자는 곳도 있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보려 하고 있다.


행사 취지는 좋지만, 기업으로서는 수익으로 연결이 안 되면 차기 행사가 어렵지 않을까.

처음이 우리 게임을 알리고자 하는 생각 반, 인디 게임 알리기 반으로 시작했던 만큼 비교적 큰 비용이 들어간 행사가 아니었다(웃음). 그래서 거기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또 방구석 인디 게임쇼에 참여한다고 해서 꼭 네오위즈와 같이 일해야 한다는 제한도 없다.

그저 이런 활동을 하면서 개발사들이 우리에게 좀 더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다.



게임사가 어려워 하는 부분이라면 무엇이든
퍼블리셔로서의 네오위즈

'플레비 퀘스트'는 게임을 개발하던 파이드파이퍼스 팀이 개발 중 네오위즈에 직접 입사해 게임을 출시했다. '플레비 퀘스트'처럼 외부 게임사를 지원하는 것 외에 내부로 품어 서비스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나.

그간 인디 게임사. 특히 PC 쪽 인디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 대표들을 만나면 대부분은 생각하는 대로 게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업 초반에는 투자 같은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직접 함께 개발하는 부분은 생각이 아예 없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며 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생각도 다 다르기에 시간이 지난 어느 순간부터는 여러 방향을 열어두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퍼블리싱도 좋고, 서로 방향이 같다면 '플레비 퀘스트' 방식이거나 혹은 투자가 가능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런 쪽은 게임사에 먼저 제안하거나 관련해서 말씀드리진 않는다. 그게 우리 목표도 아니고 말이다. 게임사에서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그걸 지원하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평소 이런 게임 퍼블리싱 계약은 먼저 나서서 진행하는 편인가.

방구석 인디 게임쇼, 그리고 '스컬'의 성과가 나오며 연락이 많이 늘었다. 정확한 비율은 계산해봐야겠지만, 먼저 연락이 오는 게임사도 많고 먼저 연락하는 일도 많다.


확실히 '스컬'이 퍼블리싱 사업의 발판이 된 것 같은데 서비스 과정이나 준비 단계에서 기억나는 일은 없나.

'스컬'은 삼고초려 끝에 계약을 이뤄냈다. 광주에 개발사가 있는데 직접 3번을 가 개발사를 만났고 부산에서도 한 번 만나며 계약 과정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에 연락했을 때는 크라우드 펀딩이 알려지기 전이라 후원 금액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광주에서 직접 만나러 가는 날 즈음이 되니까 텀블벅에서 화제가 되며 후원 금액도 크게 늘었다. 우리가 좋은 게임을 일찍 잘 알아봤다고 생각이 들더라.

대표님과 만나기 전 그 안에 콘텐츠를 다 체험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스컬'은 로그라이트 게임이라 랜덤 요소가 많아 15~20분 정도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 버전을 40번 정도 클리어해봤던 것 같다.

물론 '스컬'의 이야기를 물으셔서 답한 거고 '스컬'을 포함해 모든 게임의 준비 과정이 다 기억에 남고 게임사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한다.


국내 게임사를 직접 찾아 이야기한다면 해외 게임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컨택하나. 최근에는 '댄디 에이스'라는 브라질 인디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알리기도 했는데.

'댄디 에이스'의 경우 소싱과 발굴을 북미 법인 위주로 진행했다. 그쪽에서 세부적인 상황을 진행하고 우리는 아시아 쪽 마케팅을 담당할 예정이다.

우리는 국내 게임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게 국내 인디 게임이 해외만큼 많지 않은 편이고 우리도 해외 게임을 아예 배제해 놓은 건 아니라 해외 게임의 검토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컨퍼런스 콜 등을 자주 하는 편이다.

▲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전했던 '댄디 에이스'의 게임 디자이너 루이스 삼파이오


일부에서는 아쉬움으로 지적하기도 하는데 퍼블리싱 하는 게임 중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 많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도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다. 개발 중인 전체 인디 게임 중 로그라이트나 플랫포머 게임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비율상 이쪽 장르 게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스컬'의 성공 이후 이쪽 장르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이 많이 연락해주신 게 또 다른 이유다. 우리도 다른 장르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플랫포머나 로그라이트 게임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장르나 플랫폼 가리지 않고 문을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게임 개발 자체야 참신한 아이디어로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네오위즈는 게임사들의 어떤 어려운 점을 해결해줄까?

굳이 말하자면... 전부 해드린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홍보하는 일이다. 마케팅은 인디 개발사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하는 데 온전히 시간을 다 써도 쉽지 않은데 시간을 쪼개 커뮤니케이션 하고 기사도 내야 한다. 특히 스팀의 경우 해외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이쪽도 신경 써야 하는 데 언어적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다. 우리 팀의 경우 미국, 중국 국적의 팀원도 있고 영어나 일본어에 능숙한 만큼 마케팅과 해외와의 의사소통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

또 기억나는 게 '스컬'과 '데드셀'의 협업인데 우리 쪽에서 먼저 컨택하고 성사시켰다. '데드셀'이 로그라이트 액션 장르 중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최고의 인지도를 가진 만큼 '스컬'을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됐다. 일부 게임에는 시나리오 작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건물 안에 사무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퍼블리싱 업체 중 원한다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인 사무 제품은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탓에 잠시 중단했지만, 내부 편의 시설도 타 직원들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고 임대료로 그런 부분 중 하나더라. 개발사는 게임 개발만 신경 쓰도록 하는 게 목표다.

