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 Bungie 스튜디오를 라이브 서비스 회사로 변화시키기
  • 강연자 : 저스틴 트루먼 - 번지 스튜디오 / CDO
  • 분야 : 서비스
  • 시간 : 2022.11.17(목) 12:00 ~ 12:50
  • 요약 : 데스티니: 가디언스는 개발과 서비스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5년간 라이브 서비스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드라마틱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에 전통적인 AAA 게임사를 현대적인 라이브 서비스 스튜디오로 바꾸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심도 있게 이야기 할 예정이다.



  • ■ 번지의 위기 - 마인드셋 재정립의 전환점이 되다

    저스틴 트루먼은 이번 강연을 통해 오프라인 게임을 팔던 회사가 온라인 게임을 판매하는 회사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발표했다. 번지는 2017년 데스티니2를 런칭했다. 한국에서는 데스티니 가디언즈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당시 번지는 데스티니1을 런칭한 이후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적었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후속작에서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가득찼다. 데스티니1은 미국에서 하자가 있는 게임 취급을 받았는데 하드코어한 게이머들이 주로 하는 게임으로 불리고 있었다.

    저스틴 트루먼은 이러한 게임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데스티니2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캠페인에서 전달되는 내러티브에 공을 들이고 게임 보상을 빠르게 받을 수 있으면서 각각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데스티니2는 전작보다 메타크리틱 점수가 10점 이상 올랐으며, 1편보다 훨씬 끌리고 세련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하고 6주가 지난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데스티니2에서 하드한 플레이를 즐기던 광팬들 사이에서 콘텐츠를 모두 소모해 할 게 없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전작보다 캐주얼한 게임, 할 게 없는 게임이라는 의견이 퍼지면서 점차 브랜드의 평판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즉, 게임을 유지하던 게이머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스틴 트루먼는 이와 관련해 월별 액티브 유저 수를 나타내는 지표를 공개했는데 1편과 2편의 그래프 수치를 보면 굉장한 차이가 보였다. 2018년 말부터 급격하게 떨어지는 수치는 개발사 입장에서 공포 그 자체였다. 당시 번지는 유저 이탈 속도를 계산해봤는데 이러한 하락세가 5주만 지속되면 게이머가 남아나지 않겠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서비스가 종료될 수도 있는 초유의 사태다. 그러나 4년이 지난 2022년에 데스티니2는 성공적인 전성기를 보내는데 성공했다. 역대 시리즈 최고의 평점을 기록했고 매출 역시 역대 최고를 갱신했다.

    데스티니2의 런칭 5년 이후이며, 1편으로부터 8년이 지난 상황이다. 게임 업계는 트리플A 게임은 정점을 찍고 조금씩 하락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뒤엎은 셈이다.




    ■ 라이브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 - 최우선은 속도

    저스틴 트루먼은 게임 서비스의 위기 상황에서 스튜디오 문화를 바꿔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고 전했다. 기존의 패키지 서비스가 아닌 라이브 서비스 마인드셋이다. 그렇다면 라이브 서비스의 마음가짐은 정확히 무엇일까.

    트리플A 게임을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명작 패키지 게임이 존재한다. 이러한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게이머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부분에서 기준치를 압도하고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와 실패가 이어지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개선해나가면서 결과적으로 대단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결과물의 완벽함을 위해 계속해서 다듬어가는 과정이 패키지 혹은 오프라인 개발사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번지도 처음에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가다보니 반대로 생각을 해야 했다. 라이브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속도다. 이에 관해 저스틴 트루먼은 퀄리티보다 중요한 게 속도라고 전했다. 라이브 서비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패키지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 개발의 마음가짐에 대해 저스틴 트루먼은 기차로 간단하게 비유를 했다. 패키지 개발은 기차를 만드는 것과 같다. 화려하게 기차를 장식하고 더욱 빠른 엔진과 안전함을 증가시켜서 탑승객의 니즈를 맞춰야 한다.


