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이제 4강-결승전만 남았다. LCK 대표팀인 T1의 럼블 스테이지는 G2-RNG와 같은 4강 팀에게 패배하면서 출발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4일 차 두 번째 경기부터 5일 차까지 T1은 다시금 LCK 스프링을 전승으로 제패했던 흐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럼블 스테이지의 마지막 마무리가 좋았기에 남은 토너먼트 스테이지 역시 기대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단판제와 다른 다전제 승부가 이어진다. 4강 첫 상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G2며, 이후 럼블 스테이지 1위 RNG와 T1에게 의외의 패배를 안긴 이블 지니어스(EG)와 대결할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MSI 마무리로 향하는 단계이기에 방심은 없어야 한다.

나아가,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다전제를 앞두고 이번 MSI에서 드러난 T1의 뚜렷한 장점을 찾고, 강한 상대와 대결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속도전에 능한 vs 다급한 T1


T1은 이번 MSI 4강권 팀 중에서 가장 빠른 경기 속도를 낸 팀이다. 평균 경기 시간이 27분 17초로 RNG(29:31), G2(30:29), EG(31:02)보다 빠르게 경기를 끝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 지역 리그의 스프링 PO에서도 T1은 가장 빠르게 경기를 끝내는 팀이었는데, MSI까지 해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T1의 이런 속도는 탄탄한 초반 설계부터 나온다. T1의 경기를 보면, 초반부에 탑-정글이나 봇 듀오가 킬을 내면서 속도를 높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협곡의 전령을 가져가거나 첫 포탑을 파괴하는 것까지 스노우 볼을 빠르게 굴릴 줄 안다. MSI에서 T1은 첫 타워 획득률 93.8%이나 된다. 거의 내주는 경우가 없다. RNG가 68.8%라는 점을 볼 때, 확실히 높은 수치다. 경기당 협곡의 전령 획득 수도 T1(1.63)이 RNG(1.38)보다 높아 초반 스노우 볼은 잘 굴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초반 스노우 볼을 바탕으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진 못했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다급한 판단으로 빠르게 패배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오브젝트 오더와 전투에서 경기가 크게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첫 G2전은 바론 둥지로 향하는 좁은 골목에서 연이어 전투를 패배하면서 경기를 내줬고, 첫 RNG전은 잘 성장한 탑-정글이 협곡의 전령 전투에서 끊기면서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두 번째 EG전 역시 무리한 억제기 앞 교전에 이은 바론 버스트로 허무하게 승기를 빼앗기곤 했다.


다행인 것은 해당 EG전 패배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케리아' 류민석은 럼블 스테이지 4일 차 인터뷰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부담이 커 여유가 없었다. 오브젝트 콜이 많이 갈리면서 팀원들도 우왕좌왕했던 것 같다"며 오브젝트 전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말했다. 피드백 후 달라진 T1과 '케리아'는 "자신감과 확신으로 경기에 임한 게 승리의 요인이다"고 말하면서 이후 G2-RNG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우려가 컸던 마지막 RNG전의 오더는 깔끔했다. 먼저, 바론을 친 뒤 빠르게 교전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고, 과감한 바론 버스트와 강타 싸움에서도 승리하는 성과를 냈다. 팀원 모두가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럼블 스테이지 초반과 다른 모습이었다. 토너먼트 스테이지에서도 이런 T1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스프링을 제패한 T1의 기세를 세계 무대로 확장해나갈 수 있겠다.


실력-무력 '제우스' 앞에서 무색해지는 경력


많은 T1의 선수들이 제 기량을 회복하고 럼블 스테이지 후반부에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제우스' 최우제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롤드컵 4강까지 가본 다른 팀원들과 달리 '제우스'는 세계 무대에서 처음 뛰는 상황이다. LCK 경력만 놓고 보더라도 출전 경기 수부터 현 팀원 중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제우스'가 MSI에서 탑 라인을 지배하고 있다. '제우스'의 상대들 역시 롤드컵-MSI를 수차례 경험한 이들이 많았는데, 경력이 무색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미드 라인에선 노련한 '페이커-샤오후-캡스' 등이 이름값에 걸맞게 꾸준히 활약하는 중이다. 반대로 탑 라인은 경력이 길지 않은 '제우스'가 새롭게 서열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지표가 '제우스'에게 웃어주고 있다. 특히나 1:1 대결과 사이드 라인 운영이 중요한 탑 라이너에게 우월한 지표들은 의미가 크다. '제우스'는 이번 MSI에서 아래 지표에서 모두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2020 롤드컵 결승을 경험한 '빈'과 비교해봐도 크게 앞서 가는 기록들이다.