▲ '데드셀'과의 '스컬' 컬래버레이션도 팀 지원과 게임 알리기의 한 방법



만들고 싶은 인디 게임, 돈 많이 버는 인디 게임을 위해
글로벌 톱 플레이어 네오위즈를 꿈꾸며

웹보드 게임이나 모바일, 여타 게임 서비스 사업 등 기존 네오위즈와는 다른, 인디 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있나.

단순 숫자로만 보면 분명 기존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거나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다만, 숫자 이외에 확인한 건 스팀 패키지 사업의 시장성이 괜찮다는 점이고 여기도 시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국내 게임사가 스팀을 통해 인디 게임 퍼블리싱을 하는 곳이 거의 없는 데 반해 우리는 사업을 해오며 서비스 노하우를 나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그점은 인디 사업의 시작은 물론 앞으로도 네오위즈가 수치 외에 인디 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거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규모를 상정하고 사업을 시작했나. 아니면 성과와 함께 몸집을 불려 나가게 된 건가.

1년 반 전 TF팀을 만들 때는 특정한 사업을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기존에 하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실험적 팀이었는데 당시 스팀 패키지 시장성을 좋게 보고 있었다. 여기에 운 좋게 '스컬' 프로젝트를 퍼블리싱하며 점점 크기를 키웠기에 처음부터 규모를 생각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일을 하며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 말 팀과 함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2025년 이내에 글로벌 톱 플레이어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에 맞게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실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인디 게임 퍼블리싱을 해온 해외 게임사들도 많은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미 해외에 이쪽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사업적 영향력을 드러낸 회사들도 많다. 그래서 이들 회사는 어떤 점이 우리보다 낫고, 또 우리에게 뭐가 부족한지 이들을 보며 많이 참고하고 있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전까지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하게 됐지만 나름 성과를 내고 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없던 것에서 무언가를 시작해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키워가는 단계이기에 난이도가 조금 더 낮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사업 규모도 커져야 할 텐데 퍼블리싱 계약한 게임도 있고 새로 계약한 게임도 있다. 지금은 서비스 단계에 집중하는 단계인가. 아니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단계인가

어느 한쪽에 더 중점을 둔다기보다는 둘 다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자체 규모가 작지 않기에 사람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숫자를 가리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인력을 갖추고 있다. 또 그게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니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게임사 중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부담 없이 연락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인디 사업이 커지며 독자적인 레이블화도 고려해볼 법한데. 또 수수료 이슈가 커지며 스팀이 아닌 독자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팀 안에서 인디 게임 사업에 대한 이름들을 아이디어 발제 식으로 꺼낸 적은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업무로 진행하는 정도는 아니고 생각을 나누는 수준이다.

반면, 플랫폼화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 우리가 우리 플랫폼을 만들어 서비스하면 개발사는 그에 맞는 별도의 빌드를 하나 추가해야 하고 분리된 빌드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 그만큼 게임 내적 개발 외의 일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가 게임사에 그만큼의 노력을 요구한다면 그에 합당한 수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플랫폼이 게임사에 새로운 업무를 줘가며 부담을 준 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래서 플랫폼화보다는 퍼블리싱 영역에서의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 새로운 자사 플랫폼으로 개발사의 업무량을 늘리기보다는 기존 플랫폼들을 통한 퍼블리싱에 집중


인디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1년 반 정도 해오며 '인디 게임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한 게 있을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인디 게임의 정의가 사람마다, 상황마다,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뭐랄까. 작은 규모의 영세한 게임. 혹은 돈을 많이 벌면 안 되는 게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단어 그대로 따진다면 지금 판매하는 게임 중 인디 게임이 몇이나 될 지도 궁금하고.

굳이 작고, 배고파야 인디라는 인식이 있는 것만큼은 안타깝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서 돈도 많이 버는 인디 게임을 만들면 안 될까?


직원도 많고 규모도 큰 코지마 프로덕션의 '데스 스트랜딩'도 해외에서는 인디 게임의 속한다고들 한다

공감한다. 폴가이즈 같은 게임도 전 세계적인 흥행에 큰 수익도 올리는데. 우리도 그런 게임들이 많이 나와 인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


그렇게 돈 많이 버는 걸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

약속은 못드린다(웃음). 실제로 개발사에도 약속하지 않는다. 게임의 성공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인디 게임사와 개발자의 노력이다. 다만, 우리는 100장 팔릴 게임을 50장, 100장 더 팔게 개발사를 최대한 돕는 일을 하는 거다. 우리는 그런 노력을 최대한 할 테니 함께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