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펀치 프로덕션에서 개발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몽골 제국의 일본 원정 당시 쓰시마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미국에 있는 개발사에서 만들었음에도 사실적인 사무라이 검술 액션과 섬세한 디테일을 게임플레이 곳곳에 녹여내면서 평단과 유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2020년 출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점작 중 하나로만 여겨졌지만 출시 후 PS4의 황혼기를 장식할 타이틀로 손꼽힌 '고스트 오브 쓰시마', 서커펀치에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 서커펀치의 크리스 짐머만 명예 대표는 GDC2021에서 어떻게 그 길을 잡아갔나 되짚어봤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사무라이였던 사카이 진이 고스트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가장 우선시한 목표는 그가 몽골군과 맞서면서 더러운 암수도 서슴지 않게 쓰게 되는 그 일련의 흐름을 유저들이 몰입하게끔 유도해야 했다. 아울러 요괴나 비현실적인 존재가 아닌, 어디까지나 인간과 검과 각종 병기를 활용해 진흙탕 싸움을 해나가는 전투 플로우를 사실적이면서도 게임으로서의 재미까지 곁들여서 구현해야만 했다.

▲ '사무라이', '몰입감', '날아다니지 않고 현실적으로 지상에서 싸우는' 등 주요 테마를 소개했다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니만큼, 카타나 즉 태도가 빠질 수가 없었다.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한 자루의 칼로 여러 명의 적을 상대하는 액션 시퀀스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과해서 핵앤슬래시마냥 한 자루 칼로 다 도륙내버리는 그런 비현실적인 액션이 나와서는 안 됐다. 고스트를 선택하게 되는 당위성을 주기 위해서는 더러운 수단도 종종 쓰게 만드는, 처절한 액션을 만들어가야만 했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사무라이에서 기대하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고민해야했다. 이를 서커펀치에서는 여러 훈련을 거쳐서 적의 공격을 예측하고, 적과 맞서싸우면서 발전해나가는 사무라이 영화의 플로우를 게임 속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풀어나갔다. 몽골군과 싸우고, 쓰시마란 공간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진은 스킬을 얻거나 새로운 스탠스를 익히기도 하고, 이를 활용해서 적을 좀 더 효율적으로 물리치게 되는 식이다.

▲ 수련하면서 검에 통달하되, 검 한 자루로 모두를 도륙내는 핵앤슬래시가 아닌 다른 방향을 봐야 했다

단순히 스킬만으로는 사무라이의 느낌을 구현하기엔 어려웠기에, 그 다음에는 어떻게 스킬을 보여줘야 할까 하는 문제가 남았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보면 타이밍을 읽어서 먼저 찌르거나, 적의 공격을 한 번 피한 뒤 반격해서 베어버린다. 그렇게 타이밍을 읽고 재빠르게 동작을 정확하게 이어가는 과정에서 화면이 멈춰있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에 있는 적들이 틈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이 일반적인 시퀀스다.

물론 영화에 따라서는 순식간에 두 명 이상을 제압해버린 사무라이를 보고 반응하지 못하거나, 치명적이지 않은 곳을 베였는데도 전의를 상실해버린 적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인식하면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적들 역시도 진의 공격에 점차 반응하면서 칼부림을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래야 사무라이 영화 특유의 검격 한 판에 승부가 결정나는, 그 긴장감과 압박감을 유저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검을 휘두를 때, 생사가 종잇장처럼 갈리는 사무라이 영화 느낌이 들게끔 압박감도 줘야 했다

한편으로는 사무라이 영화 스타일이 매력적인 건 맞지만, 서커펀치가 생각한 좋은 게임의 기준이 되기엔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서커펀치에서는 최대한 다수가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게임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봤고, 그러기 위해선 유저들이 여러 가지 경험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콘텐츠와 다양한 어빌리티를 여러 가지로 활용하면서 즐기는 것이라고 본 서커펀치에서는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좀 더 다양한 패턴으로 적을 상대해나갈지 고민했다. 유저들은 종종 개발자들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전투 패턴을 만들어놔도, 손에 익는 것만 쓰거나 혹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파고 들어서 다른 건 눈길도 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 유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개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짐머만은 이를 채찍과 당근에 비유했다. 똑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면 적이 막아내서 메리트를 없애는 식으로 해서 유저가 다른 대안을 찾게 하거나, 혹은 다른 방법이 좋다는 걸 어필해서 유저가 자발적으로 그 방식을 써보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일례로 플레이테스트 단계에서 거의 90%에 가까운 유저가 약공격 위주로만 플레이했었다. 그래서 강공격에는 가드를 부술 수 있도록 하는 등 메리트를 줬다. 여기에 더 나아가 게이지로 이런 수치를 표현, 강공격으로 이 게이지를 다 채우면 적의 가드가 부서지게끔 연출해서 그 메리트가 눈에 띄도록 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원래 개발 지침은 UI를 최소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원래는 적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뒤에 실행한 테스트에서는 35%의 유저가 약공격, 강공격을 적절히 섞어서 플레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테스트 때 90% 이상이 약공격에만 의존하는 원웨이 패턴을 보여서 이를 개선했다

