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무료 대전 액션 게임, '멀티버서스'가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수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스팀 동시접속자 5만명의 육박했던 게임이 이제는 15만 명대를 유지하면서, 오픈베타 시작 일주일만에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콘솔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면, 멀티버서스가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멀티플레이 게임 전문 컨설트, 리서치 기업인 멀티플레이어 그룹(TMG, The Multiplayer Group)은 7월 26일 이후 멀티버서스를 플레이한 게이머의 수는 플랫폼을 합쳐 약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언젠가는 아시아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멀티버서스'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대난투'와 카툰 캐릭터들의 만남

이미 오픈베타가 시작되어 많은 영상이 공개된 만큼, '멀티버서스'가 닌텐도의 난투형 대전 게임,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와 비슷한 게임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스매시 브라더스에는 닌텐도가 가진 방대한 게임 라인업의 캐릭터들이 참전한다는 것이고, 멀티버서스는 워너 브라더스의 차고 넘치는 캐릭터들이 참가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각종 유머 게시글을 통해서도 얼핏 들어보셨을 내용이지만, 북미 지역에서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는 가족과 친구들이 TV 앞에 모여 즐기는 파티 게임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2018년에는 소음공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함께 대난투를 즐겼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 아 경찰도 대난투는 못 참지 (사진 출처: Jovante Williams 페이스북, ABC뉴스 인용)

멀티버서스는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대난투 형식의 게임플레이와 함께 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드라마, 카툰 속 캐릭터들을 참전시키며 탄생했습니다. 콘솔과 PC 크로스 플랫폼을 통해 유저 풀을 확장하는 한 편, 로컬 플레이도 지원해 파티 게임으로서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게임 모드와 함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구비해 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인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멀티버서스는 각 캐릭터의 코스튬과 감정 표현(이모트), 그리고 적을 링아웃 시켰을 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요소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치장 요소들은 모두 캐릭터들의 특징이 한껏 살아 있어 수집 욕구를 한층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링아웃 시 등장하는 연출이나

▲ 캐릭터 별 코스튬은 수집하는 재미를 부여합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멀티버서스의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는 게이머 대부분에게 익숙한 '대난투'식 대전 액션을 따라가며, 2vs2 대전과 4인 난투(프리포올), 1 vs 1 듀얼 매치 등 모드를 제공합니다. 또한, 랭크전을 도입해 자신의 순위를 걸고 보다 진중한 전투를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선보일 계획이죠.

전투에 진입하는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시그니쳐 스킬과 함께, 다양한 특전(Perks) 중 세 개를 골라 전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종류로 나뉘어 있는 특전들은 색상에 따라 공격적이거나 수비적, 또는 기능적 측면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장착하는 특전에 따라 자신의 전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거나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는 식으로 세팅할 수 있으며, 캐릭터가 가진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합하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한편,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레벨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을 높이는 것으로 각종 특전이나 아이템, 필살기 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게임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골드는 아직 획득하지 못 한 캐릭터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소액결제를 통해 얻는 유료 재화로도 캐릭터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캐릭터마다 레벨을 높이는 진척도 시스템과

▲ 여러 종류의 특전 세팅을 통해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를 강화했습니다



'미디어 공룡'을 등에 업은 화려한 로스터

▲ 지난 4월 디스커버리 합병으로 더 커진 미디어 공룡 워너 브라더스

다양한 전투 모드나 수집 요소들이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수집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가 보잘 것 없다면 그 맛이 제대로 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멀티버서스'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픈베타 시점인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캐릭터로 로스터가 짜여졌고, 앞으로도 더 많은 캐릭터가 참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워너 브라더스가 가진 화려한 IP를 등에 업고 말입니다.

▲ '멀티버서스'의 오픈베타 시점 로스터, 하나 빼고는 다 아는 얼굴입니다

우리가 흔히 워너 브라더스라고 부르는 기업의 모기업인 워너 미디어는 크게 홈 박스 오피스(HBO)와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BS), 워너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세 개의 계열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2019년 조직개편과 2022년 디스커버리 합병 이후에는 조직도가 달라지긴 했지만, 위 계열사 모두 정말 쟁쟁한 IP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HBO는 우리나라에서 '왕좌의 게임' 방영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알린 미국의 케이블 채널일 것입니다. TBS 산하에서 워너브라더스로 편입된 사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 방송 채널 카툰네트워크와 어덜트 스윔 등이 있고, 워너 브라더스 자체만 하더라도 DC 엔터테인먼트, 뉴 라인 시네마, 워너 브라더스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등 걸출한 자회사를 두고 있고요.

