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금),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래더 1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레저렉션이라는 새 옷을 입고 시작된 첫 래더이기에 많은 분들의 관심이 모였는데요. 꾸준히 스탠다드를 플레이하던 유저들도, 잠시 성역을 떠났던 분들도 래더의 문이 열리자 신규 캐릭터 육성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래더 초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래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오늘은 4주 차에 접어든 래더와 관련하여 유저들이 말하는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정들었던 스탠다드 캐릭터를 삭제해야 한다고요?

먼저, 캐릭터 슬롯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는 래더 시즌 플레이를 위한 캐릭터 슬롯 추가가 없었습니다. 래더와 비래더를 구분하여 최대 캐릭터 수를 정해두거나 첫 래더를 위해 캐릿터 슬롯을 추가해 주는 등의 조치가 없었어요. 계정당 만들 수 있는 온라인 캐릭터는 최대 20개로 이전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스탠다드에서 20개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계정은 래더 플레이를 진행하려면 캐릭터 삭제가 필요했습니다. 저 또한 래더가 시작되었을 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래더 전용 캐릭터를 생성하려 했는데, '최대 캐릭터 수 한도에 도달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만 볼 수 있었죠.

결국, 저는 래더 플레이를 위해 고민 끝에 스탠다드에서 활용했던 캐릭터 중 하나를 삭제해야 했습니다. 게임 특성상 창고 용도로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많고 여러 직업을 육성하는 경우도 많기에 저처럼 캐릭터 슬롯 부족을 경험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죠. 지금도 래더에서 캐릭터를 추가로 만들려면 기존 캐릭터를 하나씩 지워야 하는데, 다음 래더 시즌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래더를 위한 별도의 캐릭터 슬롯 추가가 없습니다


▲ 래더 캐릭터 생성을 위해 정들었던 스탠다드 캐릭터를 하나씩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 래더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아쉬워요

첫 래더 시즌이 시작되자 많은 분들이 래더에 새롭게 캐릭터를 생성했습니다. 스탠다드를 꾸준히 플레이하시던 분들은 물론, 잠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떠났던 유저들도 래더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성역에 돌아오는 모습이었죠.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오랜만에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찾은 이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다시 래더를 떠났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어요. "래더를 플레이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래더는 스탠다드와 플레이 흐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신규 룬워드가 추가되긴 했으나 기본적인 육성 트리, 주요 아이템 등은 기존과 같죠. 2.4 패치 또한 스탠다드에서 먼저 적용되었기에 래더에서 특별한 변화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다시 맨땅부터 시작한다는 특징이 장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인 중 한 명은 "재입대 한 것 같다"라는 무서운 말을 꺼내기도 했어요.

결국, 게임 플레이에서 큰 차별점을 두기 어렵기에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래더 관련 보상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죠. 디아블로3와의 비교도 많은데요. 26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디아블로3에서는 보상으로 초상화 장식, 날개, 애완동물, 형상변환, 보관함 등이 지급되기에 부러움과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보상 지급 조건 등이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앞으로 래더는 쭉 열릴 테니 이와 관련된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래더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인게임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래더 전용 룬워드가 없어요

래더 전용 룬워드도 애매하다는 평가입니다. 역병, 귀감, 불굴의 의지, 지혜, 집착, 꺼져가는 불길, 안개 등 7종의 전용 룬워드가 추가되었지만 기존에 활용되던 룬워드에 비해 임팩트가 강하지 않아요. 활아마존이 사용하는 안개나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역병을 제외하면 다른 룬워드는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

신규 룬워드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가 공개된 이후부터 여러 의견이 들려왔습니다. 기존 룬워드가 워낙 옵션이 훌륭하기에 래더 전용 룬워드가 기대 이하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대부분 육성 과정에서 거쳐가는 용도로 보였고 그나마 참 룬이 들어가는 안개와 역병 정도만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규 룬워드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룬워드들이 초반과 후반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면 새로 나온 룬워드들은 그 중간을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또, 아직 래더 초반이기에 조금 더 많은 실험이 이루어진다면 활용법이 늘어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원작에서 영혼, 통찰, 인내, 무한, 신념, 불사조, 슬픔, 마지막 소원 등이 래더 전용 룬워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게감이 부족해 보입니다. 래더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룬워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원작에서는 무한, 영혼, 통찰 등 핵심 룬워드가 래더 전용이었기에 래더가 가진 매력이 확실했습니다


◆ 예상보다 빠르게 풀린 아이템 매물, 파밍의 재미가 줄었습니다

거래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습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출시되었을 때는 초반 고급 유니크 아이템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상위 등급 룬이 들어가는 룬워드가 메인 장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래더에서는 초반 유니크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가 매우 짧았어요. 초기부터 시장에 워낙 많은 고급 유니크 아이템과 룬이 풀렸습니다.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나오며 아이템의 시세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물론, 시세가 떨어졌다고 아이템의 가치가 내려간다고는 볼 수 없어요. 시세라는 것이 외부 거래의 시선이고 교환이라는 틀로 보면 아이템이 가진 가치는 유지되는 것도 많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할리퀸 관모 샤코로 베르 룬을 얻을 수는 없죠. 특히, 게임 내에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며 재화의 역할도 일부 담당하는 룬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굴 룬은 시기와 상관없이 이스트 룬과 말 룬으로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레저렉션 출시 때와 비교해 파밍의 재미가 줄었다고 느끼는 분들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유니크 장비의 전성기가 너무 짧았기에 득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비의 폭이 빠르게 줄어드는 기분이었어요. 유니크 장비는 룬과 달리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가치도 움직이는 편인데, 매물이 많아지면서 이를 획득해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지 않았습니다.

유저들은 이러한 현 상황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유저들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레저렉션 초기에는 본인이 활용하기 위해 창고에 차곡차곡 아이템을 모아뒀다면, 이제는 빠르게 매물을 정리한 뒤 추후 구매를 고려하는 유저들이 늘었다는 분석이죠. 아이템의 소멸이 거의 없는 게임의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시세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봇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봇 플레이를 봤다는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고 조금만 검색해봐도 이와 관련된 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쉽게 얻기 힘든 요르단의 반지가 소모되는 우버 디아블로 이벤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불법 프로그램의 존재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죠.

이러한 프로그램의 존재는 파밍의 가치는 물론, 사냥의 재미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사실상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핵심 콘텐츠가 반복되는 사냥과 파밍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게임에 큰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어요. 이미 원작이 오랜 시간 불법 프로그램으로 인해 진통을 겪은 사실이 있기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개발사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급격한 시세 변화에 불법 프로그램을 의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출처 : 디아2 인벤 자유 게시판)


◆ 실망은 이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래더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래더 오픈 이후 약 3주간 들려온 유저분들의 의견을 같이 살펴봤는데요. 아쉬운 부분에 무게를 뒀으나 디아블로2: 레저렉션 래더의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래더에 앞서 10년 만에 진행된 밸런스 조정과 함께 오랜만에 등장한 신규 룬워드로 육성 및 세팅에도 일부 변화가 생겨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죠.

다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워낙 많은 기대가 있었기에 2%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래더와 스탠다드의 확실한 구분을 원하는 것 같아요. 래더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차별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겠죠. 미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래더는 4개월 단위로 초기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워낙 호흡이 짧기에 당장 큰 변화가 찾아오기에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유저들의 애정 섞인 조언을 바탕으로 점차 발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래더만의 확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