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출시한 '메트로 블로썸'은 여러모로 독특한 시도가 눈길을 끈 게임이다. 모바일 유료 모델, 텍스트 기반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주사위를 굴리는 CRPG 스타일까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취향인 사람은 푹 빠질 만한, 말 그대로 '인디' 정신으로 똘똘 뭉친 듯한 게임이었다.

'메트로 블로썸'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갈린 '메트로 블로썸'이지만, 텍스트 기반의 스토리텔링과 CRPG에 대한 수요가 있는 글로벌 시장이라면 국내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 것이다.

무료 버전과 글로벌 버전, 그리고 올해 말 계획 중인 PC 버전까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인 '메트로 블로썸'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끝난 이후 제정신 스튜디오의 다음 목표는 뭘까.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정재현 디렉터를 만나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제정신 스튜디오 정재현 디렉터


Q. 제정신 스튜디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제정신 스튜디오는 6명으로 구성된 인디 개발팀이다. 2019년 지인들을 모아서 팀을 결성했고 2020년에는 텀블벅 펀딩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잘 돼서 후원은 물론이고 '메트로 블로썸'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개발을 해오다가 작년에 드디어 게임을 출시했다. 이후 계속해서 게임을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지지난 주에 무료 버전 개발이 마침내 끝나고 다음 주 중으로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이후에는 8월 글로벌 버전 출시, 하반기에는 PC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되돌아 보니 예상보다 프로젝트가 커진 것 같다. 원래는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게임에 살이 붙고 우리도 더 의욕적으로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Q. '메트로 블로썸'의 성과는 어떤가.

작년 구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나 게임대상, BIC 페스티벌에서 후보에 오르고 상도 받는 등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모바일 유료 게임이 가진 일종의 허들이 있는 것 같다. 전문가나 대중의 평가는 좋은데 실제 매출은 그러한 반응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그렇다면 더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무료 버전을 준비 중이다. 그래서 진짜 성과는 무료 버전이 나온 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부제가 텍스트 RPG인데, 이 점도 국내에서는 다소 매니악하게 느껴진 것 같다.

확실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노리는 부분도 있다. 해외는 그런 스토리텔링 게임이 강세인 점도 있고 주사위 굴림 시스템도 익숙해서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Q. 해외 반응도 궁금하다. 혹시 찾아봤나.

국내에서도 매니악해서 아직 해외 반응은 잘 모르겠다(웃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미권은 이런 류의 텍스트 어드벤처가 워낙 많고 개중에는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아서 충분히 먹히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번역비가 많이 들었지만, 도전하게 됐다.


Q. 지금 생각해봐도 참 독특한 소재인 것 같다. '메트로 블로썸'을 개발한 계기는 뭐였는가.

어느날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데 노선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걸 보고 스토리텔링의 분기 요소를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그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지하로 모이게 할까. 아, 지상이 위험하면 되겠구나. 위험 요소는? 익숙한 좀비가 좋겠다는 생각으로까지 뻗게 됐다. 근데 여기서 잠깐 문제가 발생했다. 좀비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두운 곳을 좋아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한 구상은 정반대였다. 밝은 곳을 좋아하고 어두운 곳을 싫어해야 해서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식물에 다다랐다. 식물 좀비라는 독특한 좀비를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아이디어들을 취합해 시체꽃이라는 독특한 좀비가 나오는 '메트로 블로썸'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Q.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떤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애초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멀리서 슥 보시고 그냥 끝인데 취향인 분들은 한 번 앉으면 오래 하시더라. 얘기를 나눠보니 디자인 콘셉트가 특이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콘셉트를 그렇게 잡길 잘한 것 같다.


Q. 개인적으로는 텍스트가 많다 보니 PC 버전이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첫 작품이다 보니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모바일로 개발하게 됐다. 그런데 출시하고 보니까 PC 버전에 대한 얘기와 왜 모바일로 출시했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런 얘기를 계속 들었고 우리도 PC 버전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당연한 수순으로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한 후에는 PC 버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사실 스팀 출시의 가장 큰 허들이 번역이었는데 글로벌 버전을 준비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Q. 텀블벅에서 목표금액의 778% 초과 달성했음에도 매출이 저조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흥미를 느끼는 것과 실제로 하는 건 다르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 사실 전문가분들을 만나서 컨설팅을 할 때도 국내에서 모바일 유료 게임은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들 하셨다. 그래도 당시에는 고집도 있었고 펀딩에서의 성과를 보고 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에 무료 버전을 준비하면서 여러 BM을 추가한 만큼, 여기서 진짜 성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BM을 추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과금을 하게 하는 그런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무료 버전에서의 BM은 로그라이크의 허들을 줄임으로써 피로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지름길이라고 해서 반복 구간을 빠르게 스킵한다든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험치나 인벤토리를 확장하는 식이다. 물론, 유료 버전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다.

근데 성과에 대해서 계속 얘기했지만, 사실 그건 부차적인 거고 그보다는 '메트로 블로썸'을 더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재미있으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만큼, 무료 버전을 많이들 즐겨주길 바란다.


Q. 무료 버전이라고 해도 게임의 시스템상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런 피드백이 많았다. '메트로 블로썸'의 주인공은 약자인데 RPG 스타일의 전투가 아니라 대화 위주이다 보니까 좀비를 때리고 죽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다는 의견과 오히려 실감이 난다면서 실제로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생존자는 이래야지 하는 의견으로 갈린 편이었다. 이것도 우리 게임의 특징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글로벌 버전과 PC 버전을 내면 큰 틀에서 '메트로 블로썸'과 관련된 작업은 일단락된다. 이후에는 어떤 걸 할 예정인가.

일단락되면 차기작을 준비할 것 같다. 현재 어느 정도 구상은 된 상태다. PC 게임이며, 스토리텔링 중심의 RPG다. '메트로 블로썸'과는 아예 별개의 게임으로 생각 중이다. 아, 그런데 일단락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메트로 블로썸'의 이야기가 끝난다는 건 아니다. 웹툰을 준비 중이어서 다른 식으로나마 IP를 확장할 예정이다.



Q. 첫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애착이 갈 텐데 '메트로 블로썸2' 계획은 없는 건가.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이긴 한데 일단은 다른 걸 하고 싶다.


Q. 끝으로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이번 참가를 끝으로 당분간은 개발에 집중할 것 같아서 언제 또 이런 행사에 참가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행사에 나오면 항상 현장에서의 반응은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달까. 참가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걸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을 들고 와서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신작의 경우 내년 말에는 윤곽이 잡힐 것 같은데, 그때쯤 되면 다시 유저분들을 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메트로 블로썸'을 즐겨주신, 그리고 즐길 예정인 유저분들을 위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메트로 블로썸'을 출시한 지 이제 1년 3개월이 흘렀는데 최근 드디어 엔딩을 내고 '메트로 블로썸'의 이야기가 완결됐다. 그간 게임 내에서 절망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최종 엔딩은 그런 부분에서 일종의 보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꼭 엔딩을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