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이후 10여년만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최신 좀비 액션 게임, '데드 아일랜드2'가 오는 4월 21일 정식 발매합니다. 1편을 개발한 테크랜드에서 개발사가 수 차례 변경되는 등 지난 9년간 난항을 빚어왔지만, 오래도록 신작을 기다려 온 팬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출시 전 여러 차례 공개된 게임 플레이 영상을 통해서는, '데드 아일랜드2'를 개발한 댐버스터 스튜디오가 원작의 화사한 배경에서 유혈이 낭자하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거기에 더해 지난 세월동안 발전한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는 등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개발사가 내세우는 F.L.E.S.H(인간형 생물의 위치적 신체 해체 시스템) 시스템을 통해 공격에 따라 사지가 절단되는 좀비들의 사실적인 모습에도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을 보여줬고요.

인벤을 비롯한 글로벌 매체는 개발사 및 퍼블리셔의 도움을 통해, 정식 출시 전 게임의 초반부를 맛볼 수 있는 프리뷰 시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연 기회를 통해 제공된 초반 6시간 분량의 게임플레이에서는, '데드아일랜드2'의 핵심 게임플레이는 물론 팔다리가 날아다니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의 LA의 모습을 양껏 구경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 본 체험기는 게임 내 주요 미션 중 하나인 'Monarch Studio' 까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유의 바랍니다.



원작 기억이 솔솔 나는 화사한 배경, 유머러스한 스토리

▲ LA의 쨍한 풍경을 참 잘 묘사한 '데드 아일랜드2'

원작 '데드 아일랜드'의 개발사인 테크랜드는 해당 게임을 출시한 이후, '데드 아일랜드'보다 더욱 유명해진 좀비 FPS+RPG인 '다잉 라이트'를 통해 보다 색다른 재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다잉 라이트는 데드 아일랜드가 미쳐 다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넘어, '파쿠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해 지금까지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죠. 멀티플레이는 물론, 여러 DLC를 꾸준히 제공하던 '다잉 라이트'는 비교적 최근 후속작인 '다잉 라이트2'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다잉 라이트'보다는 '데드 아일랜드'의 분위기를 더욱 선호하는 이용자 층도 존재했습니다. '바노이'라고 하는 가상의 휴양지를 배경으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와는 맞지 않은 음흉한 좀비들을 피해 생존해 나가는 게임의 스토리는 당시 기준으로는 색다른 것이었고, 좀비 한 놈 한 놈을 처리할 때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특징들이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햇빛 쨍한 백사장에 돌다니는 좀비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퍽 인상깊은 장면이기는 합니다.

▲ 장단점과 고유 스킬이 뚜렷한 본작의 주인공, 외형도 개성이 넘칩니다

게임 초반부터, '데드 아일랜드2'의 개발을 맡은 댐버스터가 원작이 가졌던 이러한 매력에 꽤나 집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쨍쨍할 것 같은 도시인 LA를 게임의 배경으로 선택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전반적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나름 심각한 상황과 달리 스토리 전반에 깔린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원작과 그 결을 같이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게임에는 총 6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들은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는것 외에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설정을 갖습니다. 하지만, 추락해린 비행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 주인공들은 좀비로 인해 지옥과 같아진 LA(HELL-A)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죠.

이런 주인공 캐릭터들은 저마다 독특한 성격과 신체 조건,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각자 역할을 맡은 성우들의 열연으로 같은 상황이라도 캐릭터에 따라 다른 반응이나, 대사를 보여줍니다. 게임 메뉴 화면에서도 여러 캐릭터 슬롯을 고를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봤을 때, 각 캐릭터별로 여러 차례 회차 플레이를 장려하는 요소로 보입니다.

▲ 좀비는 무섭게 생겼지만, 메인 스토리는 퍽 가벼운 인상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런 스타일의 유머 감성이 취향에 맞는 이용자에게는 관계가 없겠지만, 몇몇 게이머에게는 스토리가 다소 과장되고, 터무니없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프리뷰 버전에서 제공된 메인 미션이 초반에 한정되어 있어 이후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개발사가 앞장서 '블랙 휴머'가 가득하다고 하는 것을 봐선 호불호가 확실히 나뉠 영역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가지 사례로, 게임이 시작한 지 10분도 채 안되는 시점에 자신이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면역이라는 것을 알아챈 주인공은 스스로 앞장서 아수라장이 된 미국에 남아있는 과학자에게 연락을 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콘텐츠에서 이러한 시도는 보통 주인공이 인체의 신비전에 끌려가는 것을 암시하는 만큼, 여타 좀비물과는 다른 스토리를 보여줄 계획인 것 같습니다.