■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제우스' 탑 1위 기록 (vs RNG '빈')

KDA 4.1(3.3)
분당 CS 8.5(8)
분당 골드 획득량 462(409)
분당 대미지 563(500)
15분 골드 격차 838(602)
솔로 킬 13회(8회)

해당 기록은 '제우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에서 나온다. 13회 솔로 킬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 팀적으로 봤을 때 추가적인 성과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상대의 갱킹과 로밍에도 당황하지 않고 한 명을 데려가는 장면은 수차례 나왔고, 심지어 홀로 두 명을 쓰러뜨리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대처 능력만큼은 다른 베테랑 탑 라이너 못지 않았다.

상대 역시 그런 '제우스'를 의식해 집중적으로 공략하려고 했다. 마지막 RNG전에서 '웨이'는 탑으로 자주 향해 '제우스'의 성장을 막아보려고 했다. 갱킹 타이밍과 동선을 틀어 2020 롤드컵에서 화약통으로 악명을 떨쳤던 '빈'의 갱플랭크를 키워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초반 두 번의 갱킹 이후에는 집중 공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이 사리고 찌를 때를 판단할 줄 알았다. '웨이-밍'의 시간까지 모두 빼앗은 신예의 플레이였다. '제우스'는 RNG의 노림수를 수차례 흘리고, 막판 솔로 킬로 사이드 라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성과를 냈다.

단순히 무력만 강하다고 최고의 탑 라이너가 될 수 없는 법. '제우스'는 이번 MSI에서 자신의 힘을 언제,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 아는 선수로 성장 중인 듯하다.

▲ RNG전 위험감지한 '제우스' 그웬


심리 허점 파고드는 상위권 대결


T1이 럼블 스테이지에서 멋진 마무리를 했지만, 상위권 대결은 또 어떤 과정이 나올지 모른다. 특히, 이번 MSI에서 승부는 의외로 심리전에서 갈린 경우가 많았다. 와드 위치 하나로 전투 구도가 바뀌고, 생각하지도 못한 전투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기에 그렇다. T1 역시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면 파고드는 상대의 플레이는 조심해야 한다.

먼저 4강에서 맞붙는 상대 G2는 교전에서 확실히 예리하다. T1과 첫 경기에서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한 전투 판단은 매서웠다. '케리아' 류민석의 렐이 홀로 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야스오-다이애나 궁극기를 시전했다. 거기에 G2전 필밴 카드라고 평가받는 오른의 궁극기마저 나오면서 G2가 바론 시야와 한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해당 G2의 플레이는 '서포터 한 명에게 핵심 궁극기를 모두 소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G2는 망설임 없이 작은 틈만 보여도 바로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G2전에서 한타 변수는 무시할 수 없다.


▲ 와드 있나? 거짓 연기 달인 RNG

RNG는 와드와 시야를 활용한 연기력이 뛰어나다. 특정 지역에 와드를 일부러 지우지 않다가, 시야의 사각지대를 이용한다. 첫 T1전은 RNG '샤오후'의 아리가 암살로 마무리했는데, T1의 제어 와드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을 따라 이동해 만든 결과였다. 두 번째 T1-RNG전에서도 와드 심리전은 계속됐다. 귀환하는 '구마유시' 이민형의 자야를 와드로 본 RNG는 미니언 웨이브를 정리하는 척하면서 '구마유시'에게 접근해 킬을 만들어냈다. 바론 지역 전투에서는 T1이 우회하는 '샤오후'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와드로 확인하고 대처하면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RNG-G2 모두 상대의 심리적 허점을 이용할 줄 아는 팀이다. 반대로 이런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T1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럼블 스테이지에서 T1의 7승 3패 2위라는 성적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럼블 스테이지 막판 T1은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인 만큼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실제로 2016년 SKT T1은 6승 4패를 거두고도 우승까지 향한 경험이 있다. 반대로 2019년에는 같은 6승 4패였지만, 4강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2016년과 2019년 같은 MSI 조별 리그 성적 속에서 양극단의 경험을 해본 T1과 '페이커', 2022년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지켜보도록 하자.



■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4강-결승 일정

1경기 RNG vs 이블 지니어스 - 5월 27일 오후 5시
2경기 T1 vs G2 e스포츠 - 5월 28일 오후 5시
결승전 - 5월 29일 오후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