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던 이터널리턴. 당시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게임은 2020년 말 가장 뜨거운 화제작 중 하나였다. 출시 직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더니 10월 중순에 이르러서는 동시 접속자 수 1만을 돌파했다. 그 기세는 멈추지 않았고, 11월에 이르러서는 동시 접속자 5만 명을 돌파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이 기세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한 번 피크를 찍었던 동시 접속자수는 조금씩 내림세를 탔으며 이 또한 가파른 상승세만큼이나 거칠었다. 두 달 만에 동시 접속자 수는 2만 5천 명 이하로 줄어들었고, 다시 두 달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당시 이터널리턴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대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시도와 패치를 이어가면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듯했으나, 내림세를 막지 못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사실 한 번 주목을 받았다가 시선에서 멀어진 게임이 '다시' 주목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말해서 '게임이 할만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 복귀 혹은 진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터널리턴은 그동안 어떤 변화를 이루었을까? 출시 시점과 비교해서 현재 달라진 이터널리턴을 조명해보고, 다시 부활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 이터널리턴의 스팀 동시 접속자 추이(출처 : SteamDB)



"뭘 해보지도 못하고 죽는 일은 없다"

▲ 원격 전송 드론으로 인해 재료를 구할 루트가 생겼다.

물론 전체적인 메인 화면 UI의 개편과 신규 실험체들이 많이 있었다는 점은 접속하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출시 초기와 비교해 특성이 추가되기도 했고 인게임 플레이에서 변화된 점이 많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변화점은 바로 '드론'이었다. 과거 한 지역에 많은 실험체가 몰리면 제대로 파밍을 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변변한 아이템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위해서 재료의 양도 늘리고 파밍 방식이 변화된 요소들(ex. 꽃)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건 바로 드론.

굳이 아이템을 먹지 않더라도, 드론을 이용해 배달하면 된다. 지나칠 정도로 인원이 몰리거나, 하나 혹은 둘만 먹으면 되는데 방문해야 하는 지역을 스킵하고 배달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덕분에 시작부터 1일차 밤 중반까지 탄산수만 찾고 먹지 말라고 소리치고 다니던 내 플레이도 크게 개선됐다. 실질적으로 이 드론이 도입된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5월 초, 다섯 번째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다. 그렇지만 그 이후와 그 이전의 파밍 방식이 크게 개선되고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템포는 빠르다.

이미 이전에도 1일차 낮~밤 사이에 대부분의 실험체들이 목표로 잡았던 루트 아이템을 대부분 획득한다. 다소 꼬였다고 하더라도 1일차 밤의 1분이 지나기 전에 어지간한 아이템들은 다 갖춘 상황이 된다. 이 덕분에 '운빨 망겜'이다 라고 외칠 상황이 거의 없어진 느낌.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아이템이나 주워 먹고 제작하다 타인의 무기숙련도 경험치가 되는 일은 사라졌고 꼬이는 상황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부정적인 경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러한 불합리함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누구는 2루트만에 보라 무기를 들고 실험체들을 사냥하곤 하지만, 대부분은 파밍에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다. 제대로 아이템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으면 서슴없이 달려들어서 제압하는 플레이도 여전히 잦다. 이 영향이 불합리할 정도로 큰 솔로 모드도 여전히 존재하고, 듀스쿼드 팀 게임에서는 불합리함이 크게 개선된 느낌이 있었다.

▲ 이제 듀/스쿼드 모드에선 팀원이 살아있다면 2일 밤까지는 자동으로 부활된다.

