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전지구적인 재난이 닥쳐온 이후, 먹고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차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세기말, 아포칼립스, 이런 소재를 다룬 게임은 요즘 많이 출시되니 어떤 느낌일지는 알지만, 대부분 거기서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무언가 목표를 달성하는 내용이 주가 아니던가. 그런 상황이니 여기서 푸드트럭이 나올 거란 생각은 다소 엉뚱하다. 도시를 떠돌면서 장사를 한다는 컨셉이 그럴듯하지만, 어디 약탈단이 오거나 혹은 그런 세력을 빽으로 믿고 세금을 뜯어가려는 진상 토호들이 있을 수도 있고.

이번 플레이엑스포 2021에 출전한 '세기말 푸드트럭'은 그런 상상을 조금 가볍게 풀어낸 게임이라 보면 되겠다. 작품의 배경은 근미래, '13사태'라고 명명된 전세계적인 지진으로 세계 각국이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린 뒤 몇 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 몇 년 동안 규율과 규제가 사라져서 혼란스러웠지만, 갑작스레 어떤 무장단체가 나타나 새로운 삶의 터전과 인류의 재건을 약속하면서 세상은 조금씩 안정을 찾는 그런 시기를 무대로 했다.


▲ 완전 혼파망의 세기말은 아니고, 혼란을 수습하는 어느 세력이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했다

작중의 주인공, 푸드트럭 사장은 역시도 그들에게 구조된 이후, 세상을 재난 이전으로 돌리려는 '13회복 프로젝트'에 푸드트럭 사업 지원서를 제출한다. 푸드트럭을 신청한 이유는, 그 재난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딸이 실종됐기 때문이었다. 수학여행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뒤 연락이 두절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 실날 같은 희망을 안고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만다와 새미 두 조수와 함께 곳곳에 푸드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장사하고 정보를 알아가는 것이 '세기말 푸드트럭'의 주요 내용이다.

다소 비장하고 묘사에 따라 굉장히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게임 방식은 터치 앤 드래그로 단순하게 꾸린 것이 특징이다. 매번 몰려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은 뒤, 우측에 있는 조수 사만다를 터치해 음식을 만들고 주문창에 드래그해서 손님에게 전달하면 된다. 그렇지만 한 곳에 정차해서 장사하기엔 흉흉해서 그런지, 트럭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해서 장사하고 손님들도 그에 맞춰서 따라오다가 드라이브 스루마냥 음식을 받으면 바로 갈 길 가는 식으로 묘사됐다.

▲ 영업 허가도 떨어졌겠다, 장사 시작이다

그렇게 단순히 주문만 처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손님을 보고 안 웃는 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진상 고객과 오물을 투척해서 장사를 훼방놓기 일쑤인 양아치들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왼쪽에 있는 또다른 조수 새미를 터치한 뒤,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미소를 지으면서 응대할 때는 사만다에게 요리를 지시할 수 있지만, 셔터를 내리면 사만다도 터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만큼 주문 상태 및 음식 처리 상태를 보면서 타이밍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늦어서 오물을 뒤집어쓰면 더 오랫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말이다.

이렇게 온갖 방해공작을 극복해내고 주문을 처리하다보면 트럭 연료가 바닥이나면서 그날 영업이 종료가 된다. 그날 벌어들인 매상은 음식 매출에 주행거리에 따른 추가 이익을 합치고, 주문을 처리하지 못해서 발생한 손해비용과 재료 비용을 차감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한 판의 플레이타임은 1분 가량이었지만, 그 사이에 방해꾼들과 손님이 몰려오는 터라 방해꾼들의 훼방을 적절한 타이밍에 처리하고 주문을 신속 정확하게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서 바쁘게 손을 놀릴 필요가 있었다.

▲ 영업방해로 신고가 안 되는 세기말이라 저런 얌체들이 판친다

▲ 대처가 미흡하면 바로 손해로 정산되니 조수가 힘써줘야 한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문을 빨리 처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업 전에 '메뉴 개발'을 통해서 메뉴의 질을 올리고 단가를 높이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메뉴뿐만 아니라, 기존에 배웠던 메뉴도 얼마나 조리를 잘 하느냐에 따라서 단가를 더 높일 수 있어 신규 메뉴를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한 번은 봐둘 필요가 있었다.

현재 플레이엑스포에서 출품한 데모 버전에서는 군만두, 브리또, 그리고 김치볶음밥 세 메뉴가 등장했다. 메뉴 개발은 각 메뉴마다 단계별로 조리법이 하단에 표시되며, 그에 맞춰서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프라이팬을 볶듯 드래그하거나 재료를 빠르게 다 터치하는 간단한 동작으로 실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동작은 주어진 시간이 QTE에 가깝게 상당히 짧거나 고평가를 받기 위해선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식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플레이에 양념을 가미했다.

▲ 칼질 한 번에 단가와 수익 차이가 나니 집중하자 집중

데모 버전에서는 단 한 번, 연료를 충전해서 다음 도시로 갈 수 있으나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상점 및 특수 손님을 통해서 연료를 추가로 충전해서 계속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서 스토리를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과연 밑도 끝도 없이 푸드트럭을 지원해주는 이번 지원사업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또 푸드트럭 사장은 수학여행지에서 행방불명된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 이 푸드트럭이 어떤 트럭인지 미리 봐두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 오직 딸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여정, 과연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