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사님 미워요

최근 저는 접었던 '포켓몬스터 GO'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미 출시된 지 오래된 이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포켓몬 때문입니다. 지난봄에 스티커를 얻기 위해 빵을 버리는 사태를 초래하는 전설의 '포켓몬 빵'이 재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포켓몬 빵이 처음 출시될 때의 저는 어려서 포켓몬 빵 살 돈이 없어 엄마에게 매번 사달라고 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제 돈으로 당당하게 포켓몬 빵을 살 수 있게 되었죠.

위풍당당하게 제 카드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했지만, '포켓몬 빵 다 팔렸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오 박사님이 문 앞에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입구 컷을 당한 뒤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을 세 군데를 들렸지만 죄다 품절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주변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더욱더 구하기 어려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다니지 않는 늦은 시각에 나와 다른 편의점으로 향했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어른들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매장 앞에서 물류 차를 기다리는 분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지우 말 좀 들어라 리자몽아

저 역시 포켓몬 빵 입고 시간에 맞춰 동네에 있는 모든 편의점을 돌아다니다 보니 심심함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움직이면서 심심함을 달래줄 게임을 찾다 보니 포켓몬 GO만 한 게임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철이 지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저는 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초보 모험가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포켓몬 게임을 하며 포켓몬 빵을 찾아 나선 덕일까요? 믿거나 말거나 그 이후로 포켓몬 빵을 5개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아파트 단지에 '망나뇽'이 떠서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에 재빠르게 잡으러 나갔는데, 망나뇽이 나온 '포켓 스탑' 근처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커브볼'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혼자 어른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포켓몬 트레이너에게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저도 열심히 아이들 옆에서 망나뇽을 같이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야 저쪽엔 잠만보 떴다!"라는 외침과 함께 모두가 우르르 달려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족히 15살 이상은 차이가 나는 친구들과 같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니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포켓몬 GO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은 요즘, 그 친구들은 포켓몬 GO에 어떠한 매력을 느껴 즐기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엔 그때 그 시절 포켓몬의 향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세대라 익숙하지만 어린 친구들은 요즘 어떻게 포켓몬을 접하고 알게 된 걸까요?

그러던 어느 날 습하고 더운 날씨를 뚫고 또다시 포켓몬 빵을 찾아 나서고 있는데, 이전에 포켓 스탑에서 마주쳤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던 저는 아이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포켓몬 GO에 관한 얘기를 가볍게 나눠봤습니다.




Q. 친구들은 포켓몬 GO 게임 하는 이유가 뭐예요?

- A 친구: 다른 게임들은 집에 틀어박혀서 해야 하는데, 포켓몬 GO는 밖에 돌아다니면서 할 수 있어서 하는 것 같아요. 밖에 돌아다니면서 포켓몬 잡는 게 재미있어요.

- B 친구: 그리고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진화제가 가끔 나오기도 해서 잡는 재미가 있어요.

Q. 혹시 주변에 포켓몬 GO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나요?

- A 친구: 네, 요새 유행이어서 많은 친구가 해요.
- B 친구: 제 친구들은 다 해요.

Q. 혹시 해당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 C 친구: 희귀한 이로치 포켓몬을 잡아서 모으는 거랑 친구들이랑 같이 포켓몬을 교환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 6명의 아이 중 반 이상이 포켓몬 GO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Q. 혹시 여기서 체육관 도전해본 친구가 있을까요?

- C 친구: 저요!
- B 친구: 저도 했어요, 옛날에는 레벨이 낮아서 도전도 못 하고 그냥 접었는데, 최근에 친구가 같이 다시 하자고 권유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체육관을 깰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친구들 혹시 레벨이 몇이에요?

- B 친구: 저요? 저 레벨 35정도요.
- A 친구: 저는 32이요.
- C 친구: 저는 25요.

Q. 친구들이 생각하는 포켓몬 GO의 매력이 혹시 있을까요?

- A 친구: 어떤 게임이더라도 저만 하면 재미가 없어요.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해야 재밌거든요. 근데 포켓몬 GO는 친구들이랑 같이 모여서 레이드랑 체육관 도전을 할 수 있어서 그 재미로 계속하는 것 같아요.


▲ 포켓몬 GO를 즐기지 않는 친구도 인터뷰에 참여하기 위해 황급히 깔려고 했습니다.


Q. 사실 포켓몬 GO가 출시된 지 약 6년 정도 된 게임이잖아요? 6년 전이면 친구들 7~8살일 텐데 혹시 포켓몬 GO를 언제부터 시작한 거예요?

- B 친구: 저는 2019년도부터 했어요. 그때는 제 핸드폰이 따로 없다 보니 집에서만 해서 재미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제 핸드폰이 생겨서 다시 깔아서 하고 있어요.