듀/스쿼드 모드에서 가장 큰 경험차이는 개선된 건 부활 시스템. 이미 한 차례 부활 시스템을 도입했었으니 다소 반응이 좋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현 상황에 정착된 부활시스템은 듀/스쿼드 기준으로 2일차 밤까지다. '급속 재생'이라는 효과로 팀원이 생존해있다면 탈락하지 않고 다시 게임에 복귀할 기회를 제공한다. 생존게임에서 초반 사망으로 팀원이 줄어들 경우, 사망자나 남은 팀원이나 몹시 화가 나고 불편하다. 이 부분에서 재기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한 타에 패배 각이 명확히 보이면 도주를 선택하기도 하고, 반대로 오랜 싸움과 드리블로 부활한 팀원과 합류해 역전하는 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가장 큰 개선점은, 친구 혹은 지인과 플레이할 때 내가 죽었다고 1일차 밤도 되기전에 멀뚱멀뚱 순위 방어하는 모습만 지켜보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물론 3일차 이후부터는 급속재생이 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성향이 그대로 이어지겠지만, 그전까지 팀원과 다시 도전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급속 재생은 주요 오브젝트 재료템은 증발하게 되지만 제작템은 남는다. 그만큼 게임에 고밸류 아이템이 '복사'가 된다는 뜻이므로, 상대와의 교전을 잘 할 때 오브젝트 싸움에 참여하지 않아도 이득을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역동적으로 흐르게 된 전장


이러한 부활과 파밍의 변화와 함께 가장 크게 지켜봐야 할 것은 바로 '오브젝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과거 이터널리턴은 단순히 1일 밤부터 등장하는 두 번의 생명의 나무와 위클라인이 가장 큰 오브젝트 였고, 이후는 야생동물 드롭템의 '랜덤성'에 의존해야 고밸류를 노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여서 싸울 이유는 생명의 나무와 위클라인 뿐이었고 언제나 위클라인을 제외하면 위치가 고정된 느낌이었다.

즉, 싸울 장소와 시간이 모든 게임에서 정해져 있었다는 뜻이고 실질적으로 2일차 낮과 3일차 낮은 '정비'의 시간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결국, 이 부분은 호텔-숲을 위시한 연구소 주변이 주요 싸움터였고, 그 외에는 대부분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제법 있었다. 그래서 운영상 절대 부딪힐 리 없는 팀들이 존재했고, 다른 팀들의 위치도 보이지 않았기에 누가 살고 누가 죽었는지만 가늠해서 '이쯤에 있겠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랭크 게임이 시작하기 전, 일반 게임만 있던 매우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다.

▲ 생명의 나무는 고정, 위클라인 등장도 연구소 시작이지만 나머지는 전부 랜덤이다.(예고는 온다)

그렇지만 이제 이 오브젝트들에 전체적인 변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우선 1일차 밤의 생명의 나무가 호텔과 묘지 두 곳으로 나뉘었고, 2일차 낮에는 '알파'라는 신규 오브젝트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3일차 낮에는 '오메가'라는 몬스터가 등장하고, 마지막 3일차 밤에는 위클라인이 등장하게 된다. 지난해 7월 추가된 오메가와 알파는 각각 패치를 통해서 미스릴과 포스코어를 나눠 가졌다. 특히 알파는 미스릴과 함께 조합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제공하기 때문에, 잡는 순간 미스릴 아이템 하나가 확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

위클라인은 포스코어 삭제되었고, 곰 드랍 테이블에서도 VF 혈액샘플이 삭제되고 늑대는 더는 고가의 아이템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주요 오브젝트들은 확정과 랜덤이 확실히 나뉘었다. 생명의 나무는 2개씩, 호텔-묘지와 병원-숲으로 나뉘어 등장하고 '운석'은 이제 가챠 아이템이 아닌 지정된 맵 중 랜덤한 곳에 총 네 번 떨어진다. 알파와 오메가의 리젠 지역도 랜덤이고, 생성 1분 전에 위치가 확정된다. 위클라인은 여전히 연구소부터 등장해 유유히 맵을 배회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변화다. 고정되어 있던 전장이 사실상 크게 분산되었고, 매 판 전투와 경쟁 지역이 달라진다. 랜덤성을 제공하던 재료들은 확정 드랍처가 생기고 분산되면서 팀마다 어떤 오브젝트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싸움이 벌어지는 구도가 역동적이다. 조합에 따라 각각의 오브젝트들이 갖는 가치가 달라지며 운영이 역동적이면서 유연하게 바뀐다. 미묘하게 밸런스 조절을 해서 각 오브젝트를 활용한 아이템의 가치들도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은 약간 '운석'에 아이템 가치가 너무 높게 잡힌 감은 있지만 개인의 판단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호텔, 번화가, 성당, 병원에 있는 전송 콘솔. 주요 오브젝트 아이템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호텔과 번화가, 병원, 성당에는 '전송 콘솔'이 등장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변이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꾸준히 살아남아 모으거나, 다른 실험체와 오브젝트를 처치하면서 쌓인 '크레딧'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물품들이 존재하는 특수 오브젝트다. 크레딧을 잘 쌓았다면, 굳이 오브젝트 싸움 없이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단이다.