각종 도구들도 어느 한 도구에만 편중되거나, 혹은 도구를 안 쓰고 아끼는 플레이를 지양하고 여러 가지 시도할 수 있게끔 궁리해봐야만 했다. 어느 한 도구만 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구에 FPS의 탄창처럼 횟수를 제한하거나 갯수를 제한하는 시스템을 넣었는데, 오히려 유저들이 도구를 안 써버리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제약은 두되, 월드에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게끔 해서 유저들이 아끼지 않고 다양한 수단을 쓰게끔 유도했다.

이처럼 유저들은 채찍, 즉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보고 원하는 방향 쪽으로 간다고 짐머만 명예 대표는 설명했다. 어떤 방향으로 제약하고, 강조하는 순간 유저들은 그에 반발하거나 혹은 믿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새로운 무언가를 했을 때 더 재미있으면서도 보상이 있다, 나쁠 게 없다는 식으로 어필해야 더 적극적으로 그 방식을 시도해본다고 덧붙였다.


방향을 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전투 시스템이 얼마나 복잡해야 할지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너무 단순하면 유저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반응하면서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해지면 경우의 수를 따지고 고민하는 나머지 반응이 느려지고 플레이도 그에 따라 조금 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조율하기 위한 과정이 플레이테스트인 셈이다.

아무리 이렇게 개발사에서 준비해도, 전투 시스템 하나만 파고 들면서 자기만의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가 있기 마련이다. 짐머만 명예 대표는 그런 유저라고 해도 콘텐츠의 바리에이션은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굳이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만 선택해도, 그 장소에서 새로 나오는 콘텐츠를 아예 안 하고 게임을 즐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한 번 권하는, 그런 방향으로 디자인을 했다.

▲ 아무리 한 가지 전투 방식만 쓴다고 해도, 다른 콘텐츠를 아예 접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새로운 걸 쓰게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저들이 처음에 썼을 때 괜찮다 싶으면 그걸 여러 번 써보지만, 기존 것보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면 어지간해서는 잘 안 꺼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저가 평가를 내릴 때는 효율 외에도 멋이나 여러 가지 요인들이 관여하기도 한다. 아울러 유저가 그 효율을 느끼는 지표나, 방식도 개발자가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는 원래 전투 시스템이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스탠스를 넣지 않았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사무라이의 느낌을 살리고자 도입했다. 이 역시도 하나의 스탠스에만 익숙해지면 유저들이 그 스탠스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대한 다양하게 쓰게끔 유도하고자 일부 스탠스에서 이어지는 특수한 무브에는 효과를 줘서 시각적으로 어필해나갔다. 그렇게 스탠스를 익힐 때마다 그 무브의 시각적인 효과를 보고, 유저들은 그 효율을 인정하고 다양한 스탠스를 연구해나갔다고 짐머만 명예 대표는 설명했다.

E3 2018에서 프로토타입 데모를 처음 선보인 이래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여러 차례 개선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를 버려야만 했지만, 그런 결정은 최대한 빨리 내려야 한다고 짐머만 명예 대표는 조언했다. 대신 그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테스트 데이터를 잘 살펴봐야 하고, 유저 피드백을 유심히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첫 인상만 말하고, 그 뒤에 재고해서 느낀 바까지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아울러 그 첫 인상은 때로는 정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 전까지도 신중히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서도 네거티브하게 무언가를 제약하는 방향보다는, 무언가 해보는 게 어때? 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자세로 계속 지켜보기를 권했다.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리지 않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끔 용기를 주어야만 계속 새롭게 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 출시 전 단계에서도 피드백을 신중히 보고, 데이터를 체크해나가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