- C 친구: 부모님 핸드폰으로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Q. 아, 부모님 핸드폰으로 하기도 해요? 그럼 포켓몬을 잡으러 나갈 때 부모님 핸드폰을 갖고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 A 친구: 아빠랑 같이 나가서 해요.
- B 친구: 밤에 산책하러 나가자 하고 밖에서 핸드폰 뺏어서 해요 (웃음)

Q. 좋아하는 포켓몬은 어떤 거예요?

- A 친구: 저는 뮤츠요
- C 친구: 저는 레쿠쟈 이로치 꼭 잡고 싶어요

Q. 이 포켓몬은 꼭 있어야 한다! 하는 포켓몬 혹시 추천해줄 수 있어요?

- B 친구: 스타팅 포켓몬들이요!
- A 친구: 일단은 1세대 1대장들, 리자몽, 이상해 꽃, 거북왕 얘네 셋은 꼭 있어야 해요.


▲ 어떤 포켓몬을 잡아야 할지 고민인 저에게 추천해주는 친구들


Q.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떤 게임 많이 해요?

- D 친구: 저는 무한의 계단이요!!
- B 친구: 요즘 냥코, 로블록스 무한의 계단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D 친구: 다음에 무한의 계단 관련해서 인터뷰해주시면 안돼요? 저 진짜 좋아하는데

Q. 혹시 인벤 알아요?

- B 친구: 인벤토리요?
- C 친구: 그게 뭐예요?

Q. 거기에도 포켓몬 GO 관련해서 정보 얻을 수 있는데..

- A 친구: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어요!

Q. 포켓몬 GO 관련해서 정보는 어디서 얻어요?

- A 친구: 인게임 들어가서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서 얻어요. 그리고 리서치에서 '오늘' 탭 누르면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다 떠요.
- B 친구: 유튜버 쌈밥 TV도 많이 봐요.

Q. 혹시 포켓몬 잡으러 어디까지 가봤어요?

- B 친구: 처음엔 잡으려는 목적으로 간 건 아닌데... 속초 여행 가서 거기서 포켓몬 잡아봤어요.
- C 친구: 저는 옆 동네까지 가봤어요.
- D 친구: 우리 동네는 다 돌아봤어요.


▲ 아이들은 주로 어플 또는 유튜버를 통해서 얻고 있었다.


Q. 비 올 때는 어떻게 해요? 못 나가잖아요

- B 친구: 에이.. 요즘 비 와도 다 나가서 할 수 있어요.
- A 친구: 그 GPS 우회..


어쩐지 포켓몬을 잡은 곳이 우리나라가 아닌 곳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시국인데도 친구들은 전 세계를 돌며 포켓몬을 열심히 잡고 있었더라고요. 갑작스럽게 진행된 인터뷰임에도 친절하게 답해준 아이들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마음 같아선 포켓몬 빵을 사주고 싶었지만, 다행히 근처 편의점에 품절이었습니다. (미안 얘들아, 나도 사야 해) 그래서 대신 간식을 사주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인 구멍가게에 데리고 갔습니다. 가는 와중에도 포켓몬을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포켓몬 트레이너로서의 자질이 충분해 보였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방전되지 않는 체력과 포켓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 대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가게에 도착해서 먹고 싶은 거 마음껏 고르라고 했지만 작은 과자와 초콜릿, 우유를 고르며 이거면 충분하다는 아이들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가게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자기 인터뷰했다며 크게 자랑하던 친구도 있었는데, 아마 이 친구들한테는 난생 첫 인터뷰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곤 신문에서 인터뷰한 기사를 볼 수 있느냐는 한 친구의 질문에 저는 번호를 주면서 이 번호로 나중에 기사가 완성되는 대로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만약 신문으로 발간되면 아이들의 평생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겠네요.


▲ 치킨팝은 못 참지... 뭘 좀 아는구나?

▲ 이 와중에 포켓몬을 잡으려고 하는 친구

▲ 자신이 잡은 포켓몬을 보여주는 친구 (한카리아스 부럽다..)


그러더니 근처 체육관에 한 번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저를 끌고 향했습니다. 근처 의자에 나란히 앉아 진지하게 출전 포켓몬을 선택한 다음 호기롭게 체육관에 도전. 역시 이 친구들은 숨은 포켓몬 마스터였을까요, 어렵지 않게 체육관 하나를 정복하는 걸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우리 동네 일대는 이 친구들이 꽉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마스터도 부모님의 호출엔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또 다른 체육관에 도전할 때쯤 부모님에게 전화가 와 집으로 복귀 전화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해산했습니다.

옛날에는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하며 친구들과 함께 놀이 기구에서 노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공급으로 아이들을 이제 찾기 힘들더군요. 하지만 이런 증강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이 더 많이 출시되면 노는 방법은 달라도 더 많은 아이가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밖에서 모험하는 느낌을 들게 해주는 포켓몬 GO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인 만큼 그동안 조용했던 놀이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바로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포켓몬 GO의 순기능이자 매력이 아닐까요?


▲ 포켓몬 마스터 나간다. 길을 비켜라

▲ 서로 먼저 체육관 깨겠다고 난리

▲ 핑크색 이로치 대짱이를 자랑하며 보여줬다.

▲ 날도 더운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준 귀여운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