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 파파스 모듈레이트 CEO

온라인 게임을 하다보면 종종 욕설을 하거나 트롤링을 하는 유저들을 마주치고는 한다. 그 경중에 따라 게임사에서 제재를 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미처 다 걸러내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에 대해 유저들은 제재 및 대처를 요구하지만, 게임사에서는 비용 및 인력 등의 문제로 이 이슈에 선뜻 먼저 손을 대지 못할 때도 있다.

게임 내 음성 채팅 관련 AI 기술을 연구하는 모듈레이트의 마이크 파파스 CEO는 남들을 헐뜯고 욕하는 그런 행동이 게임 이탈율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단순히 모니터링과 제재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각도에서 이러한 행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임 및 온라인상에서 비이성적이고 모욕적인 채팅을 분석, 탐지해서 차단하거나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연구해온 그는 이번 데브컴에서 어떻게 그런 이상 행동들이 나오기 전에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공유했다.


1. 온라인 게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은 필수 요소다

사이버 불링 방지 및 게임 내 욕설 모니터링 AI 업체인 투 햇 시큐리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임을 하면서 다른 유저들과 채팅을 하는 유저들이 2주 후에도 그 게임을 플레이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유저에 비해 335% 높았다. 그외에도 2016년에 여성 게임 연구와 관련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80%의 여성 게이머들이 온라인 채팅 등 상호작용에서 자신감을 얻는다고 소개했다.

반면 이러한 상호작용은 때론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명예훼손연맹(ADL)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81%의 유저들이 온라인상에서 괴롭힘이나 위협 등을 겪었으며, 전 라이엇게임즈 소셜 디자이너 제프리 린은 이러한 경험을 한 유저들이 게임에서 이탈한 비율이 이를 겪지 않은 유저들보다 320%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온라인 게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은 양날의 검이다


2. 부정적 행동이란 범주로 묶지 말고, 구분해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다른 유저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주는 행동을 일컫는 파탄적 행동과 다른 누군가의 지시 및 의도 하에 유저의 행복이 훼손되는 위해, 그리고 커뮤니티나 플랫폼을 심히 저해하게끔 유도된 독성 행동을 따로 구분했다. 모두 다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행위에 의도가 얼마나 개입되느냐에 따라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나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보통 그 판에 욕설을 하고 트롤링을 하는 유저들을 보면 평소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라이엇게임즈의 자료에 따르면 1%의 유저만 지속적으로 파탄적인 행동을 보이고, 그들이 저지르는 행동은 게임 내 보고된 악행 중 5%만을 차지했다. 즉 아예 작정하고 파탄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자가 성찰을 하게 해주는 툴만 있어도 어느 정도 완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채팅 모니터링 AI 테스트 중 입력할 때 '이런 내용을 포스팅하길 원해?'라는 문구를 넣어 실험했는데,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현저하게 욕설이나 부정적인 언행이 줄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 순간 충동으로 그 행동이 남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을 수 있지만, 그걸 리마인드하는 순간 그런 부정적을 행동을 저지를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 "진짜 그 내용으로 포스팅할 거야?"라고 되묻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모욕적 언사가 현저히 줄어든다


3. 온라인은 문제적 환경은 아니지만, 오프라인과 다르다

종종 사람들은 온라인이 비대면 환경이기 때문에 오프라인보다 더 부정적인 행동을 저지르기 쉬운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파파스 CEO는 이러한 의견이 아예 틀리진 않지만,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용될 수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게임 커뮤니티가 좀 더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열린 면을 보이고 있으며, LGBTQ 커뮤니티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한 이후 커뮤니티 내 자살율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가 좀 더 부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 악행을 저지를 때 사람들이 수동적인 방관자로 남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누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면 때론 나서서 막거나 하다못해 신고를 할 상황이라도 온라인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온라인에서는 동일한 성향, 혹은 취미에 따라 그룹을 만드는 일이 온프라인보다 더 빈번하고 그렇게 그룹이 짜일 확률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커뮤니티 내에서 부정적인 행동이 일어났을 때 이를 제지하기보다는, 방관하거나 때로는 동의해서 확산되는 일이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비해 높다.

▲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방조적이고, 비슷한 그룹에 모여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4. 온라인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부터 문제 행동을 일으킬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를 방치하거나 교정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엮이면서 더욱 문제가 커진다. 여기에 다른 맥락까지 더해지면 한 층 더 거세게 불이 붙는다. 예를 들어 배치고사 10번 동안 치열하게 게임했는데도 트롤을 당해서 졌다거나, 팀원과 싸워서 지기 일쑤였다고 보자.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아무리 선천적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부정적인 행위가 튀어나오게 되면, 그로부터 부정적인 행동들이 또다시 유발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오프라인과 달리 원래라면 만나기 어려운 다른 그룹의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만나기 쉽다는 것도 예상치 못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화권이나 계층 등에 따라 트래시토크 등에 대한 면역이 제각각 다르고, 그러면서 충돌이 생기고 불씨가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VOX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상의 87%의 부정적인 행동들이 중립적이거나 혹은 긍정적인 유저들에게서 유발된다. 이러한 유형들은 대체로 그날 너무 안 풀린 것이나 게임 내에서 여러 가지로 쌓인 것들을 온라인상에서 공격성을 표출하면서 토로하는 것이라고 파파스 CEO는 설명했다. 아울러 유저들의 생각보다 악의적으로 누군가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행동은 적으며, 그렇기 때문에 악성 유저를 쳐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이 유발될 여지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원래 악질인 유저 하나하나의 악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혀서 확대 재생산된다


5. 여러 위해 행동들의 유형과 그 층위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파파스 CEO는 위해 행동들의 종류를 위험 척도에 따라 발언, 행동, 관계로 나눴다. 최하단의 '관계'까지 가면, 특정 판이나 게임을 넘어서 현실에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는 행동이 나오곤 한다. 여기에 포용성, 안전, 플레이어 경험 등의 기준에 따라서 추가로 구분했다. 이처럼 구분한 것은 각 유형에 따라 행동 패턴 및 보고되는 횟수가 각각 달랐고, 대처하는 방법도 다 달랐기 때문이다.

일례로 파파스 CEO는 통상적인 모욕은 이제 유저들이 어지간하면 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생활에서도 종종 비속어가 섞인 말들이 오가곤 하기 때문에 별로 심리적 타격을 입지 않으며, 그로 인해 얻은 스트레스보다 신고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귀찮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이버 불링 등도 신고되는 횟수가 그만큼 적었는데, 이는 피해자가 자기보호를 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멘탈이 약해진 상태라 신고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모욕과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파파스 CEO는 이러한 행동 종류 분석뿐만 아니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커뮤니티, 스튜디오, 알고리즘 모든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레이어 스스로 자제하게 하려면 앞서 언급한 자가성찰 툴로 욕설 입력 전에 잠깐 자각할 시간을 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을 중재하기 위해 퇴장이나 뮤트 기능을 준 것도 플레이어 층위에서 이러한 행동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사례다. 여기에 최근엔 AI 알고리즘까지 도입, 필터링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신고 시스템, 실시간 뮤트 및 채팅 숨기기, 퇴장하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그런 부정적인 행동에 대응을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파파스 CEO는 ADL의 2020년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ADL의 202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온라인 유저 중 68%의 유저가 괴롭힘을 당해봤으며, 이런 경험을 한 유저 중 28%가 자신이 플레이하던 게임을 떠났다. 곧 19%의 유저가 게임 내 욕설이나 괴롭힘, 혹은 트롤링 같은 것 때문에 게임을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게임사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시각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데브컴 및 게임스컴 2021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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