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은 나날이 변화하는 국내 게임 산업과 관련해 진흥의 거점이 될 글로벌게임허브센터와 관련한 중장기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2009년 '강소 게임 콘텐츠 성공기업 창출'을 목표로 설립된 인큐베이팅 시설로 그간 국내 게임 산업 진흥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이에 2010년대 국내 게임 산업은 급성장을 지속하며, 연간 시장 규모 약 17조 원의 세계 4위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모바일 게임 위주로 성장하면서 경쟁력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게임사 간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산업의 허리층이 사라졌다. 그 결과, 비어버린 국내 게임 산업의 허리층을 중국 등 외국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역할을 현 상황에 맞게 재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이번 보고서의 연구 배경과 목적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과 전망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변화 ▲국내외 유사 사례 벤치마크 ▲글로벌게임허브센터 현황 및 성과 분석 ▲위상과 역할 재정립의 방향성 도출 ▲중장기 발전 방안 및 세부 사업 수립 등 6개 항목과 관련해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발전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글로벌 게임 산업 동향과 전망

보고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은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중국 등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의 안정세와 더불어 신흥 시장의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성장을 쌍끌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떠오르는 신흥 시장으로는 인도가 대표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게임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혀, 국내외 많은 게임사와 기업들이 그 높은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모든 게임사가 이러한 신흥 시장의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게임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분업 체계와 원격 개발에 익숙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게임사는 이런 부분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게임쇼의 주인공은 대기업인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쇼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마케팅이 약한 중소게임사는 더욱 힘든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게임사 간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고려 사항으로 보고서는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아직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과 VR 등 '차세대' 게임 육성에 치중하는 게 아닌 시장에 먹히는 다양한 게임의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격 개발이 자리 잡음에 따라 이러한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지원이며, 끝으로 세 번째로 신흥 시장을 대비해 새로운 고객, 지역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 변화


글로벌 게임 산업의 변화만큼이나 국내 게임 산업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2010년대 초 모바일 게임은 기회의 땅이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고 온갖 게임들이 나왔다. 그러나 2015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생태계 역시 바뀌었다. 모바일 MMORPG가 부동의 인기 장르로 올라서게 되면서 점차 대기업과 중소게임사의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위험 요인이 없는 한국 시장에 외국 게임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이 가로막혔는데 퍼블리셔들이 중국 게임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국내 중소게임사들의 목줄을 죄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투자 역시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면서 오늘날 대기업과 중소게임사 간의 격차는 전에 없이 벌어진 상태가 됐다. 2010년대 초 생태계에 선순환이 형성된 시기와 비교하면 참담할 정도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에도 '강소 게임 콘텐츠 성공기업 창출'이라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목표가 향후에도 유지되려면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향후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외 유사 사례 벤치마크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발전 방안과 관련해 다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의 연계 역시 고려 중이다. 게임 산업 진원 프로그램은 비단 글로벌게임허브센터만 하는 게 아니다. 정부 주도로는 창업진흥원의 '창구프로그램'과 서울산업진흥원의 '인디게임 패스트트랙'이 있으며, 민간 주도로는 스마일게이트의 '오렌지플래닛'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인큐베이팅과 엑셀러레이션 사업을 구분해서 운영하거나 한때 프로그램에 몸담았던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대감을 고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산업의 육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게임허브센터는 게임 산업 진흥 기반 시설로서, 이러한 프로그램들과의 협업을 통해 엑셀러레이션 측면을 강화하는 등 향후 입주 기업들의 성장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 글로벌게임허브센터 현황 및 성과 분석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떨까. 현재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요약하자면 사무 공간 제공 등 인프라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여기에 테스트베드 이용과 소프트웨어 지원 등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높은 만족도를 표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한 엑셀러레이션과 투자, 퍼블리싱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의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하는 지원 프로그램들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육성 인프라 구축보다, 중소게임사에 대한 단기 간접 자금 지원 제도로만 기능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입주 공간 지원 등 간접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지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엑셀러레이팅 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지금과 같은 단순 입주 공간 지원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 결국 '성장 지원'을 목표로 둔다면 지금까지 인큐베이션 위주로 한 지원에서 엑셀러레이션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새로운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 위상과 역할 재정립의 방향성 도출


보고서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GAP 분석을 실행해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 방향성을 도출했다. 그 결과,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지원 사업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핵심 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투자 유치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스타트업은 시리즈B는 물론이고 시리즈A 단계 투자도 쉽게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 보일 때까지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생존 지원이 아닌, 단계적 성장을 목표로 한 지원 사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이를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의 구축이다. 운영부터 투자 및 융자, 유통(퍼블리싱), 마케팅 등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그간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미흡했던 엑셀러레이션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그 목표다.

보고서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설명하며, 이를 통해 중소게임사에 대한 투자 경색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가 확립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장기 발전 방안 및 세부 사업 수립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중장기 발전 방안 수립을 위한 첫 번째 미션은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 펀더멘탈을 창출할 허리층 구축에 기여하는 성장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이는 '강소 게임 콘텐츠 성공기업 창출'이라는 목표를 구현할 구체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다양한 게임 개발 지원과 국내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다양한 게임을 지원함으로서 글로벌게임허브센터의 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에 대한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 민관협력체계) 기반의 엑셀러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글로벌게임허브센터만으로는 미흡한 부분을 PPP 기반으로 해결함으로써 게임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보고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한콘진 지원사업의 전반적인 컨트롤 타워로 작동한다면 향후 스타트업과 이들을 지원할 밸류체인이 한 공간에서 모이는 '게임 스타트업 캠퍼스' 설립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