대신 20초의 전송 시간이 존재하고, 전송을 하면 맵에 알림이 뜨므로 당연히 사람들이 모여들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존 오브젝트들이 역동적으로 배치된 것과 더불어 추가적인 '싸움터'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게다가 VF혈액 샘플이라는 가장 강력한 밸류를 가진 오브젝트도 소환이 가능해서, 위클라인 박사를 처지하지 않아도 고밸류를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중구난방이라 익히기 쉽지 않으나, 확실히 전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미니맵에 오브젝트 표시도 꾸준히 제공하므로 뒤늦게나마 알아채고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게 되었으며, 금지구역이 생성되면서 차츰차츰 이 전장들이 좁혀져 가서 싸움이 발생하는 일이 점차 잦아진다. 기회를 여러 번 준 만큼, 그만큼 교전도 잦아진다. 게다가 듀오/스쿼드에서는 마지막 금지 구역 직전 임시 안전 지대 설정이 바뀌어 반드시 싸움이 날 구조를 두 차례에 걸쳐서 나누어 놓았다.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죽는 억울함은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대신 그만큼 '싸움'을 유도하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만큼 솔로 모드의 긴장감은 더욱 짜릿해졌다.



신규모드와 함께 볼만한 소소한 변화점들

▲ 같은 루트, 아이템이더라도 전략과 운영이 달라질 수 있는 특성 시스템.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다. 제작 숙련도의 누적 방식과 각종 실험체들의 밸런싱,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고밸류 장비들도 대거 추가가 있었다. 또한 '기본 공격 시 추가 대미지' 방식도 사라졌고 고정 스킬 대미지 증가도 사라지면서 전체적인 대미지 공식과 방어력도 변화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회복 아이템의 개편이다. 무식할 정도로 높았던 회복 아이템의 회복량이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등급에 따른 회복량에도 조절이 이뤄졌다.

여기에 '특성'이 도입되면서 순간적으로 공격을 받아낼 때 대미지를 크게 줄이거나, 반대로 순간적으로도 누킹할 수 있는 방식 등이 변화했다는 게 눈에 띈다. 그리하여 같은 아이템 빌드를 사용하더라도 특성을 다르게 선택해 솔로/듀오/스쿼드에서 운용 폭이 넓어지기도 했고. 개인 취향에 따라서, 혹은 전략을 강화하거나 약점을 보완하는 용도로 쓰일 정도로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일반 모드에서는 앞서 언급한 불합리함과 무력감을 줄였고, 회복수단은 다소 줄이면서 교전을 지루하게 늘어지게 하고 하이에나들이 득시글했던 부분들이 조금은 완화됐다. 빌드 상황에 따라서 후반 운영을 노려볼 수단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속해서 교전으로 이득을 쌓아가면 결국 막을 수 없는 '트럭'이 되는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교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오브젝트 및 무기 숙련도/체력 등의 스노우볼을 굴리라는 뜻이다.


여기에 가장 큰 변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신규 모드인 '코발트' 모드다. 코발트 모드는 사실 냉정히 따지자면 이터널리턴의 부활에 큰 영향을 줬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이미 충분히 유저들이 진입한 시점에 런칭된 케이스니까. 그렇지만 이미 코발트 모드에 도입하려고 했던 야생동물의 변이체와 크레딧 시스템은 일반 게임 모드에 도입되어 좋은 시너지를 보여줬다.