    반면, 라이브 서비스 개발은 기차역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기차를 만들어서 출발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차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빠르게 만들어서 보내고 다음 기차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밀리게 되면 기차가 연착되고 이를 기다리는 탑승객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이제는 나쁜 게임을 만들어도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고칠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퀄리티를 다 버려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라이브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완벽주의자처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의 과정에서 라이브 서비스는 속도를 더 우선시 해야 한다고 전했다.



    ■ 성공의 재정의 - 매출보다는 유저의 신뢰가 우선

    저스틴 트루먼은 2018년 말에 성공의 재정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완벽하고 흠 잡을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패를 통해 연속적인 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번지는 성공의 재정의에서 스팀 사용자 평가와 메타크리틱 점수, 고티 수상 등과 판매 성과 및 문화의 영향력도 지표로 삼을 수 있었지만, 라이브 서비스의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보다 정확하게 축을 정해야 했다. 당시 지표를 살펴보면 유저 수의 급감이 위기로 다가왔기에 이에 따라 유저의 신뢰가 먼저고 유저의 수를 유지하는 게 매출보다 먼저라고 생각됐다.

    당시에는 콘텐츠가 다 떨어져도 확장팩이 생기면 유저들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떠난 유저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욕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불만을 해결해야 데스티니2가 앞으로 나아가고 점차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 과정에서 1년이라는 꽤 긴 시간이 걸렸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수익을 굉장히 많이 포기해야 했는데 결국 매출 확대가 아닌 잃어버린 유저의 신뢰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이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분위기를 먼저 잡고 매출을 확보하고자 한 셈이다.


    그 전환점이 된 것이 포세이큰 확장팩이다. 기존 확장팩보다 더 많은 콘텐츠와 함께 하드코어 플레이어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넣었으며, 그 결과 포세이큰 확장팩 출시 이후 성공적으로 하락세를 막고 긍정적인 지표로 그래프 수치를 전환할 수 있었다.

    유저와의 신뢰를 회복한 이후에는 매출을 생각할 수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충족했는데 랜덤 박스 상품을 직접 구매로 전환하는 한편, 무료 플레이 구간을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는 등의 매출과 신뢰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저스틴 트루먼은 번지 업무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내부 평가용 보고서 KPI REPORT CARD를 공개했다. 이를 살펴보면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눠진 지표와 평가 항목이 있었는데 커뮤니티를 통해 살펴보는 유저 반응과 게이머 행복도, 게이머의 참여도를 보기 위해 신규 유저 유입, 복귀 유저, 일주일 이상 쉬다가 온 유저 지표를 융합한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매출을 정리해 순간적으로 매출이 오른 구간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파악해 장기적으로 유저의 이탈과 지속성을 보고자 했다.


    번지는 이러한 데이터를 세 가지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시보드로 만들어서 번지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로 제품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모든 사람이 해당 데이트를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과를 시즌별로 평가하는 미팅 자리가 있는데 여기서 심도 깊은 분석을 진행하고 평가를 내린다. 이러한 회의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모든 직원이 시청할 수 있다.

    이같은 지표를 수치화하면서 번지는 성공의 정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예측할 수 있고 또 나중에 결과를 통해 예측이 맞았는지 검증도 가능해졌다. 매 활동마다 이를 반복한다면 몰랐던 것을 알 수 있고 우리의 역량을 갈고 닦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크런치 모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됐는데 라이브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크런치 모드를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의 업데이트를 불태우면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어진다. 결국 다음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 다시 크런치 모드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나온다. 따라서 한 명이 모든 것을 이끌고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업무를 분담해 꾸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저스틴 트루먼은 2018년 말에는 정말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라이브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라이브 서비스로 회사의 마인드를 바꿔간 덕분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의 성공을 맞이할 수 있었다. 성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면 우리 팀의 성공이 어떤 정의를 가지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