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들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면전에 대고 욕을 한다던지, 인신공격을 하거나 또는 말을 하다 마는 것 등 다양한 공격 방법이 있지만 의외로 크게 먹히지 않는다. 다만 그 중에서도 필살기급으로 유효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게임 실력을 논하는 것. 이 방법만큼 게이머들에게 확실한 게 없다.

그 중 피온2(이하 피파온라인2)가 나에겐 시초가 되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 한창 학급에서 피온2가 유행하던 시절,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도 풀지 않고 허겁지겁 로그인 후 클라이언트를 실행. 이후 옆에 대충 던져놓은 후 트랜스픽션의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필드에 나가기 전 컨디션 드링크 한 잔씩 주고 매칭을 돌렸다. 그렇게 매칭을 돌리던 도중 갑자기 친구녀석에게 짧고 강렬한 도발 메시지가 날라왔다. 그 내용은 "1:1 한판? 쫄리면 안 와도 됌" 이었는데, 피할 수 없었다. 아니 참지 못했다. 이건 못 참지

왜일까. 어떤 욕을 들어도, 학급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말리는 역할이었는데, 저 말을 들으니 참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당시 한국의 캡틴 박, 박지성이 EPL의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잦은 활약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내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공교롭게도 녀석은 한창 라이벌팀으로 유명했던 첼시가 아니던가.

▲ 스탬포드 브릿지에 이 두 팀이 나오면 새벽 경기라도 챙겨봤다

이건 질 수 없다, 내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만약 한판이라도 지게 된다면 등굣길이 두려워진다. 결과는 1:3으로 처참하게 패배했다. 수문장 같던 센터백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당시 괴물같은 피지컬을 소유하고있던 드록바에게 뚫려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직까지도 아넬카가 드록바 신발끈 묶어주는 세레머니는 잊지 못한다.

이후 그 녀석을 마주치는 순간순간이 치욕의 연속이었다. 그때부터였나, 어떤 게임이든 진심을 담아 연습했던 게. 특히 축구 게임의 경우 피파부터 위닝, 심지어 시뮬레이터 게임인 풋볼 매니저까지 열심히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 결과 뭐 잘한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 정돈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커뮤니티 공략은 물론 영상으로 찾아보던 와중, 축구 게임은 패드의 스틱으로 하는 게 정교하게 수비하는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패드를 샀다. 또 콘솔 피파는 엔진이 달라 색다르다는 말을 듣고 큰맘먹고 콘솔도 구입했다. 그때 처음 시작했던 피파 시리즈가 피파 13.

▲ 이때 한창 독일팀에 빠져서, 꿀벌군단 도르트문트로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다

피파 13을 시작으로 패드와 콘솔에 점점 익숙해지고, 현재까지 쭉 콘솔로 피파 시리즈를 즐겨왔다. 그런데 오는 10월 1일 이번 최신 시리즈인 피파22 시리즈가 발매된다. 물론 피파 시리즈를 즐기는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정식 출시 이전에도 얼티밋 에디션을 통해 게임을 먼저 접할 수 있다.

나 또한 정식 발매보다 더 빨리 피파22를 접할 수 있었으며, 기존 피파에 EA의 신기술인 하이퍼모션을 추가했다고 한다. 어떻게 바뀌었을지 빠르게 알아보자.

게임명 : FIFA 22
장르명 : Soccer video game, 시뮬레이션 게임
출시일 : 2021. 10. 01
개발사 : 일렉트로닉 아츠, EA 캐나다, EA Romania
서비스 : 일렉트로닉 아츠, EA 스포츠
플랫폼 : PC, PS4 / XBOX ONE, PS5 / XBOX XIS



하이퍼모션? 처음 들어보는데..


이번 피파22는 이전 세대의 피파 시리즈와 차이점이 확실하다. 이전 시리즈인 피파21을 보면 당연히 그전보다 더 상향된 비주얼과 다양한 부가기능이 생긴 건 맞지만, 콘솔만의 특장점을 보여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EA스포츠의 신기술인 하이퍼모션이 추가되었다는 것. 이는 실제 축구 경기를 통해 모션 캡처를 하고, 머신 러닝을 이용해 활용하여 다양한 상황을 구축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공격수와 수비수 선수 두 명이 몸싸움하는 상황을 실제로 캡처하여 적용한다는 것이다.