이처럼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 같은 초반 스토리를 게이머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출시 이후 공개될 중반, 후반 스토리의 짜임새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좀비를 '박살'내버리는 게임의 핵심 플레이가 너무나 즐거운 바람에 초반 스토리에는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점 정도겠습니다.

▲ 전작 주인공인 샘 B가 등장하는 걸 보니, 원작과 연계된 스토리가 펼쳐질지도?

참, 반가운 인물 또한 등장합니다. '데드 아일랜드2'를 예약구매한 이용자들에게는 추가 보상이 담긴 '바노이의 기억 팩'이라는 것을 제공하는데, 이때 바노이는 1편 데드 아일랜드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휴양지의 이름이죠. 이처럼 실제 게임 내에서도 원작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나, 읽을거리들이 등장하니 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찢고, 으깨고, 베고, 터뜨리고! 무엇이든 가능한 '좀비 살육 액션'

▲ "뚝배기!" 소리가 절로 나오는 흥겨운 액션

사실, '데드 아일랜드'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작을 염원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바로 액션 요소 때문일 것입니다. 망치, 노, 당구 큐대 등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체로 좀비들을 때리는 특유의 타격감. 개조를 통해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고, 이를 활용해 좀비들을 물리치던 그때의 감성은 이번 후속작에 들어와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개발사인 댐버스터가 자랑하는 F.L.E.S.H 시스템입니다. '살점'이라는 영단어에 맞추기 위해 '인간형 생물의 위치적 신체 해체 시스템'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름을 갖게 됐지만, 결국 이 시스템이 표방하는 것은 주인공이 휘두른 무기의 종류, 방향에 따라 좀비의 신체가 훼손되는 것입니다.

▲ 첫타에 옷이 베이고, 살점이 드러나는 것까지 묘사했어요

게이머의 상호작용에 따라 적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효과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온 기술입니다. FPS에서는 '솔져 오브 포춘' 시리즈가 뇌, 내장 묘사 등을 시도하며 그로테스크함을 한층 더했고, 심지어 국내 온라인 MMORPG 중에도 내 공격을 통해 적의 신체가 절단되는 효과를 보여주던 게임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데드 아일랜드2'의 FLESH 시스템은 과거에 보여주던 기술을 좀 더 현대에 걸맞은 그래픽으로 재구현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무기가 날붙이인지, 둔기인지에 따라 좀비의 사지에 가하는 충격이 달라지며, 충격의 종류에 따라 좀비의 사지가 깔끔히 잘려나갈 수도, 너덜너덜하게 뜯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소 잔혹한 비주얼 효과는 팔다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머리와 몸통 등에도 얼마든지 원하는 방식으로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망치로 머리를 가격할 경우 휘두르는 방향에 따라 턱뼈가 부서지기도 하고, 두개골을 박살낼 수도 있습니다. 일본도같은 날붙이고 같은 부위를 계속 공격하면 처음에는 옷을 뚫고 들어가는 자상이 생기지만, 이런 상처가 누적되면 절단이 되기도 하는 형태입니다.

▲ 적들이 상당히 강력해 회피 플레이가 필수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좀비들에게 덤벼들기에는 좀비 하나하나의 공격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원작과 마찬가지로 조심해 가며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권장됩니다. 이 부분에서 2편만의 매력을 드러내는 요소가 바로 '스킬 카드'를 통한 전투, 성장 시스템입니다.

'스킬 카드'는 데드 아일랜드2에서 가장 핵심적인 성장 시스템 중 하나로, 각 카드들에 적힌 특수한 효과를 사용해 나만의 캐릭터, 나만의 전투 방식을 정립하는 형태로 사용됩니다. 총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진 카드 슬롯은 각각 주인공 캐릭터에게 새로운 기술과 효과를 부여하며, 언제든지 원하는 카드로 바꿔 플레이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죠.