코발트는 일반 모드와 차별화되는 훨씬 캐주얼한 경쟁 게임이다. 4vs4의 양 팀에서 지속적으로 부활해 상대의 스코어를 0으로 만드는 경쟁전이자 공성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실험체들의 운용법을 배우거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기획됐다. 실제로도 코발트 모드가 적용된 이후 코발트 모드에 푹 빠져있거나, 일반 모드로 지친 심신을 가벼운 마음으로 코발트 모드로 달래는 플레이도 적지 않았다.

일반 모드는 지속적인 변화로 교전 능력과 캐릭터의 운영법, 운용 숙련도가 크게 중요해졌으므로 이를 올릴 다른 수단이 필요했었다. 루트 최적화야 AI모드로 어느 정도 연습이라도 해보겠지만, 캐릭터 운영/교전 능력은 말 그대로 계속 실전에서 쌓아야 했으니까. 이제 코발트 모드에서는 1vs1, 2vs2, 3vs3, 그리고 특유의 4vs4 구도의 한타까지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된 셈이다. 물론 코발트 모드 자체의 재미도 있고, 게임 자체의 템포가 매우 빨라서 부담이 적다.

코발트 모드는 출시 이후로 안정적으로 게임 속에 정착되고 있고 계속 요소들이 추가되거나 코발트 모드 전용으로 밸런싱도 이뤄지고 있기에, 향후로도 인기와 확장성이 올라갈 수 있다. 캐주얼한, 또 다른 이터널리턴의 매력으로도 자리 잡을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게임의 규칙을 몇 가지 손보고 커스텀이 가능해진다면, 나름대로 이벤트성 매치를 계획해볼 수 있을 정도로 구성 자체는 알찬 상태니까.

과금 요소는 꾸준하고, 실제적으로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요소들은 꾸준히 플레이하면 대부분 얻을 수 있고, 과금 요소는 사실상 치장요소에 몰려있다. 이러한 치장 요소도 랭크 게임, 혹은 배틀패스 형식으로 도입해 '과도하지 않다'는 기조를 유지한다. 배틀 패스 형식의 ER패스는 초기에는 다소 미흡함이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오랜 기간, 그리고 이전 기간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무의미한 반복적 플레이에 '달성 목표'를 제시하면서 또 다른 방향성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확실히 달라진 이터널리턴,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지기를

▲ 단순캐릭터 컨셉 뿐 아니라 시즌에 맞는 스킨, 패스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둘러본 이터널리턴이 다시 주목받고 상승한 요인은 사실 아주 정직하다. 어떠한 킬러 콘텐츠가 빠르게 부상해서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고, 기점으로 삼을만한 폭발적인 프로모션이나 업데이트 및 키워드를 잡고 분석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이터널리그 스프링이 종료된 시점에서 상승이 이뤄졌으니 나름대로 e스포츠 효과도 있었고, 새로운 모드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다.

종합하자면 개발팀에서 이어져 온 기조, 그리고 소통 방식이 통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얼리액세스 동시 접속자 5만을 달성하고 가장 빛나던 시절과 비교해도, 지금이 훨씬 재밌다고 할 정도로 게임이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헤매긴 했어도, 결과적으로는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줄 수 있는 메타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업데이트 계획을 '로드맵'으로 꾸준히 공개하고 이를 실천해온, 말 그대로 노력의 누적이 다시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여기서도 단순히 개발과 소통만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이터널리그 스프링 시즌 등의 e스포츠,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하고 트위치 스트리밍 프로모션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내외부적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소통을 이어왔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게임이 나아지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줬다. 아주 정직하고 단순하지만 하기 어려운 성공의 공식을 이어왔을 뿐이랄까. 스팀 비공식 지표상으로도 충분히 이 점이 보일 정도인데, 카카오 게임즈와 연결된 지표까지 확인해본다면 다른 모습도 나올 수 있겠다.

카카오게임즈와 개발팀에서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4월 중순부터 상승한 지표의 주요 상승의 요인 분석을 질문해 본 결과, "성실한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콘텐츠 도입과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향후로도 같은 방향이었다. 이용자 의견 반영을 통한 업데이트, 로드맵을 잘 지키고 소통하는 것, 장기적인 시스템 계획과 유저 취향에 맞는 추가적인 게임 모드의 개발. 사실 뭔가 더 큰 것을 기대했지만, 소박하면서 정직한 답변이 와서 사실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이대로만 가자...하는 생각뿐.

