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게임을 많이 하면 현실에서도 폭력적이 될까?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은 게임 모방 범죄일까? 우리 아이가 게임 중독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지는 않을까? 미국에서 오랜 기간 게임 유해성 논란의 최전선에 섰던 두 심리학자가 우리의 흔한 우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과 정직한 답을 제시한다.

비디오게임과 관련한 역사적 논쟁과 연구를 검토한 결과, 게임에 대한 공포에는 놀랍게도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 폭력적 비디오게임이 오히려 현실의 폭력성을 감소시키고, 도덕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들은 게임의 유해성 논란을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도덕적 공황(moral panic)으로 해석하며, 설득력 있는 근거로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 세계보건기구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으로 게임을 권고한다?

2020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외부활동은 대폭 축소되었다. 자연스럽게 자녀의 게임 플레이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우리 가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었고, 디지털 게임 플랫폼 스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라이브는 동시접속자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불과 1년 전에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시대에 대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게임 플레이를 추천하고 있다.

대면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장점을 활용해, 대형 게임제작사들과 함께 #PlayApartTogether(플레이어파트투게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이들에게 게임을 허락해도 되는 걸까? 게임을 많이 하면서 폭력적이 되지나 않을까? 특히 때리고 부수는 게임들을 따라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면 이 책에 답이 있다.


비디오게임과 폭력범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

언젠가 우리나라 모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자가 게임 중독자의 폭력성 실험을 한다고 PC방을 찾아 한참 게임 중인 컴퓨터의 전원을 모두 내리고 이용자의 반응을 그대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 황당한 실험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게임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많은 연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험 설계로 정해진 결론을 이끌어내는 형태였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폭력 사건에 대해 게임의 영향을 거론해왔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없는 것이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제로 어린이·청소년들의 대부분이 폭력성 높은 게임을 즐기면서도 현실에서는 폭력성을 보이지 않았고, 폭력적 게임의 판매량과 강력 범죄의 발생 비율이 반비례한다.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는 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비디오게임은 연관이 없으며, 총기 난사범들은 또래 평균에 비해 폭력적 비디오게임을 오히려 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디오게임과 폭력범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는 한데,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 방향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었다.


도덕적 공황의 세대교체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게임에 대한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를 ‘도덕적 공황(moral panic)’이론으로 설명한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공황이 시작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주요 독자층인 언론은 이들의 우려를 반영한 기사를 내보낸다. 이들의 걱정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정치인들과, 이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학자들은 ‘답정너’ 형태의 연구로 다시 이 공포를 확대재생산한다. 이렇게 기성세대의 우려는 순환되는 것이다.

성경, 소설, 만화책, 락음악과 TV로 이어지는 주기적인 도덕적 공황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도덕적 공황은 대부분 한 세대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게임이 어린아이나 청소년들만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비디오 게임이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이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이 일상화되어 연령과 성별을 관통하는 21세기의 여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공포가 ‘옛날이야기’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마냥 게임을 하게 두어도 된다는 것인가?

저자들은 아이들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해서 폭력에 둔감해지거나, 비만이 되지 않음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게임이 나쁘지 않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게임이 가지는 순기능 역시 심리학자의 목소리로 차근차근 풀어낸다. 그러나 게임 옹호론의 시각으로 게임의 장점을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해소, 가상 공간에서의 소통과 교류, 두뇌 단련 등 게임의 효과와 한계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하고, 긍정적인 활용 방법을 제시한다.

게임에 빠진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게임 중독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여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주는 한편,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 역시 제공한다. 전 국민의 70%가 게임을 하고 있는 2021년의 시점에서, 이 책은 비디오게임이 만악의 근원도 아니고 만병통치약도 아님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