기술 카드의 사례로는 좀비의 공격으로부터 회피를 하는 기술과 방어를 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 두개의 카드 모드 초반 메인 미션을 플레이하면 자연스럽게 획득하게 됩니다. 회피는 좀비의 공격을 맞기직전에 빠르게 몸을 이동하는 것으로, 여기에 성공하면 적이 잠시 기절하고, 이 틈을 타 큰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방어는 타이밍에 맞춰 공격을 방어하는 데 쓰입니다.

게다가, 플레이 성향에 따라 좋은 효과를 추가로 기대할 수 있는 카드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연 도중에 좀비의 사지를 절단할 때마다 체력을 소량 회복시켜주는 카드를 획득했는데, 적의 다리를 잘라놓고 전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스타일에 꼭 맞는 카드로 부상했습니다. 이렇듯, '데드 아일랜드2'는 본편에서도 캐릭터마다 스탯과 함께, 다양한 카드 조합으로 캐릭터를 성장키는 재미를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성장은 물론, 자신만의 플레이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스킬 카드 시스템'

무기 업그레이드 시스템 또한 특유의 액션과 함께 '데드 아일랜드2'의 재미를 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본편에서는 가장 낮은 등급의 흰색 무기를 제외한, 초록색 무기부터는 언제든 작업대에서 강화가 가능하며, 많이 사용해 내구도가 닳았을 경우 일정 비용을 내고 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터무니 없이 많은 비용이 들긴 하지만, 낮은 레벨의 무기를 자신의 현재 레벨까지 높기는 것도 가능해 마음에 드는 무기를 내구도 때문에 버리는 일은 없어 부담이 한 층 적습니다.

또, 한번에 장비할 수 있는 무기의 갯수도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하기에 이후 등장하는 속성 별 좀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각 속성 무기를 구비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전기, 불, 산성, 출혈 등 각종 상태 이상 효과가 등장하며, 각 속성들은 주변 사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해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 8개의 무기를 한번에 들 수 있고, 수리도 가능해 부담이 적습니다

실제로 좀비 하나하나의 체력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한 번에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잘 사용할수록 체감 난도가 줄어드는 느낌이었습니다. 물통을 이용해 물웅덩이를 만들고, 그 위에서 전기 속성 무기를 휘두르면 다수의 적을 감전시킬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기름통에 불 공격을 해 광범위한 공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총기류는 시연에서 허용된 구간에서 습득하기가 어려워 제대로 된 체험은 불가능했지만, 시영 영상에서 확인한 대로 총기 소음으로 인해 온 동네 좀비를 다 끌어모았던 전작과 비교해서는 총기를 사용할 구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장비하는 무기도 든든하니, 팔다리가 날아가는 좀비를 상대로 '무쌍'을 찍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불편한 맵 활용, 한국어 자막 씹힘 현상 등은 개선이 필요


약 6시간 분량의 시연에서는 주인공이 LA를 탈출하려는 계획에 따라 '벨 에어' 지역, LA의 부촌이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베벌리힐즈', '헐리우드 스튜디오' 등 지역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각 지역에는 상호작용 가능한 NPC, 상점, 작업대가 마련되어 있는 거점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는 거점 NPC의 부탁을 들어가며 지역을 탐험하거나, 구석구석 잠겨 있는 상자를 열면서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물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오픈월드와 유사하게 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게임플레이에 비해 지도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퀘스트에 따라서 위치를 알려주긴 하지만, 숨어 있는 상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과 비교하면 맵이 직관적이지 않고, 현재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화살표가 찍혀 있을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꽤나 규모 있는 지역들을 이동하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동'을 지원하지 않았는데, 이는 시연 이후 레벨에서 해당 시스템을 지원할 것인지 앞으로 출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어 자막의 씹힘 문제도 이미 터무니없는 스토리에 몰입감까지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같은 시스템적 오류들은 출시 직전까지 검수를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프리뷰 기회에서는 개발사인 댐버스터가 보여주고자 했던 특유의 액션에 대해서는 꽤나 흥미로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좀비로부터의 '생존'보다는 과감한 액션, 즐거움에 집중한 모습이 마치 수 년 전 유행했던 '좀비 게임' 열풍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열풍의 주역이던 '데드 라이징' 시리즈가 일당 백의 좀비 무쌍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면, '데드 아일랜드2'는 더욱 사실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지는 액션성을 바탕으로 타임 킬링에 제격인 좀비 학살 경험을 보여줄 것입니다.