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외부 사람들은 모르는 직업군들이 많다. 겉으로 보이는 것, 역할의 명칭이 실상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임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 역시 그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과 디자인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일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업계 외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게임 디자이너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넥슨 방영훈 디자이너가 강연자로 나섰다. 기획과 디자인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디자인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모른다. 업무 안으로 깊게 들어갔을 때, 직업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방영훈 디자이너는 게임 디자이너라는 역할의 정확한 의미, 그리고, 해당 위치의 무게를 강연을 통해 전달했다.



■ 게임 디자이너- 기획자와 어떻게 다른가


방영훈 디자이너는 게임 기획자가 평소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례로 강연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게임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통상적으로 같은 의미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구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엄밀히 따졌을 때,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다른 영역에 있다.

방영훈 디자이너의 말에 따르면, 기획자는 일을 계획하는 사람이다. 디자이너는 목적을 가진 작품의 설계나 도안을 준비하는 역할을 기본으로 한다. 기획자는 기획 단계에서 특정 일을 해보겠다는 제안을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그래도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게 용인되지만, 개발자와 프로그래머는 혼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직군은 동등한 개발자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일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 게임 디자이너의 역할- 전체적인 흐름 관리



그렇다면 게임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담당할까. 게임 개발 과정을 총괄하며 여러 단계에 걸친 작업에 참여한다. 기획-그래픽 리소스 제작-프로그램 작업을 한다. 프로그램 작업은 데이터를 합치는 작업으로 방영훈 디자이너는 사내에서 '조립'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작업이 존재하는데, 디자이너는 전체 개발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게임 디자이너는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도 한다. 설계-관리 감독-동작 확인-피드백 보완이라는 총체적인 흐름을 관리한다. 산업으로서 게임 개발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복잡한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 해당 작업 역시 완성 단계까지 무한히 반복한다.



■ 게임 디자인 단계 - 생각/ 정리/ 설득


이어서 게임 디자인의 3단계를 설명했다. 기존 게임 기획서 작성법에서는 발상/ 설계/ 전달 3단계로 나누는데, 방영훈 디자이너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생각/ 정리/ 설득으로 단계를 나눴다. 게임 디자이너의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생각을 정리해서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방영훈 디자이너가 제시한 새로운 단계는 설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방영훈 디자이너는 게임 디자이너가 남들보다 더 깊은 고민을 오래 해야 하는 자리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고민의 깊이를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이걸 왜 해야 하며, 만약 실행하려면 무엇을 해야 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등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중 방영훈 디자이너는 왜(Why)를 중요시했다. 디자인의 목표가 뚜렷해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고민을 파티 시스템을 디자인해달라는 요구에 맞춰 가정해보겠다. 먼저, 게임에서 파티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찾는다. 친구와 함께 하기 위한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파티가 필요로 한지 말이다. 이후, 파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어떻게 파티를 만들지 고민한다. 파티의 장은 누가 맡고, 권한을 어떻게 설정할지 정한다. 여기까지 작성한 문서를 보통 기획서라고 부른다.

기획서를 마무리한다면, 디자인 리뷰 과정을 진행한다. 내가 정리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설득해나가는 것이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가령, 코드는 프로그래머가 기획자보다 더 잘 알기에 좋은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디자인의 과정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같은 흐름 속에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른 직원들 역시 어떤 맥락 속에서 일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주어진 업무 한 줄은 혼란으로 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업무 전체의 맥락 속에서 어떤 점을 잡아내야 할지 명확히 길을 잡아야 동료들이 편한 길을 갈 수 있다.

나아가, 게임 디자이너는 중간 보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보통은 작업이 끝날 때 보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는 작업 사이사이 보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업무가 잘 될 때는 잘하는 점을 어필하고, 반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고민한다고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도 있기에 대안을 찾기 위한 보고가 필요하다. 일이 무난하게 진행되는 것 같더라도 보고는 진행한다. 디자이너도 모르게 업무의 방향성이 틀어지는 일도 있기에 업무 중간마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작업 후반부에 다시 돌아오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레퍼런스 게임- 경험 많을 수록 좋다?


게임 디자인의 주문을 할 때, 레퍼런스로 특정 게임 요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소통 단계에서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트레이서처럼과 같은 말을 할 때 정확히 어떤 점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이 배경 지식이 없을 시에 소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령 LCK(LoL 국내 리그)에 관해 이야기할 때, LoL에 관한 지식이 부족할시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잘 활용한다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서로 사전 지식과 레퍼런스를 쌓는 것이 유리하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것을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게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다양한 게임을 해봐서 레퍼런스를 늘리는 것을 권장한다.


디자이너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다른 직군의 도움을 받아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의 덕목을 쌓아야 한다. 아무리 재능이 있고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협업 능력이 부족할 시 함께 디자인을 완성하지 못할 수 있다.

게임 디자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어느 동료든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동료에 관한 존중과 협업 능력이 필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전문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