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메타와 챔피언 티어 정리다. 롤드컵은 서머 스플릿과의 텀이 길다 보니 패치 변화에 따라 메타가 확연히 달라지고, 때문에 롤드컵에 참가하는 팀들은 준비 기간 동안 새로운 메타에 적응하고, 챔피언 티어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막상 롤드컵이 시작되면 숨어있던 꿀 챔피언이 등장하기도 하고, 상성에 따라 색다른 챔피언이 급부상하기도 한다. 당연히 팀들은 롤드컵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도 메타와 챔피언 티어에 대한 연구를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2021 롤드컵도 마찬가지다. 이제 겨우 그룹 스테이지 이틀 차를 넘어섰지만, 벌써 각 라인별로 1티어처럼 느껴지는 챔피언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팀들의 대처는 두가지다. 밴을 하거나, 카운터를 치거나.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는 후자를 택했다.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경기서 상대에게 유미를 풀어주고, 이를 파훼하는 조합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유미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미를 망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이브'다. 봇에 압박을 거세게 가해 캐리력이 뛰어난 유미가 아예 성장하지 못하도록 한다. 망한 유미는 초반 소규모 교전에서 존재감이 없어지는데, 그 타이밍에 오브젝트를 독식하고, 타워를 쭉쭉 밀면서 스노우볼을 크게 굴려 승리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의 생각도 그랬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파이크, 젠지 e스포츠는 노틸러스를 꺼냈다. 그랩류 챔피언이고, 갱 호응과 다이브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실제 인게임에서도 봇을 거세게 압박하고, 다이브를 시도하며 유미를 괴롭혔다.


하지만, 두 팀이 간과한 게 있었다. 바로 미드-정글 구도다. 유미를 상대할 때는 봇 조합만큼이나 미드-정글이 중요하다. 미드-정글 주도권이 있어야 이게 봇 다이브로 연결되고, 유미의 성장을 더 잘 억제할 수 있다는 것.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가 상대에게 허용한 르블랑은 현 시점에서 미드 최상위 티어로 분류되는 픽이었다. 기동성이 뛰어나고, 순간 폭딜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르블랑이 탈론, 키아나와 조합되자 장점은 배가 됐다. 한화생명e스포츠와 젠지의 미드-정글은 상대적으로 기동성과 파괴력이 밀렸고, 결국 유미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1일 차에서 유미가 패했던 경기를 돌아보면, EDG는 리신-르블랑-노틸러스를 조합해 일방적인 구도를 만들었고, 로그는 키아나-트위스티드 페이트-루시안-나미라는 극단적인 조합으로 어떻게든 봇을 터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밴픽은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시도는 분명 좋았다는 거다. 이제 겨우 두 경기를 치렀고, 롤드컵은 긴 호흡의 대회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파훼법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깊은 연구와 인게임에서의 정교한 운영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