이런 워너 브라더스가 가진 어마어마한 캐릭터 풀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위에 있는 멀티버서스의 로스터입니다.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스티븐 유니버스와 같이 비교적(?) 최근 애니메이션은 물론 톰과 제리, 스쿠비 두 등 해나-버베라의 고전 명작 캐릭터들도 참전하고 있죠. 그 뿐만 아니라 마이클 조던에 이어 새로운 스페이스 잼(2021)의 주연을 맡은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루니툰 친구들, 왕좌의 게임에서 건너온 아리아 스타크까지 참전했습니다. DC 유니버스에서 건너온 슈퍼맨과 원더우먼, 할리퀸을 보고 있자면 조커의 참전은 시간문제인 것 처럼 보이네요.

▲ 1960년~90년대를 풍미한 해나-버베라만 해도 캐릭터가 이정도 (사진 출처: DeviantART)

그뿐만 아닙니다. '멀티버서스'는 모두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성우를 기용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아리아 스타크 역을 연기한 배우 메이지 윌리엄스가 참여했고, 1992년부터 배트맨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케빈 콘로이도 참여했습니다. 게다가 영화 스쿠비 두에서도 섀기의 역할을 했던 배우 '매튜 릴러드' 등 팬들이 기대하는 각 캐릭터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미디어 공룡이라고 불릴 수 없듯, '멀티버서스' 오픈 베타에 참전한 캐릭터의 수는 워너 브라더스가 가진 전체 IP와 비교한 빙산의 일각 수준입니다. 이 게임이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가 개발한 첫 번째 작품인 만큼 워너 브라더스가 가진 모든 캐릭터가 참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서비스를 이어가는 기간 중에 적어도 캐릭터가 없어서 추가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 해리포터 시작할때 맨날 보이던 로고... 혹시?

이렇게 '멀티버서스'에 참전한 캐릭터들은 저마다 역할군을 부여받았는데,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메이지'나 탱크, 브루져, 어쌔신, 서포터 등 이름만 들으면 어떤 역할인지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역할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플랫폼에서 치고박고 싸우는 난투에 역할군이 크게 필요할 까 싶기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특전 조합이나 동료 캐릭터를 어떤 역할군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같은 브루져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좀 더 탱키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넷'이나, 보다 공격적으로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는 르브론 제임스 등 캐릭터 별 특징에 따라서도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멀티버서스'를 개발한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에게 게임 속의 역할군과 고유한 스킬셋을 만들어주는 것 외에도, '멀티버서스'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참전시키기도 했습니다. 바로 사슴뿔을 가진 신기한 형태의 강아지 '레인독'으로, 아군을 보조하는 서포터 역할을 합니다. 멀티버서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레인독'처럼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도 더 많이 추가되지 않을까요?


"아시아 지역 서비스는 게임 안정화 이후"

▲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의 공동 창업자, 토니 흐윈의 트위터

우리나라에서도 캐이블 채널을 통해 많이 알려진 카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멀티버서스'에 대한 기대가 서서히 오르는 중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방법이 없습니다. 스팀 상점 페이지 또한 지역 제한이 걸려 있기에 추가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죠.

그저 한 가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클로즈 베타테스트 시작 직후 플레이어 퍼스트 게임즈의 공동 창립자 토니 흐윈(Tony Huynh)이 위와 같은 내용의 트윗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을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게임이 점차 안정적이 될 수록 더 많은 지역에 선보이겠다는 것이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멀티버서스'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게다가 워너 브라더스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들, '호그와트 레거시'나 '고담 나이트' 등의 작품들이 한국어를 지원하는 점에서 미루어 본다면, 크게 연관성은 없지만 언젠가 서비스될 멀티버서스에서도 한국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왕 기대를 하는 김에 좀 더 나가보자면,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던 카툰 네트워크 시절 성우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목소리까지 그대로 돌아온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들과 즐기는 대난투, 아마도 이 게임이 북미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