▲ 실제 선수들이 직접 경기 중 몸싸움 하는 장면을 캡처한다

또 전체적인 캡처를 할 때에는 11대 11 매치를 진행하고 22명의 선수는 이 모션 캡처를 위해 엑소수트를 입는다. 실제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 슈팅 모션, 드리블 등 다양한 장면을 담아 데이터로 축적한다. 그렇기에 특정 상황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기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담기게 된다.


이러한 매치 캡처의 방대한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더 나아가 높은 수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위에서 언급했던 머신 러닝을 사용했다. 머신 러닝은 쉽게 직역하면 기계 학습이라고도 불리는데 컴퓨터를 인간처럼 학습시킴으로 인간의 도움 없이 컴퓨터가 스스로 규칙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그 말은 즉슨 모션을 담당하는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는 뜻인데, 단순 모션 캡처에서 일어나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뛰어가는 상황에서의 움직임, 공중 볼 경합, 몸싸움, 골키퍼의 상황에 따른 대처 등에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반응한다.

선수 뿐 아니라 볼도 바뀌었다. 속도, 방향 전환, 공기 저항, 지면 마찰, 회전 마찰 등 미세하게 조정된 변수를 통해 모든 터치나 트랩, 발리, 슛, 패스, 드리블 등을 할 때 볼이 더 생생하게 보이고 움직인다.

▲ 아 국뽕 차오른다..



한 걸음 변화된 커리어 모드

▲ 가는 곳마다 보이는 우리흥

이번 커리어 모드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물론 감독 커리어 모드 뿐만 아니라 선수 커리어 모드도 포함이다. 감독 커리어 모드에선 자신만의 구단을 직접 만들고 유니폼 및 팀 로고, 선수 구성과 보드진 목표까지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이번 변화는 선수 커리어 모드에서 부각되어 나타난다. 기존에는 선발 출전이나 명단 제외만 가능했지만, 드디어 교체 출전이 가능해졌다는 점. 이런 변화는 환영이다. 더불어 팀 내 입지를 나타낼 수 있는 감독 평가 시스템이 생겼으며, 생성한 선수는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어 스킬 트리와 퍽(PERK)을 활용해 특정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 퀘스트를 통해 등급을 올리자

▲ 프린세스 메이커, 아니 월클 메이커 시작!

▲ 실시간으로 경기력 관련 챌린지도 확인 가능하다

▲ 레벨이 오르면 스킬포인트와 특정 퍽(PERK)가 해제된다

▲ 뭐부터 선마해야될까



히어로 등장! 새로 추가된 FUT HERO

▲ 이번년도 메시는 PSG, 호날두는 맨유로 이적했다

게임에 신기술이 들어갔다고해도, 새로운 컨텐츠가 생겼다하더라도 결국 축구게임의 메인인 프로팀 선수들을 뺴놓을 수 없다. 안그래도 요즘 축구 세계관이 많이 뒤틀렸다. 그 선상에는 세계 아니 시대를 아울러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 메시와 호날두의 이적이 아닐까싶다.

그 누가 파란유니폼을 입은 메시를 상상했고, 호날두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갔을 생각을 했을까. 게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PSG 최전방 라인인 이번 표지 모델 음바페와 메시 그리고 네이마르가 같은 팀이라니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 이걸 어떻게 막아

그만큼 이 축구판에는 슈퍼스타와 유망주, 각 팀을 대표하는 엠버서더 등 다양한 선수가 존재한다. 피파 시리즈의 가장 큰 묘미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이미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 자신의 최애선수를 스쿼드에 넣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이번 피파22에서 은퇴한 전직 축구선수들로 구성되어있는 FUT(FIFA Ultimate Team) HEROES 카드가 신규로 추가된다. 이에 해당하는 선수는 대표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케이힐, 솔샤르, 킨, 조 콜로 시작해 세리에의 듬직한 공격수 밀리토, 분데스리가의 클로제 뒤를 잇는 타겟형 스트라이커 고메스 등이 있다. 외에도 13명의 선수들이 있으니 이는 피파22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 총 19명의 FUT HEROS 선수들

▲ 줄무늬 없는 유니폼의 메시.. 이거 보니까 실감이 안난다

▲ 아시아인 최초 FUT 앰버서더로 발탁된 손흥민까지 보고가자! 찰칵


스타일리쉬 끝판왕, 길거리 축구 '볼타 풋볼'

▲ 이게 힙합인가..?