물론 여기서도 완벽한 성공의 공식을 수행해냈다고 하긴 이르다. 4월 중순과 비교해 6월 중순, 두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지표가 상승해 현재는 일 평균 방문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지금은 살짝 상승세가 주춤한 느낌이기에, 여기가 다시 '리턴' 지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 스킨, 프로필, 이모티콘 등 꾸미기 요소도 많이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개발팀도 많이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헤매면서 길을 찾아왔다. 세상을 다 부숴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회사원 쇼이치의 악몽과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급하게 핫픽스가 이뤄졌던 패치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 환경에 따라서 너프를 했지만, 지표가 심각할 정도로 내려가 사용하지 않게 된 실험체를 다시 상향하는, 일을 두 번 넘게 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아이템의 밸런싱도 줬다 뺐다 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만큼 게임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옳았던 '답'들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게임 특성상 플레이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다. 23일 한 번 너프를 받긴 했지만, 그 이전 몇 주간은 어두운 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암흑 속에서 "빵빵!", "탕탕!", "빵야빵야!"하고 사람 머리에 저격총을 쏘면서 쓸데없이 발랄한 경찰의 목소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있어도 탕탕! 소리 한번에 그라데이션으로 분노가 차올라 비속어를 사용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뭔가 사람을 '짜증이 나게 한다'라는 불쾌함이 있지만 반대로 그걸 또 하면 재밌는 기묘한 게임이다. 이는 근본적인 정체성이자 스트레스 겸 재미 요소로, 개발팀에서 '불쾌감이 심하다'라고 건드리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여러 가지 추가 요소 도입으로 파밍이 쉬워지면서 진입 장벽이 아무리 낮아졌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이터널리턴은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정체성도 갖고 있다. 개인 루트 최적화, 아이템, 운영, 캐릭터 운영 난이도, 오브젝트, 듀-스쿼드 생태계, 솔로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 등등. 접근은 쉽지만 '마스터'하고 잘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당장 계정을 첫 생성하고 일반 매치를 해보면 제때 아이템을 만들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우왕좌왕하는 뉴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전히 진입 장벽은 존재하고, 이를 얼마나 낮추고 플레이어들이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과 콘텐츠는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하는 상황인 셈.

거기에 이미 50체가 넘어가는 실험체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조정하기는 어렵다. 솔로 모드 하나라면 어떻게든 조정의 가닥을 잡아볼 수 있겠지만, 조합이 무궁무진해 닥터 스트레인지도 다 보는데 시간이 걸릴 미래들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아이템 하나가 게임 생태계 밸런스를 크게 흔들 수도 있고, 조정 하나하나가 매번 다른 메타와 조합, 동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킬 세팅과 장비따라 야생동물 잡기가 힘들어서 대장장이를 추구하는 캐릭터들도 있는 만큼 캐릭터별 개성과 성능 차이가 뚜렷히 있다. 이를 조화롭게 조정하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저 개발팀이 지금까지 해 온 그대로 꾸준히 보고 또 보고, 조정하고 또 조정하는 수밖에 없는 가시밭길이다.


이쯤되면 뭔가 '반복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성공 이유와 앞으로 해야 할 일, 그것이 모두 같은 별것 없는 정직한 공식들이다. 한 가지 기조라면 이터널리턴은 그동안 불쾌감, 정확히는 무력감을 줄이는 쪽으로 흐름을 틀었고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천천히 개발 로드맵에 따라서 하나하나 요소들을 공개하고 적용했고, 이 부분이 게임 자체의 룰을 변화시키고 양상을 다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불합리함과 불편함, 불쾌감을 차근차근 줄이고자 했고 실패도 많았다. 반대로 실패를 교훈 삼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시스템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서비스하면서 유저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데이터와 피드백, 의견들을 꾸준히 듣고 있던 결과였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똑같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향대로 흘러가면서도 더 나은 방향과 경험을 주는 쪽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