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LCK 플리커

“롤드컵 가는 게 정말 힘들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햇수로 7년 차 프로게이머, 그리고 정상급 봇 라이너로 오랜 시간 인정받은 ‘테디’ 박진성에게도 2021년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테디’가 속한 T1은 올 한해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스프링 시즌에는 ‘돌림판’이라 불릴 정도로 경기 출전 로스터가 수시로 바뀌었다. 서머 시즌에는 1라운드가 끝난 시점에는 시즌 중 감독, 코치진을 교체하는 유례없던 사건이 있었다. 롤드컵으로 향하는 길은 T1에게도, ‘테디’에게도 역경의 연속이었다.

“시즌 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 선수가 힘들다고 느꼈을 거예요. 특히 연습하는 게 잘 풀리지 않으면 더 힘들게 느껴진 듯해요.”

원하는 만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 이번 2021년을 더 힘들게 느낀 건 아닐까? 실제로 T1 봇 라이너 ‘테디’와 ‘구마유시’는 출전 세트 수 미달로 올해 올프로 투표 후보에 등록조차 되지 못했다.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선수에게 ‘출전 수 미달’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건 외부에서도 보더라도 아쉬울만한 일이었다.

“작년에도 교체 출전이 몇 번 있었어요. 그래도 올해처럼 비율이 높은 건 처음이었어요. 제가 더 많이 나가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있었어요. 하지만 ‘구마유시’가 나갔을 때 정말 잘해줘서 아쉬움이 크진 않았어요. 민형이(구마유시)도 제가 나갈 때마다 응원을 많이 해줬고, 경쟁관계를 떠나서 서로는 정말 좋았어요.

▲ 경쟁자이자 동료 '테디'와 '구마유시'(사진출처: LCK 플리커)

‘구마유시’는 거짓이 없는 선수에요. 자기가 느끼는 부분을 고민하지 않고 잘 말하는 스타일이랄까? 돌직구를 잘 날리는 코카콜라 같은 남자예요. 방송도 재밌게 하고, 피드백을 할 때도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잘하는 편이에요. 저는 시원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피드백을 하다 보면 감정이 조금 격앙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테디’는 주전 경쟁 속에서도 ‘구마유시’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T1이 내놓은 유튜브 콘텐츠 ‘락커룸’에서도 ‘테디’와 ‘구마유시’는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자주 비쳤다.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앞둔 ‘테디’가 지금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메타의 변화이다. 올해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라이엇은 봇 라인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자주 모습을 비추던 아펠리오스, 바루스의 기본 공격력이 감소했고, 애쉬-칼리스타 등에 작은 너프가 있었다. 반면에 징크스는 Q 스킬의 마나 소모량이 감소되는 작은 버프가 있기도 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메타에 맞게 챔피언 디테일을 늘리는 거예요. 패치 버전을 살펴봤는데, 봇 라인의 영향력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아펠리오스 너프가 큰 영향을 주진 않는 듯하고, 징크스는 마나 압박이 줄어서 전보다 더 잘 나올 듯해요. 원래 카이사를 많이 좋아하는데, 카이사 e스킬이 하향을 좀 당했지만 충분히 쓸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해요.

아마 대세 챔피언은 이즈리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징크스, 직스, 애쉬도 충분히 쓸만한 카드이고요. 칼리스타도 나오던 대로 쓸 수 있을 듯해요. 다만, 바루스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 사진출처: LCK 플리커

‘테디’는 2년 만에 돌아온 월드 챔피언십 출전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해외 선수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건 Cloud9의 미드 라이너 ‘퍽즈’였다. ‘퍽즈’와는 2019년 봇 라인에서 만나 대결을 펼쳤던 기억이 있다.

“제가 해외 리그를 뛰어본 경험이 없어서 다른 리그 선수들을 잘 알진 않아요. 그나마 2019년 롤드컵에 갔을 때, ‘퍽즈’ 선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촬영 중간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서 이야기를 걸어왔어요.

‘퍽즈’가 이번에는 다시 미드로 돌아갔던데, 다시 만나면 좀 혼내주고 싶네요. ‘퍽즈’가 어디 인터뷰에서 ‘T1 만나면 꽁승’이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만나면 꼭 잘해야 할 거 같아요. 사실 저런 도발이 한국에서는 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자주 있잖아요.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테디’는 ‘퍽즈’에게도 도발을 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웃으며 도발이 아닌 듯한 도발을 했다.

“아 근데 제가 북미 리그를 안봐서... 도발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네요(웃음).”

‘테디’가 올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가장 경계하는 팀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예상과 비슷하게 LPL 팀들을 손꼽았다. ‘테디’는 LPL 팀의 강점에 대해 과감한 플레이,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점을 이야기했다.

“과감한 점은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차이가 있어요. 과감해야 하는 건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시도가 너무 자주 나온다는 생각도 들어요. LPL 팀들이 때로는 ‘너무 지나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바이퍼’ 선수나 ‘갈라’ 선수랑 경기를 해보고 싶어요. ‘바이퍼’는 특히 기대되는 부분이 있어요. EDG에 가기 전에도 항상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번 결승전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바이퍼’다운 모습을 보여준 거 같아요.”

‘테디’는 자신의 생애 두 번째 월드 챔피언십은 적어도 첫 번째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목표는 우승입니다. 최소한의 목표를 잡는다면, 전에는 4강에서 떨어졌으니 이번에는 결승까지 올라간다면 어느 정도 만족하지 않을까요? 전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간 성적이잖아요. 메타에 맞게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사진출처: LCK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