공수의 빠른 전환과 시원한 전개를 원한다면 이 볼타 풋볼이 딱이다. 피파20부터 추가된 이 볼타 모드는 기존에 있던 피파 시리즈 중 피파 스트리트를 아케이드 형식의 모드로 추가했다. 경기 방식은 3대3, 4대4, 4대4 격돌, 5대5로 나뉘는데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풋살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나도 현실 세계에선 풋살을 즐기는 편이다. 풀코트는 이제 체력이 안 받쳐준다

이는 기존의 팀 스쿼드를 혼자 플레이하거나 친구를 초대해 같이 플레이하는 것에 벗어나 각자 개인의 아바타로 팀을 구성해 경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기존의 스토리 모드 및 솔로 스쿼드 온라인 플레이 등을 삭제했다. 또, 그 안에 디스코 라바, 풋 테니스, 닷지 볼 등 미니 게임 모드를 추가하여 컨텐츠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렸다.

▲ 시원시원한 슈팅

▲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상상으로 해봤을 사포

▲ 미니게임 - 디스코 라바

▲ 이건 우리 주임원사님이 제일 잘하는데..

▲ 스트레스 직빵으로 풀기 가능



마치며..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축구게임이 뭐 공차고 넣고 막는 그런 게임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 줄 평을 남겨보자면, 개발사의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 차세대 콘솔인 PS5와 XBOX XIS, Stadia의 트렌드에 맞춰 신기술 하이퍼모션을 적용한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엔진이 바뀌었다고 오해할 정도로 한땀한땀 세심하게 제작했다.

어떠한 게임이 그렇듯 피파 시리즈에서도 과도한 상업성에 실망하는 유저층이 어느정도 있겠지만, 퀄리티는 확실히 살렸으며 사실 많은 라이센스를 보유한 피파 시리즈는 다른 축구게임에 비해 적지 않은 수이기에 떠나기엔 어렵다. 물론 이번에 국가대표팀 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유감이다.

이런 점들도 있지만, 플레이해본 결과 게임 전반적인 느낌이 많이 달랐다. 피파시리즈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수비 AI 또한 모션 캡처를 통해 더 자연스러워졌다. 피파시리즈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비가 AI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수미(수비형 미드필더)가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이 많아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점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수비도 수비인데, 공격 부분에서도 자잘한 변화가 보였다. 사실상 이 게임에서는 슈팅 정확도라던지 패스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지만 달리기 속도를 빼먹을 수 없다. 거래소에 비싼 선수 순으로 확인해봐도 달리기 속도와 가격이 비례한 경우가 많을 정도.

근데 이번 신기술과 AI를 신경 써 제작해서 그런지, 속도도 속도지만 정확한 패스와 안정적인 트래핑 그리고 슛 정확도가 플레이 하는데 더 중요해졌다. 축구를 좀 해봤다면 알겠지만 이 축구 매커니즘은 공간을 활용한 패스와 움직임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개발사에서 정확히 잡아준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게임 흐름과 신기술을 통해 더 사실 같은 축구를 구현한 개발진이 흘린 땀을 결과로 보여준 듯 했다. 차차 더 발전된다면, 이니에스타, 사비, 크로스, 모드리치 등 패스 도사 타이틀을 갖고 있는 다양한 선수들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피파23엔 스위치 레거시 에디션이 아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더 정교해진 근접 1:1 마크

▲ 다양한 전술을 통해 즐겨보자

▲ 절대 첼시에 악감정 있는거 아니다(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